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

neuroticism
神經性

1 개요

일부 교과서에는 "신경증적 경향성" 으로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 등 부정적 정서를 겪게 만드는 성격적 경향. 쉽게 말해 정서불안.[1] 혼동하지 말 것이 있는데, 신경증(neurosis)과는 용어가 비슷할 뿐 서로 다른 개념이다. 신경증이 증세에 관련된 것이라면 신경성은 성격에 관련된 것이다. 한편 보다 대중적인 용어인 신경과민(nervousness)의 경우, 그 중 일부는 실제로 신경성일 수 있다.

한 마디로 인생을 험난한 가시밭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성격요인. 외향성과 함께 삶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하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다.[2] 신경성이 심한 사람과 낮은 사람은 벌써 분위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이것이 높은 사람들은 매사 부정적이고 불안해하며 초조해하고 쉽게 두려워하며 심리적 탈진을 자주 겪는다. 이들의 삶은 만성적으로 불만스럽고 불행으로 가득하며, 행복이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 삶의 이런저런 측면들은 그저 스트레스 덩어리일 뿐이다. 심지어 과거에 잘 극복한 부정적 사건조차도 끊임없이 되새겨서 집착한다.

반대로 신경성이 낮은 사람의 경우, 흔히 말하는 늘푸른 소나무, 든든한 사람, 의지할 만한 사람 소리를 듣게 된다. 외향적 항목에도 있지만 신경성이 낮다는 것이 곧바로 행복하다는 뜻인 건 아니다! 이 사람들은 단지 정서가 안정되어 있을 뿐이다. 신경성자들이 "위기" 라고 부르는 것을 이들은 "도전" 이라고 부르며, 그러한 상황에서 신경성자들이 사색이 되어 허둥대는 것과는 달리[3] 이들은 오히려 거울처럼 맑아진다.

신경성은 여러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데, 특히 신경과학에서는 이들의 성격적 경향이 실제로 생리적인 차원에 기반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의 뇌는 불행과 관련된 자극, 각종 부정적 자극을 받으면 엄청나게 활성화되지만 정작 긍정적 자극, 행복한 자극을 받으면 그다지 별 반응이 없다. 심지어 뇌의 물리적 특성에서조차 차이를 보이고, 유독 세로토닌에 대한 수용체가 많다.

그러나 오해하면 안 될 것은, 신경성이 높다고 반드시 안 좋은 것은 아니다. Big5의 모든 요인들은 그것이 높거나 낮음에 의한 각각의 trade-off 를 갖는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 역시 진화적으로 볼 때 적응적 기능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성격의 탄생》 의 저자 대니얼 네틀(D.Nettle)은 신경성을 "화재경보기" 에 비유하였다. 이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만큼 갑작스러운 위기를 잘 예측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매사 무던히 넘어가는 사람들에 비해, 잠재적으로 자신에게 공격적인(potentially offensive) 상황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PC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거창하게 말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에게는 신경성이라는 경보기가 필요한 셈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 중에 신경성이 유독 높은 경우가 많다. 음악가, 연기자(배우), 미술가, 행위예술가 등등은 통계적으로 유독 신경성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그들의 예술적 감수성이 상당 부분 신경성과 맞닿아 있음을 암시한다. 대표적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스칼렛 오하라, 《다이 하드》 의 브루스 윌리스 등등이 대중적으로 거론되는데, 그들을 대상으로 직접 NEO-PI-R 검사를 해서 Big5 점수를 내지 않은 이상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유명한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의 주요 등장인물들 중 많은 수가 신경성 성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2 성격심리학에서

인간의 성격을 구성하는 요인을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하려다 보니 나온 것이 Big5 성격모형이라면, 신경성은 외향성과 함께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고 확연히 독특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Big5에서는 각 요인마다 하위 측면(facets)들을 여섯 가지씩 뽑아서 정리하는데, 신경성을 구성하는 하위 측면은 다음과 같다.

  • 불안
  • 적대감
  • 우울감
  • 자의식
  • 충동
  • 예술적 감수성
  • 경계


Big5 모형은 NEO-PI-R 이라는 검사지를 활용하여 측정하는데, 여기서 외향성과 함께 자신의 신경성 수치를 점수로 환산해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점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자신이 내적으로 힘들게 살고 있다는 뜻.(…) 그런데 일각에서는 신경성 척도를 "정서안정성" 척도로 대신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서안정성 척도는 신경성 척도를 정확히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여기서는 점수가 높을수록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한편 아이센크도 자신의 슈퍼요인 이론을 거론하면서 신경성을 인간의 3대 성격요인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4] 아이센크는 평소에 기분이 자주 바뀌고, 합당한 이유 없이 비참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으며, 당혹스러운 경험 후에 이불킥을 오래 한다면 후유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신경성이 높다고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남은 이야기

스위스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신경성 집단이 현저하게 심각한 휴대전화 의존성을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SNS에 탐닉하거나 기타 중독의 노예가 되는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사품으로 아이센크가 제안했던 "정신증적 경향성"(psychoticism)도 있다. 그런데 현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거의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품행장애에 가깝다고 봐도 괜찮을 정도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우와 저놈 사이코네" 할 때의 그 사이코와도 묘하게 비슷하다(…) 일단 아이센크는 정신증적 경향성이 이기적이고 고집스러우며 반사회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도 정신증적 경향성이란 단어는 정신증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용어다.

심리학자들은 젊은 시절에 높은 수준의 신경성으로 고생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성숙을 통해서 점차 정서가 안정되고 침착해진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뭐 갑자기 신경성이 확 낮아진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정도가 완화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
  1. 단, 대중적으로 흔히 통용되는 "오두방정을 떨고 정신없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성격으로서의 정서불안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단어 그대로 정서가 뻑하면 불안해지고 힘들어하고 쉽게 고통받는다는 것.
  2. Hills & Argyle, 2001.
  3. 신경성자들은 소소한 위협에도 눈에 띄게 과민반응한다. 이것은 실제로 뇌 영상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4. 다른 두 가지는 외향성과 이하에 다시 서술될 정신증적 경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