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야구계에서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는 설. 투구의 중요성이 타격, 주루, 수비의 합보다 높다는 주장을 말한다.
현실은 경기 단위의 영향에 의한 착시와 선택적 기억이 만들어 낸 편견 및 고정관념.
야구가 발전하면서 투수의 중요성이 커진 건 사실이나, 이런 평가가 너무 과해져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국내 야구계에서 무슨 격언처럼 돌아다니는 일이 있다. 선동열감독의 '방망이는 믿지 못할 것' 이라는 발언도 그와 같은 맥락.[1] 본인이 현역 시절 워낙 잘 던져서 다들 그렇게 던지는 줄 아나보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프로야구 수준에서는 통하지 않는 낭설이다.
2 상식적인 수준의 분석
야구는 공격과 수비로 나뉘고, 투수는 수비 측의 핵심인데 전부는 아니다. 투구 후 수비수의 한명으로 수비를 하기는 하지만 포구는 결국 야수인 포수가 해주므로 경기의 반인 수비 이닝에서조차 "전부"를 차지하지 못하는 직책이다. 심지어 지명타자가 있으면 공격에는 가담조차 하지 않는다.[2] 다시 말해서 순수하게 투수진이 지배하는 것은 경기의 50% 이하라는 것이다. 투수진 전부가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다는 극단적으로 비정상적인 가정을 해야 겨우 투수의 비중이 50%에 가까워진다. 공을 받아줄 포수가 있어야 하므로 그마저도 50%가 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벌써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주장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 정상이다. 야수는 타격 주루 수비를 모두 다 한다.
"완벽한 투수가 완벽한 투구를 하면 한 경기는 무조건 이기므로 투수가 이론상으로 제일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들을 가치도 없다. 아마도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 게임을 염두에 둔 발언 같지만 결국 저런 대기록들도 야수들의 수비의 도움을 받아야하며, 심지어 전 타자 상대 탈삼진을 잡는다고 해도 그 뒷면엔 모든 투구를 포구해낸 포수의 공헌도 있다.[3] 그리고 저런 논리대로라면 "완벽한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면 축구는 백전백승이므로 골키퍼가 제일 중요하다"는 의견도 들어맞아야한다. 애초에 이런 극단적인 가정은 야구라는 스포츠에 적용될 "일반적인 원칙"을 이야기 하는데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전 경기 퍼펙트 게임을 찍을 수 있는 투수를 보유한 팀이 있으면 당연히 그 팀에 한해서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반대로 전 타석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를 보유한 팀이 있으면 그 팀에 한해서 야구는 타자놀음이다.[4] 어느 쪽이든 헛소리.
현실성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갔지만 정말로 투수가 승리에 100% 기여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수비 상황에서 모든 타자를 플라이 유도하여 투수 본인이 잡아 아웃시킨다. 이 때 포수의 도움조차 전혀 받지 않기 위해선 플라이 이전의 공은 모두 파울로 유도해야한다.
- 자신의 타석에서 한 번 이상 홈런을 친다.[5]
- 이러면 같은편 선수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N:0으로 승리한다.
하지만 투수놀음을 말하는 사람이 투수만 잘하면 된다거나, 야수는 거의 의미없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극단논리는 원래 논외.
