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의 10계

Knox's Ten Commandments.

1 개요

추리소설 작가 로널드 녹스(Ronald Arbuthnott Knox, 1888-1957)[1]반 다인(1888-1939)과 함께 1928년에 '미스터리를 쓸 때 지켜야하는 사항', 즉 '미스터리의 기본 규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녹스의 10계와 반 다인의 20칙을 각각 발표하였다. '녹스의 10계'란 말 그대로 로널드 녹스가 적어둔 10개의 기본규칙을 말한다.

현대 추리 소설들은 물론이고 명작으로 평가 받는 고전 추리 소설들도 녹스 10계를 완전히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이 법칙들은 하나같이 다 독자의 추리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다는 점이다. 완전히 지켜질 필요는 없더라도 녹스의 10계가 공상적이거나, 미지의 존재를 단서로 두는 것을 경계하는 것처럼 추리 소설은 독자의 추리 가능성을 염두하여 만들어질 필요성은 있다.

2 녹스의 10계

1. 범인은 이야기 전개의 초기 단계에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범인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2. 말할 필요도 없지만, 초자연적인 마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3.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독극물이나 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과학적 장치 등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적외선 굴절기?
4. 비밀의 방이나 통로는 하나면 족하다.
5. 중국인은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 것이 좋다.[2]
6. 탐정이 죽을 고비를 우연히 넘긴다든지 근거 없는 직감이 적중했다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7. 추리소설에서는 탐정 자신이 범인이어서는 안된다.
8. 탐정이 단서를 발견했을 때는 곧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9. 탐정의 보조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에는 캐릭터의 마음을 거짓 없이 독자에게 알려야 하며 지능은 독자보다 살짝 낮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일종의 설명역 캐릭터).
10. 쌍둥이 또는 아주 닮은 사람을 등장시킬 경우 독자에게 충분히 그 가능성을 인지시켜야 한다.

3 괭이갈매기 울 적에

동인게임 《괭이갈매기 울 적에》에서는 살짝 변형된 녹스의 10계를 사용하고 있다. 대체로 조금 다듬고 말끝을 금함으로 고친 수준이나, 2번과 의미가 통하는 5번이 삭제되어 있다. 마지막 10번은 설명을 다르게 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인 척"하는 트릭을 쓸 때 미리 복선을 깔아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뜻 자체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제1조 범인으로 가장 처음의 이야기에 나오지 않은 인물을 배치하는 것을 금한다.
제2조 수사 방법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제3조 비밀 통로의 존재를 금한다.[3]
제4조 미지의 약물 및 난해한 과학 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제5조 <삭제>[4]진짜 제5조는 위에있다
제6조 수사 방법으로 '우연'이나 '제6감'을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제7조 탐정이 범인인 것을 금한다.(단, 범인이 탐정인 행세를 하는 것은 허용한다.)
제8조 제시되지 않은 실마리로 추리하는 것을 금한다.
제9조 관측자는 자신의 주장 및 판단을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
제10조 실마리가 없는 다른 등장인물로의 변장을 금한다.
  1. 추리소설가인 동시에 성직자이며 신학자였다. 성공회 주교의 아들로 태어나 본인도 사제가 되었으나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가톨릭 사제로 서품되었다.
  2. 여기서 말하는 중국인이란 잡기단 마술사 같은 이를 가리킨다. 당시에는 해결 불가능한 사건을 제시하고서는 신비로운 중국인이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범인을 찾아내거나, 사건 자체가 중국인의 마술에 의해 일어난 것이었다는 등의 전개가 잦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X의 비극에서도 피해자가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엇갈려 꼬자 "중국놈이 숨어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라며 농담같은 대사가 살짝 나온다.
  3. 3조와 4조가 서로 바뀌어 있다.
  4. 제5조의 경우 판타지의 등장을 금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틀러의 적은 판타지다. 이야기가 진행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