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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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의 여우
구미호주유폐폐농질시랑승황


파일:Attachment/구미호/Example.jpg
九尾狐 / Nine-tailed Fox

1 개요

동북아시아에 전해오는 요괴 혹은 신수. 요호, 요괴의 하위 카테고리에 링크되어 있다. 매구, 불여우, 백여우, 노구화호, 삼두구미가 근연종들이며 여우로 둔갑하는 "노구화호"의 특성을 가지는 "서구할미"도 이쪽 계열에 가깝다.

한, 중, 일 삼국에서 구미호(九尾狐)는 신통력을 가진 꼬리 아홉의 여우를 뜻하며 남자를 잘 홀리는 매혹적인 여성으로 변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미호에 대한 가장 오랜 문헌적 기록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해경(山海經)에서 발견된다. 그 산해경 중에서도 남산경(南山經)의 내용은 이러한데 식인 요괴로서의 특성이 보인다.

다시 동쪽으로 300리를 가면 청구산(靑丘山)이라는 곳인데 그 남쪽에서는 옥(玉)이, 북쪽에서는 푸른 흙이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여우 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가 있으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 이것을 먹으면 요사스러운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

남산경(南山經)

아홉개의 꼬리가 있는 여우를 표현한 것이 산해경의 원문이고 이 요상하게 생긴 여우에게 구미호라는 명칭을 붙여 정립 시킨 사람은 산해경의 주석가인 곽박이다.

국어문학자료사전에서는 구미호를 위와 반대로 고대로 부터 내려온 풍요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 《오월춘추(吳越春秋)》에 우(禹)왕은 나이 서른이 넘어 구미호를 보고 도산씨(塗山氏)의 딸을 아내로 삼았다.
  • 《백호통(白虎通)》에서 아홉 개의 꼬리는 자손이 늘어나는 것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두산백과에서는 고려의 영웅 강감찬이 인간 남성과 여우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화를 예로 들어 구미호를 포함한 여우라는 동물에 대해 "지혜풍요"의 상징이 있다고 본다. 동시에 여우가 무덤의 시체를 파먹는다는 속신을 빌어 죽음의 이미지도 강조하고 있다

해외동경(海外東經), 대황동경(大荒東經)에서도 ‘청구(青丘)’의 나라에 구미호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서진(西晋) 시대의 박물지인 《현중기(玄中記)》에도 구미호에 대한 기록이 전해진다.

"여우는 50년을 넘기면 여성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1백 세가 되면 미녀나 무녀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한다. 또는 남자로 변신하여 여성과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또한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을 알고 있으며 사람을 홀린다. 1천 세가 되어 하늘과 통하게 되면 여우의 최고 단계인 천호(天狐)가 된다."

현중기

현재 커뮤니티 등에 돌아다니는 구미호의 레벨업과 전직은 이 현중기로 부터 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불여우가 몇십년 짜리, 백여우가 백년 짜리 수련의 결과란 식의 이야기는 빨라도 2000년대 이후에나 파생된 설정임을 염두에 두자.

2010년에 나온 구미호에 관한 칼럼중 일부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 "육오(陸吾)"라는 중국신화의 신은 인간 얼굴에 꼬리 아홉개를 지녔다.
  • "9"라는 아홉수는 꽉 채워졌기에 극상이자 이미 꺾어진다는 의미로 너무 길한 만큼 액운이 따른단 경고이다.
  • 고대의 여러 전각화에는 서왕모(西王母) 곁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삼족오와 두꺼비와 같이 구미호도 있다.
  • 중국의 학자 원가(袁珂)는 이를 상서로움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 서응도(瑞應圖)에서 하늘, 땅, 동서남북이 하나가 되는 육합(六合)에 구미호가 등장한다고 한다.

이하에 이어지는 동이족 관련 해석은 차치하더라도 자료사진에 나온 전각화의 주인공이 서왕모이고 그 옆에 구미호가 있는 점은 꽤 흥미롭다. 이처럼 흔히 구미호는 서큐버스처럼 남자를 홀려 정기를 빼 먹는 요물로 그려지지만 고대로 올라갈수록 신령에 준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등 복잡한 성격을 가진 일종의 신성수(神聖獸)이다.