3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나
3.1 착시효과
일단 6, 7이닝을 먹어주는 선발투수는 그가 등판한 경기 한해서는 가장 큰 지배력을 갖는다. 6, 7이닝을 버틴다는 것은 최소한 대량실점으로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정규이닝 9이닝을 염두에 둔다면 후반까지 최소한 "할 만한 상태로" 경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시즌으로 넓혀보면, 시즌 내내 등판 하는 날마다 6, 7이닝을 막아주는 선발은 등판시 타자 한 명 보다 높은 공헌도를 가진다. 여기서 착시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로테이션을 건너뛰지 않고, 시즌 내내 나올 때마다 6, 7이닝을 먹어주는 투수를 부르는 다른 말이 있다. 에이스.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없이 단 한 경기도 무너지지 않고 6, 7이닝을 버티는 선발이 있다면 그냥 에이스가 아니라 리그를 뒤흔드는 수준이다.[6] 즉 이런 수준의 투수가 있으면 당연히 시선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등판하는 경기 마다 개인으로서는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에이스를 보면서 사람들이 "아 역시 투수가 제일 중요하구나!"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은 분명 이상하지 않다. 에이스의 능력에 대한 경탄이 투수라는 보직에 대한 과대평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것이 오류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팀이 그런 180이닝 쯤 먹어주는 투수를 보유 할 수는 없다. 둘째, 아무리 에이스라고 해도 4, 5일 간격으로 등판할 수밖에 없다. 셋째, 아무리 등판시 에이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도 다른 모든 야수들의 공헌도를 더한 것보다 높다는 건 억지다. 종합하면 투수진, 그중에서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선발투수들은 각각 나오는 경기의 숫자 자체가 적다. 따라서 한 경기를 떼어다 놓고 보면 특정 투수의 힘이 압도적으로 보이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한 투수가 그 팀의 시즌 전체를 커버할 순 없다. 결국 그 팀의 투수진 전체가 한 시즌을 커버한다. 즉, 유격수 박진만이 내야 전체를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투수도 투수진 전체로 생각해야 한다.
그럼 투수 한 명이 시즌을 책임지진 못하지만, 투수진 전체가 한 시즌을 전체를 책임지므로 투수진 전체가 야수진보다 기여도가 더 높은가 하면 그건 쉽게 재단할 수 없는 문제다. 왜냐하면 한 경기나 시즌 전체를 봐도 투수가 야수에 비해서 공을 많이 만진다. 일단 투수가 공을 던져서 야구가 시작하고 투수의 구위가 좋으면 야수가 대항하기 힘들다. 이렇게 생각하면 투수가 우위지만, 그러나 공격 수비로 분산해서 생각하면 타자가 공을 안 만져도 타석에서 지켜보는 자체가 이미 투수랑 대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수는 공격을 전부를 그리고 수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투수진은 수비의 상당 부분만을 커버할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야수진 전체가 투수진 전체보다 야구 경기 자체에 많이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투수가 정말 야구에 중요 요소인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단지, 타자와 투수가 다른 점은, 투수 한 명이 한 경기 혹은 한 시즌을 책임지기 힘들기 때문에 투수 운용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된다. 예를 들어, 포수 운용을 본다면 2014년 SK의 포수 운용은 주전포수 이재원과 정상호를 놓고 2군에 조인성을 놓다가 조인성이 트레이드되면서 이 둘을 중심으로 운용됐고 다른 모든 팀도 비슷하다. 즉, 야수는 주전과 백업을 확정해놓으면 시즌 내내 감독이 그 포지션의 운용을 특별히 고민할 필요없이 굴러간다. 대타 대주자 기용하거나 체력 보존을 위해서 주전 선수를 빼고 백업 선수를 넣는 등의 소소한 변화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투수는 풀타임으로 한명 두명이 한 시즌을 굴러가지 못하고, 투수의 어깨는 사실 소모품이기 때문에 투수 기용을 어떤식으로 하냐에 따라 투수가 매우 민감한 성적을 낸다. 즉, 구원투수가 3~4일만 연속으로 던져도 벌써 혹사가 된다. 3~4일째는 제대로 구위가 나오지 않아서 중요 상황에 올리면 경기를 망칠 수도 있고, 이런 혹사를 되풀이 하다가 부상으로 나자빠지기도한다. 타자는 상대적으로 이런 예민한 기용을 따지지 않아도 된다. 즉, 야수건 투수건간에 좋은 선수가 많으면 팀의 성적은 일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투수는 던지면 던질수록 소모되는 성향이 강하고, 사용 방식에 따라서 혹사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투수진은 항상 두텁게 유지한 상태로 감독이 잘 운용해서 한다. 만약 투수기용이 실패하면 경기 후반에 넣을 투수가 거의 없으면 경기는 완전 개판이되고, 시즌 치르다가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숭숭나면 경기자체가 성립이 힘들다.
