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소설의 클리셰

1 개요

고전 소설 속의 클리셰들을 모으는 문서.

2 본문

  • 간신배의 모함, 그리고 복수
영웅 소설류에서 등장하는 클리셰. 주인공의 가족은 어떤 간신의 음해를 그대로 믿은 임금의 명령으로 인해 귀양을 가거나 쫒기는 몸이 된다. 은둔 생활을 하면서 장성한 후에 마침내 그 간신배를 처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유충렬전에서 간신배 정한담에 의해 충신 유심과 그의 아들인 유충렬의 장인어른이자 역시 충신인 강희주가 귀양을 간 경우가 있다. 이건 21세기 한국 사극에서도 여전하다
한국 고전소설의 불문율. 주인공은 반드시 행복한 결말을 맞아야만 하며, 나쁜 일을 저지른 자는 높은 확률로 벌을 받는다. 만일 주인공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을 경우, 그 원수는 반드시 벌을 받거나 사망한다.
이는 당대 한국의 사고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선 말기까지, 어떤 사람의 원혼이 만들어지고 그 억울함을 달래주지 못하면 그것이 가공의 인물이라도 독자들의 후대에 해를 끼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믿기 힘들다면, 동지 팥죽 설화에서 말썽꾸러기가 죽어 천연두를 옮기는 귀신이 되었다는 일화를 생각하면 된다.[1]
이 클리셰는 작자 미상인 작품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으며, 유학자가 쓴 소설들의 대부분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2] 작자 미상 작품들의 경우 운영전이나 강도몽유록에서 깨졌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지켜졌다.
  • 배경설정은 중국
중국이 킹왕짱을 먹던 시대이니 만큼 배경설정으로는 중국이 매우 인기있다. '조선의 XX'보다는 '천하의 XX'가 스케일이 훨씬 크고 독자에게 인상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경을 조선으로 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배경설정을 중국으로 잡고 조선을 돌려까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럴 위험이 전혀 없는 작품에서마저 중국 배경이 넘치는 것을 보면, 역시나 당대인에게는 중국이 간지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 한국, 일본 판타지에서 중세유럽 배경이 많은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 늑혼(勒婚)
이미 유부남이거나 혼약이 있는 남성을 강제로 부마로 들이는 이른바 강제 혼인. 혼사장애 모티브의 하나로, 보통은 이렇게 늑혼으로 들어오는 공주는 대개 자신이 먼저 남성을 보고 사랑에 빠져 위세를 이용해 강제로 부인이 되려는 경우인데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이런 여성은 음탕한 악녀로 처리된다. 구운몽난양공주도 늑혼 사례이나 이 경우는 전개에 따라 정부인인 정경패의 자리를 뺏지 않는 선에서 끝나면서 전형성을 가지지 않았다.
어느 작품의 경우 당대의 독자가 평한 내용에서 2부인인 공주가 존재감이 없는 1부인보다 훌륭한 인물로 나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하는 내용까지 있을 정도로 위계서열이 앞서던 시대였으니 정부인을 몰아내는 인물이 악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개념이었다.
  • 앵혈(鶯血)
꾀꼬리 피, 현대에 나온다면 히트칠 듯한 상품으로, 그 효과는 처녀 감별. 실제론 당연히 없지만, 보통 명문가의 여자라면 어릴 적부터 팔목 쪽에 앵혈을 찍어 발라놓는데 이게 처녀성을 잃으면 색이 변하거나 지워진다는 설정이다. 특이한 설정 같지만 여러 작품에 광범위하게 등장한다. 또한 늑혼으로 첩으로 들어온 공주가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해 정부인을 음해하는 등의 온갖 악행을 일삼다가 끝내 죽었는데 앵혈이 빨갛게 남아있더라는 눈물나는당대 작자의 의도는 비웃음이겠지만서도묘사도 나온다. 현몽쌍룡기 같은 작품에서는 남성 등장인물이 실수로 팔에 앵혈을 찍히게 되어(..) 그 앵혈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기생을 만나며 사고를 치고 다니기도 한다.
  • 적강(謫降) 모티브
영웅 등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높은 확률로 등장하는 클리셰. 적강은 '하늘에서 내려옴'을 뜻한다. 대개 '나는 천상의 사람이니, 천상에서 벌을 받아 인간계로 추방되었으니, 부디 그대가 나를 맡아 달라'는 식. 이는 주인공이 '특별한 존재'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들어간다. 천상에서 벌을 받는 이유는, 매우 높은 확률로 별것도 아닌 이유이다(...) 고전소설의 특성상 주인공이 정말로 천하의 개쌍놈짓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 주인공이 영웅이 아닌데도 적강 모티브를 집어넣은 경우가 있다. 좀 우스운 예로, 수필[3]관동별곡에서 작가인 정철이 자기한테 이 모티프를 적용시킨 중2병스러운 경우도 있다(...)
  • 방자형 인물
양반에게 츳코미를 거는 하인을 말한다. 춘향전의 방자나 봉산탈춤 양반춤의 말뜩이가 대표적인 예.
  1. 덕택에 양산백전의 원래 버전인 축양설화에서 남주인 양산백과 여주인 축영대가 죽고난 다음에 나비가 되어서 사랑을 맺는다는 것으로 끝을 맺었는데 조선에서 소설화되면서 양산백과 축영대가 부활한 다음에 장원급제하고 북방오랑캐를 물리쳐서 대박을 낸데다가 그 아들딸도 출세를 한다는 거창한(...) 뒷 이야기가 붙여졌다.
  2. 대표적인 예: 양반전, 호질, 금오신화.
  3. 가사문학으로 시 아니냐고 하겠지만 내용상으로는 관동팔경을 관광 유람하면서의 감상을 적은 수필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