카라한 왕조(Qarakhanid Dynasty, Kara-Khanid Khanate: 840~1211)
1 개요
중세 중앙아시아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나라로 현재 중앙아시아 (이슬람 튀르크 위구르)의 모태가 된 국가.
사만 왕조, 가즈니 왕조, 셀주크 튀르크, 카라키타이, 호라즘, 몽골 등 수많은 유목 제국 · 이슬람 제국들의 틈새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생존킹.
2 카라한 왕조
위구르 제국(Uyghur Empire: 745∼840)이 붕괴된 후 지금의 신강으로 알려진 동부 투르키스탄에 거주하던 위구르인 일파가 서쪽으로 이동, 아랄해 남쪽 호레즘 지역에 인접한 서부 타림분지, 페르가나 계곡, 준가리아와 카자흐스탄 일부를 점유하면서 카슈가르를 중심으로 국가를 건설해나갔다. 카라는 터키어로 ‘검정’을 뜻하며 ‘귀족’을 상징한다. 역대의 군주는 ‘위세가 있는 것’을 의미하는 일레그(ileg 또는 ilig)를 붙여 일레그 한(Ilig Khan)이라는 칭호로 불렸다. 카라한 조는 통일이 약하고 각 지방정권 간의 항쟁이 격렬했으므로 11세기 초반 호칸드를 경계로 내분에 휩싸였던 카라한 왕조는 11세기 말 셀주크조(朝)에 복속당했다. 우스만(Uthman Ulugh Sultan: 1204~1211)이 잠시 왕조의 독립을 재건했지만, 1211년 호라즘 왕조의 알라 알 딘 무함마드(Alā al-din Muḥammad)에게 패배한 뒤 멸망했다.
934년 카라한 왕조에서는 발라사군(Balāsāghūn)을 근거지로 한 투르크계의 술탄 사투크 부그라 한(Satuk Bughra Khan: 920∼955)이 모든 주민과 함께 왕국 전체가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960년경 천막 기준으로 200,000호에 달하는 사투크 부그라 통치하의 투르크 인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였다. 그로써 그는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을 받아들인 최초의 튀르크인이 되었다. 이 왕조는 튀르크족이 세운 최초의 이슬람 국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카라한 왕조는 트란스옥시아나를 거점으로 세력을 팽창해 가던 사만 왕조(Samanid, 874~999)와 끊임없이 격돌하였다. 특히, 893년의 전쟁에서는 사만조가 서부 카라한 왕조의 중심지 탈라스를 점령하고 15,000명을 포로로 잡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에 따라 서부 카라한 왕조의 당시 가한 오굴차크는 카슈가르로 중심지를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904년 이후, 사만조 내부에서의 권력 투쟁과 혼란 상태를 이용하여 사만조에 대해 공세로 돌아섰다. 975년과 987년에 각각 사마르칸트를 공격했는데, 이때 사만왕조가 잔드(Zand) 지역에 있던 셀주크 왕조의 협력을 얻어 카라한에 대항하기도 했다. 카라한 왕조는 사만 왕조와의 계속된 전쟁을 통해 990년에 이스티자브(Istijab)를 점령하고, 992년에는 트란스옥시아나로 진출하여 부하라를 점령했다. 하지만 칸이 병에 걸려 군대를 물리자 사만 왕조는 셀주크와 연대하여 992년 8월 부하라를 재탈환하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