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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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변형된 도교 주술. 사악한 것을 물리쳐 결계 등을 청정하게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4세기 초,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도교 서적인 포박자(抱朴子)[1]에 기록된 주술이 원형이다.

포박자에 따르면 본디 도사가 산에 올라가 수련할 때에 잡귀를 쫓고자 사용한다고 한다. 포박자에서는 육갑비축(六甲秘祝)[2]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의 영향으로 중국에서도 흔히 구자호신법(九字護身法)이나 구자진언(九字眞言)이라고 부르곤 한다. 본산지인 중국보다는 엉뚱하게 일본에서 유명해지고 중국에까지 그 명성이 역수입된 특이한 경우.

본디 포박자에 기록된 바로는 수인 등이 없다. 포박자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명산에 들어가려면, 오색 비단을 5촌 길이로 바위 위에 얹고 마음으로 구하는 바를 깊이 바라며 갑자(甲子)에 따라 길일을 고르라. 산에 들어간다면 육갑비축(六甲秘祝)을 알아야 하니, 그 주문은 "임병투자 개진열전행(臨兵鬪者/皆陣列前行)"으로 모두 9 글자이다. 언제나 당연히 비밀스런 주문이며 피하지 못할 일이 없다. 도를 구함이 번거롭지 않다 함은 이런 것을 이른다.[3]

저 주문의 뜻은 "병사로서 오신 투사들이여, 모두 진을 짜서 앞으로 가라"라는 뜻이다. 마지막 행(行)자를 대오나 대열을 가리키는 항(行)으로도 읽을 수 있는데 이렇게 읽는다면 뜻은 "모두 진을 짜서 앞에 대열을 서라"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원래 포박자신선이 되는 방법을 적었다. 갈홍은 책에서 신선이 되는 단약을 만들려면 명산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속세에서는 단약을 만들어봤자 부정타서 효험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산에 들어가도 이런 저런 요사한 것이 괴롭힐 수 있으므로 육갑비축으로 그런 것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하였다.[4]

이 주술이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불교와 수험도와 결합되면서 심히 불교스럽게 변형되었다. 가령 오색 실을 준비하는 부분은 사라지고, 주문 한 글자마다 수인을 맺는 것이 되었다, 주문이 모두 9자이므로 수인은 당연히 9개. 각 수인이 모두 밀교의 불보살을 가리킨다고 풀이하였다. 같은 주문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포박자에 기록된 바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일본에서 전해지는 포박자 주문은 서로 다른 두 가지 판본이 있다.

임병투자개진열전행(臨兵鬪子皆陣列前行)
임병투자개진열재전(臨兵鬪者皆陣列在前)

이중 전자가 포박자에 씐 그대로이다. 일본의 천태종에서는 전자를, 진언종에서는 후자를 사용하는데, 주문의 뜻 자체는 별 차이가 없으므로 혼란이 있었던 듯하다. 일본에서 이 구자 주문이 널리 알려진 것은 오기노 마코토의 만화 공작왕 때문인데, 공작왕에서 주인공이 진언종 출신이라 당연하게 진언종 주문을 사용하였다. 이 영향으로 진언종판이 널리 알려져 다른 애니나 만화 등에서도 구자 주문을 읊는다 하면 상당수가 진언종판을 사용한다.

단 공작왕 본편 중에서도 중국 황가선도의 황태원 등등 선술사들은 '이 나라의 주술 같은 것은 모두 우리 대륙이 원조다' 운운하며 원전, 그러니까 천태종과 동일한 주문을 사용하며, 포박자 원문을 따라가는 경우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구자 주문을 수인으로 맺을 때에 일본 불교에서는 보현삼매야인(普賢三昧耶印) -> 대금강륜인(大金剛輪印) -> 외사자인(外獅子印) -> 내사자인(內獅子印) -> 외박인(外縛印) -> 내박인(內縛印) -> 지권인(智拳印) -> 일륜인(日輪印) -> 은형보병인(隱形寶甁印)이라 풀이한다.

이로써 포박자에 기록된 중국의 도교 주술이 완벽하게 일본 불교스럽게 바뀌었다. 나중에는 수인을 맺기조차 복잡하다 하여 마치 바둑판처럼 가로 세로로 선을 9번 긋는 것으로 간략화되기도 했다.[5]

90년대 한국판타지에서는 마법사들이 수인을 맺으며 마법을 쓰는 장면도 많았지만,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수인닌자들이 쓰는 기술로 정착한 탓에 보통 수인은 인술로 그려진다. 뭐 닌자들의 인술서에 사기 고양 및 집중력 강화 목적으로 쓰기 위해 실제로 기록해놓고 쓰기도 했지만...

광전대 마스크맨에서도 구자인법을 구사하여 오라 파워를 끌어내는데, 리더인 타케루가 재(在), 켄타가 진(陳), 아키라가 열(裂), 하루카가 투(鬪), 모모코가 임(臨)의 손동작을 구사한다. 참고로 지휘관인 스가타 장관은 전(前).

철권에서 레이븐이 이겼을때 포즈로 하는 것이 이것이다.
  1. 위진남북조 시대에 동진(東晉)의 관료였으며 도사였던 갈홍(葛洪)이 지은 책. 신선이 되는 방법 등을 적었다. 포박자는 갈홍 자신의 호이기도 하다. 갈홍은 포박자 말고도 여러 가지 책을 지었다.
  2. 祝자는 축과 주라는 두 가지 음이 있으므로, 육갑비축 대신 육갑비주라고 읽을 수도 있다. 다만 祝을 '주'라고 읽을 때는 '남을 저주한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므로, 여기서는 육갑비축이라 읽음이 맞을 것이다.
  3. 도를 구하다 보면 이런저런 장애요소가 많지만, 그런 장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다 있다는 뜻이다.
  4. 같은 이유로 갈홍은 수행자들에게 산에 갈 때 거울을 들고 가기를 추천하며, 육갑비축과 함께 우보법(禹步法)을 알아두라고 서술했다.
  5. 이렇게 간략화된 형태는 애니메이션판 고스트 헌트에서도 주인공 타니야마 마이가 사용하는 것으로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