원나라의 고대소설 전상평화(全相平話)의 "무왕벌주평화(武王伐紂平話)"와 그 이후에 나온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는 중국 (商)나라 주왕(紂王)의 총비(寵妃)였던 달기(妲己)가 구미호의 화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까지도 서브컬쳐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여우모에의 시초 타마모노마에(玉藻前)전설로 나타나 에도 시대[江戶]時代]에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명나라 때에 나온 서유기에도 구미호가 등장하는데 설정은 금각은각형제가 모시는 "압룡동 노마님"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보스의 위치이지만 활약 한 번 못 해보고 손오공의 여의봉에 순살당하는 단역 취급을 받는다.[1]

베트남의 경우 건국신화에 구미호가 등장한다. 이름은 "호 띤(Hồ Tinh, 狐精)". 천 년 묵은 여우의 정령인 이 구미호는 밤이면 귀신이나 인간으로 변신해 굴에서 나와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이 괴물은 "락 롱 꿘(Lạc Long Quân, 貉龍君)"이 천둥과 바람의 마법으로 사흘을 싸워 지치게 만든 후 도망가려는 찰나 오색실을 꼬아 만든 올가미로 목을 졸라 퇴치한다. 락 롱 꿘은 " 씩 꾸이"라는 나라를 다스리는 왕 "록 뚝"과 용왕의 딸 사이에서 태어나 물 속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영웅이자 왕으로 이 신화는 한국의 단군신화에 해당하는 위치를 차지한다. 이런 락 롱 꿘과 사흘이나 싸워 버틴 베트남의 구미호는 건국영웅의 신화적 업적의 트로피란 점에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서양의 여우는 몬스터는 아니지만 트릭스터의 대명사로서 우화에서 많이 활약한다. 프랑스 고전 문학의 여우 이야기가 대표적 케이스. 민가에 자주 내려와 닭서리를 해 인간 눈에 잘 띄면서도 개와 달리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성[2], 사냥견을 속이고 덫을 피해가는 교활함은 동화속이나마 구미호 못지않은 주인공으로 활약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국에도 여우의 요사함이 아닌 를 강조한 우화로 호랑이와 여우 이야기가 있다. 자신을 덫에서 구해준 인간을 잡아먹으려던 배은망덕한 호랑이가 여우의 지혜로 다시 덫에 스스로 갇히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 우화의 결론은 "확실히 시비 고소 사건이 없도록 하는 것은 여우가 최고였다."

구미호의 발상지에 관련해, 산해경에 나온 청구국이 동이쪽이니 결국 고대에 우리쪽 혈통에 더 가까운 부족이나 그 문화권이 원조라는 설. 혹은 그냥 편하게 중국쪽 천호요호가 모티브 아니냐란 설. 더 단순하게는 타마모노마에가 모든 구미호의 근원이다란 설등 이쪽에선 이런저런 설정논쟁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는 이제와선 정확히 알 수 없는 오래전 일이다.....최소한 일본의 타마모노마에는 중국의 달기에서 파생한 창작물임은 분명하지만. 어차피 중국의 오가지신에 속한 여우신령. 그리고 일본의 이나리신앙의 여우에서 보이듯 꼭 꼬리가 아홉이 아니어도 여우라는 동물 자체가 예로부터 인간의 이목을 끌어왔다.

2 주요 국가별 전승

2.1 한국

2.1.1 전래

현재 "한국형 구미호"는 그 특성과 정체성에 관해 여러 이설이 오가는 뜨거운 감자다. 어쨌든 전설의 고향등을 통해 알려진 간 빼먹는 여우 요물은 근래, 혹은 유교이념의 조선시대를 거치며 변질된 이미지이고 본래는 신령한 동물이란 설이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이 중 많이 알려진 근거로 이용되는게 진위여부가 논란이 되는 규원사화다. 여기에서는 위쪽에 언급한 신령스런 동물로 구미호가 등장한다.

