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허

"한마디로 가끔 발광해서 날뛰는 게 아주 더러운 놈이야! 도대체 실력하고는 상관없는 결과만 나온다니까! 그 지랄맞은 놈을 보거든 무조건 조심해! 놈들 가운데 제일 용맹한 놈은 담중호겠지만, 제일 곤란한 놈이 바로 무자허, 그 놈이다!"[1]

풍종호의 무협소설 『일대마도(一代魔刀)』에 등장하는 만박구로(萬博九老) 중 일인이다. 외문무공이 절정(絶頂)에 이른 고수이나, 천외칠기(天外七奇) 중 가장 늦게 내공에 입문하였다. 그래서 작금에는 몸이 이미 병든 상태이다.[2] 그러나 그는 무혼(武魂)을 지니고 있었다. 그 무혼으로 인해 실력으로 보면 외문무공의 절정에 이르러서도 겨우 만박십팔기의 하위권에 속하지만 실제 격돌하는 과정에서는 그 반대로 상위권에 속하는, 순간적인 반응과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덤벼드는 그 투혼은 거의 선천적인 것으로 아무도 흉내낼 수가 없다는 이가 바로 영사창(靈蛇槍) 무자허이다.

방옥령곽충연적심에게 죽자 만박왕(萬博王)과 남은 천외칠기들이 모인다. 이때 한 명을 미끼로 연적심을 유인해서 잡은 다음에 사심귀도(邪心鬼刀) 끌어내고자 계획을 준비하는데, 그가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청한다. 육천개는 그의 병든 몸 상태를 알고 한칼에 죽어 넘어가는게 미끼인 줄 아느냐며 노발대발하며 걱정하나, 그의 마지막 선택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위지관의 안내로 연적심과 대결하기로 한 장소에서 만나고, 연적심이 자신과의 싸움에 정면대결로 나오자 무자허는 만박왕과의 약속과는 다르게 결투장소를 다른 곳으로 변경한다. 팔십의 나이에 외문무공 만으로 연적심의 쇄옥수(碎玉手)와 나무송곳을 피하고 반격까지 가하는 노장의 경험을 보여주지만, 기력이 딸려서 계속하여 밀리게 된다. 그래서 그는 혈마단(血魔丹)[3]까지 복용하여 마지막 전투에 모든 것을 불사르며, 전성기 이상의 실력으로 연적심과 공방을 주고받는다. 연적심의 귀도술(鬼刀術)을 막아내면서 한 끗 차이로 그의 가슴옷자락을 베어내기까지 하나, 결국 무자허는 연적심이 발휘하는 도강(刀罡)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1. 사심귀도가 무자허에 대해 연적심에게 해준 말이다.
  2. 사십여 년 전 다른 만박십팔기(萬博十八奇)들을 만나게 됐을 때에 처음으로 상승심법(上乘心法)을 접하게 되어서 나이 팔십이 될 때까지 열심히 연마했지만, 그 나이를 이길만한 공력이 완성되지 않아 보통 노인보다 나은 신세일 뿐이다.
  3. 정도의 잠룡결(潛龍訣), 마도의 잠마신환(潛魔神丸)처럼 잠력을 격발시키는 효능의 약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마지막 남은 선천진기까지 끌어와서 매우 강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으며, 그 대가로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