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쟁 생산력 논쟁

1년 전쟁 당시 지구연방지온공국의 생산력이 어느 쪽이 더 높았는지에 대한 건덕후들의 토론. 기본적으로는 건담 역사상 가장 설정이 개판이기로 명성(?)이 높은 1년전쟁 설정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주로 연방군과 지온군 어느 쪽이 생산력에서 우위였는가를 가리는 논쟁인데, 이에 대해서 연방군과 지온군의 팬이 갈려 싸우기 딱 좋은 자리가 마련 된 셈이다. 한마디로 지온군은 생산력 때문에 진거거든? 과 아니, 연방군이 유능해서 생산력이 낮은데도 이긴거거든? 의 싸움. 결정적으로 이 항목은 지온군의 패전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지온군의 패전원인에 생산력이 추가되었고 생산력이 아니라고 반박이 달렸고 달리고 달리다 새로운 항목이 생기고 항목은 나날이 늘어만가고 이게 계속 되다보니 무한루프(...)

이런 문제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건담은 여러가지 수 많은 방면에서 수 많은 출판사나 사람에 의해서 설정이 쓰여지고 고쳐졌다. 가장 중요한 부분마저도 쓴 사람마다 설정이 다르고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언뜻 1년 전쟁을 총망라한 1년 전쟁사가 국내에서도 발매되지 않았냐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해서 그 책의 내용의 전부가 인정되는 것도 아닌 모양.

1년전쟁 확대계획 등으로 외전이 하나 둘 쭉쭉 등장하면서 언급되는 상황이나 배경이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종 병기의 바리에이션이나 전장에 배치된 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하는데 이는 특히 짐이 그러하다. 심지어 08소대의 경우에는 설정 변경이 심하다 싶었는지 어떤 설정집에서는 실제의 이야기, 즉 정사가 아니라 로맨스 영화였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런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고 정사로 인정하는 설정집도 명백하게 있기 때문에 08 소대 전체가 없었던 이야기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정도 수준이라고만 알아두자. 그 외에도 수년전 토론 내용이 보관된 브라이트 건담 연구소의 구관을 돌다보면 애초에 퍼스트 건담 방영 당시에는 지온군의 콜로니 가스 학살같은 설정은 없었다고도 하는 등 의외로 나중에 갖다붙인 결정적인 설정이 많다.

어떤 설정을 두고 처음 제작진의 의도가 어찌되었던 모호하게 넘기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GM과 같은 MS의 생산댓수가 그러하다. 물론 설정집에서 확실하게 잡고 넘어가기도하지만 지금까지 절대적인 (?) 영향력을 지닌 설정집은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허술하게 해야 새로운 바리에이션의 MS로 건프라를 찍어내고 외전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이다. [1]

결정적인 것은 3배 빠른 샤아 아즈나블 항목에서 볼 수 있듯 건담이 등장 당시부터 현재의 리얼로봇의 분위기를 따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슈퍼로봇에 비하자면 건담이 현실성에 많은 노력을 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설정 구멍이나 해명하기 힘든 부분도 많다.

위에서 설명하다시피 1년 전쟁 설정 자체가 개판오분전이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만들어낸 설정이니[2] 실은 패래럴 월드를 두고 어느 쪽이 더 그럴싸한지 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건담의 설정은 어느 정도라고 딱 확정되기보다는 언제나 어느 정도 여백, 혹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편인데 예를 들어서 어떤 병기의 생산량이 딱 정해지지 않거나 하는 것이 그렇다. 그로 인해서 다음 외전을 찍어낼 때 생판 처음보는 형태의 녀석이 나와서 판매할 완구의 종류를 늘리더라도 설정에 무리가 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러고도 이미 충분히 무리가 가고 있지만.

물론 여기에 나온 말이 다 옳아서 무조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브라이트 건담 연구소의 포럼 규칙의 연구소의 성격 항목에는 아예 건담연구소는 우주세기 건담의 설정을 토론하는 곳입니다공식설정과 반하더라도, 가장 합리적인 설명을 중시합니다가 있다. 그렇다고 연구소에서도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이 합리화되지는 못하는 것을 보면 실은 그 공식설정이란 것의 지위도 녹녹치 못한게 이 바닥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공식설정집이라고 해도 종류도 많고 다양해서 전략전술대도감쪽인지[3] MSV인지 1년전쟁사인지 건담 오피셜즈인지 등에 따라 갈린다.

사실 싸움의 핀트도 미묘한데, 생산력이란 것과 실제의 부분적인 물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생산력인가, 국력인가 혹은 전체적인 머릿수인가 등 머리가 복잡해질 만한 요소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기억해두자. 건담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실은 그 설정 자체도 완벽한 것을 찾기가 드물지경이다. 설마 누군가가 수백년 후의 미래에 등장할 나라의 국력을 정확하게 재어서 설정을 만들었을까? 새로운 외전이 하나 나올 때마다 커다란 설정이 하나씩 바뀌는 건담이? 실제로 1년 전쟁이라고 해도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긴 교착상태 등으로 묘사되어 연표 등에서도 자료가 매우 적다. 근래에 이글루 중력전선에서 그런 점을 역으로 이용해 참신한 이야기로 다루긴 했어도 MS의 전투가 주 묘사가 되는 건담에서 MS간의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길게 다뤄줄 리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대부분의 논쟁은 기동전사 건담의 설정 관리가 잘못된 탓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러한 '로어(Lore)' 계통의 설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노하우가 없었고, 건담 역시 사업자나 저작권자 차원에서 이러한 작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그 탓으로 TV판에서 드러나는 설정과 그와 연관성이 깊은 실제 '설정 자료'에서 시작하여, 반다이 등 라이센스를 받은 회사에서 임의로 발표한 '설정 자료', 심지어 사실상 건담을 소재로 하여 동인설정을 만드는 것에 가까웠던 독자적인 프로젝트(건담 센츄리 등)까지 뒤섞여 있다.

