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SMC

1 개요

HYPSMC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6개의 명문대학의 이니셜을 딴 글자로, 각각 하버드 대학교, 예일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스탠포드 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그리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를 가리킨다. 단어 자체의 출발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제외한 HYPSM으로 2000년대 어느 인도인 학부모의 메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을 가리키는 HYP 또는 Big three는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미국사회에서 쓰이기 시작한 단어이다.

2 상세

한국의 대학교 서열화학벌주의가 얼마나 뿌리깊이 박혀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어.

이들 대학이 서양권에서도 이름 높은 최고 명문 대학인 것은 맞으나, 한국과 달리 서양권의 대학은 학교의 이름(prestige)은 그저 있으면 좋은 요소에 불과하다. 사립대학 학비가 아주 비싸고, 소득 수준이 다양하며, 후한 장학금을 주는 대학들이 많으며 워낙 훌륭한 대학들도 많기 때문에, 학교 이름의 중요도가 아시아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1] 학부는 돈을 아끼려고 장학금을 주는 곳으로 가거나 명문 주립으로 가고 자신의 직장을 좌우하는 대학원은 가장 좋은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2]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미국은 철저히 능력주의라는 것이다. 아무리 최고 명문 학교를 나와도 성적이 아주 형편없거나 면접 실력이 부족하면 취업하기 매우 힘들다. 반면에 일명 듣보잡 대학을 졸업해도 수석을 했다거나 면접 능력 등이 월등히 우수하다면 실력 없는 명문대 졸업생들 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최고 위치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은행 중 하나인 웰스 파고의 회장, 사장 겸 CEO는 St. Cloud State University에서 학부를 마치고 Carlson School of Management에서 MBA를 취득한 존 스텀프이다.[3] 또한 최고의 뉴욕 로펌 왁텔(Wachtell, Lipton, Rosen & Katz)은 1965년에 당시에는 10위권 밖이었던 NYU 로스쿨의 최우수 졸업생 네명에 의해 설립되었다.[4]

당장 살펴보고 들어가면 콜로라도 광업대학교 같이 한국인이 듣기엔 생소하다 못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를만한 대학들이 취업률이나 학문적 성과에서 1위를 찍고 있는 것이 현재 미국의 현실이다. 당장 저 최상위라 자부하는 대학들도, 세부적으로 파고들고 보면 명성에 비해 부족한 학과들도 많으며, 해당 학교를 나오는 것 역시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미국 경기가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 유학원들은 한국의 서울대 만능주의대학 서열과, US News라는 공신력이 조금이라고 쓰고 많이 떨어지는 대학서열을 참조하여, 이 6개의 대학의 이름값을 가지고 전 세계 최고라는 도식을 만들어, 어느 유학원이 이 6개 대학을 많이 보내나 경쟁을 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미국의 6개 명문 사립대학을 가리키는 말임에도 정작 미국에서는 거의 쓰이지도 않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단어가 한국에선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단어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의 사회문제 중 하나인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부심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며, 이는 일종의 계급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실제로 이전 항목에서도 이들 대학은 최고들만이 거금을 들여서 갈 수 있다는 엘리트 의식과 자만으로 가득찬 글이 적혀있었다. 미국 대학교들은 미국의 교육 현실에 맞춰진 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유학원들의 왜곡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에, 탄생에서부터 문제가 가득했다.

3 왜 이렇게 되었나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과, 그에 따라 부차적으로 따라온 대학 서열화를 무리하게 적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해당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유학원들은 부모들이 미국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이름값에 집착하는 것을 노리고, 그에 따라 해당 신조어를 사용하며 치맛바람이 강한 한국의 부모들을 부추겼기에, 한국에서 널리 퍼지게 되고 왜곡된 인식이 생기게 되었다. 문제는 현지가 아닌 한국의 특성상 왜곡된 정보를 수정할 사람이 적어 자정능력이 없었기에, 생각 외로 널리 퍼지면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놓았다는 점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미국의 대학들은 한국에 비해서 커버하는 분야들이 훨씬 넓기 때문에, 세부 전공으로 들어갈수록 해당 서열화에 대한 이미지가 깨진다. 한국만큼 미국은 서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 학생이 전공을 어떻게 잘 살리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전 항목에선 미국에서 하버드를 나왔다고 하면 "어 그래 좋겠네. 근데?"라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써있었지만, 사실 그 정도까지는 절대로 아니다. 기본적으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포드를 나오면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한국에서 보는 것처럼 "와우 정말? 대단하다!"가 보통이다. 그러나 저러나 취업 안 되는 건 똑같아 한국처럼 신격화 시키듯이 너무 띄어주는 경향이 없어서 그렇지, 아무리 간판 사회가 아니라 해도 하버드나 MIT 출신이라고 말하면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온다.

