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협

이현세 만화에서 서브서브캐릭터로 간혹 등장하는 인물.

1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기자인 홍정희와는 애인 사이로, 외인구단이 온 서부 팀의 원 주장. 팀은 최하위에 자신은 1년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지만 손병호 감독의 성격을 보며 '우리에겐 이런 채찍이 필요했다'면서 유일하게 손병호 감독을 지지했다. 그 구단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자세가 된 선수이다. 하지만 바로 손병호 감독에 의해 2군으로 내려간 후 사귀던 홍정희에게 차이며 연락이 두절된다. 하지만...

사실은 손병호 감독이 말하던 마동탁에 비견되는 재능을 지닌 서부구단의 선수 이자 마지막 외인구단원. 2군행 이후 손병호 감독에 의해 몰래 개인훈련을 받고 있다가 한국 시리즈 1차전에 등장하여 역전 2루타를 쳐내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이 때 배도협은 극적인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누구도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대타로 나온다. 심지어 적장인 박광도 감독은 '이제 서부에서 더 이상 나올 놈은 없다'라고 안심하고 있었으나 대타 배도협의 콜에 '헉' 하는 표정과 함께, 놀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야구에서는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시리즈가 시작하기 전에 각 팀의 감독은 출전 가능한 선수의 리스트를 한국야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배도협을 출전시키려면 이 리스트에 배도협을 올려야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리스트는 완전히 공개되고 여기에 배도협의 이름이 있다면 아무리 2군강등 이후로 소식이 묘연해지기는 했어도, 2군강등 전에는 서부의 4번타자였으며 손병호가 마동탁에 버금가는 천재라고 할 정도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엔트리를 채울 수가 없어서 그냥 가라로 엔트리에 올려놨으리라고 생각하는 감독은 당연히 없다. 김뻔트도 백골프도 다 예상한다. 엔트리에서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출전을 할 거라는 건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다. 콜이 되고 나서야 배도협의 존재를 파악했다면 이건 감독이하 전 선수단이 상대팀 엔트리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이건 프로야구의 감독, 코치, 선수로서 실격 아닌가...물론 박광도가 빽과 선수빨로 감독자리를 유지하는 그저그런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주긴 했지만 아무리 무능해도 어느정도 레벨이 되는 수준의 야구를 해서 밥을 먹고 살려면 이정도로 막장일 수는 없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김뻔트도 백골프도 삼태기도 순페이도 이정도까지의 막장은 아니다. 엔트리조차 파악이 안 됐으니 상대팀의 전력분석...이 따위건 있을 수 없다. 어쩌면 유성이 개발살나는 게 당연할 걸 지도. 사실은 극적연출을 위한거겠지만.