감독이 한 경기를 치르든 시즌을 치르든 투수를 어떻게 기용하느냐 즉, "야구는 투수(기용)놀음이다"는 맞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타자보다 투수가 쉽게 소모되어서'라는 이유가 크다.
결론은 정상적으로 평준화가 된 프로 야구 리그에서 1년 뽕뽑고 선수를 버릴 막장 운영을 하지 않는다면,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은 착각에서 비롯된 편견에 불과하다. 우승권에 팀을 가져다 놓기 위해선 일단 투타 모두 리그 평균 이상으로 해주도록 노력해야 함이 당연하다. 각 팀의 유망주 사정, 구장 등을 감안해서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투수진 쪽에서 얻어낼 지, 타선에서 얻어낼 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합리적인 운영이다. 적어도 현시대에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라는 말이 통한다면 투수와 타자의 경기력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진 것. 그러나 일면으로 투수는 타자에 비해서 소모성이 강해서 예민하게 잘 기용하지 않으면 막장이 될수잇으니 감독의 선수운용은 상당부분이 투수운용이므로 야수는 투수(기용)놀음인것도 맞다.
3.2 KBO 용병 선발 문제
사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타자 용병들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09년 우승팀 기아의 투수용병 듀오를 전후하여 타자 용병을 찾아보기가 상당히 어렵게 되었다. 사실상 2014년부터 투수 2명, 타자 1명을 선발하도록 유도하기 직전인 2010년대 초반에는 아예 타자 용병의 씨가 말랐다. 간혹 마무리투수, 그보다 더 간혹 타자용병이 있었지만 선발투수의 비율이 절대다수. 그러다 보니 역시 투수용병 농사를 잘 지어야 우승할 수 있으며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인식이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언뜻 생각하면 어쨌든 용병 쿼터는 2명이었고, 투수를 데려온 팀들이 타자를 데려온 팀들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은 투수 1명의 영향력이 타자 1명의 영향력보다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하지만 이는 복잡한 다른 변수들로 인한 결과에 가까우며, 정말로 이렇게 받아들여서는 매우 곤란하다.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지만 일단 한국 프로야구 자체가 고교야구의 투수혹사로 인해 투타 불균형이 심각했다.[7] 토종 투수들만 있는데도 상위라인 선발진이 든든하고 어찌어찌 5선발을 돌릴 수 있으며 메이저리그처럼 단기적인 투수진의 부상은 2군에서 올라온 투수로 돌려막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야수 중에 취약 포지션을 타자로 메워보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위에 언급하는 시기에 그런 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굳이 혹사를 하지 않더라도 투수가 타자에 비해 소모성이 강한 만큼 타자는 키워 쓰고 용병을 투수로 쓰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은 셈.일본은? 걔네는 고시엔에서 갈아버려도 투수가 또 나오잖아
여기에 더해 용병시장의 수요자 관점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NPB의 문제가 있다. 한국과 반대로 투수 유망주가 넘쳐나는 반면 거포 유망주는 부족한 NPB가 상대적으로 타자를 선호하다 보니 비슷한 기여도를 기록할 수 있는 투수의 값이 더 저렴해질 수 있다는 것.
또 미국야구에 비해 일정이 널널한 한국프로야구의 휴식일도 무시할 수 없다. 아래 세이버매트릭스 항목에 언급했지만 어쨌든 휴식일 덕에 한 시즌에 한 투수가 등판하는 비율이 조금이라도 더 높으니 투수의 가성비가 KBO에서 약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나마 투수진이 탄탄한 상위 팀조차도 단기전을 강하게 염두할 가능성이 있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도 유럽축구와 비교하면 포스트시즌이라는 단기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차이가 있지만, 팀 운영을 보면 한국만큼 단기전에 목매지는 않는다. 아래 예외 항목에 더하여 용병은 어느 정도 자국 선수와 비교해서도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더 강하기에 단기전에서 굴릴 수 있는 투수를 선호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반대로 리빌딩을 하는 팀의 입장에서 로테이션 채우기도 로테이션 채우기지만 야수는 몇몇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면 포지션 고정으로 인해 신인 육성에 방해가 되는 반면 투수는 하위 로테이션이나 계투로도 신인 투수에게 경험치를 얼마든지 먹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투수를 선호한다. 이는 두산 시절 김경문 감독이 인터뷰한 적 있는 내용.
