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어 111편 추락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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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기와 똑같은 MD-11 기종. 스위스에어 파산 이후 모하비 공항에 끌려가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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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G로 구현된 사고기. 항공 사고 수사대의 한 장면이다.

1 사고 개요

1998년 9월 2일 야간에 미국 뉴욕을 출발, 스위스 제네바로 가던 스위스에어 111편이 캐나다 핼리팩스 근처 대서양에 추락하여 승객과 승무원 229명 모두가 숨진 사고. MD-11기가 투입되었다가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조종석 안에서 불이 나고 번져 추락한 사고다.

2 비행부터 추락까지

2.1 출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뉴욕 현지시간 오후 8시 18분에 이륙한 이 비행기는 8시 33분부터 약 14분 간 기장이 라디오 주파수를 잘못 설정하여 관제탑과 교신을 하지 못한 마이너한 사고가 있었다.

2.2 비극의 시작

10시 11분경, 기내에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이를 인식한 기장은 에어컨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여기고 에어컨을 껐다. 하지만 10시 14분경, 이번에는 냄새가 다시 나기 시작했고 조종실에서 연기가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이쯤 되자 조종사들은 인근 공항으로의 회항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 원인 모를 화재에 대한 해답을 조종사들은 비행교범까지 뒤져가면서 찾아보고 있었지만 원인은 알 길이 없었다. 정답은 기내 조종석 배선에서의 전기 합선이었다는 것이 후에 밝혀졌다.

2.3 비극

10시 20분경, 사고기는 인근 핼리팩스 공항에 긴급 착륙하기 위해 연료를 버리기 시작한다. 이는 최대 착륙중량을 맞추기 위해서[1] 한 것이었다.

결국 10시 22분경, 조종사들은 아예 기내 전기의 전원을 완전히 꺼 버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환기 장치도 같이 전원이 나가면서 결국 진공 현상이 발생, 화재가 더 심각해졌다. 한편, 객실은 전기가 나간 거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물론, 승객들은 직감을 했을 것이다. 불이 나갔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2].

10시 24분 9초, 기장과 부기장은 결국 비상 사태를 선언하고, 얼마 가지 않아 불이 조종 계통을 태워먹으면서 조종실 전체가 불이 나가버렸다. 이 시점을 전후한 10시 25분 41초에 블랙박스 작동도 같이 멈추었다. 그리고 10시 31분경에 비행기는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3] 이후 핼리팩스 공항 측에서는 긴급히 구조대를 사고 해역 인근으로 보냈다. 항공 사고 수사대에 따르면, 기장은 직접 불을 끄려 하다가 추락 한참 전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4] 부기장은 충돌 직전까지 살아 있었으며 충돌 1분여 전에 중간의 2번 엔진을 껐다고 한다. 조종 계통의 전기가 나가면서 비행기가 완전히 조종 불능 상태가 되고도 약 5분여 간 비행기가 공중에 떠 있었다고 하며, 수면에 최대 560km/h의 속도로 충돌, 충돌 직후 기체가 산산조각이 나고 승객들도 즉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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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기의 잔해 일부

3 조사

캐나다 해안경비대가 투입되어 사고기의 잔해를 찾으러 다녔다. 혹시나 있을 수 있을 생존자 구조도 병행했다. 하지만, 끝내 아무도 생존하지 못하였다.

이후 사고기의 맨 앞 10여 미터 부분이 복원되어 조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조사 위원회는 11가지 주요 사고 요소를 발견해 냈는데, 제일 처음이자 중요한 부분은 아래와 같았다.

기내 불연재 기준이 불충분하였고, 이는 화재를 쉽게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결정적으로, 화재는 조종석 오른쪽 천장 부분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화재는 급격히 번져서 결국 기체를 조종 불능에 이르게 했다

1등석 기내 엔터테인먼트(좌석의 음악/비디오 감상 장치)에 전기 합선이 있었지만 회로차단기는 작동하지 않았다.그러나 이것이 사고의 주 원인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내 시스템은 전혀 화재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고 있었다. 승무원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대처가 힘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4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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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현장 근처의 추모비(캐나다 노바스코샤 주)

이후 사고 항공편은 139편으로 바뀌었다가, 스위스 국제항공으로 재창설된 2002년 이후로는 LX023편으로 여전히 뉴욕-제네바 구간을 운행중이다. 한편, 전기 합선에 대비하여 이후 사고기 제작사였던 맥도넬 더글러스를 인수한 보잉과 그 경쟁사 에어버스는 이러한 부분을 엔터테인먼트 장치를 개조하는 전세계 수 많은 항공사들에게 지침을 하달하였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아주 안전하게 기내에서 음악/비디오를 즐기면서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5 여담

사고기 화물 중 다이아몬드, 루비 등 귀금속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 영국의 보험사 로이드에서 지급한 보험금이 3억 달러이니 현재의 가치는 훨씬 높을 것이다.

스위스에어의 파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사고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 사고 전까지는 회사가 버텼지만...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하락세에 들어간다.

추가바람

  1. 장거리 항공편이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급하게 착륙할 필요성이 생기면 제일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연료를 버리는 것이다. 그냥 착륙할 경우 지나친 무게 때문에 랜딩 기어가 무너지거나 하는 등의 추가 사고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항공기 스펙에 최대 착륙 중량(Max. Landing Weight)이 있는 게 아니다.
  2. 실제로 항공 사고 수사대에서도 이런 식으로 나레이션이 들어간다.
  3. 근처 지질센터에는 10시 31분 18초에 스위스항공 111편의 추락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충격파가 기록되었다.
  4. 조종실 바로 뒤쪽에서 불이 난데다가 조종실의 산소 마스크는 기체와 연결되어있어서 둘 중 한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불을 끌 수 밖에 없었다.
  5. 이 사고를 재연한 영상(유튜브에 Swissair Flight 111 Re-creation으로 검색하면 나온다.)에서는 탑승자 중 어느 누구도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지 못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영상 외에도 여러 항공 추락 사고를 재현한 영상들이 있다. 그래픽 및 주요 장면은 항공 사고 수사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상황 설명은 항공 사고 수사대와 달리 전부 자막으로 대신하는데다가, 말 그대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영상(사고 순간에 나오는 적절한 배경음악은 보너스)이라 생각보다 보기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