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음추이

大母音推移
Great Vowel Sh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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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부터 지금까지의 모음 변화표.[1]

1 개요

영어에서, 고대 영어로부터 수백 년에 걸쳐 모음이 변하게 된 영어의 대격변.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덴마크의 언어학자인 오토 예스페르센.

영어 학습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으로, 영어의 표음성을 시궁창으로 끌어내린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2]

사실 언어학적으로 굳이 '대(great)'모음추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후술되겠지만 이와 같은 발음상의 변화는 어느 언어나 있고, 딱히 영어의 대모음추이가 다른 언어에 비해 독특한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 하지만 이미 용어가 정형화 되어버려서 다들 그저 대모음추이라고 부르는 것 뿐.

2 그 당시 모음들은 어떤 큰 변화를 겪었나

대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겼다. 오늘날 보고 들을 수 있는 영어의 철자와 발음에 대한 법칙은 이 대모음추이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 /aː/ → /eɪ/ (예: make)
  • /ɛː/ → /eɪ/ 또는 /iː/ (예: break 또는 beak)
  • /eː/ → /iː/ (예: feet)
  • /iː/ → /aɪ/ (예: mice)
  • /ɔː/ → /əʊ/[3] (boat)
  • /oː/ → /uː/ (예: boot)
  • /uː/ → /aʊ/ (예: mouse)

옛날에 장모음이었던 음가가 대부분 이중 모음으로 바뀌었으며, /eː/와 /oː/는 혀 위치가 높아져서 고모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선지 영어 원어민은 /e/와 /o/를 단독으로 잘 발음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리고 영어의 모음 알파벳에 대한 명칭도 바뀌었는데 예를 들어서 A는 /a/가 아닌 /eɪ/, E는 /e/가 아닌 /iː/ I는 /i/가 아닌 /aɪ/로 바뀌게 되어 한 문자의 명칭에 그 문자가 들어가지 않은 특이한 점을 남기게 되었다.[4]

또한 위 표에서 보듯 단모음도 큰 변화가 생겨서, 오늘날 한국인 이름의 로마자 표기 등 비 라틴 문자 문화권에서의 라틴 문자 표기법을 헬게이트로 만들어 놨다(...).[5]

3 개판 5분 전이 되다

설상가상으로 대모음추이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대였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쇄술이 발달해서 결과적으로는 철자를 고정시켜 버렸고, 당시 영어의 원어민이었던 영국은 여기저기에 식민지파죽지세로 세우고 있었던 시절.

이런 상황에서도 언어는 끊임없이 꾸준히 변화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에 들어서는 그야말로 답이 안 나오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훗날 국제음성기호를 제정하게 되는 근본적인 계기가 된다.[6] 영어 철자 개혁도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왔다.

4 비슷한 예

사실 라틴어 같은 사어로지반 같은 일부 통제되는 인공어를 제외하면 모든 언어는 변화하기 때문에 철자와 실제 발음의 일치도가 얼마든지 변동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단 영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은 해당 언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표음성이 결정된다는 이야기.

당연히 한국어에서도 모음의 변화가 있었는데, 현재 통설로는 일단 다음의 두 가지 현상이 모음체계 전체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7]

4.1 한국어

1차 변동(13~14세기경) : 14세기 한국어 모음추이설
고려말기로 추측되는 모음추이 현상. 말 그대로 단모음들이 연쇄적으로 조음위치를 바꾸었다는 학설.[8] 상당히 오랜 기간 정설로 취급되었으나 최근에는 이 시기에 모음추이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9]

13~14세기[10]전설모음중설모음후설모음15세기경[11]전설모음중설모음후설모음
ㅣ(i)ㅜ(ɨ)ㅗ(u)ㅣ(i)ㅡ(ɨ)ㅜ(u)
ㅓ(e)ㅡ(ə)ㆍ(o)ㅓ(ə)ㅗ(o)
ㅏ(a)ㅏ(a)ㆍ(ʌ또는 ɒ)

[12]