결과적으로 14년도 용병타자들이 다시 등장하고 이후 테임즈, 나바로 등 툴플레이어들이 맹활약하면서 야수 1명의 영향력이 투수 1명보다 약해서 타자용병을 쓰지 않았다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비싸서 그렇지(...)
4 세이버메트릭스로 보면
조금 더 자세하게 세이버메트릭스로 접근하면 오히려 야구는 "야수놀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된다. 공헌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WAR를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시즌 WAR는 투수보다 타자 쪽이 훨씬 높게 나온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아무리 뛰어난 선발 투수라도 장명부처럼 상식을 초월하는 이닝을 먹지 않는 이상 매 경기에 출장한 야수의 공헌도를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구조상 그런 것이다. 한 경기를 소화하는 투수의 체력 소모가 야수보다 훨씬 높기 때문. 매 경기 출장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런 투수는 존재하지 않고, 선발 투수보다 이닝을 적게 소화할 수밖에 없는 중간계투나 마무리 투수까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요약하자면 시즌 전반을 보았을 때 투수의 영향이 타자보다 적다는 것은 수치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투수의 가치를 맹신하는 동양 야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운영에서 거대 FA계약을 맺는 대상이 주로 야수들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는 투수가 시즌 MVP를 받는 것도 상당히 힘든데 이 또한 같은 이유다. 중간계투나 마무리 투수를 상위 드래프트로 뽑지 않는 이야기까지 넣으면 더더욱 야구는 투수놀음 같은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팬그래프 기준으로 2013년 최상위 야수인 마이크 트라웃(10.4)의 WAR이 최상위 투수 클레이튼 커쇼(7.0)보다 높게 나온다.물론 마이크 트라웃이 역대급 괴물인 건 넘어가자. 어차피 커쇼도 역대급 괴물 중 하나이니. 하지만 이를 경기 하나하나로 환산해보면, 커쇼의 경기당 WAR가 트라웃보다 높게 나온다. 따라서 한경기 한경기에서는 커쇼가 중요성이 높지만, 커쇼는 5게임 중 1게임에 출장할 뿐이므로 시즌 전체에서는 트라웃의 중요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인가라는 의문의 해답도 이러하다. 만약 누군가가 에이스의 경기 하나만을 보았다면, 에이스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에이스는 본질적으로 5게임 중 1게임에 등판하는 투수일 뿐이므로, 시즌전체로 시야를 넓힌다면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심지어 시즌 전체가 아니라 7전 4선승제(혹은 5전 3선승제)의 단기전이라도 (에이스의 혹사가 없다면) 같은 원리로 똑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월요일을 거의 고정적으로 쉬는 한국야구의 경우 메이저리그보다는 좀 더 투수들이 많은 비중을 소화할 수 있지만, 극단적으로 7/6, 약 1.16을 곱해줘도 분업화된 현대야구에서는 투수가 타자를 넘기 어렵다. 다만 대체선수 레벨을 산정하기 어렵고 혹사로 인해 투수가 기근인 한국의 상황은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문제는 한국 프로야구의 통계지표 수집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아직 정확한 수치화가 곤란한 부분이다. 또 단 2년뿐인 이야기지만 9구단 홀수구단제에서 번갈아 한 팀씩 한 시리즈를 쉬던 시절에는 그만큼 팀들이 상위 선발투수나 필승조를 우려먹기도 했다.
5 실제 사례
2001년도 10승 투수가 하나 없이 우승하던 두산 베어스, 1970년대 투수진의 상대적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따낸 '빅 레드 머신' 신시내티 레즈, 2013년의 보스턴 레드삭스 등 찾아보면 상대적으로 투수진보다 타선이 강력했음에도 우승을 따낸 팀들은 많다. 단지 사람들이 선별적으로 기억을 하기 때문에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일은 기억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 뿐이다. 당연히 반대로 타선이 약한데 투수의 힘으로 우승한 경우도 존재한다.
