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샤이 훌루드
드미트리 글루홉스키의 메트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 파르크 포베디 역의 사제가 만들어 낸 종교의 신. 종교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파르크 포베디 역 미개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아주 거대한 벌레로서 세상의 모든 것은 이 벌레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2 일대기
파르크 포베디 역의 종교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처음에 이 세상은 오로지 돌로만 이루어진 세상이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세상의 한쪽 끝부터 다른 쪽 끝까지 전부 돌로 가득 찬, 돌로 된 세상이었다. 그런데 큰 벌레가 나타나 이곳을 자신의 집으로 삼았다. 그리고 세상을 가득 채운 돌을 뚫고 세상을 만들었으며, 추운 세상을 자기 몸의 열기로 따뜻하게 만들었고, 어두운 세상을 자기 눈의 빛으로 밝게 했다. 또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자신만의 피조물[1]을 만들어 이 세상에 살기로 한다.
큰 벌레는 딱딱한 돌을 뚫어 길을 만들었다. 큰 벌레의 배에 깔린 돌은 부드러워졌다. 큰 벌레가 침을 뱉자 돌은 생기를 띠었고 버섯이 자라기 시작했다. 큰 벌레는 온 세상에 길이 날 때까지 계속 길을 만들러 다녔고, 마침내 천 곱하기 천의 엄청난 길을 만들어 세상을 개척해낸다. 그리고 그 세상에 자신의 배에서 나온, 자기를 닮은 최초의 이름 없는 피조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간만 있을 뿐 물이나 먹을 것이 전혀 없었고 피조물은 물을 마시지 못해 갈증으로 죽었다. 큰 벌레는 지금까지 한번도 무엇을 창조하고 그것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슬픔을 몰랐지만,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피조물의 죽음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끼게 된다. 큰 벌레는 울었고 세상은 큰 벌레의 눈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세상에 물이 생겼다. 그러나 큰 벌레는 이전처럼 자신만한 크기의 피조물을 창조했다가는 피조물이 먹을 버섯과 마실 물이 부족할까 걱정하여 결국 작은 피조물을 만들게 된다.
쥐, 고양이, 닭, 개, 돼지[2]가 먼저 창조되었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창조된다. 하지만 세상은 큰 벌레가 원한 그런 낙원처럼 되지 않는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고, 개는 고양이를 잡아먹고, 인간은 이 모든 것을 죽이고 잡아먹었다. 게다가 인간끼리도 서로를 잡아먹자 큰 벌레는 자기 자식들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또 울었다. 인간이 동족을 잡아먹을 때마다 큰 벌레는 울었고, 그 눈물이 그가 만들어 놓은 길에 흘러들어 넘치게 되었다.
큰 벌레는 인간을 그 어떤 피조물보다도 사랑했으며 그래서 인간에게 이성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자신이 만든 모든 피조물과, 자신이 만든 이 세상과 함께 평화롭게 살며 자신을 숭배하라고 명령하고는 땅속 깊숙이 몸을 감추었다. 인간들은 처음에 큰 벌레의 말에 순종하여 자식을 낳고 또 낳으며 번식하면서 평화롭게 지냈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어도 바뀌어도 큰 벌레가 나타나지 않자 후손들은 점차 큰 벌레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으며 급기야 큰 벌레의 가르침을 어기고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큰 벌레는 인간들을 벌주러 오지 않고 지하에서 울기만 했으며 지하 통로에는 물이 범람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점차 큰 벌레의 존재를 부정하며 인간은 언제나 존재했고, 이 세상 만물은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믿으며 제 멋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기계를 만들어냈고 세상의 다른 동물들을 죽이고, 세상을 지배하려고 들었다.[3] 그리고 더욱 더 무시무시한 기계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에 큰 벌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인간에게 이성을 빼앗아 갔다. 이성을 잃은 인간들은 미쳐버렸고 기계를 서로에게 돌리고 서로 죽이기 시작했다.[4]
인간들은 세상을 잿더미로 만든 후에도 자신들이 만든 통로(지하철)에 숨어 살아간다. 큰 벌레는 아직 지하에 몸을 감추고 있었지만 언젠가 이 세상을 뚫고 나와 세상의 심장부를 부숴버리고 마침내 큰 벌레를 쭉 믿어오던 의인들만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연다고 한다. 이것이 이 종교에서 주장하는 종말론인 듯.
이 신을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는 파르크 포베디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