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효살

풍종호의 무협소설 『지존록(至尊錄)』에 등장하는 총 육십사 명으로 이루어진 한 무리이며, 서로 간에 심령이 통일되어 있어서 육십사흑효살(六十四黑爻殺)이라 한다. 본래 그들 개개인은 지존부(至尊府) 내에서는 밑바닥에 가까운 약자들이었다. 그래서 항상 주변에 넘쳐나는 강자들을 회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항상 과거 지존마(至尊魔)가 그어놓은 안전권 안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이들을 격발시키는 촉매제가 되었고, 강해지기 위해서 뭉쳐서 제혼마관(制魂魔關)을 돌파하였다.

제혼마인은 혼주를 따로 두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들 한 덩어리가 스스로 혼주가 되는 방식으로 결정하였고, 이는 강자가 되기 위한 피치 못한 선택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지존부 내에서 강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계속하여 제혼마인으로써 존재하기 위해서는 천마혈기(天魔血氣)가 절대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천마혈기가 없어진다면 그들의 힘도 사라지는 것이다.[1]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남은 길은 천마혈기를 능가하는 효능을 가진 마혈(魔血)을 전수받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도 쌍로(雙老)의 인도로 무상인마(無上人魔), 백수선(白水仙)과 함께 풍현을 찾아온다.[2]

풍현과의 싸움에서 그를 죽여 마혈을 취하고자 심의상통(心意相通)의 사망육합팔문진(死亡六合八門陣)에 백수선과 연합전선까지 펴지만, 결코 풍현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저 황천령(皇天靈)에 부서지고 섬열분뢰조(殲裂奔雷爪)에 휩쓸려 잘게 분쇄되어 사라졌을 뿐이다.
  1. 흑효살의 특수한 경우로 보인다. 무상인마는 천마혈기의 효능을 지존마가 공평히 지존부에 베풀은 것이라 말한다. 지존부를 감싸고 있는 천마혈기가 없어진다 한들 무상인마나 백수선에게는 힘이 사라진다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즉, 흑효살에게만은 이 천마혈기가 필수적인 것이다.
  2. 부차적으로 무상인마가 그들의 정체를 눈치채고 따라 나오지 않는다면 지존부 안에 소문을 내겠다는 협박도 영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