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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5세기 훈민정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시작해서 20세기 초반까지 존재했던, 한국어 홀소리(모음)를 나타내는 글자다.

글자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아래아"라고 부른다. 처음 만들어졌을 땐 아래아라는 이름은 없었고, 다른 모음자와 마찬가지로 모음이 나타내는 소리 그대로 'ᄋᆞ'라고 불렸을 가능성이 크다.

천지인자판에서 지혼자만 조합이 안되는 모음이기도 하다. (보기 : '오' 이렇게 되지만 아래아는 'ㅇㆍ' 이런식으로 자모가 분리된다.) 아니다

2 중세 국어에서

훈민정음에서 (삼킬 탄)자의 가운뎃소리라고 하고있다. 톤 비슷한 소리가 난다.
아래아는 천(天), 지(地), 인(人) 세 가지 요소 중 에 해당하는 뜻에서 점으로 표현되어 모음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때문에 훈민정음 창제 당시만 해도 모음 순서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나중에 1527년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 모음 맨 마지막으로 밀려나 버리긴 했지만.

중세 한국어에서 아래아가 어떤 음으로 읽혔을까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고, 이에 대해서도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추정은 나와있는 상태인데, 일단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혀가 오그라진 정도를 제1기준으로 두고 모음을 설명하고 있고,

아래아에 대해서는 혀가 오그라져 그 소리가 깊다(舌縮而聲深)고 하고 있다.[1] 그 밖의 홀소리들은 아래아의 위치에서 입모양만 바뀌거나 혀가 덜 오그라진다거나[2] 하는 식으로 설명되어 있으므로, 아래아는 모음들 중 혀가 가장 깊게 뒤로 당겨진 소리라고 볼 수 있다.

ㆍ에서 입을 벌리면 ㅏ 소리가 되고(ㅏ與ㆍ同而口張), 입을 오므리면 ㅗ가 된다(ㅗ與ㆍ同而口蹙)고 설명하고 있다. 즉 아래아는 혀가 당겨진 정도가 ㅏ, ㅗ와 비슷한 음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ㆍ보다 혀를 덜 오그라뜨린 ㅡ에서 입을 벌리면 ㅓ(ㅓ與ㅡ同而口張), 오므리면 ㅜ(ㅜ與ㅡ同而口蹙)가 된다고 한 기술을 보았을 때, ㆍ는 ㅏ, ㅗ와 그 깊이가 비슷하고 ㅡ는 ㅓ, ㅜ와 그 깊이가 비슷하다고 본 듯하다.

거기에다 다른 모음들과는 달리, 입 모양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입술이 둥글지 않은 홀소리일 가능성이 있다[3].

이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파일:UI9JwW7.png
파일:LE6KrGE.png

종합하면 중세 국어의 /ㆍ/는 호칭상 "아래 "임에도 현대 국어의 /ㅓ/[ʌ]와 비슷한 음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반면에 중세 국어의 /ㅓ/는 [ʌ]보다 혀가 덜 오그라지는 [ə]였다. 그런데 제주도 사투리에 ɒ로 남아 있는게 아래아라는 설도 있다. 참고로 영어의 모음에 모두 /ʌ/, /ə/가 들어있는데, 영어권에서도 거의 구별하지 않고 그냥 schwa /ə/ 하나로 간주하고 쓴다. 정확하게는 액센트가 붙은 자리는 /ʌ/, 액센트가 붙지 않는 자리는 /ə/로 발음된다. 영어에서 중립적인 모음의 성격을 띠어서 다른 모음들이 액센트가 붙지 않은 위치에서 약모음화되는 경우 schwa모음 /ə/를 닮으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schwa발음은 경우에 따라 해당 모음이 약해지거나 아예 묵음이 되어 "ㅡ"처럼 발음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ə가 기운 형태/ə/로 표시한다. 현대 국어에도 일부 방언권 내지는 /ㅓː/(장음 /ㅓ/) 등에서 [ə]를 들을 수는 있다. ), /ㅓ/가 장음일 때, /ㅓ/보다는 혀가 조금 오그라드는 소리다. '어어어'는?

