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별 명칭 | |
영어 | Constructed language (Conlang) |
일본어 | 人工言語 (じんこうげんご) |
러시아어 | искусственный язык |
로지반 | Runbau[1] |
에스페란토 | Konstruita lingvo |
볼라퓌크 | Pük mekavik |
1 개요
인민공화국의 언어이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대개 자연적으로 발생한 자연어임에 비해, 개인 혹은 여러 사람이 의도적으로 언어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언어를 인공어라고 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일종의 인공어라고 할 수는 있지만[2] 대개의 인공어는 인간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만든다. 인공어에 대한 서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언어씨 이야기'라는 책이 한국에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재미있는 교양서니까 인공어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도록 하자.
2 역사
인공적으로 언어를 형성하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으나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종교적 목적을 띤 언어나 이상적 언어의 구현에 중점을 두었다. 17세기에 들어서 철학자들은 자연어의 중의성을 없애고 명료한 언어를 만들기 위해 어휘를 의미에 따라 대분류-중분류-소분류 식으로 나누는 언어 체계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들 언어는 말할 때의 직관성이 고려되지 않아서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런 계열의 언어는 오늘날의 로지반으로 이어진다.
오늘날과 같이 실질적 소통을 위한 언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다. 이 시기에는 언어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보조어에 관한 시도가 특히 활발하였다. 최초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국제 보조어는 1879년 개발된 볼라퓌크이며, 이후 자멘호프가 에스페란토를 개발하여 국제보조어의 가장 성공적인 표본으로 남았다.
한편 20세기에 들어서는 국제보조어(Auxlang)보다는 개인의 문학작품에 쓰기 위한 예술어(Artlang)의 출현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톨킨 문학의 배경 언어로 사용되는 퀘냐와 신다린이다. 그 이후로 여러 작품에서 배경 설정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인공어가 만들어졌다. 21세기인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개인이 고안한 언어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공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1 비서구권
비서구권에서의 인공어에 관한 역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매우 적거나 없다.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가장 오래된 인공어는 14세기 오스만 제국에서 만들어진 발레이벨렌이라는 언어로, 종교적 신비주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서구권의 국제 보조어가 널리 퍼지면서 비서구권에서도 인공어에 대한 담론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공어에 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한 국가이다. 세계어 74·07, 노시로 등 일본인이 제작한 국제보조어는 20세기 후반에 등장하였다. 또한 일본에서는 서브컬처의 발달에 힘입어 작품의 세계관을 반영하기 위한 예술어, 가상언어의 제작도 풍부해졌다.[3]
한국에서는 인공어라는 말은 상당히 낯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반 에스페란토 운동이 비교적 활발하였으나[4] 한국 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사그라들었다. 2001년 세종대학교 언어연구소에서 우니시라는 국제 보조어를 발표한 바 있으나, 언어 체계의 미약함과 관심 부족으로 인해 대중적 입지는 확보하지 못하였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의 인공어 운동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개인적 차원에서의 흥미 활동이 주가 되고 있다. 한국 인공어 활동의 본산으로는 네이버 카페인 스텔로가 있다.
3 목적
인공어가 만들어지는 목적에는 우선 기존의 언어를 보완하여 세계 언어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인공어가 볼라퓌크, 에스페란토 등이다. 이러한 인공어는 국제보조어(International auxiliary language;Auxlang)이라고 칭한다. 또 문학작품에서 구축되어 있는 고유의 세계에 고유의 언어를 위해 만든 인공어는 예술어라고 한다. 톨킨의 작품에 등장하는 언어나 클링온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순수히 개인적인 용도에서 만들어지는 인공어도 있다. 개인적인 흥미, 혹은 비밀 일기를 쓰기 위해 인공어를 만드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일본의 2ch에서는 언어학판을 중심으로 한때 '구모소포'라는 언어를 공동으로 만든 적이 있다. 만들어진 배경이 배경이니 만큼, '희망하다'라는 뜻의 동사가 'kibonnu'라든가, 상대를 부르는 어휘가 'omaila'인 것처럼 일본의 인터넷 문화를 충실하게 반영한 언어였다. 그리고 2ch발 언어다보니 한국에 대한 비방을 담은 어휘도 있었다. 상당한 수준의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안타깝게도 2007년 이후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다.
