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들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시. 그의 대표작인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씌어진 시 등의 명작보다는 덜 알려져 있으나, 그의 시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억센 문체와 굳은 의지를 보이는 시이기 때문에 상당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문학 교과서와 참고서에도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수험생들도 잘 아는 시이다.
생명력(보기에 따라서는 시대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써 간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구토지설, 프로메테우스 신화 등 동서양의 고전을 원용하여 시대에 대한 울분과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에 문학적 평가도 높다. 윤동주의 친한 후배인 국문학자 정병욱의 회고에 따르면, 윤동주는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자비출판을 단념한 직후에 좌절감에 빠져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자기성찰을 넘어, 시대의 엄혹함을 견뎌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발현된 작품으로 본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다른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부끄러움의 정서에서 한 발짝 나아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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