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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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phylactic shock, anaphylaxis

1 개요

아나필락시스란 특정 항원에 접촉한 뒤 나중에 그 항원에 다시 접촉할 때 일어나는 매우 격렬하고 즉각적인 항원-항체 반응, 간단하게 말해 알레르기 를 말하고, 쇼크란 심혈관계의 이상으로 몸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둘을 합쳐서 아나필락틱 쇼크라 하는데, 이는 아나필락시스에 의해 일어나는 쇼크반응, 즉 특정 항원에 의한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에 의하여 일어난 쇼크상태를 말한다.

원인에 대해 살펴보자면, 외부 항원이 침입하면 혈관 확장물질인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혈관이 확장되고 더 많은 혈액이 침입한 부위로 흘러들어 외부 항원이 침입한 부분을 보호하려고 한다. (중학교 수준으로 설명하자면, 혈액이 와야 백혈구가 온다.) 알레르기에 의해 오는 붓는 증상, 가려움 증상이 이것에 의함이다.

여기서, 혈관이 확장되면 혈액이 잘 흘러들어오지만, 그 대신 혈압이 낮아지게 된다는 점이 문제이다. (꽉 눌러 놓은 호스를 풀어 주면 압력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 그래서 보통은 몸의 혈관 일부가 확장한다고 해도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가만히 있거나 더 수축하거나 해서 몸의 전체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알레르기 반응이 극심해져서 히스타민이 광범위하게 다량으로 분비되면 일부분만이 아닌 온몸의 혈관이 확장하게 되고, 그러면 갑자기 혈압이 수직강하. 말 그대로 그냥 뚝 떨어지게 된다. 혈압이 갑자기 저하되면 심장에서는 충분히 많은 양의 혈액을 몸으로 내보낼 수 없게 되고, 혈압을 만드는 원천인 심장에서 충분한 양의 혈액을 내보내지 못한다면 혈압은 더 떨어지게 된다. 심한 쇼크 상태가 지속되면 몸의 여기저기가 손상되고, 그 손상 때문에 다른 부분이 더 손상되는 악마의 사이클 '양성 피드백 사이클' 이 돌아가기 시작해 몸에 본격적으로 헬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한다.

혈액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면 산소가 부족하여 일단 근육이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심장근육 포함). 산소 부족이 계속되면 무산소 호흡의 결과로 젖산이 축적되게 되고, 축적된 젖산은 산증을 일으켜서 에너지(ATP) 를 만드는 효소계를 작살내 안 그래도 부족한 에너지 부족을 더욱 심화시켜 근육의 수축력을 제한한다(물론 심장근육 포함). 신장 기능의 정지도 염류불균형을 일으켜 근육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게 한다(당연히 심장근육 포함).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췌장에서도 심근에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분비된다.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온몸에서는 혈액을 공급받기 위해서 혈관을 더욱 확장시키는데, 이러면 안 그래도 낮은 혈압이 더욱 곤두박질친다(온몸의 혈관을 수축하여 혈압을 올려야 하는데 혈액부족 상태가 심각해지면 자기만 먼저 살고 보자고 혈관을 이완시키고 그러면 혈압은 더 다운...). 거기에다가 위의 요소들로 인하여 심장이 약화되면 낮은 혈압+약화된 심장으로 인하여 혈액 공급량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그러면 또 위의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되고 되풀이돼서..... (...)

이 상태까지 가면 죽는다. 응급처치가 없으면 정말로 죽는다. 거기다 급성이기까지 하니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2 원인, 증상

다른 종류의 쇼크에 비해 과민성 쇼크의 가장 심각하고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바로 질식이다. 겉보기에는 눈,코,입 등의 바깥 표면의 피부만 부어있는 것 같지만, 히스타민이 온 몸에 분비되면서 기도(혀, 기도, 기관지 모두) 또한 퉁퉁 부어 산소-이산화탄소 교환의 유일한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리는 것이다. 아래 항목에서 후술될 에피펜도, 아나필락틱 쇼크가 온 환자의 질식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에피네프린의 기도 확장 효과를 염두에 두고 쓰이는 것이다. 알러지, 천식(천식 발작), 아나필락시스, 아나필락틱 쇼크 등 웬만한 IgE 매개 반응은 히스타민의 과잉 분비를 유발하여 질식의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응급이다. 질식 직후 뇌로 가는 산소가 5분만 차단되어도 환자는 심각한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 에 쏘였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어느 특정한 종류의 벌에 한 번 쏘이면 체내에서 그 독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고 그 벌에 다시 한 번 쏘였을 때 그 항체가 항원과 격렬하게 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생명에 치명적이게 된다.[1]

사람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식은 땀을 흘리는 게 대표적인 증상. 물론 상태가 나쁘다면 급격히 의식을 잃으며 호흡이 멈추는 경우도 있다. 음식 알러지 중에서 혀가 붓는다거나 목이 답답해진다거나 하는 게 있다면 비슷한 것. 다만 전신 아나필락시 쇼크는 급격하게 전신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도는 비교가 안된다.

