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소보

韋小寶

1 소개

김용의 소설 녹정기의 주인공. 지략가적 반청운동가이자 기회주의자형 친청파. 만약 실제인물이었다면 훗날 어떠한 평가를 받았을지 진지하게 궁금해지는 캐릭터.

양주 여춘원의 창기 위춘방의 아들. 아버지가 누군지는 모른다. 이게, 단순히 설정만이 아니라 이야기 마지막에 위소보가 자기 핏줄에 대해 묻자 위춘방은 "확실한 건 흑인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용 선생의 이전 작품에서 흔히 보이던 '중화사상'이 천룡팔부와 이 작품에 이르러 '사해동포'로 승화되었다고 평한다[1].

강희제와 친구를 먹고 청나라 관직도 받은 주제에, 반청복명 단체인 천지회 간부로 양다리를 걸친다. 역적질 보통 무협소설의 주인공과 달리 무공이 약한 편이라서 사건이 일어나면 순 야바위로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다. 비슷한 인물로 죠셉 죠스타가 있다. 거짓말에 있어 가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며 무력은 쥐털도 없으나 각종 사기와 협잡으로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것과, 그러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주인공 바우돌리노와 매우 유사하기도 하다.[2]다만 끝은 정반대다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강호경험은 물론 무공도 월등히 뛰어난 군웅들을 오직 잔머리 하나만 가지고 여러차례 물먹인다. 이를 통해 머리가 무공을 능가한다는 법칙을 다시 한번 일깨우면서 동시에 이 등장하면 무공이 상대해낼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위소보말고 김용소설에서 잔재주와 머리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대표적인 인물이 사조영웅전황용인데, 제멋대로 성격에 거짓말과 말싸움에 능하고, 더러운 저잣거리에서 살아가는데 도가 튼 면면모 등등 두 사람의 인성과 행보가 여러모로 닮았다. 위소보는 황용으로부터 무공을 빼고 성별을 바꾼 것성전환과 같은 모습니다. 김용 소설 독자들 사이에서는 황용과 위소보가 서로 말다툼이 벌어지면 누가 이길 것인지 내기하기도 한다.

2 활약

2.1 소인배

스물도 안된 나이에 이미 주사위 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야바위기술을 익히고 있으며, 필살기는 술에 몽혼약 타기임신공격. 덤으로 꽤나 비열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시작부터 적을 상대할 때 석회가루를 눈에 뿌리는 짓을 서슴치 않는다.(...) 양주에서 염효[3]들이 쓰는 것을 보고 따라한 것으로, 모십팔이 강호에서 그런 짓을 하는건 개망신이라고 무지 혼내지만 위기에 처할 때 마다 서슴없이 석회술을 써서 탈출한다(...)

황실에 들어가서는 상선방의 음식을 훔쳐먹다가 강희제(소현자)를 만나고 내시로 착각해서 서로 싸우면서 우정을 키워간다.황제가 고자라니 강희제는 당시에 자기한테 진심으로 덤비는 사람이 없어서 심심해하던 차에 진심으로 덤벼오면서 자기보다는 약한 위소보를 좋아해서 친구가 되기로 하였다. 후에 사십이장경을 훔치러 들어왔다가 오배가 강희제를 위협하는 걸 도와주는 것으로 완벽하게 강희제와의 끈을 이었다. 게다가 황제가 남들이 보지 않으면 친구라면서 전과 같이 대하라고 하자 바로 반말을 하기도 한다. 이거 까딱하면 구족이 날아갈 죄다. 그런데 어짜피 아비가 누군지 모르니 끽해야 육족이 날아갈 뿐 / 대신 마누라가 일곱이잖아? 이십 사족이 날아갈 텐데? 괜찮아 그 이십 사족에 황제도 포함된다.

영웅담을 듣고[4] 자라서 그런지 영웅이나 대협을 동경한다. 그러나 사람됨이 경박하고 게을러서 영웅이나 대협과는 먼 부류다. 의리 빼면 시체란 점을 제외하면 그냥 소인배다. 황제에게 올려서 나라를 위해 써야하는 오배의 재산에서 이(二)자 하나를 빼고 100만냥을 바치고 남은 돈을 의형제 맺은 색액도와 함께 착복삥땅하기도 했다. 덤으로 이 버릇은 끝까지 이어져서 뇌물하면 위소보가 될 정도다.

