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누이

한국민담.

1 줄거리

아들만 있는 집안에서 어떤 부호가 딸을 갖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 여우들이 출몰하는 여웃골 근처 절에서 치성을 드리다 드디어 딸을 갖게 되었지만 사실 그 딸이 여우 요물(매구구미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귀여워해줬다는 얘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가축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나가자 아버지는 첫째 아들한테 감시를 시켜 조사하라고 했으나 누이가 여우로 변해 가축의 간을 뜯어먹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버지는 이를 믿지 않고 이후 다른 아들들에게도 감시를 명했지만 아들들은 누이가 여우로 변신하여 가축의 간을 뜯어먹는것만을 목격했고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아버지는 아들들이 단체로 누이를 모함한다며 내쫓았다.[1]

이후 첫째 아들은 다른 집에 장가들어 가정을 꾸렸는데[2] 세월이 지나 한번 고향집에 돌아가고 싶어져 아내에게 사실을 말하고 짐을 꾸린다. 하지만 누이가 여우라는 사실때문에 마음에 걸려하고 있었는데 마침 처갓집이 도술에 일가견이 있는집이라 아내가 삼색의 호리병과 날카롭고 예리한 환도, 몇백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는 준마를 가지다주며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용하라고 말해주는데...

어쨌거나 몇날 며칠을 말달려 고향근처 주막에서 주모에게 고향 마을 소식을 물으니 고향은 언제부터인가 횡액이 들어 고향에서 제일 잘나가던 부잣집인 아버지집이 몰락한지 오래고 고향사람들은 이유 모르게 하나둘씩 비명횡사하여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며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조언따윈 쿨하게 씹고마을에 도착하자 집은 말 그대로 폐허뿐이고 누이만이 남아있었다. 누이는 오빠를 대접하겠다며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하지만 첫째 아들은 눈치를 채고 달아나고, 누이는 여우로 변해 뒤쫓아온다.[3]

여우가 뒤쫓아오자 첫째 아들은 아내가 준 호리병을 차례로 던진다. 하얀 병을 던지자 가시덩굴이 여우의 길을 막고, 파란 병을 던지자 바다처럼 물이 범람해 여우를 막는다. 그러나 여우가 끝까지 쫓아오자 첫째 아들은 마지막 빨간 병을 던져서 불로 여우를 퇴치한다.그냥 빨간것부터 던졌으면 안되나

2 판본

판본에 따라서 내용이 세부적으로 바뀐다.

2.1 주인공

  • 삼형제 중 한 명만 주인공 - 첫째 or 막내. 판본에 따라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은 쫓겨나지 않고, 이후 마을과 같은 운명을 맞는다.
  • 삼형제 중 두 명이 주인공 - 첫째와 둘째. 막내는 형들의 선례를 보고 쫓겨나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다.
  • 삼형제 셋이 함께 여우를 물리치는 경우도 존재.
  • 간혹 아들 4형제로 '삼형제가 여우를 물리침'과 '막내의 거짓말'을 합친 버전도 드물게 있다.

2.2 퇴치 아이템

  • 환도와 준마는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준마가 없는 경우 아들은 뛰어서 도망친다! 뛰어서 도망가는 경우에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몇 가지 장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방법은 여동생이 오빠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부엌에서 부르면 문고리(...)가 대신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4]
  • 빨간 호리병, 파란 호리병, 노란 호리병(혹은 주머니)은 삭제되는 일이 없으나 던지는 순서는 판본마다 제각각이다. 불을 질러서 막타를 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마지막으로 물바다 아이템을 사용하고, 가시덤불과 불길을 헤치느라 기력이 소진된 여우가 익사하는 결말도 있다. 가시덩굴 소환 아이템은 노란색 대신 하얀색, 가끔 식물계 능력답게 녹색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물과 불에 비해 임팩트가 모자라서인지 이걸 마지막으로 던지는 경우는 드물다.
  • 동화책으로 나온 어떤 판본에서는 저 아이템을 다 썼는데도 안죽고 막상 칼을 쓰려고 보니까 도망가던중에 잃어버려 결국 지나가다 본 나무에 매달리고 여우 역시 나무를 타고 오빠의 바짓자락을 물고 늘어지다가 뜬금없이 큰 바람이 불어 떨어지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목이 부딪치면서 여우누이가 죽는, 굉장히 허무하게 종결나는 버전도 있다. 형이 사지를 오락가락하면서 고생할때는 안 나타나더니 일이 다 끝나자 '형님이 보고 싶었다'며 울면서 나타나는 동생들이 압권(...). 또 어떤 판본에서는 나무위에 숨어있던 동생들이 '악!'하고 소리 질러서 깜놀한 여우가 떨어져 추락사하는 전개도 있다. 참고로 이 나무는 어릴적 집에서 쫒겨날 때 동생들에게 '니들도 나처럼 쫒겨날테니 정자나무에서 만나자'고 했었는데 마침 그 나무였던 것.

