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펠레 화산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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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프랑스 해외 영토인 마르티니크(martinique) 섬에서 일어난 화산폭발이자 높으신 분의 권위주의/병폐로 3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죽어나간 대참사이다.

1 폭발 징조

1397미터 크기의 활화산 몽펠레(Mount Pelée)화산은 1792,1851년 폭발을 일으켰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어서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마르티니크 섬에 자리한 생 피에르 시는 풍경도 좋아 이런 외딴 섬으로 치자면 인구는 꽤 많은 3만명이나 되는 꽤 크고 활기찬 도시였다. 이 당시 마르티니크 주지사인 루이 무테 (Louis Mouttet)는 1857년생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여러 식민지 대사관 직원, 외교관을 거쳐 마르티니크 섬에 이주하여 1898년 선거에서 주지사에 올랐다. 그리고 1902년 5월말에 있을 주지사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4월 들어서 몽펠레 화산이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 23일에 작은 폭발을 일으킬 때만 해도 섬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으나 이전과 달리 독한 유황을 마구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여 새들이 질식사해 떨어졌다. 섬에 있던 지리학자들은 충격에 빠져 화산 가까이에서 조사를 시작했고 화산은 점점 폭발 징조를 보였다. 27일에 연기가 크게 일어났으며 28일에는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30일에는 산 근처 나무들이 쓰러졌고 지리학자들은 이제 더 이상 두면 화산이 이전과 다르게 크게 폭발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루이 무테 주지사에게 찾아가 섬 사람들을 피신시킬 것을 요구했다.

2 막장 주지사

그런데 루이 무테 주지사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무시해버렸다! 그는 전혀 걱정할 거 없다는 전단지를 인쇄하여 돌리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선거에 타격을 입을 것을 두려워한 찌질한 훼방이었지만 5월에 들어서자 화산 폭발 징조는 이제 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알아차릴 정도였다.

5월 2일 금요일 오후 11시 30분, 화산은 짙은 검은 연기와 함께 시끄러운 폭음, 지진을 일으켰다. 이쯤되면 바보라도 알아차렸을테지만 무테 주지사는 고집을 계속 부렸다. 경악한 지리학자들은 욕을 퍼부으면서 가족 및 지인에게 알리고 그들과 같이 피신해버렸다. 다음날인 3일인 토요일, 검은 연기로 인하여 세상이 검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교회에 나가서 두려움 속에 기도했고 주지사청으로 몰려와 정말 괜찮은 거냐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무테는 걱정말라고 헛소리나 했을 뿐이었다.허나 본인도 심각함을 느꼈는지 뒤늦게나마 조치를 취한다고 나섰으나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5월 5일에 화산이류(lahar)가 마을을 덮쳐서 럼주 양조장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무테 주지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과학자들의 자문을 구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는 5월 7일에 부관이었던 조르주 뢰르 (Georges L'Heurre)에게 주지사 권한을 넘긴 뒤, 아내와 함께 SS 토파즈호를 타고 생 피에르에 모인 과학자 자문단을 만나러 출발하였다.

생 피에르에는 현지 학자와 군인과 기술자들이 모여서 대책 회의를 논의했으나, 정작 무테 본인은 회의장에는 갔지만, 본회의에는 출석하지 않았으며(...) 그리고 자문단에서도 의견이 엇갈려서 결국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흐지부지한 결론이 내려지게 된다. 아니 이 사람들아 그럼 도대체 뭐하러 회의를 한 거야 그리고 마침내 자문단은 현장을 일단 방문해보고 주민 대피를 할지 말지 결정을 내리겠다는 판단을 해서 무테와 자문단 일행은 몽펠레 화산을 찾아가보기로 결정한다.

운명의 5월 8일 아침, 무테와 일행을 태운 배가 몽펠레 산 기슭에 있는 마을인 프레쉬르(Precheur)항구에 들어오는 순간, 화산이 대폭발하여 무테 일행은 순식간에 시속 수백킬로미터의 속도로 몰려오는 작렬하는 화산재에 휩쓸려 배에 탄 채로 끔살당했다고 한다.

3 참극의 시작

그리고 드디어 5월 8일. 예수승천일이 이 섬에선 생지옥이 벌어지는 날이 되었다. 28살인 젊은 구두수선공인 레옹 콤페레 렝드레(Léon Compère-Léandre)는 아침부터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봐야 했다. 생 피에르 시 여기저기서 쥐와 뱀들이 출몰하여 바다로 마구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시로 가면서 사람들을 물기도 하던 터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맞서기도 했지만 이제 누가 봐도 이 섬은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병원에서 의식을 차린 렝드레는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더불어 곳곳이 뜨거워지고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독한 연기가 도시를 덮쳐 사람들은 기침하면서 흐느적거리고 노약자는 쓰러져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지옥인건가? 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는 두려움에 빠져 집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집보다는 일하던 구두가게가 있던 건물이 훨씬 튼튼하고 거기에는 지하에 먹을 것도 갖추고 튼튼한 지하 피난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다로 달아날까 생각도 했지만 사람들이 배로 올라가려고 마구 달려가던 터에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기에 포기했다.

