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셰라드

1 노르웨이 민간 전승의 등장인물

노르웨이어로는 Askeladd (혹은 Askeladden). 영어로는 ash lad라고 한다.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노르웨이의 민속 전승에서 종종 등장하는 인물로서, 깊은 생각을 주로 하는 역할로 나와 노르웨이에서는 지혜롭고 영웅적인 사람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2 빈란드 사가의 등장인물

캐릭터의 유래는 1인 것으로 보인다.

노르드 전사 집단을 이끄는 우두머리로서 비요른토르핀 카를세프니, , 톨그림아트리 형제를 수하로 두고 있다. 물론 토르핀은 수하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아셰라드 뜻대로 부려먹히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수하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사로서의 실력은 매우 출중하며, 상황을 판단하고 계책을 세우는 능력 역시 일개 전사집단의 우두머리로서는 넘칠 정도로 뛰어나다. 냉정하고 무엇보다 도덕에 거리끼지 않는다는 면에서 작중 가장 데인인스러운 전사라고도 볼 수 있다. 그의 우두머리로서의 유능함은 병단 전사들의 신뢰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타인을 신용하지 않는 전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명령 한번에 순순히 무기를 손에서 놓거나,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그가 결국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임을 믿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이것은 아셰라드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좋은 계책을 냄으로서 자신들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 '우두머리'에 대한 신뢰였으며, 이러한 신뢰 방향의 차이는 후에 그가 이끄는 병단의 최후를 결정짓게 된다.

한 집단의 우두머리이지만 동시에 '돌아올 왕을 찾아 헤메는 전사'로서, 욤 전사단플로키에게 의뢰를 받아 토르즈 스노레슨을 죽일 때에도 그의 강함과 담대함, 지혜[1]를 보고 그에게 "두목이 되어 우리 일당을 이끌어 볼 생각은 없나"고 대담한 제안을 건내기도 했다.

토르즈 스노레슨을 죽인 이후 토르핀의 철천지 원수가 되지만, 토르핀이 자신을 정정당당한 결투로 꺾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결투의 기회를 미끼로 그를 이용했다. 꽤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토르핀이 어릴 때부터 성장과정을 봐온 아셰라드가 그의 사소한 버릇마저 꿰고 있기에 가능한 일. 그렇기에 결투에서 한 번도 다치지 않고 늘 이기면서 토르핀을 계속 써먹을 수 있었다.

이렇듯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그의 정체는 브리타니아[2]의 전설적인 장군 아르토리우스의 마지막 후손. 유틀랜드의 호족인 부친 워라프가 약탈 과정에서 노예로 삼은 웨일즈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으로서, 켈트족 구세주[3]의 후손임과 동시에 켈트족의 적인 데인인과의 혼혈이라는 미묘한 태생을 가지고 있었다.

워라프는 아셰라드의 어머니가 늙고 병이 들자 그녀를 버렸고, 아셰라드는 그에게 이름조차 받지 못하고 '재투성이(아셰라드)'[4]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그대로 그의 이름이 되었다. 아버지 워라프에게는 이런 자식들이 수없이 있었지만 이름을 지어준 것은 본처가 낳은 아들들 뿐이었으므로.

후일 그는 모친이 지어준 자신의 진짜 이름은 '루키우스(루치우스) 아르토리우스 카스투스'[5]라고 선언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켈트인의 적인 데인인의 왕과의 대치 상황에서 내뱉은 상징적인 언사인지는 불투명하다.