물에 빠진 여우가 헤엄치다가 물고기로 변신한 용왕의 아내에게 잡아 먹히는 버전도 있다.

2.3 호리병 세개를 주는 인물(조력자)

  • 아내
  • 도사
  • 스님
  • 용녀(!) - 어느 동화전집에서는 누이의 정체를 안 주인공이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다가 잉어 한 마리를 구해주는데(은혜갚은 잉어?!), 이 잉어는 사실 용왕의 아들이었다. 그는 자기를 살려준 주인공에게 은혜를 갚고자 용궁에 초대하고, 용왕은 자기 아들을 살려준 주인공을 용궁 보물창고로 데려가 원하는 것 하나를 고르게 하는데, 이 용왕자가 미리 귀띔을 해줘서 다른 보물은 됐고 용왕님 옆의 고양이를 달라고 한다. 용왕은 주지 않으려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내주는데, 주인공이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으니 여자로 변했다! 그녀를 아내삼고 지내던 중 가족들 소식이 그리워 나가는데, 이때 처남과 아내가 호리병을 챙겨준다.

2.4 그 외

  • 어느 판본에서는 아들들은 다 없어도 좋으니 딸 하나만 달라고 기도해서 그 내용에 삼신할머니가 분노하여 일부러 여우요괴를 점지해줬다고 한다.
  • 반대로 '아들도 있으면서 왜 딸 같은 걸 낳겠다고 기도하냐'고 여우요괴를 점지해 줬다는 버전은(...) 남존여비의 시대상이 드러난다.
  • 자식을 잘 낳게 해주는 바위에서 기원을 했는데, 그 바위가 여우바위란 이야기도 있다.
  • 사실 다른 잡설이 없는 비교적 합리적인 설정은 '여우/매구같이 예쁜 딸'을 바랐다는 것이다.여우같은 이라고 했지 여우를 달라고 하진 않았어!
  • 일부 판본은 쓸데없이 세세하게, 누이가 간을 그냥 뜯어먹지 않고, 항문으로 손을 넣어 간을 빼먹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외상이 남지 않게 하는 여우의 꾀를 묘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부자라는 설정도 딱히 필요가 없으므로 그냥 숲속의 한 가족 정도로 넘어가는 판본도 있다. 숲속이면 충분히 여우가 들을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여웃골이라는 설명이 생략된 판본도 있다.
  • 누이가 추격중에 다시 누이로 변하여 왜 도망가냐며 낚는 판본도 있다. 물론 떡밥이 상한만큼, 씹힌다.
  • 이 외에 누이가 죽지 않고 끝나는 판본도 있다. 예를들면 이런거
* 아버지 : 난 그냥 딸 하나 갖고 싶었을 뿐인데!
* 여우 : 난 사실 이리 치고 저리 치이는 X밥일 뿐인데! 그나마 이미지도 버렸어!

2.5 결말

  • 앞의 원본처럼 누이가 죽음으로 끝나는 버전도 있으며, 여우를 퇴치한 주인공이 희생 당한 사람들을 장사지내주고 절로 들어와 스님이 된다는 결말도 있다.
  • 그외에도 주인공이 정처없이 떠나거나, 자신의 조력자에게 돌아가서 살거나, 자신처럼 쫓겨난 다른 형제들을 찾아 가지고 용궁의 아내와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과 그 뒤 욕심없이 다시 가문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3 각색판

구전되는 전래동화이다 보니 이밖에도 바뀌는 바리에이션은 매우 다양하다. 전래동화 중에서도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고 섬뜩한 이야기다 보니 이야기꾼의 구연 실력에 따라서 아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들 수 있다.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민담이 있다. 한 동자승(또는 나그네)이 산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어느 오두막에 묵기로 하는데, 알고 보니 그 집의 주인은 마귀(또는 여우)였고 뒷간신이 준 부적 세 장을 쓰며 도망친다는 내용이다.[5] 요괴가 주인공에게 실을 묶어서 감시한다거나, 부적의 색에 따라 다른 장애물이 나타난다는 것도 비슷하다. 이 요괴는 근성이 있는지 부적 3연타를 맞고도 끈질기게 쫓아온다! 결말은 동자승이 간신히 절에 도착하자 노승이 동자승을 경전함에 숨겨 준 뒤 요괴에게 내기를 걸어 도술로 콩알로 변할 수 있냐고 뻔한 낚시를 시전한 다음 그대로 씹어먹어서 퇴치하는 것.[6][7] 집주인의 반전(...)부터 세 가지 도구를 사용한 위기 탈출, 요괴와의 속임수 내기 등 어디서 많이 본 요소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전세계에서 나타나는 선녀와 나무꾼 류의 설화처럼 과거부터 여러 나라 사이에 민담 교류가 있었다는 설과 인류 집단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설이 함께 존재한다.