이러한 자료들에 대하여 어떤 '정통성'을 부여할 만한 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논쟁이 끝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사실 이런게 돈이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적어도 이 정도 논쟁은 성의 있는 자료 정리가 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은 사실이고 '사람이 만든 것이라 오류가 생기는건 어쩔 수 없다.'는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4]

다만 '건담은 사람이 만든 것' 이라는 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사실'이 존재하고, 연구를 통해 그에 접근할 수 있는 실제 역사와는 달리 창작물인 건담의 설정에는 정합성있는 사실이 있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만든 것이니 실수도 있을 수 있지 않으냐'는 옹호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든 것이므로, 앞뒤가 안 맞는 상태로 그냥 출시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그리고 사실 많다는 것이 핵심. '공식 설정에 반하더라도 가장 합리적인 설명을 중시한다'는 브라이트 건담 연구소의 입장 역시, 창작물의 설정에 대해 따지면서 공식 설정을 '틀렸다' 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설정의 일관적인 정합성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었기에 사용한 궁여지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건담 시리즈의 제작자들이 건설덕들이 기대하는 만큼 자기 작품의 설정이 가지는 일관성이나 정합성에 신경을 썼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설정 모순에 괴로워하는 건덕후들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설정의 체계적 정리를 갈구하지만, 문제는 제작자측도 그걸 원할거라는 보장이 없다.(...) 처음부터 공식 설정을 제대로 정리하면서 관리해 나갔다면 물론 이런 문제가 크게 줄어들었겠으니, 꼭 그렇게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이건 과학적 방법에 의한 연구가 아니라 그냥 창작물이니까.(...) 건담 덕후들은 작품의 설정을 아주 중시하고 이를 통해 우주세기 건담 전반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역사를 완성하고 싶어하지만, 정작 제작자들이 그 욕구에 부응해주지 않는다면? 그럼 그냥 끝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토미노 요시유키보다는 인터뷰 등에서 좀 더 말이 많은 편인 동시대 작가 다나카 요시키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5]. 은영전에 대한 무수한 설정 논란이라거나, 설정 모순 문제에 대해서 다나카 요시키가 툭하면 하는 소리는 '그런건 생각 안하고 썼는데요'다.(...) 적지 않은 건덕후나 은영전 덕후들이 작품 내부의 설정 완결성을 중시하여 이를 역사와 비슷하게 해석하지만, 이런 독해 방법이 꼭 정답이나 독해의 주류인 것은 아니다. 연작 형태의 작품이라도 각 작품을 그냥 별개의 작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이 점에서, 설정 놀이를 재미있게 하는 건 좋지만... 답이 안 나오는 건 그냥 답이 없는거다. 괜히 싸우지 말고 재미있게 놀자.

어쨌거나 우주세기 건덕후들의 최대 논쟁중 하나. 한때는 현재의 글의 열배 이상의 가열찬 분량을 자랑하기도 했다. 본 문서의 과거 버전을 읽어 보면 각종 주장의 지지파들이 한 문서 내에서 반박, 재반박, 기타 의견 등을 내세우면서 문서 자체가 설정싸움판이 되어 있었다. 현재의 버전은 이러한 설정싸움을 모두 제거하고 논쟁이 왜 벌어지는가만을 남겨놓은 것이다. 물론 굳이 보고싶다면 문서의 역... 읍읍!
  1. 실제로 2009년부터 새로 만들어지는 MSV-R도 UC0090년이 배경이지만, 1년전쟁 당시의 공개되지 않았거나 소수, 또는 개발중이었기에 확인되지 않은 기체들을 조사한 자료라는 형식이다. 즉 1년전쟁 기체들을 또 늘리고 있는 것
  2. 그것도 적어도 수십에서 수백명의 사람이 잡지, 외전 등에서 수도 없다.
  3. 이 쪽은 사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게임 등에서는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모양.
  4. 실제로 최신 만화작품에서도 "당시 가용가능한 전 전력을 적의 최중요 거점에 쏟아부어 중추를 파괴하는 전략"을 썼다는 식으로 두루뭉실 넘어가고 있다. 즉 지상에서 오뎃사를 점령함으로서 주요 보급선을 잘라버린 후, 바로 우주로 전력을 집중시켜 솔로몬-> 아 바오아 쿠로 최단거리 공략을 함으로서 전체적인 생산량은 모자라도 국지적인 전력에서 앞섬으로서 전세를 우세로 이끌었다는 설명인데, 당연히 전체 생산량에 대한 설명 따윈 나오지 않는다. 넓게 잡아봐야 단기간에 지온측의 최중요 거점을 압도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배치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라는 정도. 게다가 이러한 설명은 생산량 논쟁보다는 이후 작품군 중 UC0100년경 까지의 주요 전투들이 대부분 주요 거점 위주로 진격하느라 토벌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지온 잔당군과의 싸움인 것을 보충하는 내용에 가깝기 때문에 앞으로도 1년전쟁의 정확한 생산력에 대해서는 설명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MSV-R이란 물건도 1년전쟁 당시의 미발견 기체들을 예토전생 발굴하는 것이 목적인 기획이니...
  5. 68운동 당시의 운동권 출신으로, 아동-청소년 팬이 많았던 당대의 '가벼운' 일본 SF에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배경을 부여하는 새 흐름을 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