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해임

1 개요

'보직해임'이라는 용어는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직책과 업무을 정지시키는 징계의 한 종류를 의미한다. 일반 회사, 공무원, 군대에서 두루 사용된다.

1.1 사기업에서의 의미

보통 임원급에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을때 내려지는 징계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사장 (또는 대표이사) 권한으로 바로 보직해임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보직해임이 될 정도이면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지만, 보직해임이 되었다고 바로 잘리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중징계인 해고/파면/해임 이나 형사고발등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즉, 일단 보직해임 시키고, 정식으로 인사청문회나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추가적인 징계를 부여한다.

보통, 이런 걸 당하면 사직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슬그머니 다시 복직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공무원의 경우 정권이 바뀌거나 할때 갑툭튀한 낙하산들중에서 이런 보직해임 → 야인 → 복직이나 승진의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부패 공직자들이 일시적 책임 면피로 보직해임을 시켰다가 슬그머니 복직시키는 것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회사의 경우에서도 일단 보직해임시켜서 징계를 내리는 태도를 취하며 여론을 무마시켜 놓은 다음, 실제 징계위원회는 시간만 질질 끌어대가가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졌을 때쯤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기도 한다.

그외에도,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으로 나가기 전에 일시적으로 업무를 정지하면서 부여 받기도 하는데, 이는 이름 그대로 '보직해임'을 뿐 징계는 아니다. 퇴직일자 까지는 업무가 없으므로 아무 일도 안하게 된다. 물론 업무 인수인계는 해야 한다.

다만,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비공식적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반강제적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외딴 곳에 책상만 덩그라니 갖다 놓고 업무도 주지 않으면,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2 군대에서의 의미

본격 군인 밥숟가락 놓기. 그러나 밑에 적혀 있듯이 완전히 놓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군대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서 보직해임이란 직업군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당해서는 안 될 0순위의 인사행정조치. 사실상의 중징계이며 휘하 병/간부에 대한 지휘책임이 상존하는 군 체계에서는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이러한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주로 대대장 이상의 고급지휘관의 경우 자신이 잘못하지 않아도 부하가 잘못해서 인책사유로 죄를 지은 부하와 같이 벌을 받는 것이다. 반면 참모 직책의 장교나 모든 부사관의 경우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으면 보직해임 당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전문하사 제도가 신설된 이후 전문하사들이 분대장으로 많이 배치받는 관계로 부사관이 분대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는데 이 경우는 지휘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해도 보직해임이 될 수 있다.

미군의 경우 부하가 잘못해서 사고를 일으키게 되면 진상조사단이 와서 해당사고자가 원래 사고를 칠 놈인지 지휘잘못으로 인한 사고인지부터 조사하게 되고 지휘잘못에 의한 사고일 경우에만 보직해임이 된다. 하지만 한국군은 이런 점이 부족하고 사고만 나면 무조건 고려하는 행동이 해당지휘관의 보직해임이다. 2011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국방부에서는 이 사고를 보고받자마자 바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그 해당부대의 연대장과 대대장을 보직해임시켰다. 물론 부하가 사고를 치면 지휘관이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정말 지휘중 과실이나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책임소재를 묻지도 않고 일단 해임하고 본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개인사고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고에 대해 지휘관의 책임을 묻던 것을 이제는 개인책임과 지휘책임을 엄격히 구분해 적용함으로써 사고 지휘관의 문책비율이 2010년 43%에서 2011년에는 6%로 감소하였다고 한다. 기사 사고가 났을 시 지휘책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한국군의 인사적체가 아주 심각한 관계로 한 번이라도 당하면[1] 사실상 진급은 불가능하고 대부분 얼마 가지 않아 군대를 떠나게 되며 초급장교의 경우에는 장기복무 지원 자격이 상실된다. 물론 애시당초 장기 자체를 할 생각이 없는 장교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인생 최악의 헬게이트가 열린 거나 마찬가지. 특히 장관급 장교의 경우 보직이 없으면 그 즉시 무조건 전역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보직해임=전역'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수의 질 나쁜 대대장들이 소대장들 앞에서 깡패가 되기도 하는데 보직해임을 무기로 삼아 이렇게 된다고 한다. 더군다나 일부 천하의 개쌍놈스러운 지휘관들은 소대장들을 마구 닥달해서 자기 뒤치다꺼리나 하게 만드는데 누가 봐도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무조건 막무가내식으로 보직해임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군 상층부에서 봐도 명백하게 억울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구제 가능성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희박하다. 왜냐 하면 군 인사법상 인사명령을 번복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경우도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원대복귀를 하지 않았더라면 불명예 전역 군인으로 살아가야 했고 김훈 중위에 대한 사건도 한번 못박아 둔 이후로 번복이 안되고 있다. 2010년 이전에는 무조건 번복이 불가능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그나마 희박하게나마 번복 가능성이 생겨서 사실상 구제가 가능하게 된 것 역시 2010년 이후라고 봐야 옳다.

