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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Kaz II mystery
일명 유령 요트 사건. 호주 서부 해안에서 요트에 탄 선원 3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채 배만 발견된 사건이다.
2 발단
문제의 요트는 쌍동선(catamaran) 형태의 것으로, 길이는 12미터였다. 요트에 탑승한 인원은 총 3명으로, 56세의 데렉 배튼(Derek Batten)과 그의 이웃 주민인 69세의 피터 턴스테드(Peter Tunstead) 및 63세의 제임스 턴스테드(James Tunstead) 형제였다.[1] 이들의 요트는 호주 북부 해안과 서부 해안을 항해하기 위해 배튼이 1년 전에 구입한 것이었으며, 에얼리 해변(Airlie Beach)을 떠나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 주의 주요 도시인 타운스빌(Townsville) 시를 목적지로 하려던 참이었다.
그리하여 이 요트는 2007년 4월 15일 오전 10시, 아무런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에얼리 해변에서 출항했다. 출항 당시 약간의 파도와 악기상이 우려되기는 했으나, 항해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날이 곧 개어 가고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3 유령 요트의 발견
발견 당시 카즈 2호 |
4월 18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을 지나던 한 헬리콥터가 어쩐지 조난당한 것처럼 보이는 한 요트를 발견했다. 이틀 후인 20일, 이들의 신고를 접수한 호주 해양 당국이 그 요트, 아니 "카즈 2호" 를 찾아내어 승선했는데...... 요트에는 아무도 없었다.
- 엔진이 저 혼자 돌아가고 있었고, GPS 장비도 켜져 있었다.
- 컴퓨터와 테이블 위 노트북, 무선 장비 역시 모두 켜져 있었다.
- 테이블 위에는 포크와 나이프, 음식들이 식사를 위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
- 구명 조끼와 구명용 조명은 요트 내에 정상적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 요트 내에는 젖은 수건이 건조를 위해 빨랫줄에 걸려 있었다.
- 뒷좌석에는 누군가의 안경과 티셔츠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2]
- 특이한 것으로, 돛 한 쪽이 심하게 찢어진 채로 발견되었다.
모든 것은 완벽히 정상이었고, 사람만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위기의 징후, 실종의 단서도 보이지 않았다. 선원들의 운명을 암시하거나 예고하는 그 어떤 흔적도 없이, 배는 마치 "어느 한 순간 갑작스럽게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또한 발견 위치 역시 특이한데, 지리적으로 에얼리 해변과 타운스빌 시를 연결하는 항로와는 전혀 동떨어진, 육지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이 요트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까지 (어떤 의도에서든) 직접 갔거나, 혹은 해류에 의해 떠돌다가 거기까지 간 것으로 보였다.
아무튼 곧바로 구조팀이 편성되었고, 호주 해양 당국은 경찰과 협력하여 보트 인근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야간에는 적외선 탐지 기능을 갖춘 항공기까지 동원했고, 호주 해변 인근까지도 이 잡듯이 뒤졌다. 동원된 것만 2대의 헬리콥터와 9대의 항공기, 2대의 상업용 선박 등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고, 수색은 소득 없이 종료되었다.
4 당국의 추정
2008년 8월 4일, 타운스빌 시에서는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마이클 반스(Michael Barnes)를 비롯한 수사관들이 배정되었다. 그리고 8월 8일에는 나름대로의 사건 정황을 추정하는 시나리오가 공식 보고서로 채택되었다.
2007년 4월 15일, 요트 "카즈 2호" 는 조지 포인트(George Point) 지역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루어낚시를 즐기던 턴스테드 형제 중 한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바다에 빠졌다. 다른 형제가 가장자리 플랫폼에 서서 그를 구하려 했지만 함께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요트의 조향을 담당하고 있던) 배튼이 달려와 돛을 내리려 했지만, 요트가 순간적으로 급격한 선회(jibe)를 일으킨 뒤 심하게 흔들린 가로돛대(boom)에 맞아서 그 역시 바다에 빠졌다. 28km/h로 달리던 요트는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조난자들에게서 멀어져 갔고, 수영을 잘 하지 못했던 세 사람은 순식간에 체력이 다하여 익사하고 말았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배튼이 돛을 내릴 것이 아니라 차라리 구명 튜브(life ring)를 던졌으면 턴스테드 형제를 살릴 수 있었으리라는 얘기도 있다. 자이브 후에 가로돛대가 흔들리는 것은 자이브 테크닉의 대표적인 위험성으로 종종 거론되기도 한다. 즉 이 상황에서는 바람을 등진채로 선회를 하게 되는데, 이 경우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메인 돛이 선회에 따른 풍향의 변화로 반대쪽으로 급격히 돌아가게 된다. 바람이 세고 조작이 부드럽지 못하거나 긴급한 일로 선회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면, 그 돛이 달린 붐의 회전은 거의 야구공을 타격하는 배트처럼 느껴지는 수준이다. 실제로 1인승의 작은 딩기라도 어느정도 이상의 바람에서 자이브를 해 보면 붐이 빠르게 돌아가 자칫 실수하면 머리를 맞아 부상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 하물며 붐의 크기가 사람 정도야 간단히 쳐서 날려 보낼 수 있는 대형 요트야 말할 필요도 없다.
풍랑을 만나서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이 수사 초기에 제기되었으나, 테이블 위의 음식들이 가지런히 유지되었다는 사실과 구명 조끼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로 인해 거부되었다. 수사대가 도착하기 전에 다른 배로 선원들이 옮겨타서 생존했을 거라는 가설도 나왔지만, 해당 해역을 항해한 소형 선박들을 조회해 본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았다.
수사 중에 밝혀진 것으로, 이들의 마지막 통신은 출항일인 15일 저녁 6시경에 "조지 포인트 인근을 지나고 있다" 였는데, 이는 이상하리만치 느린 것이었다. 물론 하루 종일 낚시를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이들이 GPS 오류를 경험했기 때문일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출항일 전날인 14일에는 한번 바다로 나갔다가 GPS가 문제를 일으켜서 곧 회항했던 적이 있었으므로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그 외에 다른 설명들도 존재한다. 예컨대 일본어 위키백과에서는 조지 포인트 인근에 존재하는 사주(sandbar) 지대에 좌초되었다는 설을 들고 있다. 좌초된 요트를 밀어내기 위해 선원들이 배에서 뛰어내렸을 때, 불행히도 돌풍이 불어서 배를 사주에서 밀어냈고, 문제의 요트는 주인을 뒤로 한 채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 타임즈 온라인에서 제기한 또 다른 설명으로는 "한 사람이 파도에 휩쓸렸고, 그를 구하려던 다른 두 사람까지 함께 물에 빠졌다" 는 것이 있다. 이건 실제로 해상 사고사례가 은근히 있는 흔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