그 외에도 은비까비 이야기인 산돼지와 머슴도 이 이야기를 각색해서 만들어졌다.

4 참조

  • 매구
  • 구미호 여우누이뎐
  • 느림보에서 출간된 <끝지>에서 이 내용을 살짝 비틀어서 여우와 막내에게 인간성을 부여했다. 원작의 여우누이가 호러스러웠다면 이 작품의 여우누이는 호러라기보다는 한과 슬픔이 느껴진다.
  • 내용이 공포스럽고 고어하지만 이해하기 명료하고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 어린이 동화책으로도 많이 나온다. 물론 그에 따라 일러스트가 아기자기하거나 순화된게 대부분. 하지만 계몽사 어린이 한국의 동화[8]나 1997년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여우누이[9]도대체 어린이들용이 맞나 싶을정도로 디테일하고 소름돋는 일러스트를 자랑한다. 아래는 보림출판사 여우누이의 일러스트들인데, 마지막 짤은 공포주의. 아재가 봐도 무섭다... ㄷㄷㄷ
부부 뒷쪽에 깨알같이 여우가 보인다.
어머니에게 안겨서 몰래 썩소를 짓는 여우누이
간을 빼먹으러가는 여우누이와 그것을 몰래 지켜보는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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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돌아온 아들을 맏이하는 여우누이. 히익! 조커?
  1. 이때 잡아먹는 순서가 묘사되는 경우는 주로 작은 동물부터 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포감 조성을 위한 걸지도... 어떤 판본에서는 이 순서에 대해서 '부엌에 들어가 손에 참기름을 바르고는 가축 궁둥이에 손을 쑤욱 손을 넣어다가 간을 빼내니 소/말은 조용히 쓰러져 죽었다. 맛있게 먹어치운 뒤 손을 깨끗하게 씻고 씨익 웃으며 애기 방으로 들어가더라'고도 한다.
  2. 절에서 지냈다는 말도 있다.
  3. 몇몇 판본에선 누이의 모습 그대로 시뻘건 눈과 찢어진 입을 하고 달려오며 "하하 오라버니 히히 오라버니 밥 안 먹고 어딜 가시려 그러우?"라 외친다. 혹은 "오라버니 한끼 말 한끼"라고 외치며 달려오는 판본도 있다. 또는 이 두가지가 모두 혼용되어 "히히 오라버니 하하 오라버니 밥 먹으라는데 어딜 그리 급하게 가세요?" 하고 묻다가 "말이 한 끼, 사람이 한 끼. 내가 구백 구십 구명을 잡아먹고 한 명만 더 잡아먹으면 되는데 도망가는구나. 아이고 아까워라. 아이고 아까워라!" 하고 외치며 쫓아오는 판본도 있다. 어느 쪽이든 상상해보면 상당히 무섭다.
  4. 여동생이 오빠에게 실을 묶어두고 부엌에서 있냐고 물을 때마다 대답을 하다가 실을 풀어 문고리에 묶고는 문고리에 대고 대답을 몇번 해둔다. 그러고나서 도망치니 동생이 물을 때마다 문고리가 대신 대답을 해준다.
  5. 마법선생 네기마에서 아마가사키 치구사코노에 코노카를 납치하면서 이 이야기에 바탕을 둔 부적을 사용한다.
  6. 미즈사와 겐이치, <신기한 부적 세 장>, 비룡소, 2007. 일본의 여러 지방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로 위 내용은 니가타 현에서 내려오는 것이라고 한다.
  7. 이 이야기의 결말은 장화신은 고양이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8. 삽화가들의 실력이 대단했던 만큼 어린이들이 접하기엔 굉장히 무서운 그림체가 많았다. 심지어 좁쌀 한톨 같이 해학적인 작품마저 무시무시하게 그려놔서 그림만 보면 공포물인줄 착각할 정도이다.
  9. 참고로 제 6회 어린이문화대상 출판 부문 본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