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퓌크

Volapük

1 개요

볼라퓌크는 1880년 독일의 요한 마르틴 슐라이어(Johann Martin Schleyer) 신부에 의해 구상되고 발표된 인공어이다. 국제 공용어를 목적으로 하는 인공어 중 최초로 대중적인 지지를 받은 언어이다. 말하자면 에스페란토의 선배격이다.

2 역사

슈라이어는 꿈속에서 국제 공용어를 만들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아니 신이시여, 바벨탑때 그러시고 왜 지금와서 1879년 최초의 볼라퓌크 구상안을 발표한다. 어휘는 영어 어휘를 기초로 하되 그것을 변형시켰고, 음운과 문법은 독일어프랑스어를 참고하였다. 이후 1880년 독일어로 된 볼라퓌크 도서를 출간한다. 볼라퓌크 학회의 책임자였던 오쥐스트 커크호프가 여러 나라로 볼라퓌크 운동을 소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볼라퓌크는 각국에서 지지자들이 생겨나, 1889년에는 283개의 볼라퓌크 클럽, 25개의 정기 간행지, 316개의 교재가 있었다고 한다. 1884년 프리드리히슈하펜 회의, 1887년 뮌헨 회의, 1889년 파리 회의 등 세 차례의 볼라퓌크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커크호프와 다른 학회원들은 볼라퓌크를 개선하기를 주장했지만, 슐라이어는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볼라퓌크 조직은 분열했다. 결국 많은 볼라퓌크 학회원들이 볼라퓌크를 떠나 다른 인공어 프로젝트로 떠나갔다. 특히 1887년 자멘호프 박사가 최초의 에스페란토 서적인 우누아 리브로[1]를 발표하자, 많은 볼라퓌크 클럽이 에스페란토 클럽이 되었다. 1900년에는 오직 159명만이 볼라퓌크를 지지했다.

1931년, 아리에 데 용이라는 인물이 볼라퓌크의 개선안을 발표한다. 데 용은 문법을 단순화하고 몇몇 희귀한 동사 형태와 대명사와 동사의 성을 제거하였다. 또한 r 발음을 부활시켰다. 데 용의 개선안으로 볼라퓌크는 다시 인기를 얻는듯 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영향으로 부흥에 실패하였다.

현재는 약 20명 가량의 사용자가 볼라퓌크를 말할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볼라퓌크 학회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볼라퓌크로 된 위키백과도 있지만 사용자는 극히 적다. 2009년에는 이 볼라퓌크 위키백과의 사용자가 봇으로 미국의 작은 마을들에 관한 내용 없는 문서들을 대량으로 양산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3 음운론

볼라퓌크에서 사용되는 철자는 다음과 같다. 이들 철자는 대부분 독일어에서 발음하는 대로 발음된다. 움라우트가 붙은 모음의 발음도 독일어의 발음과 같다. 이들 중 h는 독일어의 ch 발음, v와 y는 각각 영어의 v와 y 발음, j는 영어의 sh 발음을 표기하는 철자이다.

a, ä, b, c, d, e, f, g, h, i, j, k, l, m, n, o, ö, p, r, s, t, u, ü, v, x, y, z

r은 슐라이어가 만든 원안에는 없었는데, 이는 중국인들이 r발음을 하지 못하리라는 잘못된 인식때문이었다.[2] 20년대에 발표된 데 용의 개정안에서 r이 정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4 어휘론

볼라퓌크의 어휘는 영어에 많이 의존한다. 하지만 쉴라이어가 단음절 단어를 선호했고 또 r 발음과 일부 자음을 의도적으로 피했기 때문에, 영어에서 따온 단어라고 해도 형태가 원래 형태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animal은 nim으로, speak는 pük로, rose는 lol로 받아들였다. 또한 합성어가 상당히 많았다. 합성어로 만들 수 있는 어근에는 제한이 없었다. 따라서 klonalitakipafablüdacifalöpasekretan 같이 엽기적인 길이의 단어도 이론상으로는 만들 수 있었다.

형용사는 접미사 -ik, 부사는 접미사 -o로 나타내었다. 예를 들면 gudik은 '좋은'이고, gudiko는 '좋게'라는 뜻이다.

인칭대명사는 다음과 같다.

인칭단수복수
1인칭obobs
2인칭olols
3인칭남성omoms
여성ofofs
중성onons

5 형태론

볼라퓌크는 인도유럽어족 언어에 기반을 둔 인공어이다. 문법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5.1 격 변화

볼라퓌크의 명사는 라틴어독일어처럼 명사 변화가 있다. 주격, 속격, 여격, 대격으로 나뉜다.

단수복수
주격[3]domdoms
속격[4]domadomas
여격[5]domedomes
대격[6]domidomis

5.2 동사 활용

시제, 화법, 성, 수에 따라 동사 활용이 달라진다. 볼라퓌크의 활용은 아주 복잡해서 시제에 따라 접사가 하나하나 달라진다. 가능한 모든 활용형을 나열하면 동사 하나에 천 가지가 넘었다고 한다.

아래는 볼라퓌크 동사 활용형의 일부이다. 더 보고 싶다면 여기를 참조하자. 물론 기능에 따라 접사가 규칙적으로 분배되어있긴 하지만 비효율적으로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서법은 뭘 이렇게까지 나누어놓았나 싶을 정도로 많다.