2차 변동[13] : 한국어 이중모음의 단모음화 및 음가소실

  • ㅐ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aj/라는 하강이중모음이었는데, /ɛ/로 단모음화되었으며, 근래 들어서는 ㅔ/e/로 합류되고 있다.
  • ㅒ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jaj/라는 삼중 모음이었는데, /jɛ/로 바뀌었으며, 근래 들어서는 ㅖ/je/로 합류되고 있다.
  • ㅙ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waj/라는 삼중 모음이었는데, 이후 상승 이중 모음 /wɛ/로 변했다.
  • ㅚ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oj/라는 하강 이중 모음이었는데, /ø/로 단모음화되었으며,[14] 이후 상승이중모음 /we/로 발음이 변했다.
  • ㆍ는 원래 /ʌ/ 또는 /ɒ/였으리라고 여겨지나,[15] 발음이 소실되어 1음절에서는 ㅏ로, 2음절 이하에서는 ㅡ로 합류되었다.
  • ㆎ는 원래 /ʌj/ 아니면 /ɒj/였으리라고 여겨지나, 발음이 소실되어 ㅐ, ㅢ 등으로 합류되었다.
  • ㅔ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əj/라는 하강 이중 모음이었는데, /e/로 단모음화되었다.
  • ㅖ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jəj/라는 삼중 모음이었는데, /je/로 바뀌었다.
  • ㅞ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wəj/라는 삼중 모음이었는데, 이후 /we/로 발음이 변했다.
  • ㅟ는 원래 글자가 생긴 모양대로 /uj/라는 하강이중모음이었는데, /y/로 단모음화되었으며[16], 이후 상승 이중모음 /wi/로 발음이 변했다.

근래 들어서 ㅐ-ㅔ, ㅒ-ㅖ, ㅚ-ㅙ-ㅞ의 차이가 모호해져가고 있으며, 이외에도 근래 들어서 발음이 불안정하게 되어 버린 [17]의 예도 그렇고, 언어의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현대에서 (적어도 규정상으로는) 단모음으로 발음되는 글자들 중 이중 모음처럼 생긴 녀석(ㅐ, ㅔ)들은 전부 뒤에 ㅣ(이걸 딴이라고 한다)가 있는 걸로 보아, ㅢ도 원래 저 시리즈(?) 중 하나였지만 남들이 다 단모음화하는 동안 혼자서 음가가 안 바뀐 걸지도 모른다.

4.2 덴마크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어의 대모음추이가 양반으로 보일 정도의 매우 혼란스러운 음운 변화를 겪었다. 예를 들어 영어 'Day'와 동계어인 'dag'는 스웨덴어, 노르웨이어에서는 철자 그대로 [dːɑɡ]로 소리나지만 덴마크어 혼자 영어가 연상되는 [dɛj]로 소리난다.[18] 또한 이러한 모음추이로 인해 덴마크어는 유럽 대륙 언어에서 유일하게 철자 a의 기본값이 영어처럼 /æ/인 언어가 되었다. 영어와 달리 특수문자인 æ, å, ø등을 없애지 않고 계속 사용중이라는 걸 감안하면 훨씬 더 혼란스러운 셈. 때문인지 덴마크어 사전은 영영사전처럼 단어마다 적극적으로 발음기호[19]를 병기하는 편이다. 자음 또한 유성-무성 변별에서 무기-유기 변별로 바뀌고 R발음이 주변 북유럽 국가의 언어와 같이 치경전동음 혹은 접근음이던 것이 독일어, 프랑스어와 같은 구개수음으로 변화했다. 그래서 Rødgrød med fløde라는 음식 이름의 발음이 매우 괴이해졌다.