해대부가 말하길 매 앞에는 장사가 없으므로 자신이 엄하게 잘 가르치면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머리는 좋다. 작중 묘사되는 모습들을 보면 기억력이 좋고 임기응변에도 뛰어난 등 머리가 상당히 잘 굴러간다. 아마 IQ도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런데 애당초 뭔가를 열심히 배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하는 행동을 보면 이건 뭐...답이 없다.(...) 오늘날 개초딩 양판소 주인공의 원조라 할수 있을까.

오호단문도법의 모십팔이나, 공동파의 고수 해대부, 천지회주 진근남, 소림사 방장 회총과 반야당 징관, 신룡교주, 철검문의 구난 등 엄청난 절세고수와 인연이 많았지만 게을러서 뭐 하나 배운 게 없다. 가끔 여자 따먹으려고 익히는 시늉은 하지만.(...)
정식으로 사부로 삼은 진근남에겐 비급까지 받았지만 얌전히 가부좌를 틀고[5] 수련할 근성조차 없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위소보가 "존경"하는 인물이 진근남이었기에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해보려곤 했다.천성이 그래서 결국 실패했지만.

그나마 구난에게 열심히 무공을 배우지만, 진지하게 무공을 배울 재목이 아님을 간파한 구난이 어디 가서 맞아죽지나 말라고 당대 최고의 경공 신행백변을 전수했다. 다행스럽게 이것만은 상성이 잘 맞았는지 경공만은 수준급이 되었다. 혹시 위일소의 자손이라서 그런건가??!! 자그마치 초절정 고수인 신룡교 홍교주나 일검무혈 풍석범에게 잡히지 않을 수 있었던 수준. 물론 홍교주나 풍석범은 당시 나름대로 핸디캡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과 동등한 수준이라 볼 수는 없지만 대단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이래저래 하는 짓이 하도 비겁하고 강간,NTR,난교 등을 해서 기존 무협에 익숙한 독자에게 적지 않게 까인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냥 머리 잘 돌아가는 소인배에 불과하다.'

2.2 영웅

하지만 과정은 어떻게 됐건 결과만 보면 어린 나이에 강희제를 도와 대청제국을 탄탄히 하였으며 서장의 고수 여럿을 죽이고 신룡교도 패망시킨 대단한 위인이다. 거기다 여인들과 플래그 꽂는 솜씨는 절륜할 지경(...)

게다가 용기가 엄청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잘 돌아가는 머리와 입이 안움직인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무공이 없는 일반인이 무림고수를 상대로 단지 방검복 수준의 조끼 하나 입은 것을 가지고 정면승부를 몇 번이나 걸 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확실하게 대단한 놈이다.

덤으로 배포도 크다.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호탕하게 봐주는 경향이 있어서 해당 인물이 역적으로 취급되는 오삼계의 부하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없이 사귀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제대로 된 사람의 경우 엄청난 감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나중에 큰 일을 할 때 그 사람이 아군으로 붙거나 큰 도움을 주는 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또한, 매우 놀랍게도 정직같은 도덕과는 거리가 먼 안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일자무식인 주제에 자신이 간신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황제를 돕기 위해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실천하는 괴이한 모습을 보인다. 나라를 아끼는 간신 예를 들자면 간신배인 자신이 군대를 사열하면 가장 능력있고 정직한 자가 반항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나중에 장수가 필요할 때 그 사람을 불러다가 등용시킨다든지, 황하에 홍수가 일어나서 황제가 백성들을 도울 돈이 부족할 때 선뜻 고액의 돈을 주저하지 않고 바친다든지, 평소 다른 사람의 글에서 반역의 말을 잡아내서 상대방을 모함하는 종자를 실각시키기 위해 그와 적대관계에 있는 청렴한 선비들에게 계책을 언급해서 그 종자를 그가 한 방법대로 매장해버린다든지 하는 활약을 보여준다.

글을 배운 적도 없고 병법도 익힌 적도 없지만,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나 경극에서 본 계책을 응용해서 군대를 이끌고 나가 러시아와 전투에서 승리하고 후에는 국경협상조약(네르친스크 조약)도 위소보의 야바위급 허풍[6] 덕분에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하게 된다. 운빨쩐다.

