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크리거

• 관련 항목 : 트랜스젠더

이 문서는 하이디 크리거로 검색해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1 인물 소개

안드레아스 크리거(Andreas Krieger, 1966년 7월 20일 ~ )는 구 동독의 여자 투포환 선수였던 인물인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남성화 되어 결국 성전환수술을 받고 트랜스남성이 되었다. 여성이었을 때 이름은 하이디 크리거(Heidi Krieger)였다.

2 선수 생활

(선수 시절의 모습)

하이디 크리거는 본래 키가 크고 힘이 좋아 14세부터 투포환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동독에서 여자 투포환 유망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하여 당시 동독 최고의 구단이었던 디나모 베를린 스포츠 클럽에 스카웃되어 그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국가대표로까지 발탁되었다. 그리고 20세였던 1986년 유럽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하이디 크리거는 무려 21.1m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그녀가 챔피언이 되고 불과 4년 밖에 지나지 않은 1990년에 돌연히 은퇴를 선언하였다. 그 때 그녀의 나이 불과 24세. 선수로서는 아직 한창인 나이인데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그녀가 돌연히 은퇴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아래에 있다.

2.1 도핑 프로젝트의 희생양

만 24세라는 선수로서의 한창 나이일 때에 돌연히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바로 도핑 때문이었다. 당시 동독은 물론이고 공산권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스포츠를 통해 체제 선전을 한다는 것이다. 즉,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을 쥐어짜서라도 공산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증빙하기 위해 금메달을 따게 만드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도핑 프로젝트였다. 선수들에게 근육을 촉진시키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투약한 것이다. 이 때 투약된 선수들은 동독 전체 선수들의 95%나 되었다고 한다. 만약, 이 프로젝트에 협조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으면 아예 선수 생활을 못하게 막아버리는 미친 짓거리까지 일삼았다.
당시 여자 투포환 선수들 중 에이스였던 하이디 크리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독의 코치들은 하이디 크리거에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주기적으로 복용하게 했다. 물론 하이디 크리거는 이것이 스테로이드라는 끔찍한 약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냐하면 코치들이 비타민이나 영양제 등으로 구라를 쳤기 때문이다.이런 천하의 개쌍놈들 그러나 그녀는 그 약의 정체를 몰랐다 하더라도 그녀의 신체는 그 약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그 약을 복용한 그녀의 신체는 점점 남자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가 유럽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을 때 사진을 보면 이미 남자의 신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20세라는 어린 나이에 금메달을 따고 신기록까지 세울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그 이후부터 그녀는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었다. 우선 지속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맞다 보니 그 안에 포함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생리가 나오지 않았고 급기야는 배란이 아예 되지 않을 정도였으며 온몸에 털과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근육이 무지막지하게 불어나 체중이 100kg에 육박하게 되었다. 무거운 몸 때문에 그녀는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끝까지 버티고 버텼지만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망가져 버려 결국 24세라는 한창 나이에 은퇴를 선언해 버린 것이다.

3 여자에서 남자로

선수에서 은퇴한 후에도 점점 남자의 외모로 변해갔던 그녀는 급기야 성별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 시작했고 대인기피증과 우울증까지 얻어 버리고 말았다. 거기다 이 남성 호르몬은 하이디에게 신체적인 변화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변화를 줬던 모양인지 그녀는 레즈비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보고 성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자꾸만 남자로 변해가는 자신을 본 그녀는 결국 31세 때인 1997년에 성전환수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여자에서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름도 하이디라는 여자 이름에서 안드레아스라는 남자 이름으로 바꾸고 남자로서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동독의 도핑 프로젝트의 희생양이 되었던 여자 수영선수 우테 크라우제와 결혼했다.

(안드레아스-우테 부부의 모습)

4 도핑 프로젝트의 결말

독일이 통일되고 정확히 10년이 지난 2000년에 구 동독 정권에서 이른바 도핑 프로젝트를 벌여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주입해 왔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1970~1980년대 동독은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왔는데 이것이 전부 도핑의 산물이었다는 것! 이렇게 스포츠의 정신을 위반하면서 어거지로 성적을 날조해 낸 이른바 도핑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죄다 구속되었고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법정에서 선고된 가해자들의 형량은 고작 보호감찰 정도에 그쳤다. 이 문서의 주인공인 하이디 크리거는 그들 때문에 여자로서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억지로 남자가 되어 버렸고 다른 선수들도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인해 이미 뇌경색과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들도 많았는데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도 여자 선수들의 경우는 전부 불임을 앓게 되었고, 심근경색, 관절염, 당뇨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들도 많았다. 한마디로 체제 선전을 위해 선수들의 인생을 파괴해 버린 것인데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인 셈이었다. 그러나 안드레아스 크리거는 인터뷰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긴 걔네들 처벌한다고 해서 다시 남자에서 여자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5 총평

안드레아스 크리거가 다른 트랜스젠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자신이 애초부터 "난 남자다!"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갖고 있어서 성별을 바꾼 것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신체가 남자로 변해 갔고 어쩔 수 없이 남자로 성별을 바꾸게 되었다는 점이 큰 차이다. 그는 성적 지상주의에 매달린 국가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에서 남자가 되어 버린 피해자인 셈이다. 만약, 안드레아스 크리거가 동독 코치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 복용을 강요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평범하게 선수 생활을 끝내고 여자로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이 같은 안드레아스 크리거의 사례는 구 동독 정권에서 얼마나 선수들을 가혹하게 부렸는지, 또 어떤 존재로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강제적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바꾼 안드레아스 크리거 외에도 당시 도핑 프로젝트의 희생양이 되었던 선수들이 지금도 온갖 질병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볼 때 구 동독 정권의 시선에서 스포츠 선수들이란 단지 성적 내는 기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구 공산권에서 선수들 보는 관점은 다 이런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