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들도 우리의 희망도, 이미 ‘과학적인 현상’ 에 지나지 않게 되었는데, 사랑 역시 과학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잊힌 전설, 과학에 의해 경멸당한 전설에 나오는 이브 대신에, 저는 과학적인 이브를 드리겠습니다. (중략) ‘멘로 파크의 마법사’라고 불리고 있는 저는 진화하는 새로운 세대의 인류에 대해, 즉 ‘현대 지상주의’의 동시대를 사는 여러분에 대해 앞으로는 기만적이고 평범하며 또한 변화 없는 ‘현실’ 보다도 실증적이고 성실하고 언제나 믿을 수 있는 환상을 선택하기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에디슨 박사
1 개요
L'Ève future
프랑스의 상징주의 작가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라당(Viller de l'Isle-Adam)의 장편 소설. 1886년에 출판되었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을 밑받침으로, 현실의 여성에 실망하고 인조인간의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 여성혐오 사상이 담겨있다는 비평을 듣고 있다.
유명한 혈통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보물찾기에 미쳐 재산을 탕진, 가난한 귀족이라서 여러 여성에게 구혼하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친족들과 집안 반대로 좌절을 겪고, 결국 무교양의 미망인과 결혼한 후에 쓴 소설이 이 작품이다.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와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이노센스와 엮이면서 재발견된 작품. 이노센스에서 첫 장면에 '우리의 신들도 희망도, 이제는 그저 과학적인 것이라면, 우리의 사랑도 또한 과학적이면 안될 이유가 있을까요?[1] ' 라는 인용구가 자막으로 뜬다.
문학적으로는 미시마 유키오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
2 스토리
얼리샤(Alicia)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된 유왈드 경(Lord Ewald)이 과학자인 친구[2]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얼리샤는 그야말로 절세가인이라고 할 수준의 미모를 갖추고 있지만, 감성적으로나 지적으로는 그야말로 들어 있는 게 없는 여자였다 (작중에서는 '스스로의 목적이나 생각 없이 타인이 바라는 대로만 행동한다' 고 묘사된다). 미모와 지성 간의 괴리감에 결국 유왈드 경은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어리석음에 절망하여 자살마저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과학자는 얼리샤를 멘로 공원으로 초대해 그녀를 본딴 아다리(Miss Hadaly)[3] 라는 안드레이드(Andréide)[4]를 비밀리에 만들어 친구에게 소개한다. 이 아다리는 얼리샤의 미모를 쏙 빼닮았지만 지성이나 감성은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안팎으로 완벽한 인조 인간이었다. 유왈드 경은 처음엔 거부감을 보이나, 이내 안드레이드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다. 둘은 유왈드 경의 고향으로 배를 타고 떠나지만, 사고로 배가 침몰해 아다리는 파괴되고, 유왈드 경은 이 안드레이드의 장례를 치뤄주고 어딘가로 사라진다는 내용.
3 한국어 번역본
한국어 번역본은 한동안 없었기에, 원작이 프랑스어로 쓰인 관계로 프랑스어는 못하는데 정말 이 소설을 읽고 싶다면 영역본[5] 혹은 일역본[6]을 읽어야 했다.
다만 2009년 저자인 빌리에 드 릴아당의 단편집 <잔혹한 이야기>가 2009년 물레에서 정발되었는데, 표지 안쪽에 <미래의 이브> 가 근간 예정으로 실려 있었던 것으로 출판 떡밥이 뿌려지더니 2013년 1월에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의 일부로 출간되었다. 번역가가 상술한 잔혹한 이야기를 번역하고 심지어 드 릴아당 연구로 석사 학위를 딴 사람이니 번역 질은 믿을만 할듯. 번역가 블로그 댓글에 따르면 원래 2011년 하반기에 나오려고 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미뤄진듯 하다.
4 기타
어벤저라는 애니메이션의 동일한 제목으로 엔딩곡으로 삽입되었다. 하지만 전체적 노래 분위기는 가수 ALI PROJECT답게 매우 음울한 분위기.- ↑ われわれの神々もわれわれの希望も、もはやただ科学的なものでしかないとすれば、われわれの愛もまた科学的であっていけないいわれがありましょうか ――リラダン 「未来のイヴ」
- ↑ 멘로 공원의 마술사라고 소개하는 것과 이름인 에디슨을 보아 이 과학자는 토머스 에디슨으로 추측된다. 혹은 그 오마주.
- ↑ 어원은 페르시아어로 이상(理想)이라는 뜻. 이노센스에 나오는 '하다리'라는 가이노이드의 이름은 이 소설에서 유래.
- ↑ 안드로이드가 미래의 이브에서 처음 언급됐다고 종종 말하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안드로이드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쓰이고 있었고, 빌레에는 안드로이드의 개념은 사용했지만, '안드레이드(Andréide)'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썼기 때문이다. '~을 흉내낸'이라는 의미의 '~éides'라는 어미를 가져,'인간의 모습을 닮은 안드로이드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간을 흉내낸'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그 당시의 안드로이드들이 단순한 동작만 하는 자동 인형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을 벗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인조인간을 '안드로이드'라고 호칭한 첫 작품.
- ↑ Tomorrow's Eve 라고 영역
- ↑ 未来のイヴ라고 일역. 참고로 원 프랑스판의 제목은 L'Eve Future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