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TO

Single stage to orbit.

1 개요

Single stage to orbit, 단발궤도선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 분리 없이 바로 궤도로 도달할 수 있는 우주선을 의미한다. 우주왕복선의 궁극 진화형. 쉽게 설명하면 우주왕복선에서 연료통이랑 부스터 빼고 비행기[1] 부분만 떼어 놓고 이 부분이 스스로 이륙해서 그대로 우주로 날아가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SF 영화에 나오는 절대 다수의 우주선은 다 이런 식이다.

2 특징

2.1 장점

버리는 부분이 없어서 경제적이다. 아폴로 우주선을 기억하는가? 무지무지하게 커다란 로켓 주제에 실제로 궤도에 올라가는 부분은 엄청나게 작았던 것이 기억날 것이다. 애초에 그 로켓의 대부분은[2] 연료의 무게로, 지구의 궤도에 도달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이 분리되는 설계는 연료탱크를 다 사용하는 즉시 분리해 내서 무게를 줄이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면 쓸데없는 무게를 달고 올라갈 필요가 없으므로 더 적은 양의 에너지로도 가속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러면 분리해 낸 부분은 대기권에 재돌입하면서 타서 사라지기 때문에 일회용이 된다. 자연히 이는 비용의 상승을 불러 일으킨다.

SSTO는 단 분리가 없기 때문에 출발한 모습 그대로 궤도에 올라가 버리는 부분 없이 다시 지구로 진입한다. 따라서 회수 불가능 한 부분이 없어서 경제적이다. 다시 연료만 넣고 기름칠 좀 하고 발사하면 또 사용 가능.[3] 얼마나 이상적인가.

2.2 단점

하지만 SSTO에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다. 대표적으로 안전성. 단 분리를 하지 않는 로켓은 위험하다. 이는 아폴로 우주선처럼 단 분리를 하는 로켓의 경우 재돌입 캡슐의 열방패(heat shield) 부분이 대기권 진입 직전까지 기계선에 잘 가려져 있다가 재돌입 직전에 기계선이 분리되면서 비로소 노출되어 대기권 진입시의 열로부터 안전하게 캡슐을 보호해주나, 우주왕복선에서 볼 수 있듯 궤도선이 비행기 형태일 경우 열방패가 발사 순간부터 쭈욱 외부에 노출된다.[4] 만약 대기권 돌파 중에 대기 중의 이물질(새라든지, 파편이라든지)와 이 열방패가 충돌하여 생채기라도 난다면 그대로 재돌입시에 열방패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오는 마찰열에 의해 끔살 확정이다. 실제로 컬럼비아호가 이렇게 공중분해되었다. 애초에 활주로에서 이륙해서 우주로 올라가는 SSTO 우주선의 경우에는 우주왕복선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또 더럽게 만들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우주왕복선도 만드느라 공돌이들이 갈려들어갔건만, 이 녀석은 그 정도를 아득히 초월하는 공밀레가 필요하다. 일단 엔진부터가 제트엔진과 로켓엔진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추가적으로 랑데부미션 등을 위해서는 RCS 자세제어로켓까지 부착되어야 한다. 연료도 로켓연료, 산화제, 항공유를 모두 실어야 하고. 게다가 비행기 형상의 특징 상 양력을 발생시켜줄 날개도 필요한데, 이 날개란 것은 대기가 희박해지는 20km이상 상공에서부터는 의미가 없어지고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하중(dead weight)가 된다. 연료 소모량만 늘린다는 얘기. 게다가 공기 밀도가 낮아짐에 따라 흡기량이 줄어 제트 엔진의 출력이 감소할 것인데, 감소한 출력이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충분한 양력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서는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제트엔진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동체에 설치된 엔진 중 하나가 순간적으로 요동친 흡기량 때문에 꺼지기라도 하면 바로 추력 중심이 뒤틀려 펑! 그리고 제트엔진이 없어진 이후부터는 기수를 위로 들어 가며 로켓 분사방향을 맞추어야 한다. 당연히 안정할 리가. 다 필요없고 KSP에서 SSTO 로켓을 설계해 보자. 이게 다 무슨 말인지 한방에 이해가 된다. 바닐라 기준 엄청 쉽다. 애초에 지구와 조건 자체가 다르니..

제트엔진을 설치하는 것은 위의 설명과 같이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로켓 엔진만을 사용한 SSTO를 만드는 방안 역시 있다. 이 경우 막강한 추력을 갖춘 로켓 엔진이 있다면 궤도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궤도는 역학적으로 보면 충분한 수평 속도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자유낙하하는 것과 동치이니까, "충분한 수평 속도" + "그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공기저항이 없는 고도까지 상승할 속도"만 얻어내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이 과정에 필요한 운동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이 방식은 현재의 기술로는 차라리 단 분리를 하는 방식이 더 경제적이라 연구되지 않고 있다.

