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직

1 개요

閑職. 요직의 반의어. 직책이나 직무 중 조직에 있어 중요성도 떨어지고 일도 없는 한가한 곳을 말한다. 라인이냐 스태프냐와는 관계가 없지만, 라인도 스태프도 아니라면 100% 한직이다. 이런 일자리는 커리어패스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설명

대개 한직은 조직의 운영 목적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리가 아니라 조직에서 보조적인 업무를 지원하거나, 중요성은 별로 없지만 조직의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다시 말하지만 커리어패스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보내고 싶은 사람을 몰아낼 구실이 없을 때 한직에 보임하는 식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보직이 순환되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이나 공무원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사기업은 한번 한직으로 발령난 이상 다시 요직으로 갈 가능성도 극히 낮고 앞으로 승진할 가망도 없기 때문에 이런 케이스가 되어버리면 본인이 알아서 사표를 쓰는 일이 많다.

2.1 사기업에서

영업에 중점을 두는 기업에서는 본사 근무가 한직일 것이고 해외 법인장이나 영업 지점장이 요직이 된다. 물론, 지점도 지점 나름이라 업무 규모가 크면 요직이고 규모가 작으면 한직이다. 반대로, 본사에서 기획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에서는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 지점장이 한직이 된다. 직급이 높아도 부하가 얼마 없는 게 보통이고, 회사 전체의 의제 설정 등에서 소외되는 자리이다.

요직이나 상위 직위로 이동하는 것은 승차, 영전이라고 부르고 비슷한 수준의 자리로 옮기는 것은 전보라고 부르지만, 한직으로 가는 것은 흔히 좌천이라고 부른다.

강등이란 말은 직급이나 계급 자체를 깎아버리는 것이라 약간 다르다. 좌천은 직급은 같지만, 승진 가능성은 줄어드는 자리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은행원의 경우는 CS매니저가 확실한 한직이다. 직급이 지점장과 같은 부장급인데도 불구하고 급여 차이도 심하고 지점장은 다음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반면 CS매니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은행에서도 CS매니저가 지점장이 되는 것을 최고의 영전으로 간주한다. 이 경우 둘 다 부장 직급이라 계급에는 변동사항이 없지만 사실상 진급으로 간주한다.

2.2 공직에서

공기업이나 공직 사회에서는 D 인사고과를 계속 받더라도 정년은 어쨌든 보장되긴 하므로, 승진 욕구를 포기하고 한직 자리에 오래 앉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 중에 무능력하고 본인의 업무 실력에 자신도 없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즉, 가늘고 길게 가는 셈.

가끔 한직에서 오래 개기다가 윗대가리가 물갈이 되자, 윗대가리에 앉힐 이 되고 이력이 적당히 깨끗한 사람이 그 한직 근무자밖에 없어서 어부지리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1] 실권이 없으니까 사고를 칠 여지도 적다(…)는, 한직의 몇 안 되는 장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공직에서는 민원인들을 직접 대하지 않는 부서는 한직일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서도 재판 업무를 직접 하는 판사와 하지 않는 판사로 연구관 보직을 준 경우가 있는데 당연히 후자가 한직이다.

2.3 군대에서

장기복무를 희망하는 간부들에겐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자리. 반대로 단기 장교, 부사관들이나 병사들은 모두가 바라는 이상향이다. 어차피 군대에서 커리어패스를 쌓을 것도 아닌데 직무 중요성이니 승진이니 그런거 알 게 뭐야…학사장교로 3년 때우러 온 사람들에게 특히 그렇다.[2]
땡보직과 관련이 많으며, 대개 진급 상한선이 낮다. 물론, 유능한 동기들이 줄줄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집에 갈 준비하던 장성이 대장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드물게 볼 수 있다.

  • 부사단장: 군대에서 가 붙은 자리 치고 진급에 좋은 자리는 없다. '부'가 붙은 자리는 낮게는 부분대장에서부터 높게는 부사단장까지 전부 다 실권은 하나도 없고 명예만 있는 자리들이다. 물론 전쟁이 나서 원 지휘관이 사망할 경우는 그 역할을 승계하게 되므로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평시에는 그저 허울좋은 감투일뿐... 사단의 2인자는 언뜻 보기에 부사단장인 것 같지만, 실은 진급이 확실시되는 실세인 참모장인 것을 생각해보자. '부'가 붙은 자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좋은 자리는 대장이 보직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3] (사령관은 미 육군대장)정도이다.
  • 그린캠프 교관: 이게 군대의 존재 목적에 비춰봐서는 있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군대에 방해가 되는 조직이지만[4] 그린캠프가 이수하는 업무[5]를 보면 매우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니까 그린캠프 교관으로 뽑히는 인원들은 한직에 배치를 받기 위해서 높은 강도의 직무 훈련을 받는 셈.
  • 보충중대
  • 향토사단, 동원사단의 지휘관
  • 교육부대의 장교: 교육부대는 본인이 교육 특기가 아닌 이상 한직이다. 특히 육군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나, 촉망받는 장교로서 배속된 교관이라면 또 모를까…진급이 유력시되던 장성이 정권 교체로 육군부사관학교 교장으로 좌천되어 결국 임기제 진급을 하고, 전방부대 장성이 정권 입맛에 거슬리는 발언을 했다가 육군교육사령부로 뜬금없이 좌천된 사례가 있다. 육군교육사령관 역시, 육군 장교단 내 비주류인 학군사관이나 3사 출신 중장이 주로 발령받는 자리다.

다만 해·공군의 경우는 좀 다른데 중장 보직이 몇 없다보니, 교육사령관이라도 무조건 한직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해·공군에서는 교육사령관에서 곧바로, 참모총장으로 진출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6]

  1. 1998년 정권 교체로 인해 기존의 경찰 인력들이 밀려나면서, 집에 갈 치안정감 앉히던 김세옥 경찰대학장이 경찰청장으로 올라간 사례가 있다.
  2. '오래 버티려고' 한직을 선호하는 일부 공무원들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3. 최근 20년래 육군참모총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자리다. 뿐만 아니라 지상구성군사령관을 겸임하므로, 전시에는 한미지상군을 총지휘하는 보직이라 다른 가 붙은 자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4. 이건 그린캠프 입소생의 성품이 아니라 군대가 이러라고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물론, 여기에 입소할 정도의 병들을 왜 징집했느냐도 문제겠지만). 군대보다는 민간 전문가에 의해 관리 받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효율적이다.
  5. 수많은 관심병사들을 주기적으로 받고 관리하여 부대 적응을 돕는 것이 일
  6. 물론 해·공군에서도 요직은 작전사령관, 참모차장합참의 본부장이다. 남해일 해군총장의 경우, 해군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무려 3기수를 건너뛰어 지명된 탓이 크다. 정옥근 총장 역시 한 기수를 건너 뛰어 임명되었다. 박종헌 공군총장의 경우, 0순위로 거론되던 동기 합참 본부장이 천안함 격침사건으로 인해 인선에서 탈락되어 사실상 단독 지명되었다. 성일환 총장 역시, 작전사령관을 역임한 한 기수 선배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되어 문책받고, 또 다른 선배는 사실상 임기제 진급과 다름없이 후배와 함께 중장으로 진급했던 탓에 지명된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