문득 정신을 차려 아버지를 불렀으나 아버지는 이미 침대에 누운 채로 질식하여 숨을 거둔 다음이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나는 무조건 달렸다.달리면서 온 몸 곳곳에 화상을 입기 시작했다. 이젠 도시 곳곳에 구름이 사람을 덮쳤으며 비명 속에 쓰러져서 타죽어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게가 있는 건물 지하로 들어가 문을 잠갔던 순간, 세상이 뒤집혀지는 소리랑 같이 기절했다.

같은 시각, 이 섬에 있는 하나뿐인 교도소에 있던 27살난 크레올 재소자인 뤼드게 시바리스(Ludger Sylbaris)는 아침부터 도시 여기저기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마침내 비극의 시각인 아침 7시 52분경. 몽펠레 화산은 폭발했다. 종전과는 다른 대폭발로 인해, 겨우 10분도 안돼 화산쇄설류(화산이 터지면서 나오는 연기 구름으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가 섬을 덮어버렸다!

그날 마르티니크 섬 주변 섬에서는 엄청난 화산연기와 함께 마르티니크 섬으로부터 모든 무전 연락이 끊어진 것을 확인했다. 사흘 뒤에서야 비로소 소리가 조용해져 섬으로 가본 사람들은 할 말을 잊었는데 생 피에르는 그야말로 폐허가 되었으며 살아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항구에는 배가 17척이 정박해 있었는데 16척이 순식간에 불타버리고 해안에서 600m 정도에 정박중이던 로마이아호에는 47명의 승무원중 20명 만이 살아남았으나 배도 엉망인 상태라 그들은 더 달아나지도 못했고 그저 사흘동안 배 안에서 다친 몸을 추스리며 견딜 수 밖에 없었다.

4 생존자

폭발 뒤 생 피에르 시...

그리고.... 인구 약 3만 명에 달했던 생피에르 시에서 살아남은 건, 오로지 3명 위에 나온 렝드레와 시발리스, 그리고 10살짜리 소녀 아비브라 다 이프릴르 (Havivra Da Ifrile) 뿐이었다! 그리고 한 메이드 여성이 며칠동안 살아있었으나 심한 화상을 입어 죽어가다가 며칠 뒤에 섬으로 온 수색팀에게 화산이 폭발했다는 증언만 겨우 남기고 곧바로 죽었다.

구두수선공인 렝드레는 무너진 가게 지하실에서 온가족이 다 죽은 가운데 홀로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시바리스는 무너진 교도소에서 역시 겨우 살아남아 구조되었는데 두터운 교도소 벽이 구름과 열기에 대한 방패가 되어줬지만 다른 재소자랑 교도관은 모조리 죽었기에 정말 운이 좋았다. 그리고 이프릴르는 친구들과 놀러 해안 동굴에 갔다가 화산 폭발을 목격하고 겨우 보트를 잡고 탈출했고 불타버린 보트 조각을 잡고 바다를 떠돌다 해안가 약 3km 쯤에서 구조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생존자는 없었다. 나머진 죄다 죽었다!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몰살당했다고 봐야 할 대참사였다. 당연하지만 원흉(?) 루이 무테는 식구들 그리고 자문단의 과학자들과 함께 나란히 끔살당했다. 뒤늦게나마 조치를 취하려 들긴 했지만, 선거 욕심 부리지 말고 보다 일찍 나서서 움직였으면 이런 대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을 거란 점에서 철저하게 자업자득인 셈이다.

생존자인 루드게 시발리스(또는 이름이 루이 오귀스트 시파리스, Louis-Auguste Cyparis라고 적힌 기록도 있다). 등에는 이 당시 입은 깊은 화상이 남았다. 한편, 그에 대하여 기록된 것이나 증인들도 이 화산폭발로 모조리 죽고 기록이 박살나서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상세한 판단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온 그는 더 이상 기록도 증인도 없기에 석방되었으며 그 뒤로 프랑스 서커스단에서 등에 깊게 남은 상처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그 날 참사를 이야기하는 일로 벌어먹으며 1929년까지 살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른 생존자인 렝드레는 이 섬과 생 피에르가 재건되자 섬에 그대로 남아 살다가 1936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래전 KBS-1에서 자연재해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화산폭발에 대해 나올때 이 사건도 나왔는데 거기선 이 2명만 언급하고 이프릴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적이 있다. 그리고 다른 2명의 생몰연도가 알려진 거랑 달리 이프릴로의 생몰연도에 대해서도 해외 사이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 참극에 대하여 세계 언론의 집중보도가 이어졌고 미국이나 주변 나라들의 원조도 뒤따랐다. 더불어 이 화산폭발로 달라진 게 있으니 바로 파나마 운하였다. 원래 니카라과에서 니카라과 운하를 만들 계획도 있었지만 이 몽펠레 화산재가 도달할 위치 등 여러 모로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그 피해가 덜 미치는 파나마가 결정된 것이었다.

생 피에르 시는 완벽하게 재건되었으며 몽펠레 화산은 다시 잠들었다.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또다시 그렇게 가공할 폭발을 일으키려면 적어도 몇 만년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인구 10만이 넘는 큼직한 도시가 되었으며 행여나 또 모르니 화산이 폭발한다면 언제라도 피난할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여담으로 당시 마르티니크 섬에는 마르티니크 큰쌀쥐라는 설치류 동물이 살고 있었다. 농사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사냥당하고, 인간에게 먹히기도 했지만 당장의 멸종 징후는 보이지 않았던 동물인데 이 화산 폭발로 인해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