당장 2013년 메이저리그를 보자. 선발 투수가 제일 강했던 팀은 이견의 여지없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였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인 WAR이 선발 투수진에서 25.3이 뽑혀 나왔으니까. 반면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선발진이 강했지만 선발진 합산 WAR 이 15.9로 디트로이트와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야수진의 WAR 합산은 디트로이트가 26.5, 보스턴이 36.6로 선발진 못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결국 시즌 승률에서나 단기전에서나 승리한 것은 보스턴 레드삭스.
2011년~2015년 삼성 라이온즈의 선발, 불펜진을 보며 '보라,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가!' 라고 말하지만 그 때의 삼성은 투수나 야수나 다 잘난 팀이었다. 2000년대 후반 삼성야구가 지루한 불펜야구라고 비판받고, 실제로 성적 또한 2010년대에 비할 바 못되었음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때의 삼성은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이승엽, 야마이코 나바로등의 강력한 타자들을 보유했던 팀이다. 이 팀이 시즌을 우승하고 한국 시리즈를 우승하는 건 '투수만 잘나서' 가 아니라 '타자와 투수 모두 잘나서'다. 흔히들 강팀에 대해 '투타의 균형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가? 타선이 잘나도 투수진이 왕창 실점하면 지고, 투수진이 1실점만 했어도 타선이 불발이면 지는게 야구다. 물론 반대로 타자가 아무리 잘해도 투수가 못하면 역시나 이길 수 없다. 둘다 못하면요?
6 예외?
위에서는 투수가 갖는 지배력의 한계, 그리고 등판 가능한 경기 숫자의 한계 때문에 야구는 투수놀음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공을 가지고 하는 단체 구기 종목은 승패를 가르는 득점이 공과 연관되어 나오기 때문에 공을 많이 가지고 있는 포지션이 득점을 만들어내고 경기를 주도하며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이점이 극대화된 스포츠는 미식축구와 농구. 미식축구는 쿼터백이 처음부터 공을 가지고 나머지 팀원에게 분배하는 스포츠고, 농구는 5명중 가장 뛰어난 1명에게 공을 몰아주어 공격 효율을 올릴수 있다. 따라서 이런 종목에서는 쿼터백놀음,에이스 놀음이 어느정도 통한다. [8][9]
반면 이를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종목은 그만큼 에이스 1명의 팀내 비중이 떨어진다. 앞서 미식축구와 농구도 결국 나머지 팀원이 있기 때문에 쿼터백과 에이스가 빛나는 것일뿐이다. 에이스 1명에게 공을 쉽게 몰아줄수 없는 종목이거나(대표적으로 축구), 나머지 팀원들이 공을 반드시 만져야하는 종목(대표적으로 배구)은 반드시 팀 전체의 능력이 중요하게 되고, 굳이 에이스를 꼽는다면 공 점유여부보다는 득점을 결정짓는 선수가 에이스가 된다. 축구에서 골게터, 배구에서 아포짓이 에이스인 경우가 많은건 그 선수가 공을 많이 만질수록 득점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10]
야구는 투수가 시작할때 공을 던지는 것외에는 선수 한명이 공을 일정시간 점유하는 일 자체가 없다. 야구의 프로세스에서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을 투수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트를 휘둘러 맞춰서 타구를 페어지역에 떨어뜨리고 1루,2루,3루,홈에 공이 도착하기 전까지 베이스에 가는 것을 목표로하고 수비진은 이를 저지한다. 이 과정에서 타자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 원하는 장소로 날려보낼 정도로 타구를 제어할수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아예 투구에 공을 맞추는 것 조차 성공률이 50%가 될까 말까다. 투수 뒤에 서는 수비수들은 타자도 제어 못하는 타구가 배트맞고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타자의 스윙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에서 득점행위를 좌우하는 공을 점유한 선수 의사에 따라 통제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 상황은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질때 뿐이다. 따라서 투수의 수준이 야수와 타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을때만 경기를 투수 1명이 지배할 수 있다.그리고 그 에이스가 많은 등판을 할 수록 야구가 투수놀음, 아니 에이스 놀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수의 수준이 야수와 타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 만들어질 경우, 예를 들어 토너먼트같은 단기전에서 에이스 투수가 속된말로 긁히는 날이던가 상대 타자들의 난조로 경기력 차이가 발생하거나, 선수들의 전체적 기량이 낮으며 좋은 선수와 나쁜 선수의 기량차이가 천차만별인 아마추어,사회인 야구까지 내려가면서 그때야 진짜로 잘하는 투수 한명이 투수놀음을 하게 되는 것.