아래아라는 명칭은 소위 반절표(한글 배움용으로 만든 자모표)에서 맨 아래에 위치한 모음이기 때문에 붙게 된 것이라고 한다(출처). 반절표의 모음 순서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ㆍ였고, 이것이 세로쓰기로 나열되어 있었으므로 맨 위의 ㅏ는 "위아", 맨 아래의 ㆍ는 "아래아"로 부른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법은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짝을 이루는 모음조화를 철저히 지키고 있었는데, 아래아는 양성모음에 속했으므로 입을 크게 벌리는 ㅏ, ㅗ와 짝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15세기 후반부터 모음조화가 서서히 파괴되기 시작해 아래아가 들어갈 자리에 ㅡ, ㅏ 등 다른 음들이 대신 놓이게 되면서 아래아의 음가 역시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파일:IjxW41B.png
(모음사각도에 창제 당시 모음을 표시한 도표, 빨간색이 양성 모음, 파란색이 음성 모음, 녹색 선은 음양 대립, 검은색은 중성 모음)

3 근대 국어에서

아래아의 고유한 음가가 희미해지면서, 중세 한국어에서 초성에 아래아가 붙어 있던 단어는 ㅏ[4], 초성 이외에 붙어있던 단어는 ㅡ나 ㅜ 등[5][6] 으로 음이 흡수되었다. 구어로서 고유의 음을 잃긴 했어도, 글에는 계속해서 아래아가 쓰였다.

1909년 유길준이 지은 문법책 "대한문전(大韓文典)"에서 비로소 아래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1912년 조선총독부에서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을 발표하면서, 고유어의 아래아는 공식적인 표기상으로도 폐지되었다. 한자어의 아래아는 그대로 남았다. 다만 조선총독부 마음대로 아래아를 폐지한 것은 아닌데 이미 경술국치 이전부터 한글학자들이 아래아를 폐기할 것을 주장하였다. 주시경도 아래아 폐기를 주장했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한자어의 아래아도 표기상으로 폐지하면서, 아래아는 한국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내가 이래봬도 최초의 모음인데 이렇게 존재를 삭제당하다니! 으아니 ᄎᆞ!!

4 현대 국어에서

일단은 제주어에 [ɒ]의 형태로 아래아 발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발음은 ㅏ보다 혀를 좀 더 아래로 낮추고, 그 상태에서 뒤로 끌어당긴 다음, 입술을 약간 둥글게 해서 발음하는 후설 원순 저모음. 중세 국어의 /ㅓ/[ə]가 현대 국어의 /ㅓ/[ʌ]로 저설화된 것을 감안하면, /ㆍ/ 역시 [ʌ]에서 [ɒ]로 저설화되었다고 유추 가능하다. 다만 "[ə]>[ʌ]"와는 달리 "[ʌ]>[ɒ]"에서는 평순 모음이 원순 모음화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문제는 많은 제주도민들이 아래아를 후설 원순 중저모음인 [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그거나 그거나[7] 심지어 젊은 세대의 경우 같은 원순모음이되 표준어의 /ㅗ/[o]와 비슷하게 발음하기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 몇몇 제주도민들은 /ㆍ/를 평순모음 [ʌ]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실례로 "어, 그래"를 의미하는 "ᄋᆞ, 기여"에서 아래아를 원순모음 [ɒ]가 아니라 평순모음 [ʌ]로 발음한다. 그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ᄋᆞ, 기여"를 "어, 기여"로 듣는 경우가 많다. 표준어 /ㅓ/와 일치하는 발음이므로.

이처럼 아래아 발음이 불분명해지는 현상은 제주어 자체의 소멸과도 무관치 않다.

그 외에 제주도 지명 중 아래아가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다만 온라인 등에서는 아래아를 쓰기가 곤란한 연유로 "ㅗ"로 대신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편.

제주도 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지역 방언에 로 추정되는 발음이 남아 있다.[8] 하지만 이것이 중세 한국어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예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음식점 등에서는 원래 아래아가 들어가는 발음이 아닌데도 아래아를 써서 가게 이름을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장 아래아 한글만 하더라도, 중세국어 "한"은 원래 그 시대부터 아래아가 들어가지 않는 단어였는데도 아래아를 붙여 "ᄒᆞᆫ글"로 쓰고 있다. 일단 아래아는 'ㅏ'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엄연히 말하면 저 표기는 틀렸다. [9] 물론 크라운제과"ᄎᆞᆷ크래커"처럼 진짜로 아래아로 썼던 걸 그대로 쓴 경우도 있긴 하다.

현행 한글 맞춤법에 사용하지 않는 글자이기 때문에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는 이 글자를 어떻게 표기한다는 규정은 나와 있지 않다. 단 예일 표기법을 기반으로 중세국어를 표기할 때 "ㆍ"는 "o"로, "ㅗ"는 "wo"로 표기한다.