서구권에서는 땅콩을 비롯한 견과류 알레르기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땅콩으로 인한 쇼크는 유별나게 급성이라 급성 음식 알레르기를 설명할 때 거의 교과서 예제 수준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 외에도 밀, 우유, 계란 등이 항원으로 작용해서 계란 단백질이 포함된 일부 백신을 주사받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이외에도 페니실린 등의 항생제에 과민 반응하는 페니실린 쇼크 등도 있다. 실전 지역의 미군들 사진을 보면 'B POS(Positive, 즉 Rh+를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Rh-는 Negative의 NEG를 사용.)' 따위로 혈액형을 표시해 놓은 것 바로 옆에 'NKDA(No Known Drug Allergies;알려진 약물에 알레르기 없음)' 나 'NO PEN(NO PENicillin;페니실린 사용 금지)' 같은 걸 같이 붙여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이 때문이다.[2]

만화 《헌터X헌터》에서 벌을 무기로 이용하는 폰즈가 헌터 시험 중 뱀술사 바본을 벌침으로 제압하려고 했는데 특성 때문에 상대방을 본의 아니게 죽여 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화 《블리치》의 등장인물인 소이 폰의 능력(작봉) 역시 여기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으로 추정된다. 스파이럴 추리의 띠의 주인공 나루미 아유무도 벌독에 대해 이것이 있어 벌에 쪼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리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한 단편에선 아나필락시 쇼크로 사망한 인물이 나온다. 2015년작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의 등장인물 유다는 아나필락시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마이걸 에서는 토마스라는 소년이 주인공 베이다의 반지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찾으러 숲에 갔다가 벌집을 건드리는 바람에 아나필락시 쇼크로 비명횡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화 《내일은 실험왕》의 등장인물 강원소는 실험대결 중에 복숭아 알레르기로 인해 아니필락시 쇼크로 의식을 잃는다.

3 응급처치, 예방

그 응급처치란 게 별 거 아니어보이지만 무지 어렵다. 먼저 환자의 상태가 우리가 배운 쇼크에 대한 반응이라면(얼굴이 퉁퉁 붓고, 피부에 붉은 점이 생기고, 환자가 숨쉬기 힘들어하면서도 숨도 짧아지고 헉헉거리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피곤해지며 정신이 희미해지는 등) 재빨리 쇼크를 일으킨 물체나 생물을 재빨리 환자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재빨리 도움을 부르며(119) 그 상대를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눕히고, 상태를 체크하면서(특히 의식을 잃거나 기도가 막힌다든지 혈압감소를 주의하면서) 진정시키자. 만약 아드레날린이 있으면 의사의 진단에 따라 주사한 뒤 후송하면 되고, '에피펜'이라는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이 있다면, 허벅지 부분에 근육주사로 찔러 넣으면 된다. 보통 알러지가 심하거나 쇼크 경험이 있는 질환자들은 직접 휴대하고 다니는 경우도 꽤 있다.

읽어보자.

미드 보스턴 리갈에서, 한국계 미국인 선생이 수업 중에 전화를 받다가 땅콩 알러지가 있는 초등학생이 반친구가 무심코 건넨 땅콩 함유 음식을 먹고 질식사하여 유족들에게 소송을 당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에피펜을 왜 쓰지 않았냐는 질문에 상황이 순식간에 일어나 손쓰기에는 이미 늦었었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짧은 시간 내에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방증이 되겠다. 다 큰 성인은 알아서 예방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특정 알러지원이 확인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군 종사자(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기관 등등)들은 예방법, 대처법에 대해 필히 교육 받고 훈련되어 있어야 할 부분이다. 음식점에서도 알러지원이 조금이라도 섞여있는지 꼼꼼히 확인하여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맹독이 나타나는 여름철이나 초가을 야외활동 중 말벌집을 건드려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많다. 사고장소가 산속이나 외진 곳일 경우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불상사가 많이 일어난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2. 군대에서 볼 수 있는 일인데 군대약은 워낙 제한되어 있는지라 아무생각없이 처방한 약을 먹었다가 쇼크가 와서 난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실화로 전입온지 한달된 이병하나가 과민성쇼크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하필 기도까지 막아버렸다. 다행이 쇼크난 이병이 덩치가 좋은데다가 의무병이 심폐소생술을 계속했고 당사자가 어떻게든 살기위해 꺽꺽 거리며 호흡을 한 덕분에 간신히 목숨만은 구했고 의가사전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