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다리살

pork ham

말 그대로 뒷다리,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에서 엉덩이부터 무릎 발목까지 부위의 살을 말한다.[1] '후지(後肢)'라고도 부르며, 마찬가지로 반대 부위인 앞다리살은 흔히 '전지(前肢)'라고 한다.

겉부분의 두터운 비계층을 제거하면 속살은 거의 대부분 근육덩어리이다. 하긴 돼지의 무거운 몸무게를 지탱하는 뒷다리인만큼 근육량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와 해외, 특히 유럽 지방에서의 대우가 완전히 다른 부위 중 하나. 지방이 풍부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삼겹살이나 항정살, 고기와 지방의 비율이 적절하고 식감이 찰진 목살에 비하면 뒷다리살의 대부분은 퍽퍽하고 딱딱하게만 느껴진다. 자연히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인기 부위인 삼겹살에 비해 절반~1/4 이하의 가격대까지 떨어진다. 수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서 족발을 만들 때도 앞다리살을 먼저 쳐 주고 뒷다리살은 하급품으로 취급한다! 여러모로 껍데기나 비계, 뼈를 논외로 한다면 가장 저렴한 돼지고기 부위의 하나인 셈이다.[2]

하지만 스페인, 포르투칼, 이탈리아 등 햄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오히려 최고급 부위로 칭송받는다. 그 유명한 하몽이나 쿨라텔로 등의 생햄은 바로 이 뒷다리 부위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서 숙성시키는 제법을 통해 완성된다(...). 오랜 기간의 숙성을 통해 맛성분이 극대화된 뒷다리살 햄을 전문가가 얇게 썰어내면 퍽퍽함은커녕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미각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오히려 삼겹살은 판체타, 베이컨 등 훈연가공 제품에나 쓰이는 저렴한 부위라고 한다. 수입 삼겹살이 싼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숙성된 고기의 참맛을 보는 햄의 경우 지방 비중이 70%까지 올라가곤 하는 베이컨보다 지방성분이 육질로부터 철저히 분리되어 있는 뒷다리살 쪽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Ham 자체가 뒷다리살 및 그 가공품을 부르는 용어.

전지와 함께 미국 정통 바베큐의 오리지널 부위이기도 하다. 보통 햄으로 가공되는 허벅지보다 윗부분의 엉덩이살(Butt)을 사용한다. 8-12시간이라는 오랜시간 은근한 불에 요리하므로 겉을 감싸고 있는 두꺼운 지방이 튀겨져 바삭해지고 안쪽은 부드럽게 익어서 별미이다. 살코기에 지방이 적어서 완성품이 더 촉촉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전지보다 후지가 선호되기도 한다.

다만 구제역 파동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급상승한 통에, 저렴한 후지를 찌개거리로 파는 경우가 많아졌다. 살코기 자체에 붙어있는 비계는 적지만 따로 존재하는 비계는 두꺼워서 찌개용으로 나름 적합하다. 경우에 따라서는살코기의 퍽퍽함을 즐긴다면 저렴하게 보쌈용으로 먹을 수도 있다.

상기 언급한대로 근육질의 살코기 부위라 단순히 구워버리면 우리나라사람들이 흔히 즐겨먹는 로스(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돼지고기 장조림 용이나[3] 아예 푹 삶아서 질기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수육, 파인애플, 콜라 등의 고기를 연하게 만드는 첨가물을 넣을 수 있는 불고기, 역시 푹 삶겨서 어지간한 고기는 풀어져버리는 카레, 국거리 등에 사용된다. 다만 다른 고기에 써는 것에 비해 더 얇게 썰면 질기고 퍽퍽한 감이 많이 줄어들어 대학생 MT같이 고기의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자리에선 싸게 많이 먹을때 쓰기도 좋다. 아니면 아예 다져서 민찌로 만들어 버린 다음에 밥과 볶아버려도 먹을 만한 음식이 나온다. 일부 정육점에선 뒷다리살 구워먹는다고 하면 대패질로 얉게 썰어주니 좋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정육점에서 가지고는 있는데 전시는 안하는 좀 안습한 부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정육점은 고기를 반마리째로 사서 해체후 판매하는게 보통인데, 아무래도 선호도가 떨어져서 냉동고 구석에 짱박아 놓고, 손님이 따로 후지를 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꺼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정육점 자체에서 판매하는 가공육, 양념육등에 주로 사용되며, 식당등지에서 파는 제육볶음 등 돼지고기류 중에 부위는 없고 국내산이라고 써있는 경우 거의 뒷다리살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사실상 피하지방을 걷어내면 거의 순수한 근육덩이다보니 저지방 식단에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용도로 후지를 찾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인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시에 지방이 없는 부위와 있는 부위를 동시에 두고 판매하는 경우도 꽤 있다.[4]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정육점에서도 이런 가공은 부탁하면 해준다.

만화고기의 실제 모델로 강력하게 추정되고 있다.
  1. 뒷다리 부분도 포함되지만 그 부분은 보통 족발이라고 한다.
  2. 2014년 3월 기준으로 삼겹살은 14000~16000원/kg 수준인 데 비해, 뒷다리살은 비싸 봐야 8000원/kg을 넘기지 않는다(...). 200그램을 1인분으로 잡으면 1600원 정도. 보다시피 스팸보다 싸다! 저렴한 가격에 돼지고기 안주를 내놓는 가게들은 대부분 이 뒷다리살을 파인애플이나 배즙, 혹은 시판 연육제로 부드럽게 해서 원가를 절감한다고 보면 된다. 집에서도 고기를 부드럽게 할 수단만 갖추고 있다면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엄청 먹으면서 살 수 있다. 게다가 지방함량이 적어서 살도 덜 찐다...
  3. 애초에 장조림은 소고기 부위중에서도 살코기 부위인 사태부위에다 힘줄까지 넣어서 만드는 음식이다.
  4. 그리고 이런 경우 지방을 걷어낸 쪽이 더 비싸다. 지방을 걷어내는 가공이 추가되고 걷어낸 지방은 따로 쓸일이 없게 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