고등학생의 어깨를 쥐어 짜내서 우승을 다투는 일본의 고시엔, 정도는 다르더라도 투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고교야구, 그리고 아예 개인 자질에 따라 실력이 들쑥날쑥하고 혹사가 당연시 되었던 초창기 한국 프로야구[11]가 바로 그런 예이다. 그렇다, 리그 수준이 낮고 선수간 실력 격차가 클수록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낭설은 진실이 된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라는 말은 따져보면 "우리 리그는 수준 낮아서 에이스 하나로 다 해먹을수 있음!"이라는 것과 진배없는 발언인 것.
단기전에서 투수의 중요성도 이러한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기전이 여러개 모여서 페넌트레이스가 되기 때문에 투수의 중요성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겨우 몇 경기로 우승을 가리는 단판승부 혹은 단기전에서는 가장 강력한 투수를 몇 번이고 등판시켜서 짜내는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동원, 염종석, 배영수 같은 극단적인 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 팀내 4~5선발을 주전으로 운영하는 감독은 없다.[12] 물론 이 또한 절대적이지 않다. 당장 2013년의 클레이튼 커쇼처럼 에이스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확률적으로 이야기 했을 때, 경기 내의 지배력이 높은 에이스를 자주 끌어 쓸 수 있는 단기전에서 투수의 공헌도는 페넌트레이스보다 높긴 하다. 단기전에서마저도 야구가 투수놀음이 아니라면 고교야구에서 에이스들이 혹사로 갈려나갈 이유가 없지 않는가? 당장 2014년 월드 시리즈에서 매디슨 범가너가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알 수 있다.
세이버매트릭스적으로 접근해도 포스트시즌에 투수의 등판간격이 좁아지면 당연히 페넌트레이스와 비교해서 경기당 평균 기여도도 올라간다.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도 다소 투박하게 따질 경우 5선발제가 4선발제로 바뀌면 선발투수가 5/4=1.25배의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고, 3선발과 4선발의 실력차가 크거나 시리즈에서 코너에 몰렸을 때 전가의 보도로 꺼내드는 3선발제로 가면 5/3=1.67배에 달하는 보정이 들어갈 수도 있다.최동원 염종석 배영수 수준은 그냥 넘어가자 보다 다양한 변수를 더 정교하게 고려한다면 이야기가 복잡해지겠지만[13], 어쨌든 정규시즌과 비교했을 때 기여도가 뒤집힐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는 것.
물론 단기전에서의 투수의 중요성이 좀 더 커진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타격은 믿을 수가 없다는 표현처럼 야수들의 활약이 중요하지 않은 것 또한 전혀 아니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1:3으로 패배까지 몰렸던 삼성을 구원한 최고의 일등공신이 중요 고비때마다 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던 박한이였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또한 냉정하게 말하자면 단기전에서 4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는 식의 소위 '짜내는' 플레이는 감독들이 많이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단판승부 야구 역시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7 기타
가끔 가다 야구는 투수노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구분 못할까 싶지만 말로만 들으면 발음이 완전 똑같아 야구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착각의 여지가 있으며 구글링을 해 보면 예전부터 각종 게시글에 야구는 투수노름이 무슨 말이냔 질문이 올라 온 경우도 보인다. 2008년 야구선수들의 도박이 화두가 됐을 당시 기레기들의 선동질과 마녀사냥이 더해져 이니셜 놀이 끝에 여러 선수들이 언급됐고, 언급된 선수 중에선 당연히 투수도 끼여있었기에[14] "야구는 투수노름" 드립이 꽤나 성행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5년, 또 야구선수들이 도박을 했다는 기사가 터졌는데 공교롭게도 용의자 세 명이 몽땅 투수인 고로 야구는 투수노름 드립이 다시 활개를 치는 중이다. 한명은 진작에 검찰로 소환됐고 또 한명을 소환하는데 윤, 안이 아닌 오승환이 검찰에 출두를 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조사 시작한지 몇 시간만에 다 불어서 도박혐의는 거의 사실로 확정된 고로 7년 전 사건이랑 엮여 신나게 까이고 있다.