4.3 네덜란드어

ui, ij는 본래 /uː/, /iː/로 발음되던 철자였으나 시대가 지나면서 이중모음화되어 현재와 같은 /ɛi/, /œy/로 변화했다. 또한 자음 면에서도 원래 유성음이어야 할 /ɣ/, /v/등이 점차 무성음인 /x/, /f/와 혼동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4.4 기타

한편, 일본어 발음의 역사적 변화로는 순음퇴화가 유명한데, 이는 모음이 아닌 자음에서 일어난 역사적 변화이다.
  1. 이 표는 영국식 영어 기준으로, 미국식 영어에서는 fox에 해당되는 최종 모음이 /ɒ/가 아닌 /ɑ/이다.
  2. 물론 적절한 시기에 철자법을 바꾸지 않은 영어권 사용자들의 책임도 있다.
  3. 이것 역시 영국영어 기준으로, 미국 영어에서는 /oʊ/.
  4. 이런 케이스가 영어식 알파벳 자음 이름에도 있는데, H는 /h/가 안 들어가고(/eɪʧ/, 스페인어나 프랑스어처럼 h 발음이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라서 약간 특이한 케이스), Q는 /kw/가 안 들어가고(/kjuː/), W는 /w/가 안 들어간다(/ˈdʌbɫˌjuː/). 단 W같은 경우에는 프랑스어, 스웨덴어, 스페인어 처럼 다른 나라의 언어에서도 /w/가 들어가지 않고 '두개의 v'라는 명칭으로 붙이는 경우가 있다. H의 경우는 (/heɪʧ/)라고 발음하는 원어민들도 꽤 있다. 여담이지만 아일랜드에서는 H를 읽는 방법을 가지고 신교도와 구교도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앞에 h 발음의 유무로 구분했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는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5. 예를 들어서 박지성의 '박'자와 '성'자는 각각 'park'과 'sung'으로 표기되지만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bak/pak'과 'seong'으로 표기해야 한다.
  6. 애초부터 국제음성기호를 처음 제정하게된 계기가 영어의 철자에 대한 비일관성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당장 영어단어책에 유난히 국제음성기호가 가득 차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일례로 독일어 사전은 특별히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어에 음성기호가 병기되지 않은 것도 있다. 발음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
  7. 이중 첫 번째 현상인 한국어 모음추이설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논리이지만 이 현상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연구자들이 존재한다. 아래 주석 참조.
  8. ㅓ가 ㅡ를 밀어내고 ㅡ가 ㅜ를 밀어내고 ㅜ가 ㅗ를 밀어내고 ㅗ가 ㆍ를 밀어냈다는 설이 있다.(이기문) 그 외에도 여러가지 학설이 있으나 여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 전의 음가가 지금과 완전히 같았는지는 불명이나 영어의 대모음추이와 유사한 예이다.
  9. 1960년대에 한국어의 모음추이 가설이 제기된 이후, 학계의 논쟁과정을 거치면서 14세기에 모음추이가 있었다는 이기문 교수의 견해가 정설화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어 모음추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연구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5세기의 단모음은 아래아가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음가의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15세기의 단모음이 14세기 이전시기와 크게 달랐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즉 한자음이나 외래어 차용어 등의 기록으로 추적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한국어에서 모음추이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근대국어 시기에 ㅔ, ㅐ, ㅚ, ㅟ 등의 이중모음이 단모음으로 바뀌면서 한국어의 모음체계에 큰 변화가 있긴 했지만, 이 현상은 단일모음의 음가가 집단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자리이동을 하는 모음추이와는 성격이 다른 별개의 현상이다.
  10. 문헌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대국어시기부터 이 체계 이상은 말할 수 없다.
  11. 훈민정음 창제시기를 기준으로 한다.
  12. 그리고 근대 시기에 ㅐ와 ㅔ가 단모음화 되면서 전설 모음의 위치에 자리를 잡고 ㅚ와 ㅟ가 단모음화 되면서 현대의 10단모음 체계가 된다.
  13. 훈민정음 창제 이후 근대시기까지이다.
  14. 현재도 원칙적인 발음은 이것이다.
  15. 현재는 제주 방언에서의 /ɒ/ 등에 간혹 사용된다.
  16. 현재도 원칙적인 발음은 이것이다.
  17. 원래 음가는 /ɰi/이나 일부 지역에서는 /ɯ/로도 발음되며, 조사로 쓰일 경우에는 /e/로도 발음된다.
  18. 단 이 g문자는 덴마크어뿐만이 아니라 스웨덴어노르웨이어에서도 (주로 어말에서) /g/ 발음대신 /j/발음으로 내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예테보리.
  19. 국제음성기호와 덴마크식으로 변형된 독자적인 음성기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