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
The Umbrellas of Cherbourg

1 개요

1964년에 자크 데미 [1]가 제작/감독한 프랑스 영화. 알제리 전쟁이 한창이었던 1957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를 배경으로 하여 한 커플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셰르부르의 우산이 맞지만 ( 참조) 국내 개봉명이 '쉘부르의 우산'이므로 해당 명칭으로 작성한다.

2 줄거리

쉘부르에서 우산 가게를 하고 있는 에밀리 부인의 딸 주느비에브는 자동차 정비공인 기이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 둘은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며 딸을 낳으면 이름을 "프랑수아즈"로 짓자고 한다. 그러나 에밀리 부인은 딸이 젊은날의 사랑에 휘둘려서 자기처럼 되지 않게 하기위해 둘의 결혼을 반대한다. 그러나 알제리 전쟁의 영향으로 기이는 군대에 입대하게 되고, 기이는 주느비에브에게 2년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떠나기 하루 전날, 두사람은 기이의 방에서 사랑을 나눈뒤 두 사람은 훗날을 기약하며 이별한다.

한편 몇달후, 에밀리 부인 앞으로 거액의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고,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에밀리 부인과 주느비에브는 목걸이를 팔러 보석상에 간다. 그러나 보석상 주인은 목걸이를 사지 않겠다고 하는 와중에 보석상에는 카사르라는 이름의 보석 상인이 있었고, 그는 선뜻 이 모녀의 목걸이를 산다. 카사르는 주느비에브에게 청혼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이미 기이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뜸해지는 기이의 편지에 에밀리 부인은 기이가 그녀를 잊은거라며집요하게 주느비에브에게 기이를 잊으라며 설득한다. 몇달후, 기이에게서의 편지도 끊긴 상태에서 주느비에브는 기이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카사르는 주느비에브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지만 아이는 같이 키우자는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인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주느비에브는 에밀리 부인의 집요한 설득과 큼지막한 반지와 조언에 카사르와 화려한 성당에서 결혼하고, 쉘부르를 떠난다.

2년 후 기이는 쉘부르로 돌아와서 우산가게를 찾지만 가게가 팔렸다는것을 알게된 후 주느비에브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이는 절망감에 빠져 성격도 비뚫어지고 직장도 잃고 술과 여자에 빠진다. 그러나 기이가 주느비에브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창녀와 하룻밤을 보내던 날 밤중에 자신을 돌봐주던 대모가 죽고 대모를 돌봐주던 마들렌이 떠나려고하자 그녀를 말린다. 그 뒤에 마들렌의 조언에 따라 기이는 직장도 얻고 성격도 밝아진뒤에 마들렌에게 청혼을 하고 서로의 사랑을 고백한 뒤에 마들렌과 결혼한다. 기이는 대모가 남긴 유산으로 미국식 주유소를 개업하고 프랑수아라는 아들을 낳은 뒤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나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메들린과 프랑수아즈가 잠시 나간 사이에 주느비에브는 딸을 데리고 쉘부르에 왔다가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왔다. 우연찮게도 그곳은 기이가 운영하는 주유소였고, 둘은 서로를 보고 놀란 나머지 딸은 추운 차 안에 내버려둔 채 주유소 안에 들어가 연료가 채워지는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눈다. 가이는 에밀리 부인이 얼마전에 죽었다는것을 알게되고 자신에게도 가족이 생겼음을 알려준다. 주느비에브는 가이에게 자신의 딸을 만나보고싶냐고 물어보지만 기이는 거절한다. 둘은 두 번 다시 사랑할 수 없음을 알고는 다시 헤어지게 된다. 영화는 눈속에서 기이가 메들린과 키스를 하고 프랑수아즈와 놀아주면서 끝난다.

3 특징

위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흔한 멜로 영화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고전 걸작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평범하게 보이는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뛰어난 영상미와 넘사벽급의 음악과 노래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쉘부르의 우산"은 그 때뿐만 아니라 지금 기준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시도를 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만든 것. 90분에 달하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들이 평범한 대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짧은 대사도 모두 노래로 한다. 이 때문에 영화 전반에 노래와 음악이 끊기는 일이 없다. 뮤지컬 영화로 분류되는데, 일반적인 뮤지컬에서도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일이 드물다는 점을 비춰보면 상당히 대담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페라 영화로 분류되기도 한다. 실제로 감독이 시도한 것도 "시네 오페라"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런 형식의 뮤지컬을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이 시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스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결국 1964년에 열린 1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1965년에 열린 37회 아카데미 영화제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까지 올랐고, 그 다음 해인 38회 아카데미 영화제에도 주제가상과 음악상 후보에 동시에 올라갔다. 다만 상을 타지는 못했는데, 이때 경쟁 붙은 영화가 하필이면 닥터 지바고사운드 오브 뮤직이었기 때문이다.

노래도 노래지만 영상미도 대단히 좋았다. 감독을 맡은 자크 드미의 별명이 "영상의 시인"이었고, 그 명성답게 쉘부르 곳곳의 모습을 강렬한 원색에 가까운 파스텔톤의 색채로 아름답게 스크린에 담아내고 있다.

4 기타

한국에서는 2년 늦은 1966년에 처음 개봉되었고,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스토리 자체가 군대 간 남친을 둔 여친이 고무신 거꾸로 신는 과정을 담고 있으니 한국 남자들 입장에서도 공감이 많이 갔을 듯.

1960년대 영화 치고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이 범상치 않은데, 유명 의류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에서 모든 의상을 맡았다.

1992년에 필름이 복원되었다. 필름 재질의 문제로 보관되던 필름이 손상되었다. 자크 데미의 부인이었던 아그네스 베르다가 이 필름을 복원해냈고, 사운드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쳤다. 현재 DVD로 볼 수 있는 버전은 이 1992년 복원판이다.

2013년 프랑스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새로이 디지털 마스터링을 했으며, 북미에서는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에서 발매된 감독 박스셋에 포함되어 있다. 비슷하게 시네 오페라 형식을 취하고 있는 로슈포르의 연인들도심 속의 방도 수록.

이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한 주느비에브와 기이의 사랑의 테마는 미국에서 "I'll wait for you"라는 곡으로 번안되어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38회 아카데미 영화제 주제가상에 후보로 올랐던 곡도 바로 이것.
  1. 자크 리베트 영화에 출연하는등, 누벨바그랑 연관이 있었던 감독이다. 심지어 부인 아그네스 바르다 역시 누벨바그에 큰 역할을 했던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