아래 짤방과 같이 미국사람들이 보면 이뭐병을 외칠 만한 게 한국에선 진리인 양 퍼지기도 하였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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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담

미국에서도 쓰이기는 하나, 사용하는 해당 유저들의 프로필을 보면 압도적으로 인도인 및 동아시아인 학생의 비율이 높다. 대학의 이름이 대학 선택에 얼마나 중요하냐는 문제는 많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주류를 이루는 백인이나 흑인의 경우에는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딱히 심하게 꿀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6] 미국이든 한국이든 입시를 신경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중요하지만, 그만큼 왜곡되어 표출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저 여섯 대학이 들어가기 힘든편이라지만, 스탠포드나 하버드의 경우 누구나 그냥 한번쯤 넣어보는(...)[7]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응시생의 숫자가 다른 학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합격률이 낮아보이는 것이다.[8] 또한, 특수목적 설립 학교까지 찾아본다면 그 분야에서 특출난 대학은 여기저기 숨어있는것이 미국이다.

흔히 보이는 미국의 학교 부심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학교가 아니라면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9] 미국 자체가 한국보다 개방적인 사회인 만큼 학부 학력이 높은 수준이 아니더라도, 그걸 가지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은 교양인이라면 절대 하지 않는다.[10]
  1. 물론 학교 이름이 취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의대, 로스쿨, 경영대학원 등 전문대학원 과정과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서는 중요하긴 하다.
  2. 예를 들어 아무리 하버드 학부를 나와도 로스쿨을 50위권 밖의 학교를 나오면 로펌에 취직하기 아주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상위권으로 들어간 뒤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명문대에서 똑같이 열심히 하는 것보다 훨씬 학점이 잘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비용 대비 명문 전문대학원 진학 가능성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단 의대의 경우는 국적 문제 때문에 어렵다.)
  3. 게다가 그는 작은 목장을 운영하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4. 1974년 로스쿨 순위에서 뉴욕대가 8위에 랭크되어 있었고 뉴욕대 로스쿨의 명성은 20세기 후반부터 급격히 상승했음으로 1960년대 중반에는 확실히 10위권 밖이었을 것이고, 아마 20위 정도하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다.#
  5. 사실 정리는 꽤 잘 해놓은 편이다. Semi-Ivy나 Ivy+는 미국인들이 보면 무슨소리지라고 할 법하지만 Pre-Med나 Engineering 과 같은 세부 전공이 어느 곳이 강한지 분류한 것은 비교적 잘된 편. 특히 Harvey Mudd College를 Engineering 섹션에 넣어놨다는 것과 Tufts가 Pre-Med에 강한 것은 취업률과 연구성과 데이터를 보면 인정할 수 있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이 짤방 제작자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6. College Confidential에서의 관련 토론. 이 위엄찬 숫자의 리플을 보라(...).
  7.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대학 지원에 숫자 제한이 없다해도 기본적으로 하버드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가기 힘들다는 의식이 퍼져있기 때문에 함부로 원서를 제출하지 않는다. 하버드는 공통원서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에세이도 여러가지라 차라리 합격될 확률이 낮은 하버드에 지원할 시간에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들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시간을 할애하고 투자한다. 물론 심심해서 넣는 경우도 당연히 있긴하다(...)
  8. 한국의 공무원 고시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응시자들이 많아서 경쟁률이 높아도 아래에 깔아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경쟁률이 높다고 호들갑떨만큼 어려운 건 아니다. 미국 대학 입시의 경우에도 acceptance rate만 볼게 아니라 합격자들 성적과 SAT 점수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하버드는 확실히 합격자들의 평균 GPA(미국판 내신점수)와 SAT 점수가 타 대학들보다 높다.
  9. 하버드생과 예일생이 서로 디스하는 거나 칼텍이나 MIT가 서로 디스하는 것. 서로 전공이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같은 도시나 지역에 대학이 함께 있다면 그것 또한 경쟁 관계가 가끔씩 형성된다. 예를 들자면 시카고 대학교와 노스웨스턴 대학교.
  10. 현 스탠포드 대학교 총장 존 L. 헤네시는 빌라노바 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스토니 브룩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 스탠포드 총장이자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학부와 박사과정을 모두 덴버 대학교에서 마쳤다. 이 두사람의 경우 첫학위와 최종학위 모두 비명문 대학에서 받았다. 스탠포드가 워낙 진보적인 학교이기도 한 덕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