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웨스터가드/캐릭터성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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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왕자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놈이다. 사실 디즈니 역사에서도 손꼽는, 이 녀석이 사실은 나쁜 녀석이었어 전개다. 아주 흔하고 전형적인 '주인공이 첫눈에 반한 왕자와 결혼'이라는 구도가 나오지만, 이 작품에서는 언니인 엘사부터 그런 신중하지 못한 선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하게 나온다. 시종일관 친절하고 로맨틱한 왕자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연극에다가 속은 무척이나 시커먼 악당이라는 반전이 있다. 사실 디즈니가 옛날에 내놓은 작품에서도,나름대로 속이 검은 캐릭터가 나왔다. 그래도 그들은 대부분이 작중 인물들만 속일 뿐이지 시청자들에게는 악역송 등으로 제 속셈을 다 내보이는 장면이 하나쯤은 나왔다. 이런 식으로 여주인공과 달달한 러브송까지 부르던 사람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뒤통수를 치는 일은 매우 드문 사례다.

작품 중반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안나크리스토프의 모험에서 크리스토프가 진 주인공으로 격상되고, 그에 반해 한스가 페이크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것 정도까지는 예상한 관객들도 많았다. 엘사와는 접점이 전혀 없으며, 약혼하려 한 안나는 크리스토프와 잘 되어가기 때문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 첫 만남 이후로 쭉 보지 못했다가 갑자기 진정한 사랑의 키스랍시고 한스의 입맞춤을 받고 안나가 살아났다면 전개상 어색한 것 또한 작용했다. 하지만 한스는 페이크 주인공들이 그렇듯 키스 직전 주저하면서 "미안하다, 못 하겠다" 하거나 설사 한다 치더라도 살아나지 못하고 "역시 나는 아닌가 보다" 정도로 끝낼 것이라는 관중들의 예상을 깨고, 악역임을 드러내며 안나를 죽게 내버려둔다. 이에 놀란 관객들도 적지 않은 모양. 그래서 서양에서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악당이라는 이유로 미녀와 야수에서 나온 개스톤과 함께 현실적이어서 무서운 디즈니 악당 투톱으로 떠올랐다. 지금껏 누가 봐도 악역임을 어필하던 디즈니 악역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몰라도 겉으로는 착한 사람처럼 연극하는 처세술을 보여줬다. 게다가 화술이나 모략도 뛰어나다. 그래서 안나에게 진심을 말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한스의 진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능력도 매우 많은 캐릭터며. 한스가 나오는 티저 영상에서도 검술 실력을 뽐내고 있다. 칼집에 칼을 한 번에 못 넣는 걸 본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다. 다수의 병사들이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한 마시멜로를 일격에 다리를 잘라 제압하는 무력을 선보였는데, 원래 안나와 칼 싸움 씬 콘티가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상당한 실력자로 설정된 듯하다. 근데 콘티를 보면 안나가 한스를 이긴다? 또한 위즐턴의 병사가 쏘려던 석궁의 조준을 샹들리에로 정확히 틀어버렸는데, 현실적으로는 자기가 쏘는 것도 아니고 남이 쏘려던 걸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조준하게 하는 것을 한 번에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2 겨울왕국의 주 내용

겨울왕국의 주 내용은 '진정한 사랑'에 있는데, 주제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인지 주요 캐릭터 네 명이 모두가 사랑의 결핍을 보여준다. 엘사는 사랑을 주지만 받지는 못한 캐릭터고, 안나는 사랑을 받지만 주지는 못하는 캐릭터이며 크리스토프는 사회에서 괴리된 존재, '자연의 법칙에서 어긋난'[1] 인물로 애정 결핍이 엿보이는 캐릭터이다. 한스도 이와 마찬가지로 위의 12명의 형에 눌려 사랑을 받지 못한 캐릭터.

한스는 비극적인 인물이죠. 사랑 없이 자란 결과물이니까요.

- 제니퍼 리 감독

이처럼 한스의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야깃거리가 많다. 디즈니 스스로 클리셰를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만들어낸 아주 훌륭한 악당상이라 평할 수 있다. 첫째로 이전의 디즈니의 악당들이 모두 시련받는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쉽도록 척 봐도 악당인 '밉상'이었던 데 반해 상당한 호감형 얼굴을 지닌 한스는, 아름다운 것이 선이 아니고 추한 것이 악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게 보여준다.

둘째로 안나가 기존의 공주들과 똑같은 선택을 했다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첫눈에 반하는 마법 같은 사랑도 물론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랑도 아주 많을 텐데, 디즈니는 과하게 전자만을 보여준 경향이 있었다. 물론 메인 플롯의 진행과 여러가지 제작상의 합당한 이유로 인한 결과지만, 겨울왕국에서는 한스를 통해 드디어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진정한 사랑은 대부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법이라, 피끓는 이팔청춘이 잠시 멈추고 한 번 천천히 생각해보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떤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잘 캐치한 것으로 평할 수 있다.

3 한스와 골룸의 비교

한스는 이 영화의 서막과 끝을 책임진다. 결혼 때문에 엘사와 안나 사이를 갈라놓고, 엘사 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놨다. 이게 겨울왕국 서막(얼어붙은 아렌델)이다. 자기도 모르게 엘사가 안나를 죽이려는 상황도 이끌었다. 여기서 심장이 얼었던 안나가 자기 몸을 바쳐서(진정한 사랑) 되살아났다. 엘사도 자기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스리면서, 아렌델에서 여름이 되돌아왔다. 이렇게 모든 줄거리가 끝난다. 만일 마시멜로가 한스를 죽였으면, 아렌델은 영원히 얼어붙었다. 한스가 아렌델에 그림자도 안 드리웠으면, 엘사는 대관식을 치르고 은둔형 외톨이로 평생을 보냈다. 자기 능력까지도 철두철미하게 숨기면서까지. 악당이면서 영화의 서막을 열고, 일을 푸는 열쇠까지도 제공했으며,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본인은 배신자다운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 요약하자면, 한스라는 캐릭터는 겨울왕국에 있어서 일종의 필요악이었던 셈. 이것은 반지를 부숴서 중간세계를 구한 반지의 제왕 등장인물인 골룸과 비슷하다. [2] 여기서 골룸과 한스를 가르는 점이 있다. 모든 인물이 골룸을 불신했지만, 겨울 왕국 인물들을 한스를 아주 제대로 믿었다. 그가 추악한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1. 트롤의 노래, 'Fixer upper'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2. 간달프가 프로도의 조언을 들어, 골룸을 죽였다면 중간계는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