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0

vf-0a-battroid.jpg
마크로스 제로의 주역 VF(Variable Fighter=가변 전투기)로 애칭은 '피닉스(Phoenix)'.

한정생산형 시험제작 가변전투기

작중 1999년 지구에 추락한 외계전함 ASS-1에서 획득한 외계인의 오버 테크놀로지를 연구한 통합군이 외계세력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가변 전투기 VF-1 발키리를 개발하던 과정에서 시험 목적으로 생산된 테스트용 기체가 원형이다. 그러나 지구통합군과 반통합군의 통합 전쟁[1]이 격렬하던 시기였고, 전쟁 말기 패색이 짙어진 반통합군은 통합군이 개발중이던 가변 전투기의 데이터를 빼돌려 독자적으로 한 발 먼저 완성시킨 가변 전투기 SV-51를 실전투입한다. 통상적인 현용 전투기와 병기로는 SV-51에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몇차례 교전으로 실감한 통합군은 테스트 중이던 가변 전투기의 시제기들을 모조리 긁어모아 실전사양으로 개조한 뒤 VF-0 피닉스로 명명, 항공모함 아스카II 소속 스컬 소대에 긴급 배치하여 실전 테스트를 겸하게 된다.

엔진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소형 핵융합로를 기반으로 만든 열핵 터빈엔진을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반통합군 측이 투입한 가변 전투기 SV-51에 의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통합전쟁의 전황 속에서 계속되는 엔진개발 일정의 지연 탓에 부득이하게 당시 존재하던 최대급 추력의 터보제트 엔진 EGF-127을 오버튠하여 장비했다.

본래 통합군이 계획했던 VF-1의 열핵 터빈엔진은 반영구적인 동력원인 핵융합로를 이용해 대기권에서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비행 능력을 갖는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일반 제트엔진은 흡기구의 팬을 돌려 공기를 흡입하고, 압축기를 통해 압축된 고온 고압의 공기에 항공연료를 섞어서 점화한 뒤, 그 폭발력으로 배기가스를 뿜어 추진력을 얻는다. 이 때문에 공기와 함께 연료가 필요한 것이지만 열핵 터빈엔진은 핵융합로에서 나오는 막대한 열 에너지를 이용해 압축된 고온의 공기를 플라즈마화 하여 분사하는 원리이므로 공기가 사실상 무한하게 존재하는 대기권 안에서는 따로 연료가 필요없다. 따라서 VF-1은 항공연료를 탑재할 필요가 없었고, 이에따라 기체 또한 내부연료탱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컴팩트하게 설계되었다. [2]

하지만 VF-0는 이 열핵 터빈엔진의 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일반 제트엔진을 사용하려다보니 원래대로라면 필요가 없었을 연료 저장공간이 대량으로 필요해졌고, 복잡한 가변구조 때문에 내부 공간에 여유가 부족했던 VF-0는 연료탱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당초 VF-1의 설계보다 기체가 전체적으로 크고 무거워지게 되었다. 그러나 연료 탑재량을 늘이기 위해 기체가 커지면서 중량도 늘어났는데 설상가상으로 열핵터빈엔진보다 저출력인 일반 제트엔진을 고육지책으로 무리하게 튠업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늘어난 덩치와 무게 만큼 연료 소모량은 폭증. 당연히 조루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작중에서도 작전공역이나 훈련공역으로 이동할 때에는 KS-3 급유기에게 늘상 급유를 받고있으며, 편대장인 로이 포커는 휘하 편대원들에게 항상 연료 잔량를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러한 악순환의 문제는 VF-0보다 실전적으로 만들어진 반통합군의 SV-51도 피할 수 없었는지 연료를 최대한 탑재하기 위해 VF-0보다 더 큰 대형 기종이 되었으며, 연비도 더 좋지 않아서 비행 시간이 VF-0와 비교해도 상당히 짧았다.

이렇듯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연비와 부족한 연료 탑재량을 보충하기 위해 VF-1패스트 팩과 비슷한 개념으로 기체 상부에 2개의 외부 밀착형(Conformal) 연료탱크, 배틀로이드 모드에서 다리가 되는 엔진 나셀 양측에 Jetison(강제 탈거) 가능한 마이크로 미사일 발사기가 내장된 밀착형 연료탱크를 거의 기본적으로 장비하고 있다. 물론 저러고서도 연료 부족에 허덕이지만. (...)

배틀로이드 형태시 엔진의 잉여 출력을 장갑을 강화시키는데 사용하는 '에너지 변환 장갑 시스템'이 처음 시도된 기체이기도 하다. 공기 역학적 형태가 아닌 배틀로이드 모드에서는 엔진의 추력을 끌어올려봐야 공기 저항을 받아 속력에 한계가 있으니, 그렇게 쓰지도 못하고 남아도는 에너지를 기체 장갑에 주입하여 장갑의 방어력을 향상시키는 개념으로, 나중에 완성되는 VF-1과 그 이후의 모든 가변 전투기들에도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기술이다. 작중 언급에 의하면 기체 장갑이 전차 수준의 내탄성을 지니게 되는 모양이나, SV-51의 미사일과 기관포에 숭숭 뚫리고 폭발한다. (...)