그리고 의리에 대해서는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는 습성이 있다. 당장 황제의 명을 거역하거나 황제를 속이면 곱게 죽여주는 것이 엄청난 은사가 될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군망상이라는 중죄를 몇 번이나 저질렀다고 언급할 정도로 목숨을 걸고 친구를 도와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시랑이 자신은 감히 황제를 속일 수 없다고 하자 위소보는 자기도 몇번 기군망상의 죄를 저질러 봤지만 욕하고 야단을 칠 뿐 별일없었다며 은근슬쩍 권해보기도 했다.......시랑은 당연히 자신은 그만한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기에 상상도 못한다며 발을 뺌) 당장 황제의 명을 거역하면서 천지회 영수였던 사부의 복수를 쪼잔하게(...) 해대고 모십팔을 구해주는 것만 봐도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비록 악인이거나 자신과 대립했던 사람이라도 일단 결의를 한 다음에는 그 사람이 다시 자기를 공격하지 않는 한 건드리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사람의 이익을 도와주기까지 한다. 또한 여러 사람들과 두루 친하여 그들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반쯤은 마음속에 따로 품은 속셈 탓이었지만 나머지 반쯤은 정말로 친구에 대한 의리 차원에서 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위소보의 의리있음은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심지어 황제마저도 네놈에게는 충성심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감히 황제인 나를 자신의 친구로 생각하므로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기에 역모죄를 사해준다고 할 지경이니

종합하자면, 행동거지가 똑바르다면 충분히 어디서나 영웅대접받고 살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나중에는 천지회의 명사들로부터 황제추대를 받을 지경이었다.

3 결말

강희에게서는 천지회를 없애라는 명령을 받고, 천지회 형제들에게서는 황제를 죽이라느니, 아예 황제가 되라느니 시달렸다. 구체적으로는 황제의 명령을 안들으면 목이 날아가고, 천지회에서는 자기 눈을 찌르며 위소보가 아무 행동도 안한다면 위소보의 눈을 빼앗겠다고 자해공갈 했다. 강희와 천지회에 양쪽 모두에게 우정과 의리가 있었는데다 황제노릇 하면서 고생하는 강희를 보며 황제는 할게 못된다고 생각했기에 고민 끝에 마지막에는 마누라 전원과 함께 죽었다고 위장한채 고향인 양주로 돌아간 후 어머니와 합류해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으로 몰래 가버린다. 강희는 위소보가 쉽게 죽을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여러번 사람을 보내 몰래 찾게 했으나 결국 못 찾았다.

4 평가

김용작가 왈, "의리는 있다만 닮으면 안되는 부분이 많은 주인공"

그러나 어쨌거나 인생의 승리자. 결론은 부자이며 미녀로 하렘을 만들었고,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도와주었으며, 성공적으로 위험한 곳에서 발을 빼서 은거하였으니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것으로 끝났다.

전형적인 에로게주인공, 그것도 누키계

5 매체에서의 등장

지금은 폐국되고 없어진 홍콩 CTV에서 제작한 녹정기 드라마판에는 여성 배우인 문설아(文雪兒)가 위소보역을 맡았다.

TVB의 1984년 버전의 녹정기가 가장 유명하고, 캐스팅도 화려한데, 양조위가 위소보를, 유덕화가 강희제 역할을 맡았고, 장국영이 주제곡을 불렀다.

1992년작 극장판에서 주성치가 이 배역을 맡았다.(참고로 오맹달이 해대부(...)

주성치가 맡은 위소보는 영화 자체가 꽤 수위를 낮춘 코미디라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은 인간성의 바보 개그 캐릭터로 나오는데, 임정덕이 그린 만화판의 위소보는 보고 있으면 진지하게 "'허... 이 색희는 대체 뭐하는 색희야?"하게 만드는 막장성을 자랑한다. 근데 그게 원작과 별다를 게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1. 엄밀히 말한다면, 위춘방이 말한 위소보의 아버지 후보는 죄다 현대 중국의 민족구성원들이고, 그 외 인종에 대해서는 사람같지 않아서 같이 자지도 않았다고 한다(...) 고로 '대한족주의'이 '중화사상'으로 승화되었지만 '사해동포'에는 치지는 않다고 보는 것에 가까울지도?
  2. 평민 출신이지만 황제와 허물없는 관계가 된다는 것도
  3. 鹽梟. 사적으로 소금을 암매매하는 무리들로, 대부분 무장을 하고 다녔다한다. 당연히 당시에는 불법이었다. 고대엔 소금이 귀했기 때문에 염법을 만들어서 청대 내내 소금을 국가가 담당했다.
  4. 까막눈이라 읽지 못하니까. 제 이름 석자 가운데 간신히 소(小)자만 그릴(...) 정도
  5. 해당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생각보다 어려운 자세다.
  6. 중국사람들은 모두 혈도를 짚어 몸을 마비시키는 마술을 쓴다고 믿게하고는 국경조약을 일부러 지체시킨 뒤 그 틈을 타서 모스크바로 쳐들어가겠다고 몰래 말을 흘린다. 러시아측 관리는 그걸 듣고 빨리 조약을 체결하고 돌아가야겠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