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

1 설명

2014년에 온라인 무료저널 "IJACT"[1] 에 제출되었으며, '훌륭함'(Excellent)이라는 심사평에 빛나는, 전세계 컴퓨터공학 학계를 놀라게 한 희대의 논문. 저자는 David Mazieres와 Eddie Kohler.

"당신네 좆같은 메일링 목록에서 날 빼 주시오"[2] 라는 파격적이고도 도발적인 제목을 걸고 있는 이 논문은 그 내용도 제목 못지않게 충격적이어서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고 한다. 저널 측에서도 이 논문에 대한 심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심사료 150달러만 내면 곧바로 게재가 가능하다고 알렸지만, 정작 저자들은 흔한 천재들이 그랬듯이 오히려 저널 게재를 거부했다고.

그러나 사실은......

2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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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사실은 그런 거 없고, IJACT의 스팸메일에 질려버린 어느 과학자"옛다 여기 논문" 하면서 던져준, 논문의 탈을 쓴 그냥 10장짜리 이면지. 정말로 논문의 모든 텍스트는 저게 전부이다. 더 뒤져봤자 다른 내용은 없다.

이 논문(?)이라 불러주기 어려운 논문은 총 10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꼴에 논문이랍시고 요약(Abstract)에서 참고문헌(References)까지 실제 논문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모든 내용은 "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 의 무의미한 반복일 따름. 저자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어 있으며, 역시나 딴에는 논문이랍시고 그림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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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한 바와 같이, 다른 논문들이 다 그렇듯이 이 이면지 논문도 역시 참고문헌을 명시하고 있는데, 아래에 기록된 두 개[4]가 전부.

사실 저자(?)인 Mazieres와 Kohler가 이런 식으로 비아냥이 뚝뚝 묻어나는 시니컬한 장난을 친 이유는, 지난 2005년에 그들의 메일함으로 "WMSCI 2005" 라는 학술회의에 참가해 달라는 메일이 폭주하는 것을 보다못해서 만들었던 것이다. 이 학회는 스팸메일도 그렇지만 논문 평가기준이 엉터리라는 점에서도 악명이 자자했다고.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2014년에 호주연합대학 공대 컴퓨터공학 전공인 P.Vamplew 교수에 의해 다시 활용되었다.

Vamplew 교수가 이 비장의 무기(…)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IJACT 또한 그의 메일함에다 "심사료만 내면 당신의 논문도 저널에 게재!" 같은 메일을 뿌려대는 탓에 머리 끝까지 분노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팸 폭탄에 항의하는 뜻에서, 욕설로 가득한 이 가짜 논문을 답장으로 발송했다. 물론 그는 설마 이게 게재되겠어?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스팸을 뿌려대는 저널 담당자가 이걸 읽고 일말의 죄송함이라도 느끼길 바랐다. 답장 메일에는 이 문서를 첨부한 것 말고는 아무런 내용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이면지가 논문이 덜컥 게재 승인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그냥 승인이 아니라 다시 회신된 답장에는 "Excellent" 라는 평가와 함께 납부해야 할 심사료가 쓰여 있었다. 이 논문의 평가 기준은 "Excellent / Very Good / Good / Fair / Very Poor" 의 다섯 단계였는데 그 중에서 "Excellent" 를 받았으니, 한 마디로 말해서 10점 만점에 10점!(…) 즉 내용은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바로 게재 승인을 때려버렸단 얘기다.

물론 해당 저자(?)는 미치지 않고서야 150달러의 심사료를 삥뜯길 리가 헌납할 리가 없었고, 그 때문에 이 비범한 논문(?)도 게재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3 문제점

이것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로 학계에 이런 의심스러운 저널이나 학술회, 조직 등이 꽤나 많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흔히 "약탈적 무료저널"(predatory open-access journal)[5]이라 불리는 일부 무료저널들이 그런 게 심하다. 이들은 사방팔방에서 연구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구해다가 마구잡이로 스팸을 발송하면서 어리숙한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료 돈벌이를 한다.

이들이 멀쩡히 기세를 펴고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에 논문을 저널에 게재하고 싶어서 혈안이 된 과학자들이 많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 이들은 이런 "수요자" 들을 위해 저널을 만들었고, 아무런 동료평가(peer-review) 없이 그 논문을 게재해 주는 대신, 마치 합당한 심사를 거친 것처럼 꾸미고 심사료를 받아내는 사기를 치는 것이다. 애초에 심사 따위는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이들의 사기행각도 뻔히 밝혀진 셈.

이따위 식으로 운영되는 저널의 신뢰성이 좋을 리 없으니, 이들은 바닥을 치는 자기네들 임팩트 팩터(영향력 지수)를 허위로 조작하기도 하고, 권위있는 다른 유명 저널의 웹사이트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껴서 유사하게 사이트를 만드는 짓거리를 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보이스피싱이 연상될 정도.(…) 보다못한 한 연구자[6]"Beall's List" 라는 목록을 만들어서 이와 같은 유사 저널들을 동료 과학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 연구자는 자신의 리스트에 오른 저널로부터 고소하겠다는 협박도 받은 적이 있다고.

이들의 특징으로 알려진 것은 대략 다음과 같다. 물론 모든 오픈액세스 저널이 다 이렇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하의 특징들이 많이 보인다면 사기를 의심해 보라는 것.

  • 동료평가나 논문의 질적인 통제가 거의 혹은 아예 없이 게재가 승인된다. 설령 그 논문이 왜곡이나 넌센스로 가득하더라도. 이쯤에서《Social Text》가 떠오르더라도 넘어가 주자[7]
  • 논문 게재가 승인된 이후에만 심사료가 안내된다.
  • 공격적으로 스팸메일을 뿌리면서 연구자들에게 논문을 제출하거나 편집진으로 일해 달라는 권유를 한다.
  • 당사자의 허락 없이 연구자들을 마음대로 편집진에 포함시키며, 탈퇴도 못하게 막는다.(…)
  • 편집진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지명하기도 한다.
  • 유명 저널의 이름을 흉내내서 저널 이름을 짓거나, 그들의 웹 디자인을 모방해서 온라인 사이트를 만든다.
  • 발행 및 출판 작업에 대해서 허위로 안내한다.
  • 국제표준 일련번호(ISSN)를 잘못 사용한다.
  • 영향력 지수를 허위로 조작한다.
이런 걸 보자면 과학자사회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그런지 별의별 볼 꼴 못볼 꼴 다 보게 되는 곳인지도...
  1.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Computer Technology. 즉 첨단 컴퓨터 기술에 대한 국제 학술지.
  2. 이건 좀 순화한 번역이고 그냥 번역하면 씨발 니네 메일링 목록에서 나좀 빼라고!정도다.
  3. 단, 여기서는 모든 학계가 다 이렇다는 양, 학계의 부끄러운 치부가 까발려졌다는 양 서술되어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이하의 서술 참고.
  4. 각각 인터넷 이메일과 관련된 표준 규격이다.
  5. 오픈액세스 저널은 가끔 구글 광고에도 뜬다. 이런 경우.
  6. 제프리 빌(J.Beall)이라고 해서 유명한 학술문헌 전문가다. 국내에는 송유근 논문 표절 사건 때 개입하면서 알려졌다.
  7. 약탈적 무료저널들의 황당한 행태를 보자면 소셜 텍스트는 오히려 견주어 볼 수도 없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