상술된 한국군의 특성상 보직해임에는 영 좋지 않은 요소가 있다.

  • 보직해임을 당하고 무보직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현역부적합 전역이 가능하다.
  • 보직해임을 2번 이상 당했을 경우 현역부적합 전역 사유가 된다.

현역 간부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구속 수감시키기 전에 보직해임을 시키기도 한다. 일반병의 경우 소총수라는 기본 보직이 있기 때문에 보직해임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병은 분대장을 하고 있다가 분대장 보직에서 잘려도 소총수가 된다. 원래 행정병이나 취사병 등 특기병이었는데 해당 특기나 보직에서 짤린 경우라도 마찬가지.[2] 하지만 간부들은 해당 직책에서 잘리면 무보직 상태가 된다. 보직해임이라는 의미 자체가 해당자의 보직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부의 보직은 인사명령에 의해 지명하지만, 병사의 보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3]

보직해임도 보직해임 나름이지만 보직해임이라고 해서 같은 보직해임이 아닌 게 과사실 유무 여부가 정말 크다. 과사실이 없을 경우는 5년이 경과하면 완전말소되어 향후 진급에 아무 영향이 없지만 과사실이 있는 보직해임은 그냥 군생활이 끝난다고 보면 정확하다. 과사실이 없는 보직해임이라는 것은 그냥 지휘관에게 잘못찍혀 "복무부적응"이라는 사유로 보직해임된 경우이며 과사실이 있는 보직해임은 되려 지휘관이 해당자를 감싸기 위해 징계 대신 내린 보직해임이 이에 해당된다.

군에서 중징계까지는 힘든데 사고 치거나 지휘책임이 명백하거나 무능한 장성 쫓아낼 때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장에게 부군단장을 맡긴다던가 하는 식으로 계급에 맞지 않고 할 일도 적은 한직으로 내몰면 대부분 알아서 전역계를 내고 사회로 나간다. 알아서 나가도록 모양새를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2 중징계와의 다른 점

참고로 보직해임은 파면이나 해임 등의 중징계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보직을 없앤다고 해도 그냥 그 보직만 없어지는 것이지 회사원/공무원/군인의 신분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인의 경우는 추가 징계 사유가 없는 이상 별도의 불이익을 줄 수는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퇴직금 및 연금 역시 전액 보전된다. 물론 자진 전역을 신청하는 것은 가능하다.

회사나 공무원의 경우도 그 잘못이 중대 범죄에 해당된다면, 보직해임 -> 징계위원회 -> 파면/해임/해고 + 민/형사고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큰 잘못이 아닐 경우라면 보직해임 -> 자진 사퇴 형식을 밟아서, 퇴직금이나 연금등은 보전해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잘못을 저지르고, 슬그머니 사직서를 제출해서 자진 사퇴 절차를 밟는 정치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야만 퇴직금/연금이 보전되며, 나중에 복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1. 평시 상황이라 전공을 세울 수도 없고 다들 사회로 쫓겨나지 않고자 열심히 하기 때문에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복무한다고 해도 주목받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질 나쁜 대대장에게 잘못 보여 보직해임되는 등의, 누가 봐도 명백하게 억울한 경우를 제외한 다른 사유로 보직해임이 된 경우 그렇잖아도 어려운 진급 심사에 있어 이것만큼 탈락시키기 쉬운 근거는 없을 것이다.
  2. 행정병 등 특기병이 해당 보직에서 잘려 특기 분류 재심사가 이루어질 경우 특히 일선 야전부대 소속인 경우 보통 소총수 특기로 재분류된다.
  3. 엄밀히 따지면 병도 자대배치때 인사명령서(전속명령)를 통해 보직을 명하긴 하지만 병사의 보직은 야매로 주어진 경우가 많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