4 인공어를 만드는 방법
누구나 인공어를 만들 수 있다. 설령 언어에 대한 지식이 적어도 상관이 없다. 언어학에 대한 지식은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되지만 부수적인 것이다. 인공어 제작의 개론에 대해서는 ’스텔로’ 카페 에 올라와 있는 '신생인공언어론'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 인공어계에서 발표된 글로, 물론 비판론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도움이 되는 글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언어 제작의 출발점은 다양하다. 언어에서 쓸 음소를 먼저 정하는 방법, 문법 체계로부터 출발하는 방법, 어휘를 먼저 만드는 방법 등이 있다. 드물지만 자신만의 문자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 맞춰서 언어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음소나 문법 체계로부터 출발하는 방법은 음성학, 음운론, 통사론, 형태론 등 언어학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초보자에게는 어휘를 먼저 만드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방식의 예를 들자면, 가령 'geshundort'라는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에 '위키니트'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제 이 단어를 분해하여 'geshund-'를 '위키'로, '-ort'를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다. 나아가 더 많은 단어를 만들면 예를 들어 'geshundort aiyenatemas'이라는 문장을 만들고 거기에 '위키니트는 잉여하다'뭐?!!라는 의미를 붙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여러 문장을 형성한 후 양태를 살펴보면서 명사의 성/수/격, 동사의 시제/상/서법 등에 관한 문법 사항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만들면 뒤에 가서 문법 체계가 꼬일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를 하자.
만약 어느 정도의 언어학적 지식이 갖춰져 있다면 사용할 음소와 그 언어 내에서 허용될 수 있는 음절구조를 확정한 뒤, 가장 넓은 범주들부터 정해나가는 것이 이후 창작자 본인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단어를 만든다면 가장 기본적인 어근들을 우선적으로 생성한 뒤 합성어나 파생어를 만들 수 있는 규칙을 정한다면 비교적 소수의 어근으로 대량의 어휘를 제작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어나다'라는 뜻의 라틴어 어근 nat-은 현재 영어의 nature, nation, native, natal 및 그 파생어 수십여개를 만들어 냈다.
또다른 트릭으로는 해당 언어의 고대형을 우선 제작한 뒤, 규칙적인 음운변화를 적용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낸 다음 고대형을 다시 학문용어로서 다시 차용시키거나, 방언형을 만들어 낸 뒤 그걸 별도의 단어로 차용하는 방식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본래 'agana'라는 단어가 '지식, 앎'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대의 언어에서 ayan, 다른 방언에서는 gan으로 변했는데 ayan에 '지식', agana에 '학문', 방언에서 유입된 gan에 '노하우, 팁'등의 구분된 의미를 세분화해 붙이는 방식이다. 현대의 로망스어들이 본래의 라틴어에서 시대와 함께 변화한 일상어와 이후 라틴에서 다시 재수입된 학문용어를 따로 가지고 있는 것을 재현하는 방식.
상술한 바와 같이 '의미를 부여한다'라고 하는데 인공어는 결국 창작자의 결정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에 자연언어의 연구에서 비롯되는 여러 결과들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것들은 좋게 참조할 수 있을 따름이지 대중속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자연어와는 다른 것이 인공어라는 점을 명심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어에 대한 지식이 인공어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가이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5 인공 문자?
언어와 달리 문자는 기본적으로 청동기 이후의 발명된 것이므로 따지고 보면 다 인공 문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다른 문자에서 영향을 받거나 오랜 기간 동안 개량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비교적' 자연 문자라고 본다면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갖고 만든 문자는 특별히 인공 문자라고 볼 수 있다. 한국 한자음과 한국어를 표기하려는 목적에서 만든 한글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알렉산더 벨이 만든 '보이는 음성(Visible Speech)', 톨킨이 퀘냐를 표기하기 위해 만든 텡과르 등이 이런 사례.
6 분류
6.1 어휘 구성에 따른 분류
- 선험적 언어(A Priori): 어휘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는 언어로 퀘냐가 대표적이다. 엄격한 선험성을 추구하는 국제 보조어 중에서는 Kotava가 그나마 인지도가 있으나, 대체로 국제보조어에서는 선험적 언어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보아보무도 선험적 언어이다. 로지반은 기존의 존재하는 언어의 어휘를 그대로 빌려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기존언어의 단어들을 한 단어 내에서 뒤섞는 방식을 이용하므로[5] 엄밀한 의미의 선험적 언어는 아니다.
- 후험적 언어(A Posteriori): 기존에 존재하는 언어에서 어휘를 빌려오는 언어로 에스페란토가 대표적이다. 도기 보나도 후험적 언어이다.
6.2 목적에 따른 분류
- 공학언어 (engineered language) : 공학언어라고 많이 번역하지만 사실은 오역에 가깝다. Engineered language는 언어의 작동방식과 가능성을 실험하고 증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공언어를 말한다. 철학어(Philosophical language), 논리어(logical language), 실험어(experimental language)의 세 부류로 나눠지며, 마치 기계를 발명할 때처럼 발명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치밀하게 조직되는 면은 있지만 공학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 로지반 : 인간과 컴퓨터가 모두 쓸 수 있는 언어를 목표로 하는, 중의성을 제거한 논리어. 공학언어이지만 소극적으로 국제보조어로서의 가능성도 주장하고 있다.