그러나 위와 같은 시각은 오늘날의 상식에 입각한 것일 뿐이고, 이 만화가 그려진 게 1983년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의 상식으로 당시를 판단하면 곤란한 것이, 당시에는 2군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한국프로야구에 2군 리그가 도입된 게 1990년이다. 지금이야 2군 시스템이 잘 짜여 있지만, 그때는 2군 가라고 하면 "나 은퇴하라는 거지?"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2군 감독 이런 건 당연히 없고, 2군 인원 자체가 9명이 안 되니 아예 연습경기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프로야구 원년에는 상당수 팀의 선수단 규모가 25명이 안 되었고, 프로 원년에는 단 한 팀도 2군을 운영하지 않았다. 이 만화가 그려지던 1983년 당시에도 2군은 없었고, 하반기가 되어서야 삼미와 OB가 2군을 만들었으며, 2군 경기는 치러지지도 않었다. 심지어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는 1988년까지도 2군이 없었다. 즉 명단 안에 있는 선수들의 실력차가 프로 수준부터 사회인야구 수준까지 다양하다 보니 명단에 넣어 놓고 몇십 경기를 안 써도 지금처럼 이해가 안 되던 시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만화는 그러한 당대의 상황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만화에서는 경기 후에 회장과 비서의 입을 통해 개연성을 부여하긴 했다. "'해당 시즌 끝날때 까지는 계약된 기간이고, 모습을 감췄지만 항상 선수명단엔 있었다" 라는 식이다. 보통은 임의탈퇴로 처리한다. 배도협은 2군으로 내려갔지만 명목상으론 1군 엔트리에 한 자리는 계속 잡아먹고 있었고 한국시리즈까지 이것은 계속돼서 혹시나 했는데 정말 나올줄은 몰랐다면서 깜짝 등장을 부분을 설득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엔트리 말소해놓고 1군에 데리고 다니거나 엔트리에 올려놓고 쓰지 않는 경우는 의외로 흔한편이다. 한번 엔트리를 말소해버릴경우 10일이 지나기전엔 다시 등록할수 없기 때문. 그래서 몇경기정도 결장해야 될경우 쓰진 않지만 엔트리 말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경기 정도가 아니라 후기리그 50경기 전부와 중요한 한국시리즈까지 행방불명된 선수를 엔트리에 넣어 놓고 한 자리를 그냥 낭비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긴 이미 외인구단 자체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1차전 대타출전 이후 2차전과 3차전에선 투수로 출전. 현실적인 상황이라면 박광도가 만약 놀란다면 오히려 이 대목에서 놀라야 한다. 실제로 손병호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석코치인 윤선호에게 "내가 우리 팀에 마동탁 못지 않은 천재가 있다고 했었잖아?"라고 하면서 그 천재가 사실은 배도협이었음이 밝혀진다. 손병호가 인정한 천재 2차전에선 4회까지 10점을 내주는 개막장 투구 끝에(다행히 서부는 4회까지 11점을 뽑았다. 방어율은 무려 22.50...) 5회에 마동탁의 필살타법에 의해 어깨 부상을 입지만, 욱해서 3차전에 자진해서 출장, 전날과는 180도 달라진 투구를 선 보이며 9회말까지 공을 던지며 팀의 승리를 이끈다.프로 들어와서 타자로 전향해서 타격에 전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기간의 훈련으로 마운드에 올라와서 이정도 퍼포먼스를 보일 정도면 마동탁에 비견되는 천재가 아니라 마동탁을 뛰어넘는 천재인 것 같다.

그리고 홍정희가 다시 돌아오자 그녀를 비난, 그녀가 자신의 실수를 수습하며 넌지시 결혼하자는 말을 건네자 '은인이신 감독님의 애인을 가로챌 수 없다'면서 거부하지만 손병호 감독은 아직 홍기자를 사랑하는 배도협의 마음을 알고 홍정희와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그를 설득한다. 이후 등장은 전무...는 아니고 손감독이 죽고난 다음 5차전 경기에서 마지막 아웃을 잡아내면서 마운드 위에서 동료들과 얼싸안는 투수의 모습으로 한 컷 더 나온다. 선발로 완투를 한 건지 구원으로 나와서 끝까지 던진 건지는 불분명.

여담으로, 마지막 외인구단원이라는 이유로 하국상에게 졸병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화조차 내지 않고 그냥 웃으면서 잘 어울리는 착한 인물. 또한 외인구단원 중엔 유일하게 손병호 감독의 훈련과 채찍질(...)을 당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손병호 감독에게 원한이 없다.

참고로 2009년 드라마 판에서는 조기종영크리로 후반 스토리를 다 짤라먹는 바람에 찌질대는 모습만 보여준 뒤 존재 자체가 증발당했다.(...)

2 다른 만화에서

보통은 허우대는 멀쩡하고 한가지 특기가 있어서 최소 그 분야만큼은 오혜성에 버금가며 가끔은 오혜성보다 뛰어나서 (폴리스에서는 오혜성보다 뛰어난 명사수)게 나온다. 본인은 마동탁급의 상당한 능력자라고 생각하고 후까시를 잡으나 실제로는 라이벌 악역인 마동탁보다 종합능력치가 떨어진다. 결국 자신의 현실을 파악하고 나서는 찌질대는(그후 개심할때도 있다)게 정해진 코스... 포지션은 주인공 편에서 백두산에 이은 두번째 서브 아니면 주인공의 적이긴 하나 마동탁 캐릭터와는 또다른 방향에서 주인공에 적의를 불태우는 제3세력 정도...자존심은 있어서 절대 마동탁편으로 나오는 일은 없다.

밤의 대통령 만화판의 김원국의 모델이 배도협이다.(...) 이현세가 한국 극화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