아무튼 어린 아셰라드는 끝내 미쳐버린 어머니가 아버지 워라프에게 매달리다가 참살당할 위기에 처하자 무심결에 검을 쥐고 워라프의 검을 막았으며, 이 일이 워라프의 눈에 들어 그의 아들로 인정받게 된다.[6] 아셰라드는 복수를 위해 장성해가며 꾸준히 일족의 환심을 샀으며, 일족 내에서 부친의 아들로 완전히 인정을 받자 아버지의 침실에 숨어들어가 워라프를 죽이고 배다른 형에게 죄를 떠넘긴 후 어머니와 함께 워라프의 부족에서 떠났다. 아마도 이때 찾아간 곳이 웨일즈 지방의 모르간쿠그 왕국인 듯. 하지만 그가 부친의 유산을 일부 상속받았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있고, 또한 해적 활동을 하던 시절에도 겨울이면 숙부 고룸의 영지에 머무는 등 부친 쪽 친척과의 교류가 있는 것을 보면 도망쳐서 부친 쪽 친척들과의 인연을 아예 끊어버리거나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왕을 찾아 해메는' 그의 행보는 이러한 출생/성장과정에서 기인한 것. 어머니가 자신에게 말해준, 아르토리우스가 켈트인을 구하러 돌아온다는 전승을 믿지는 않으나 자신의 혈통으로 인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전설적인 영웅의 마지막 후손이라는 혈통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데인인의 사회에 녹아들어 완전한 데인인이 된 자신은 켈트인의 구세주가 될 수 없다고 느끼는 듯하다.[7] 게다가 그는 바이킹(데인인) 무리의 우두머리이면서도 바이킹들의 잔인하며 욕구에 충실한, 야만스러운 모습에 환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병단의 최고참인 비요른마저 "나는 저 녀석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동료 전사들과도 항상 거리를 유지했다. 이는 아셰라드의 의복을 봐도 알 수 있는데, 그가 항상 입고 다니는 흉갑은 바이킹식의 사슬갑옷이 아니라 그리스-로마 양식에 가까운 로리카이며, 8권의 연회장에서 망토를 입을 때도 바이킹들처럼 평범하게 입는 것이 아니라 로마인들의 토가처럼 한쪽 어깨만 걸치는 식으로 입는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바이킹이 아니라 로만브리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8]

젋은 시절부터 용병단을 전전하며[9] 왕을 찾아 헤메던 와중 도무지 쓸만한 사람이 안 보여서 스스로 왕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10] 때마침 덴마크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다툼으로 잉글랜드 군 휘하의 토르켈의 병단에게 쫓기던 크누트 왕자를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혈통에 대해 알고 있는 모르간쿠그 왕국[11] 원로들의 지원을 받았으나, 잉글랜드를 가로질러 육로로 진군하던 도중 약탈한 마을의 생존자가 잉글랜드 측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게 됨으로서 또다시 토르켈에게 추격당하게 된다. 이러한 추격전의 과정에서 아셰라드는 나약한 크누트 왕자를 꼭둑각시로 이용하려고 하고, 이에 방해가 되는 래그널을 잉글랜드 민병대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꾸며서 암살한다.

이후에 전투광 토르켈과 그가 이끄는 병단의 위세에 눌린 아셰라드의 병단에서는 톨그림의 주모 하에 내분이 시작되고, 이를 간파한 아셰라드는 비요른, 토르핀과 함께 크누트 왕자를 탈출시킨다. 이 세 명이 탈출한 이후 살기 위해 전원 그를 배반한 병단의 한가운데 남은 아셰라드였으나, 그간 쌓아놓은 실력이 실력인지라 버티던 와중 그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 토르핀과, 래그널의 죽음으로 깨달음(...)을 얻고 각성한 크누트 왕자의 중재로 살아남고, 자신을 쫓던 토르켈을 거꾸로 자신의 휘하로 편입시켜버린 크누트 왕자를 보자 그가 바라던 왕의 모습을 드디어 발견했음을 깨닫고 크누트를 보좌하게 된다.

마지막에는 크누트와 자신의 고향인 웨일즈를 지키고자, 둘째 아들 크누트의 목숨과 웨일즈를 노리고 있던 스벤 왕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자기 손으로 시해한다.

내 어머니가 지어주신 진짜 이름을 알려주마.

'루키우스 아르토리우스 카스투스'
짐이 바로 브리타니아를 통치할 정당한 왕이니라.