접사기능사례번역
-ön부정사löfönto love
-öl현재분사löfölloving
-om3인칭löfomhe loves
a-현재[7]löfomhe loves
ä-과거älöfomhe loved
e-현재완료elöfomhe has loved
i-과거완료ilöfomhe had loved
o-미래olöfomhe will love
u-미래완료ulöfomhe will have loved
-öx조건법löfomöxhe would love
-la가정법löfom-lahe might love
-ös기원법löfom-ös!may he please love!
-öd명령법löfom-öd!may he love!
-öz청원형löfom-öz!he must love now!
p-수동태plöfomhe is loved

6 문법의 난해함

볼라퓌크의 문법적 구조는 아주 복잡하였는데, 대표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동사 활용이 아주 복잡하였다. 때문에 볼라퓌크는 아주 배우기 어려운 언어이다. 1890년대에 열린 볼라퓌크 회의도 2차례는 볼라퓌크가 아닌 독일어로 진행되었고, 나머지 1차례는 볼라퓌크로 열렸지만 볼라퓌크 교본이 있어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에스페란토도 인구어족을 기반으로 한 인공어지만, 문법적 구조는 볼라퓌크에 비해 아주 간단하다. 격변화도 단순하고 동사 활용도 시제에 따른 3가지밖에 없다.[8] 이런 문법적 간단함은 에스페란토가 국제어의 가능성을 보이는 인공어로서 선택된 요인이었다.

에스페란토에는 "Ĝi estas por mi volapukaĵo"라는 관용구가 있다. 볼라퓌크의 난해함을 조롱하는 뜻으로 영어에 "It's Greek to me"라는 관용구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에스페란토의 언어 이념을 생각해 볼 때 이런 관용구가 있어도 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발음하기 어렵고 문법이 난해하다고 볼라퓌키들을 일방적으로 바보취급했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볼라퓌크의 창시자 슐라이어 영감님은 에스페란토를 가리켜 "발음하기 어렵고 어감이 흉하며 엉망진창이다 에스페란토랑 볼라퓌크를 비교하면 에스페란토는 뭘 모르는 어떤 폴란드인(에스페란토 창시자인 자멘호프를 가리킴)이 그냥 만든거지만 볼라퓌크는 음악 전문가,작곡가,시인이 (아름답게) 만들었다 할 수 있다"며 에스페란토를 마구 깠다고 한다(...)정신승리출처

7 문장과 단어들

볼라퓌크로 번역된 주님의 기도이다. 슐라이어의 원안과 데 용의 개정안 사이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슐라이어의 원안데 용의 개정안
O Fat obas, kel binol in süls,
paisaludomöz nem ola!
Kömomöd monargän ola!
Jenomöz vil olik, äs in sül, i su tal!
Bodi obsik vädeliki givolös obes adelo!
E pardolös obes debis obsik,
äs id obs aipardobs debeles obas.
E no obis nindukolös in tendadi;
sod aidalivolös obis de bad.

Jenosöd!
O Fat obas, kel binol in süls!
Nem olik pasalüdükonöd!
Regän ola kömonöd!
Vil olik jenonöd, äsä in sül, i su tal!
Givolös obes adelo bodi aldelik obsik!
E pardolös obes döbotis obsik,
äsä i obs pardobs utanes, kels edöbons kol obs.
E no blufodolös obis,
ab livükolös obis de bad!
(Ibä dutons lü ol regän, e nämäd e glor jü ün laidüp.)
So binosös!

볼라퓌크로 회장(chief)를 뜻하는 단어는 cifal이다. 볼라퓌크의 c는 ㅈ 발음이기 때문에 절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단어처럼 발음하지는 않는다..

8 트리비아 및 참고자료

볼라퓌크 지지자인 아버지가 아이에게 가르쳐 볼라퓌크 원어민이었던 소녀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다만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하진 못한 듯)

볼라퓌크를 배우고 싶은 위키러는 슐라이어의 오리지널 버전과 아리에 데 용의 개정판 중 스타 오리지널하고 익스팬션중에 하나 고르듯 하나를 골라서 선택해야 한다. 현재 남은 소수의 볼라퓌키들과 볼라퓌크 위키는 데 용의 개정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원리주의자가 아닌 이상데 용의 개정판이 표준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죽을 때까지 오리지널의 개정을 거부했던 슐라이어로서는 남은 소수의 지지자들마저 타인에 의해 개정된 볼라퓌크Ver.02를 쓴다는 걸 알면 저승에서도 뒷목을 잡을듯 하다

http://home.earthlink.net/~erilaz/ 세계유일(?)의 볼라픽 웹진(?) 볼라폽. 1998년에 제작되어 2013년 현재에도 업데이트(?)중...이라곤 하나 외향으로만 보면 홈페이지의 화석이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볼라퓌크를 배워서 읽어볼 것.

볼라퓌크 커뮤니티는 Cifal이라는 직위를 두는데, 대충 협회장 정도의 직함을 갖는 리더를 말한다. Cifal에게는 문법의 개정이나 어휘 추가에 대한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헤르만 필립스라는 독일인이 2014년에 제 7대 Cifal로 임명, 재직중이다.

  1. Unua Libro. 에스페란토로 첫번째 책이라는 뜻이다.
  2. 사실 오해할 만 한 게, 현대 표준 중국어에서 한어 병음 상의 첫소리(성모) r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성마찰음에 가까워서 전혀 r처럼 들리지 않았다.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처럼 한어 병음 이전에 쓰이던 표기법에서는 이 음을 j로 표기한 것도 있다. 그 외에 중국어 방언의 경우 r 발음이 없는 경우도 많다.
  3. ~이/가
  4. ~의
  5. ~에게
  6. ~을/를
  7. 능동태에서는 생략한다
  8. 실제로는 에스페란토에도 복합 시제가 있지만,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