- Wilkins' "Real Character" : 존 윌킨스에 의해 17세기에 만들어진 인공언어. 생물분류체계를 연상시키는 위계적 분류체게로 모든 개념을 정리하는 어휘체계의 언어이다. 라틴어를 대체하여 국제보조어가 되려는 목적으로 제시되었으나 별로 성공하지 못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며[6] 서구의 '철학어'와 '선험적 언어'라는 개념의 역사적인 시발점이 되었다.
- 보아보무 : 일본인 철학자가 만든 철학어.
- 도기보나 : 120여개의 단어로 모든 개념을 표현하는 미니멀리즘 언어. 도가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 이쓰쿠일 : 의미의 농도를 짙게 할 수 있고 가장 세밀하고 정확한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언어. 예를 들어, ‘Aistlaţervièllîmļ’은 “어떤 기회가 최선의 기회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의 기회도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상황”을 의미한다. (도기보나에 대한 내용과 같이 있지만) 이 기사를 참고.
- 국제보조어 (auxiliary language) : 영어나 프랑스어 같이 힘이 있는 나라의 언어를 쓰는 것이 불공평하고, 자연어의 특성상 학습에 드는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중립적인 언어를 만들어 전파하고자 하는 경우.
- 솔레솔 : 7음계를 이용한 국제 보조어.
- 볼라퓌크 : 최초로 유럽에서 널리 쓰인 국제보조어.
- 에스페란토 : 이 분야의 넘사벽. 현재까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 이도 : 에스페란토에서 파생된 언어이다. 에스페란토와는 엄연히 별개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고 위키백과도 에스페란토판과 이도판이 따로 있지만, 한 쪽을 알면 다른 쪽을 배우기에 편하다고 한다. 에스페란토와 이도를 모두 구사하나 어느 한쪽만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도 지지자는 이도가 에스페란토의 개선이라고 하며 에스페란토 지지자는 이도가 에스페란토의 개악이라고 한다.
- 인테르링구아 : 미국의 일부 언어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naturalistic) 로망스 계열 국제보조어.
- 링구아 프랑카 노바 : 크레올스러운 국제보조어.
- 베이직 잉글리시 : 영어의 어휘와 문법을 제한한 것.
- 우니시 : 2002년 세종대학교에서 발표한 국제 보조어
- 슬로비오[7]
- 노시로어
- 예술어 (artistic language) : '미적인 만족감을 위해 만들어지는 언어'가 기본 정의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공학언어나 국제보조어가 불규칙이 없는 경향이 강한 것과 달리, 예술어는 자연어의 복잡성과 불규칙성을 동일하게 갖는 경향이 있다. 한 인공언어가 어느 분류에 속하는지 애매한 경우,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멋있어서', '좋으니까', '미학적인 이유' 등으로 불규칙성을 가지면 대체로 예술어로 분류된다. 물론 미적인 이유로 불규칙성을 가지지 않더라도 예술어가 될 수도 있다[8]. 그리고 예술어가 불규칙성을 가지는 것도 '세계관의 자연스러움'을 위한다는 나름의 타당한 목적이 있을 수 있다.
- ↑ 로지반으로 '언어'를 뜻하는 낱말은 '방구'(Bangu)이다(...).
- ↑ 그래서 고려대학교 언어학과(학부생을 받는다)는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전공선택 과목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 ↑ 그렇지만 내부구조를 잘 살펴보면 영어에서 기반했다거나, 히라가나/가타가나를 알파벳으로 바꾸고 그것을 역순으로 한다던지, 단순히 문자만 바꾼 것인 등 깊이는 없다. 진격의 거인의 초반부에 보면 이와 같은 것이 있으며, 노 게임 노 라이프역시 마찬가지이다.
- ↑ 문학 시간에 종종 듣게 되는 카프(KAPF)라는 단체 이름이 사실 에스페란토다. 이 'KAPF'라는 약자도 에스페란토식으로 읽으면 카프가 아니라 코아뽀포이다.
- ↑ C가 자음이고 V가 모음일 때 CVCCV나 CCVCV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기존언어들(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힌디어)과 유사하게 한다는 아이디어이다.
- ↑ 보르헤스와 움베르토 에코도 이 언어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다.
- ↑ 슬로바키아의 언어학자 마르코 후츠코가 개발한 언어로, 슬라브어계통의 언어들을 통합해서 만들었다.
- ↑ 하지만 모든 층위의 불규칙성을 철저히 제거하는 것이 목적으로 언어 구조에 대한 실험이 되어버리면 공학언어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