 
이후 수많은 전사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홀로 날뛰다가, 크누트로 하여금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자신을 처단하게해 정국을 장악하도록 유도한 후 생을 마감. 실로 대단한 행동력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모든 일이 그의 의중대로 잘 풀려나갔지만...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토르핀은 그 뒤로 한동안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장르도 역변했다

토르핀의 아버지 토르즈를 죽였지만, 이후 토르핀을 성장시키고 애증의 태도로 그를 대한 것, 결투를 통해 끊임없이 그를 다른 바이킹들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려고 한 것[12]을 볼 때 위치상 토르핀에게 아버지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것이 아셰라드가 바란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13] 의도적으로 데인인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던 아셰라드에게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쳐 오던" 토르핀은 자신도 모르게 속을 비추게 되는[14] 존재였을 것이며 동시에 자신이 키워 낸 아들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10권에서는 망령이 된 채로 토르핀의 꿈에 나타났다. 아비규환의 장에서 다른 망령들이 미친듯이 싸우는 동안 혼자 높은 기둥에 앉아 구경 중인 모습으로 등장. 역시 머리가 좋다. 토르핀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망령을 보고 진심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리자, 토르핀을 엄호하며 자신이 죽인 망령들을 모두 데리고 지옥을 기어 올라가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진정한 전사가 되라고 충고한다.

  1. 토르즈는 아셰라드가 자신을 지목했다는 사실 하나로 암살의 배후를 정확히 추측해냈다.
  2. 로마 제국 휘하에 있던 영국을 말한다.
  3. 켈트족의 아르토리우스 전승에는 언젠가 아르토리우스가 돌아와 켈트인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4.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신데렐라다(...).
  5. 아서 왕 전설의 실제 모델이라 추정되는 로마계 장군의 이름과 같다.
  6. "쓸만한 놈이군, 내 집에서 살아라."
  7. 토르핀과의 결투가 끝나고 크누트 왕자와 나눈 대화. 또한 작중에서 보여주는 그의 행보만큼 "바이킹"스러운 존재는 없다. 그만큼 잔인하고 냉정한 남자.
  8. 뿐만 아니라 거짓 맹세할 때는 부친의 이름을 내세우지만, 진짜 지킬 생각을 가진 약속을 할 때는 아르토리우스의 이름을 빌려서 맹세한다.
  9. 책에서의 묘사를 보면 토르켈 휘하의 병단에서 싸운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적장의 이름을 보면 아마도 켈트인에 대한 공격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어머니의 고향인 웨일즈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전장은 아일랜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짬밥이 없으니 웨일즈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지도.
  10. 토르즈 정도의 인물이라면 왕으로 섬길만한 재목이라고 판단했던 듯. 다만 그가 처한 위치와 상황이 썩 좋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토르즈에게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11. 웨일즈의 켈트족 잔당들이 세운 국가로서, 아셰라드의 어머니는 웨일즈에서 아름다움과 혈통으로 널리 알려진 존재였다.
  12. 그는 토르핀과 결투할 때마다 토르핀을 의도적으로 도발하며 그에게 "생각하라"는 교훈을 주었다. 아셰라드가 바이킹들의 단순하고 야만적인 면모, 즉 "생각하지 않는 것"을 혐오했다는 사실과 비춰보면 의미심장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크누트 왕자의 휘하에 들어간 직후 치명상을 입은 동료 비요른을 결투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검으로 직접 죽여준 후 곧바로 벌어진 토르핀과의 결투에서 여전히 자신의 도발에 넘어가 앞뒤 구분없이 돌진해오는 토르핀을 맨손으로 제압하고는 이전과 달리 기절할 정도로 두들겨 패버렸다. 그리곤 크누트 왕자가 토르핀을 위로하자 몇번을 해도 마찬가지라며 한번 머리에 피가 몰리면 생각이란걸 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속마음과 과거사(자기보다 훨씬 강한 미운 상대-혈연상 아버지-를 자기가 어떻게 죽였는지...)를 들려주기도 했다.
  13. 6권 이후부터 토르핀을 내심 신용하는 듯한 면모를 보이는 아셰라드지만, 6권 이전에는 토르핀을 쓰고 버릴 수 있는 말 취급하며 전장 속에 방치한다.
  14. 토르핀에게 했던 충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