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V

< DOS

1 개요

1990년 일본 IBM이 발표한 IBM PC 호환기종용 운영체제. 한마디로 일본어 버전 MS-DOS로, 정확히는 기존에 MS-DOS를 라이센싱하여 PC에 탑재하던 IBM DOS에다가 일본어 지원을 내장한 것이다. MS-DOS 4.0을 기반으로 만들어 PS/2 모델 55용으로 내놓았던 'IBM DOS 4.0J'에다 일본어 지원을 붙여 IBM DOS 4.0J/V라는 명칭으로 내놓은 것이 DOS/V의 기원이다. 1991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이 시스템을 정식으로 채용하여 MS-DOS 5.0/V가 나오면서 MS-DOS 라인으로도 DOS/V가 나왔다. 당초 IBM 내부에서는 '스라브이'(スラブイ)[1] 등으로 불렀고 DOS/V라는 명칭은 당시 일본의 PC 통신망이었던 NIFTY 등에서 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명칭이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2 상세

/V의 의미는 'VGA 전용 DOS'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다. 일본어 구현을 텍스트 모드가 아닌 그래픽 모드에서 VGA 그래픽 카드의 기능을 활용하여 화면에 그리는 방식으로 출력했기 때문.[2] DOS/V 지원 게임이 모두 VGA 전용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IBM의 인터뷰 자료 등을 보면 XGA 대응의 DOS/X라던지 모바일 단말용 CGA 대응의 DOS/C 등의 표현도 보였다고 하는데, IBM은 'DOS/V는 등록상표가 아니니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다'는 태도를 보여 DOS/V라는 표현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일본 IBM에서 DOS/V 개발을 주도했던 호리타 카즈후(堀田一芙)는 인터뷰에서 'V는 Variable 등으로 해석해달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당연히 나중에 갖다붙인 해석(...)이며 애초의 의미는 VGA의 V가 맞다.

한편으로 일본에서 'DOS/V'는 일본어 지원 MS-DOS라는 원래의 의미 외에도 의미가 확대되어 IBM PC 호환기종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본래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일본어 사용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NEC PC-9801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9801역시 운영체제로 MS-DOS를 9801용으로 포팅+일본어 로컬라이징해서 채용하고 있었다.[3] IBM PC 계열은 비슷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일본어 지원의 미비로 인해 보급이 비교적 저조한 편이었는데, DOS/V의 발매를 기점으로 PC의 보급률이 크게 올랐고 'DOS/V 머신' 같은 표현이 표현이 일반에 퍼지면서 'IBM PC 호환기=DOS/V' 라는 인식이 생긴 탓에 'DOS/V'라는 표현이 OS 자체를 넘어 그 OS를 굴리는 하드웨어까지 가리키게 되었다. 심지어는 MS-DOS를 사용하지 않게 된 오늘날에도 'DOS/V'라는 표현은 PC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살아있기 때문에[4] 일본쪽 웹페이지 등에서 'DOS용'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DOS를 OS로 사용했던 다른 기종들, 특히 보급율이 매우 높았던 PC-9801을 가리키며, IBM PC 호환기종을 가리킬때는 반드시 'DOS/V'라고 표기한다. 여담으로 일본에서는 'PC'라는 표현 역시 PC-9801, 혹은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전반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의 PC(IBM PC 호환기)를 가리킬 때는 'PC/AT'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5]

DOS/V의 출시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PC 호환기에서 일본어 사용 환경이 마련되자 IBM PC 호환기의 보급률도 차츰 늘어나 PC-9801의 독주를 위협하게 되었고[6] 기존의 9801을 주력으로 삼던 게임 개발사들도 차츰 DOS/V 이식판을 동시에 발매하는 것이 추세가 되었다. 하드웨어의 유사성 덕에 이식에 큰 어려움도 없었기 때문에 90년대 중반 무렵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병행 발매를 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가 되었는데, 여기에는 삼국지 시리즈, 동급생과 같은 히트작도 있었다. 이 덕에 DOS/V가 우리나라에까지 알려졌는데 본래라면 일본어 환경과 하등의 관련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DOS/V를 쓸 일이 없었겠으나 영문판 MS-DOS나 한글 DOS에서 DOS/V 게임을 실행시킬 경우 글자만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7] 실행 자체를 시킬 수 없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국내에서도 당시 일본 게임을 플레이할 때 DOS/V는 필수품이었다.

3 기타

90년대 중후반 무렵에 DOS/J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거추장스럽게 별도의 DOS/V로 컴퓨터를 시작할 필요없이 간단히 MS-DOS 상에서 DOSJ.COM이라는 파일 하나만 실행시켜 램상주 시켜두면 DOS/V 전용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실행하게 해주던 요술상자같던 프로그램. DOS/V는 일본어 입출력 부분의 추가적인 로딩 때문에 MS-DOS보다 부팅이 느렸던데다 익숙하지 않은 일본어 메시지도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소였기 때문에 기존의 익숙한 영문/한글 DOS를 사용하면서 DOS/V 게임을 할 수 있는 DOS/J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매우 각광받았다. 거기에 기본메모리 640KB의 제한이 걸려있던 상황에서 DOS/V를 직접 올리는 것보다 메모리도 적게 먹는 점은 더욱 DOS/J를 각광받게 한 요소.

  1. /(slash) V의 일본식 축약어
  2. 참고로 완성형 한글의 표준 지정 이후에 나온 대기업 PC용의 한글 DOS(MSHBIOS)나 도깨비 등의 한글출력 기능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원리. 다만 완성형조합형 등 한글 구현방식을 두고 많은 충돌이 있었던 한국에서는 DOS/V가 나올 무렵에는 프로그램마다 자체적으로 한글 입출력을 지원하는 게 기본이 되었다.
  3. 애초에 CPU가 같은 8086 계열이며 등장 초기부터 VGA급의 고해상도 그래픽 성능(640x400/16컬러)을 가지고 있어 자형이 복잡한 일본어와 한자 표현이 용이했다. 그 시절 PC는 CGA 저해상도 크리...
  4. Windows 머신이라는 표현도 사용하기는 한다. 9801용 윈도 있잖아 왜
  5. 일본에서는 IBM PC AT만을 가리키지 않고 x86 아키텍처 전반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6. 단, 실제로 역전하여 9801의 관뚜껑에 못을 박은 것은 Windows 95 발매 이후이다.
  7. DOS/V용 게임은 DOS/V에 내장된 일본어 입출력을 게임에서 그대로 호출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DOS/V가 아니면 글자가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