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踪俠影錄
중국의 무협소설. 신파무협의 거장 양우생의 대표작 중 하나로, 한국에는 《명황성》 1부(고려원 정발판 기준)로서 번역 출간되었다.
중국 명 정통 연간, 즉 토목의 변을 전후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 배경이 되는 15세기 중엽은, 몽골의 한 부족인 오이라트족이 몽골고원에서 흥기하여 명의 북방을 위협하던 시기로, 차츰 높아지던 명과 오이라트의 갈등이 "토목의 변"으로 표출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1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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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장단풍은 원말 명초의 격동기에 주원장과 강남의 패권을 다투던 장사성의 후손으로, 그의 가문은 장사성이 패망한 이후 몽골고원으로 달아나 오이라트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었다. 오이라트와 명 사이에 전운이 짙어지면서, 주인공의 부친인 좌승상 장종주는 이 틈을 이용하여 명을 멸망시켜 선조의 원한을 풀고 천하를 손에 넣고자 중원으로 남하하고, 오이라트도 장씨 가문의 원한을 명과의 전쟁에 이용할 속셈으로 그를 지원하고 있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운뢰는 명의 문신 운정의 손녀였다. 운정은 오이라트에 외교사절로 파견되었다가 억류, 20년 동안이나 양치기로 강제노역을 해야 했던 탓에 운뢰는 몽골고원 출생했다. 당시 장종주가 오이라트의 조정에서 운정을 억류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였던 탓에 장단풍과는 태어나기 전부터 가문의 원수가 되었다(…)
운뢰는 할아버지 운정, 아버지 운징, 오빠 운중 등 일가와 함께 중원의 무림인들의 도움을 받아 명으로 탈출하지만, 중간에 아버지 운징은 추격해온 오이라트 군에 의해 끔살당하고,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운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황제의 사약이었다. 20여년 포로생활 끝에도 굴하지 않은 충신으로 칭송받기는 커녕 영문도 모르고 사약을 받은 운정은 장씨 가문을 저주하며 목숨을 끊었고, 운뢰와 운중은 다행히도 당시 탈출을 돕던 당대의 무공 천하제일 현기일사의 제자들이 각자 데려가서 키우게 된다.
성인으로 자라난 운뢰는 헤어진 오빠 운중도 찾고, 또 가문의 원수도 갚기 위해 강호에 처음 나왔다가 산서성에서 중원으로 내려온 장단풍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물론 가문의 원수인 줄은 모르는 상태로. 처음에는 정신나간 듯한 장단풍의 언행을 불쾌하게 생각도 했지만, 곧 그가 문무를 겸비하고 잘생긴데다가 돈도 펑펑쓰고 의협심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장단풍이 중원에 온 목적은 아직도 중원 무림 곳곳에 남아 있는 장사성의 옛 부하들을 규합하고, 더불어 장사성이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강남에 몰래 숨겨둔 막대한 금은보화 및 중원의 지세를 상세하게 기록한 군사지도를 찾는 것이었으니… 그를 오이라트의 첩자로 단정지은 산서성의 무림인들은 곧 장단풍을 추격하기 시작하고, 운뢰는 장단풍이 가문의 원수라는 사실을 알고 망연해했다.
어쨋거나 운뢰와 헤어진 장단풍은 무림인들의 추격을 따돌린 후 수도에 들러 황제를 한번 농락하기도 하고, 무관으로 재직중이던 손위 처남 운뢰의 오빠 운중의 무과 장원 급제를 암암리에 도와주기도 하는 등(…) 기행을 벌이고 자신의 원래 목적대로 숨겨진 보물과 지도를 찾아 강남으로 향했다. 그러나 장단풍이 보물과 지도를 손에 넣을 무렵 명과 오이라트는 결국 결전에 돌입하게 되었고, 장단풍은 오이라트를 도와 명을 무너트릴 것인지, 아니면 가문의 원수를 뒤로 하고 명을 도와 오이라트를 쫓아낼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는 입장에 놓이는데… 독자의 흥미를 위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후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두 남녀가 사랑싸움 끝에 가문의 원한도 풀고(…) 나라도 망국의 위기에서 구하고(…) 둘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2 특징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작품의 주된 갈등은 두 주인공 장단풍과 운뢰의 내면에서,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장단풍은 명나라의 주씨 천자를 멸망시켜 가문의 원한을 풀어야 하는 짐을 지고 있으나, 또한 협객으로서 중원의 백성들이 전란으로 고통받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운뢰의 경우 역시 마음속으로 장단풍을 사모하고 있지만 할아버지가 죽어가면서 장단풍의 가문을 저주하였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가문이라는 짐이 이들의 솔직한 사상이나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이들은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는 사이이다. 즉 무협판 로미오와 줄리엣. 때문에 스토리상 적대자(Antagonist)라 할만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인물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쪼다 정통제와 천하의 개쌍놈 왕진이 있지만 그냥 이놈들은 존재 자체가 민폐일 뿐 주인공의 적대자는 아니다.
게다가 남녀관계 면에서도 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네 둘이서만 좋아한다. 위소보가 보면 깜짝 놀라 까무라칠 이야기이고, 절친한 친구이자 희대의 라이벌인 김용에 비해 연애묘사가 단순한 편인 양우생의 작품 가운데에도 이 정도로 긴장감 없는 커플은 전무후무할 정도.
반면 주인공 커플의 무공은 이야기 시작부터 워낙 출중한 수준이라 마땅히 상대할만한 적수가 없다. 사실 두 사람의 사조(師祖)인 현기일사가 정파 최고수로 공인받는 인물인데다, 장단풍이 배운 원원검법과 운뢰가 배운 현기검법은 와룡과 봉추 같아서 한 주인에게 귀의하면 반드시 화를 불러일으킨다며 따로 전한 비법인데, 실은 두 검법은 그 자체로도 뛰어나지만 두 사람이 협공을 펼치면 서로 허점을 보완해주는 상생의 묘가 숨어 있어서 쌍검이 합벽하면 천하무적이라는 비밀이 있었다.
더구나 장단풍은 현기일사가 이 쌍검합벽을 창안해가며 꺾어버리려 했던 라이벌이자 녹림의 제일고수 상관천야의 마음에 들어 그의 비법을 배우게 되고, 전대의 기인 팽형옥의 비급마저 얻어서 차세대 천하제일인의 기틀을 닦는다.[1]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반영하였다는 점에서는 양우생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으로, 어지간한 역사소설들도 버로우시킬 정도이다. 또한 무거운 역사적 사실 가운데에서도 매몰되기 쉬운 주인공의 감정과 내면의 갈등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양우생 본인이 꼽은 자신의 대표작의 당당한 첫 번째.
3 관련 항목
- ↑ 명황성 2부에서는 세대가 바뀌어 장단풍의 제자 우승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때 이미 장단풍은 자타공인 천하제일인 검객의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