나중에 제작된 프리퀄 작품인 탓인지, 아니면 전투기에서 가변 전투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기체라는 작중 설정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둘 다겠지 디자인적으로는 VF-1이나 이후 가변 전투기 시리즈에 비해 현대적인 전투기의 실루엣과 디테일이 꽤 남아있다.

소수만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테스트를 하기 위함인지 상당히 배리에이션이 다양한다. 주인공 쿠도 신이 최종화에 탑승한 VF-0A(기본형), 중반부에 탑승했던 카나드 델타익 복좌형 VF-0D, 스컬 소대 소대장 로이 포커의 지휘관용 VF-0S. 작중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VF-0A 기반의 가변익 복좌형 VF-0B, 거기에 아머드 팩과 반통합군의 부스터 팩 장착형 SV-51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기 QF-2200A 고스트를 부스터 팩으로 급조하여 아스카II의 함 내에서 정비반장 나카지마 기술주임의 주도하에 현지 마개조한 비공식 사양인 엔젤 팩도 있다. 그만큼 전황이 긴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통합전쟁 말기 1년 남짓한 짧은 기간동안 활약한 기체 치고는 참 화려하다. VF-0에서 시도된 다양한 바리에이션과 옵션장비들은 훗날 VF-1에 적용되어, VF-0가 VF-1의 개발과정에 있었던 기체임을 어필하기 위한 일종의 팬 서비스 요소인 듯 하다.

최초의 가변전투기이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기 위한 조종 인터페이스가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종법이 매우 어렵고, 기존의 전투기에 익숙한 파일럿들에게 각 모드에 따라 전혀 다른 조종 특성을 갖는 가변 전투기의 까다움으로 인해 상당히 다루기 힘든 기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기술 수준은 엇비슷했지만 처음부터 실전투입을 상정해서 개발되었고 파일럿들도 어느정도 숙련된 것으로 보이는 라이벌기 SV-51에 실전에서 상당히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중의 대사로 보아 파일럿들도 대부분 통합군의 햇병아리들[3]을 차출해 벼락치기로 훈련시켜 가변 전투기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인지 사실상 편대장인 로이 포커를 제외하고는 반통합군의 SV-51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주인공 쿠도 신 역시 수준급의 기량을 가진 F-14 파일럿이었지만 VF-0같은 가변전투기 조종사로는 초짜였기 때문에 작품 중반부 까지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물론 주로 교전한 상대가 반통합군의 에이스 노라 폴란스키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담으로 이 VF-0마크로스 시리즈 공식 연대표초시공요새 마크로스 TV판과 충돌하는 설정파괴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TV판에서 로이 포커클로디아 라살르가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의 에피소드를 보면 통합전쟁 후 VF-1의 개발 과정에서 포커가 테스트 파일럿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설정에 오류가 발생한다. 이는 무리하게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프리퀄로 기획된 마크로스 제로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마크로스 프론티어 TV판에서 이 통합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를 촬영한다는 일상 에피소드[4]가 있는데, 2059년이 배경인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 이보다 까마득한 과거인 2008년에 활약했던 VF-0의 실 기체를 촬영에 동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소속된 민간군사기업 S.M.S가 최신예기 VF-25를 지원해 영화를 촬영했다는 이야기. VF-25로 촬영된 영상에 CG를 입혀 VF-0처럼 편집해서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마크로스 시리즈 특유의 극중극 설정을 깨알같이 반영한 장면이랄 수 있다.
  1. 작중 1999년 지구에 추락한 외계전함 ASS-1으로 인해 인류는 적대적 외계세력과의 조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세계 각국은 인류 통합정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인류보다 아득하게 앞선 첨단기술을 보유한 외계인과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통합과 단결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주장. 하지만 모든 국가가 여기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구는 통합군과 반통합군의 2패로 나뉘어 약 7년간 전쟁을 치룬다. 마크로스 제로는 이 통합전쟁이 막바지 절정으로 치달았던 2008년도가 배경이며, 결과적으로 통합군이 승리하여 지구 통합정부가 설립된 2009년 배경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보다 과거의 이야기이다.
  2. 대기권 내에서는 연료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VF-1은 우주에서의 작전능력 또한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추진제를 탑재할 필요가 있었다. 공기 대신 기체에 저장한 추진제를 핵융합로로 가열하여 팽창, 분사함으로써 추진력을 얻거나 자세제어를 할 수 있는 것. 다만, 우주공간에서의 운용은 별도의 옵션장비인 패스트팩(FAST Pack)을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체 본체의 연료탑재공간은 최소화한 설계이다.
  3. 사실상 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전쟁을 수년간 지속했기 때문에 숙련된 베테랑 파일럿들은 대부분 전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4. 마크로스 프론티어 TV판 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