3 실현 방안

단 분리만 하지 않으면 되므로, 아주 거대한 액체연료 로켓을 만들어서 바로 궤도에 진입하는 것도 SSTO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빈 연료통은 그대로 사하중(dead weight)이 된다. 쓸 데도 없이 매달려만 있으면서 무게나 늘리고 항력이나 발생시키는 똥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실현이 어렵다.

특히나 지구는 지구형 행성 중에서는 대기가 상당히 두꺼운 축이기 때문에 가속 도중에 공기저항이 소모시키는 운동에너지가 크다.[5] 이 에너지를 전부 로켓 연료의 화학에너지로 극복하려다 보니, 싣고 가는 연료의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아지게 된다. 로켓 연료의 구성은 연소할 물질과 산화제인데, 여기서 연소할 물질은 말 그대로 높은 화학 에너지를 지닌 물질이고 산화제는 연소 과정에서 연소할 물질에게 산소를 공급해줄 물질이다. 우주 공간에는 산소가 없기 때문에 산화제가 따로 있어야 연소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 하지만 로켓은 궤도에 도달하기까지의 비행 시간 대부분[6]을 대기권 안에서 보내지 않는가? 그리고 지구 대기에는 넘쳐나는 게 산소다. 따라서 제트 엔진을 위시한 흡기 엔진을 사용할 경우, 그 만큼 싣고 가야 하는 산화제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날개까지 달 경우, 공기가 없는 궤도에서는 질량만 늘리는 애물단지지만 대기 중에서는 양력을 제공해 발사 초기의 무지막지한 무게를 중력과 공기저항이 희박한 고도까지 들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은 램 제트 엔진을 이용하여 지구 대기권의 상층부까지 올라간 이후,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궤도 속도에 근접하게 우주선을 가속하고, 로켓 엔진을 점화하여 궤도로 진입하는 형태의 우주선이 있다. 즉, 대기권에서는 비행기, 대기권 밖에서는 로켓이 되는 것이다.

지상에서 이륙해서 극초음속 비행까지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항공기 로켓 엔진 세이버(SABRE)가 영국 항공엔진 개발 기업인 리액션엔진스(Reaction Engines)에서 개발 중에 있다.홈페이지 위키피디아 초음속 상태에서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가 압축, 고온이 되어 연료의 연소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이버 엔진은 공기 일부를 미리 쿨러로 온도를 낮춰 초음속 영역에서도 충분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지구 대기권을 비행하는 동안에는 공기와 수소 연료를 연소해 추진력을 만들어내지만 지구 대기권과 우주 경계에 도달하는 무렵 부터는 로켓 엔진 모드로 전환, 수소연료와 액체산소를 혼합, 연소하는 비행 상태로 전환한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세이버는 지상에서 이륙해서 마하 5.5의 초음속 비행과 액체산소를 사용한 마하 25에 달하는 로켓 추진까지 모든 속도 영역을 엔진 하나로 해낼 수 있다고 한다.

세이버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 스카이론(SKYLON)의 시험 비행이 2019년에 예정되어 있다.

4 대중매체에서

  • 게임 에이스컴뱃5에서 SSTO가 발사될 때 까지 사수하는 임무가 있다.
  •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레인저(Ranger)와 착륙선(Lander)이 SSTO에 해당한다. 그것도 별도의 재정비 없이 여러차례 대기권 돌파와 진입이 가능한 어마어마한 성능을 자랑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2010년대로부터 수십년 후인 만큼 오버 테크놀로지 메카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이 바로 이 우주선들. 아무리 봐도 영화적 허용 같지만... 자세한 사항은 인터스텔라/등장로봇과 우주선 항목 참조.
  •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의 세계관에서는 안개의 함대에 의해 인류의 해상 활동이 모두 봉쇄되어 있고 항공기 역시 격추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육로를 사용할 수 없는 국가 간 물자 교환은 SSTO를 이용해 이루어진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 상 SSTO를 통한 타국의 보급으로 연명하는 신세.
  • 게임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에서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SSTO형 전투기 ' Jackal '이 등장한다.
  • KSP 고수 플레이어들이라면 하나씩은 만들어 날리는 녀석이다.
  1. 정식 명칭은 궤도선, orbiter다.
  2. 거의 전체 질량의 90% 이상!
  3. 사실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정비 비용이 무지막지해서 한 네댓번 쏘고 나면 새로 뽑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번 쏘고 버리는 것보다야 몇배는 이득이다.
  4. 우주왕복선의 경우 궤도선 동체 아랫부분과 날개 아랫부분 전체가 열방패다.
  5. 인류 역사상 실제 쓰인 SSTO 유인 우주선은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선 귀환 모듈이 유일하다. 달에는 공기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60년대 기술로도 SSTO가 가능했다. 그런데 지구는 대기 때문에 그런 게 안된다. 나중에 화성이나 다른 행성 착륙했다가 돌아올 때나 좀 해볼 수 있을 듯.
  6. 저궤도의 경우, 대기권 밖에서 엔진을 분사하는 건 1분 남짓에 불과한 궤도 원형화 및 궤도평면 수정 과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