아래아 한글에서는 글자판을 옛글자로 바꾸거나, 보통 한글 자판에서 ㅏ 키를 두 번 빠르게 연달아 누르거나 ㅌ -> 한자 키 -> 5번째 행에서 아래아를 입력할 수 있다.

또한 천지인 자판에도 아래아 키가 탑재되어 ㅣ, ㅡ와 함께 조합해서 여러 개의 모음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모음에 붙는 곁가지는 전부 아래아를 붙이는 걸로 처리하는 천지인 자판의 제자원리상 전각 한 칸에 아래아가 2개 들어있는 쌍아래아(ᆢ)[10]도 입력할 수 있어,[11] 천지인 자판 유저 중 특수문자를 입력하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은 이걸 말줄임표 대신으로 쓰기도 했다.

그리고 가운뎃점(·)을 입력하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운뎃점 대용으로 쓰인다. 실제로 법령 등에서도 전각이기 때문에 보기 좋은지 아래아를 가운뎃점용으로 곧잘 쓴다.
  1. 아래아 모음의 소리가 깊다는 것으로 봐서 강모음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ㆍ> ㅡ >ㅣ순으로 소리가 깊고 얕다고 표현하고 있어서 ㆍ는 강모음, ㅡ 는 중모음, ㅣ는 약모음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ㆍ을 하늘, ㅡ을 땅(대지, 자연), ㅣ을 사람에 상징하는데, 이는 하늘이 가장 강하고 왕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이고(천하대장군), 땅은 인간을 먹여 살리지만 그 뜻을 거스르면 산사태나 가뭄 등으로 인간을 벌할 수 있는 존재이며(지하여장군), 인간은 그러한 두 존재를 섬기며 하늘과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약한 존재를 나타냈을 수도 있다.
  2. ㆍ> ㅡ >ㅣ순으로 혀가 더 오그라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3. 물론 해례본의 설명이 워낙에 애매모호하고, 또 중세 한국어의 ㅏ, ㅗ, ㅡ, ㅓ등의 음가가 중세시대에도 현대 한국어와 100% 같았으리라는 등의 보장이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애초에 해례본의 설명이 모음의 전/중/후설 기준과 고/중/저모음 기준이 합쳐진 일종의 "대각선"식 설명이라 현대 음성학적인 설명이 어렵다.
  4. 첫 음절에 강세가 붙기 때문에, 아래아를 본래 발음 ʌ으로 강하게 발음하고 ʌ가 a로 다시 바뀐 것으로 보인다.
  5. 강세가 붙지 않아 아래아를 ㅓ발음이었던 ə에 가깝게 약하게 발음하고 ə가 ɘ를 거쳐 u, ɯ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6. 동남 방언, 서남 방언에서는 ㅓ가 장음이 아닌 경우에도 ㅓ가 ɘ 또는 ə 소리로 발음되는 것으로 보인다.
  7. 참고로 북한에서는 ㅓ를 /ɔ/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8. 신동립의 잡기노트-아래아 "ㆍ"는 살아있다
  9. "ᄒᆞ다"는 현대의 "하다(爲, to do)", "하다"는 "많다·크다(多·大, many·big)"와 같은 뜻이다. 고로 "ᄒᆞᆫ글"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하는 글"이 되어버린다. 예를 들어, 윤선도의 연작 시조 <산중신곡>에 수록된 <오우가>를 보면 "구룸 빗치 조타 ᄒᆞ나 검기ᄅᆞᆯ ᄌᆞ로 ᄒᆞᆫ다/ᄇᆞ람 소ᄅᆡ ᄆᆞᆰ다 ᄒᆞ나 그칠적이 하노매라"가 있다. 현대어로 번역해 보면 "구름 빛이 좋다 하나 자주 검어진다"(검기를 자주 한다)/바람 소리 맑다하나 그칠 적이 많구나" 정도가 된다.
  10. 제주어에서는 /jɒ/(반모음 이 + ㆍ) 소리를 나타낸다. 훈민정음 제정 당시에는 이 조합으로 ᆝ느낌표 아니다를 쓸 수도 있음을 보였다. 이 경우 ㆎ(ㆍ + ㅣ)와 혼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래아를 ㅣ 바로 밑에다가 붙여 놓는다.
  11. 천지인 자판으로 ㅕ를 치려면 아래아+아래아+ㅣ 로 입력해야 한다. 쌍아래아가 없으면 이 중간과정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