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금지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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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6일,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어느 날, 미 공군 소속 <에놀라 게이> 호가 푸른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기장의 어머니 이름을 딴 그 비행기는 단 한 발의 폭탄을 싣고 있었다. ‘작은 소년’, 고요한 히로시마의 아침 하늘로 떨어진 그 폭탄은 거대한 묘비 같은 버섯구름을 피어올리며, 히로시마 시민 15만 명의 목숨을 날려버렸다. 대규모 공습이 되풀이되던 당시에 그 정도의 인명 피해는 그렇게까지 대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그 피해가 단 한 발의 폭탄으로 초래되었다는 것이었다. 사상 최초 원자폭탄의 위력에 세계는 놀라면서도 반신반의했으며, 사흘 만에 또 한 발이 나가사키를 초토화하고서야 그 의심은 풀렸다. 그리하여 미국은 바라던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원자폭탄을 쓸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미국인도 일본인도, 세계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지울 수 없었으며, 이 무시무시한 무기가 마치 최초의 화약무기처럼 사방으로 퍼지며 세상을 초열지옥으로 바꾸는 미래를 상상하고 몸서리를 쳤다. 그로부터 여러 나라는 한편으로 핵을 가지려고 애쓰고, 한편으로는 남들이 핵을 갖지 못하도록 애써야 했다.

핵 확산 금지 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은 1968년 7월 1일, 미국, 소련, 영국과 비보유국 53개국 대표에 의해 뉴욕에서 체결되었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1조. 핵무기를 보유한 체결국은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를, 또는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누구에게든 양도하지 않는다. 또한 핵무기 비보유국이 그러한 무기 또는 장치를 제조, 획득, 관리하는 일을 어떤 방법으로도 원조, 장려 또는 권유하지 않는다.

제2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체결국은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를, 또는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누구로부터도 양도받지 않는다. 또한 스스로 그런 무기 또는 장치를 제조, 획득하지 않으며, 제조에 필요한 원조를 구하거나 받지 않는다.

제3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체결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여부를 확인받기 위하여 자국의 모든 핵 시설 및 핵 물질에 대하여 IAEA의 핵 사찰을 받는다. 이를 위해 18일 내로 IAEA와 협상을 시작하여 그로부터 18개월 내에 핵안전협정을 체결한다.

제4조. 본 조약의 어떠한 규정도 제1조와 2조의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핵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제5조. 적절한 국제적 감시 및 적절한 국제적 절차에 따르는 이상, 핵폭발의 평화적 활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은 허용된다.

제6조. 핵무기를 보유한 체결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핵무기 경쟁 중지 및 핵 군비 축소를 위한 교섭을 성실하게 추진해야 한다.

제7조. 본 조약의 어떠한 규정도 권역별로 비핵지대를 창출하는 지역적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제8조. 모든 체결국은 본 조약에 대한 개정안을 제의할 수 있다. 본 조약에 대한 개정안은 모든 핵무기 보유 체결국과 동 개정안이 배부된 당시의 IAEA 이사국인 체결국 전체의 찬성을 포함하는 체결국 과반수의 찬성투표로 승인된다. 본 조약의 발효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 본 조약의 목적과 규정이 실현되고 있음을 검토하는 평가 회의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하며, 그 이후 5년마다 개최한다.

제9조. 본 조약은 모든 국가에 개방된다. 체결국은 비준으로 조약의 효과를 발생시킨다.

제10조. 모든 체결국은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 탈퇴할 경우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체결국과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통보해야 한다. 또한 본 조약의 발효일로부터 25년이 경과한 후, 본 조약이 무기한으로 효력을 지속할 것인가 또는 일정 기간 동안 연장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하며, 체결국 과반수의 찬성에 따라 결정한다.

제11조.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로 작성한 본 조약 원본은 기탁국(미국, 영국, 소련) 정부의 문서보관소에 기탁된다. 본 조약의 비준본은 기탁국 정부에 의하여 체결국에 전달된다.

이상적으로는 이 조약으로 인해 핵무장국가의 증가가 완전히 제한되어야 했다. 남아공처럼 핵무기를 자체포기한 경우도 있으나, 인도파키스탄 등 아예 조약에 가입 않고 핵무장을 강행하거나 이스라엘처럼 초강대국의 후광을 입고 비밀리에 제조 혹은 북한처럼 NPT에 가입하고서도 몰래 핵무기를 제조하려다 들키고서 탈퇴하는 등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1]

하지만 여전히 NPT가 인류 보호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뒤집어 쓴 강대국의 권력유지 수단이라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조약 항목에서 이미 핵을 보유한 국가는 조속한 시일내에 핵무기 경쟁 중지 및 핵 군비 축소라고 표기했을 뿐, 비핵보유국이 가진 어떠한 법적재재도 받지 않는다. 사실상 강대국들만의 끼리끼리 문화인 셈. 게다가 핵무기 뿐만 아니라 ICBM같은 탄도탄 실험에서도 자유롭다. 강대국이 내세우는 논리는 핵보유국이 많아지면 핵전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져서 인류가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인데 이 말인즉슨, "자기들이 망하면 다 같이 망하는 거다"라는 이중잣대에 불과하다.

물론 이중잣대가 어느정도 있을지언정 핵보유국이 많아질수록 전세계의 분쟁과정에서 핵무기를 쓰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므로 강대국들의 이 논리를 이중잣대라 하여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NPT의 딜레마이며, 이렇게 특별한 국제조약까지 만들어지고 이중잣대까지 무시될 수 있을 만큼, 핵무기의 위력이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이기도 하다.
  1. 하지만 이는 국제질서를 따르지 않는 북한이 조약을 무시하고 임의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NPT가 한국의 발목을 잡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NPT는 국제질서와 인류의 존속을 고려했을 때 필요한 조치였고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막 나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