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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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ying Game.

1992년 닐 조던 감독 작. 미칠듯한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다.

전갈이 강을 건너고 싶었지만 수영을 못해서 개구리에게 부탁을 했어. 개구리는 전갈이 자신을 찌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절을 했지. 그러자 전갈이 말하길...

"그럼 둘 다 빠져 죽어."라고 했지. 그래서 안 찌른다고 했어... 고민하던 개구리는 전갈을 건네 주기로 하고 전갈을 등에 태웠어. 그런데 중간쯤 물결이 거칠어지자 겁이 난 전갈은 개구리를 찔러 버렸지. 결국 둘 다 죽게 되고 만거야. 화가 난 개구리가 전갈에게 물었어. 뻔히 죽을 것을 알면서 왜 찔렀냐고. 그러자 전갈이 대답했지.
나도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천성이야... [1]

주인공 퍼거스는 IRA 조직원이다. 퍼거스는 놀이공원에서 주말을 보내다 잡혀온 영국군 인질 조디(포레스트 휘태커)를 감시하고 있는 사이에 테러리스트-군인으로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만다(...) 리마증후군인 것이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조직 사이에는 내분이 일어나는데, 퍼거스는 하필이면 같은 조직원의 애인(여자친구는 아니다)을 좋아하게 된다.

영국군의 습격으로 인질 조디는 영국군의 트럭에 치여 죽고 IRA 조직원은 몇만 남고 궤멸당하게 된다. 퍼거스는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조디도 잃고 자신의 조직원도 잃은 자괴감을 느낀 채 북아일랜드에서 런던으로 넘어가 건설노동자로 일하며 자신의 신분을 숨긴다. 그렇게 괴로워하던 중 인질 조디가 이야기한 여자친구 딜을 찾아가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퍼거스와 딜은 다정한 연인이 된다. 하지만 딜은 어느 시비에 휘말려 사람을 죽이는데 퍼거스는 스스로 누명을 쓰고 들어간다(...)

  • 참고할 만한 자료
정은임 라디오 해설 및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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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퍼거스와 딜이 둘이 몸이 달아올라 섹스를 하기 위해 퍼거스가 딜의 옷을 벗기자[2] 딜은 사실 여자가 아니었다. 남자였다!

물론, 주제가인 "The Crying Game"[3]부터가 여장남자 가수인 컬처클럽의 보이 조지가 불렀던 걸 생각하면... 딜의 직업이 헤어디자이너와 펍의 가수였던걸 생각한다면... 당연하다 싶다. 어쨌든 딜이 남자라는 복선은 여기저기 많이 깔아놨던 터이지만.

사실 반전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M.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처럼 반전으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외로움 속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트랜스젠더인 딜[4]과 동료들을 잃고 혼자 외로움 속에 살고 있는 퍼거스간의 애정을 포착하여 그들의 사랑을 고찰하고, 동시에 다시 테러 행위에 가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퍼거스의 모습을 제대로 그리고 있다. 스릴러는 스릴러대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퀴어 영화로서의 기능도 제대로 하는 대단한 영화다.

어쨌든 대사들이 뭔가 모르게 철학적이다. 조디의 개구리와 전갈 비유도 그렇고. 영화가 나름 철학적이고 그런지는 몰라도 그래서 1993년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 감독상, 작품상 등 총 6개 부문에 올랐으며,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닐 조던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1. 원본은 이솝 우화의 개구리와 쥐. 전갈과 개구리 버전은 오손 웰즈 감독의 1955년작 <Mr. Arkadin>에서의 인용.
  2. 음부를 대놓고 보여주는 데에서 충격 먹은 한국인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개봉한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저 정도의 표현수위는 한국인들이 충격먹을 만했다.
  3. 1994년 짐 캐리가 주연한 에이스 벤추라에서 저 비슷한 장면에 또 쓰였다. Einhorn is a MAN!!
  4. 동성애자라기 보다는 트랜스젠더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