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그널

1 개요

빈란드 사가의 등장인물.

덴마크 스벤 왕의 신하 중 하나. 크누트 왕자 휘하의 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정치적으로는 배경이 빈약한 왕자의 후견인에 가까웠으며, 왕자를 어린 시절부터 보좌한 것으로 보인다.

동생으로 군널이 있으며 동생 역시 몇 안되는 친 크누트파다.

2 상세

3권에서 처음 등장한다. 첫 등장시엔 이미 휘하의 병력이 토르켈의 병단에 의해 궤멸되어 있었고, 그 자신은 크누트 왕자 및 빌바르도 신부와 함께 포로로 잡혀 있었다. 이대로였다면 확실히 토르켈의 병단에게 좋은 정치적 도구가 되었을 터지만, 왕자를 이용해 정치판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아셰라드가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숲에 불을 놓고 왕자와 그를 구하게 된다.

래그널 일행을 구출하려던 잔여부대는 명목상 크누트 왕자의 부대였고 그 규모도 컸기에, 아셰라드는 자신의 병단이 왕자 부대를 정공법으로 구출하더라도 곧 래그널의 휘하에 예속되어 그의 명령을 따르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굳이 화공을 사용한 것은 토르켈 부대의 진군을 늦춤과 동시에, 래그널 부대에도 손실을 초래함으로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시도였다.

이후 래그널이 이끌던 부대는 사실상 와해되고 왕자와 래그널만 살아남게 되었다. 그러나 토르켈 병단이 계속 뒤를 쫓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아셰라드가 실질적인 지휘관인 상태로 이 도주극은 계속되게 된다. 래그널은 왕자의 대변인이자 명목상의 상관으로서 어느 정도 발언력을 행사했지만, 아셰라드는 대개 그것을 무시했고 래그널과 자주 충돌했다.

래그널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다정한 성격으로, 바이킹이면서도 살인을 꺼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이후 아셰라드가 왕자의 자질을 시험하려 들 때마다, 래그널은 아직 미성숙한 왕자의 대변인으로 나서곤 했다.

왕자에게는 자신에게 냉담한 아버지보다는 다정한 래그널이 오히려 의지할만한 존재였을 것이며, 어린 시절에는 사실상 아버지나 다름없던 듯 보인다. 왕자에게 요리를 가르쳐 준 것도 래그널이며, 직접 썰매를 밀어주며 노는 삽화가 있는 등, 왕자의 어린 시절은 곧 래그널과의 추억이었다. 그러나 이런 다정함은 역으로 왕자를 한 명의 어른으로 성장시키지 못하는 요인이 되었다.

결국 그는 왕자를 성장시킬 필요성을 느낀 아셰라드에게 의해 잉글랜드 민병대가 저지른 짓으로 꾸며져 살해당한다. 래그널은 창으로 배를 꿰뚫린 상태에서도 최후까지 크누트 왕자에 대해서, 왕자의 안위를 걱정해 동생 군널을 통해 망명하라고 조언한다. 숨을 다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왕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단박에 거절당한다.

요약하자면 왕자를 진정으로 위하고 아버지와 같은 사랑으로 대했으나, 사랑의 방식이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왕자에게 사실상의 아버지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아래는 래그널의 마지막 유언.

전하…, 전쟁이…끝나면…, 새 요리라도… 분명히 폐하께서도, 기뻐해 주실, 것….

　

3 여담

토르핀 카를세프니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었다. 앞서 말한 화공 때에도 아셰라드의 명령으로 래그널과 크누트 왕자를 실제로 구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토르핀이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듯. 이 사건 이외에도 토르핀이 크누트 왕자를 비꼬았을 때 크누트 왕자가 화를 내며 언쟁이 벌어난 것을 보고, "왕자님이 나 이외의 타인과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게 얼마만인가"라고 말하며 감동하는 묘사가 있다(...). 왕자에게도 나름의 동년배 친구가 생기길 바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