- ↑ 물론 맥락상 거의 같은 의미이지만 좀 더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소위 타격감으로 표현되는 타자들의 성적 편차가 투수의 성적 기복보다 더 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 절대적인 승리 기여도의 차이를 말하는 항목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 ↑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리그라 할지라도 투수에게 기대되는 공격력은 한계가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 ↑ 실제로 정민철은 포수의 포일로 사사구 하나 없이 퍼펙트 게임이 깨진 적이 있다. 노히트 노런은 가져갔지만...
- ↑ 산술적으로 전 경기 최소 4점이상, 기대값으론 7, 8점 이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미친 가정인지 감이 오는가?
- ↑ 지명타자가 있는 리그는 지명타자를 소멸시키면 된다.
- ↑ KBO 시절 리그를 지배했다고 평가받는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수가 시즌 당 28경기 쯤 되었다. 28경기동안 단 한번도 무너지지 않으면 대충 160~190이닝 쯤 던진다는 것. 류현진은 7년 평균 180이닝정도를 던졌다.
- ↑ 10구단제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야수도 신생 2구단에 똑같이 필요하다(...) 그러나 야수의 경우 포지션 문제로 인한 적체가 삼성, 두산 등 팜 쩌는 팀들에게서 심하게 발생했고 이 선수들이
그리고 탈쥐빨 받은 선수들이신생팀 2팀 덕에 주전을 먹거나 1군으로 올라올 기회를 얻은 반면 투수는 어느 팀도 없어서 못쓴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야수 뎁스 자체는 10구단 때문에 얇아졌지만(...) - ↑ 그나마 인원이 많고 공격팀과 수비팀이 나눠져있는 미식축구와 달리, 한팀에서 5명만 뛰고 전원공격+전원수비인 농구의 경우 이런 에이스 놀음이 특히 극심하다. 미식축구나 야구에 비해 인원이 적고 코트가 작기 때문에 한 선수의 영향력은 그만큼 더 크다. 마이클 조던이나 스카티 피펜, 케빈 가넷, 팀 던컨처럼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는 상대팀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
- ↑ NBA의 기록중에는 한 선수가 그 팀의 공격권을 얼마나 썼는지 알아보기 위해 Usage Percentage라는 수치를 이용한다. 원맨쇼가 극에 달했던 87시즌의 마이클 조던의 경우 이 수치가 38%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조던이 뛸 때 시카고 불스의 전체 공격시도 100% 중, 38%를 조던이 슛하거나 어시스트하는, 즉 조던의 손 끝에서 끝냈다는 얘기다. 한 선수가 얼마만큼의 승수를 만들어냈는지를 따지는 winshare의 경우, 위에 언급된 조던은 80년대에 팀이 기록한 전체 승수의 40% 이상을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다고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르브론 제임스의 전설적인 디트로이트 침공같은 에이스 1명이 하드캐리하면서 시리즈를 승리로 이끄는 드라마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경우가 농구라는 점에서 농구의 에이스 놀음이 매우 심한 편.
- ↑ 메시 go나 가빈화재,레오화재같은 이른바 몰빵전술이 탄생하는게 이때문이다.
- ↑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장명부 항목 참조
- ↑ 물론 5선발이 딴 팀에서 에이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선발진이 탄탄한 팀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만
- ↑ 예를 들자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투수를 상대하지 않는다면 타자들의 득점력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 ↑ 오승환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서 한동안 욕을 먹었었다. 당연히 뜬소문.
헌데 그 일이 7년뒤 실제로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