이때 신령스러운 짐승이 청구(靑丘)에 나타났는데, 털은 밝고 희고 꼬리가 아홉 개가 달린 짐승이 서책(書冊)을 입에 물고 상서(祥瑞)함을 나타내는지라. 이에 고시씨(高矢氏)에게 상을 내리고 나라 안에 음악을 연주하고 즐김을 다하라고 영을 내리고는 또한 ‘조천무(朝天舞)’를 지었다.

(중략)
신사년은 여을 임금의 원년이다. 태백산의 남쪽에 이상한 짐승이 나타났는데, 꼬리는 아홉에 흰 털을 지니고서 흡사 늑대 같았으나 사물을 해치지는 않았다.


규원사화

논거의 진위여부야 어쨌든 이런 신령한 구미호에 대한 공통된 서술은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대황동경(大荒東經)과 관련해 원가(袁珂)의 주석으로 나온다고 한다.

有靑丘地國, 有狐, 九尾

청구국이 있는데 꼬리가 아홉달린 여우가 산다.
- 원가(袁珂)의 각주 : 이 여우는 세상이 태평하면 출현하여 상서(祥瑞)로움을 보인다고 한다.


산해경

이는 백호통(白虎通)에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한다.

"임금의 덕이 지극하면 새나 짐승에까지 미치게 되며 구미호가 출현한다. 꼬리(尾)가 아홉(九)이니 마땅히 자손이 후대에 번성하게 된다."

백호통

이 설명은 흡사 봉황이나 기린을 연상케 한다. 규원사화의 구미호에 대한 표현이 갑툭튀는 아니란 소리.

또한, 이런 글에 지명으로 나오는 청구(靑丘)는 이전에야 어쨌든 삼국시대 이후로 한반도 지역을 의미하는 단어라 두산백과에 나온다. 하지만 산해경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건 기원전 2세기 이전의 것이라고 하니 이 청구를 이쪽과 연결시키기도, 안 시키기도 좀 애매한 부분. 그래도 고본죽기서년에는 하(夏)나라의 백서자(伯杼子)가 동쪽을 정벌하여 "꼬리 아홉 달린 여우"를 잡고 천하를 얻었다 나오고 「해외동경(海外東經)」에도 청구(青丘) 나라에 사는 여우는 꼬리가 아홉이라 설명된다고 하니 적어도 기원전 시절에는 이 구미호가 중원쪽이 아닌 동쪽 어딘가의 영물(靈物)로 취급 되었음은 분명하다. 이를 근거로 구미호=청구의 신령한 영물설을 지지하는 글 등에선 청구=고조선 유역설을 자주 차용한다.

그러나 이 "청구의 신령한 흰 구미호"는 그 정체가 하늘에 사는 "천호(天狐)"인지, 혹은 다른 역할을 가진 영물인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나마도 이게 중국쪽 영향을 받은 결과인지, 반대로 영향을 준 것인지도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그래도 중국과 일본처럼 고대 한국인 신라(新羅)시대 이러한 "여우신앙"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중국의 태평광기(太平廣記)[3]에 남아있다.

당(唐) 나라 도사(道士) 나공원(羅公遠)이 유성(劉成)으로 둔갑한 천호(天狐)를 죽이지 않고 멀리 신라로 내쫓아 보냈더니 지금도 신라(新羅)에서는 유성신(劉成神)이 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그를 경건히 모신다.

<汧阳令>, 太平廣記, 卷449.한중일 여우 이미지의 유사성과 차이中||

신라시대라면 진평왕 때에는 원광법사를 뛰어난 영험으로 도운 삼기산 흑여우신(神)이 있었고 후대의 진성여왕 때에는 진평왕 시절 끗발만은 못하더라도 서해 들의 간(肝)을 취한 거물 요호[4]가 있어 여우 요괴의 위신이 드높던 때다. 비록 후자는 "거타지"의 화살 한방에 퇴치되지만. 아무튼, 이랬던 여우들이 후대로 올수록 남자에게 꼬리치다 몽둥이 찜질이나 당하는 궁색한 처지에 몰리게 된다. 위 논문과 자료를 인용한 태평광기에서는 구미호의 유래를 중국으로 보고 있지만 나공원(羅公遠)이라는 도사 자체가 이미 가공의 캐릭터임을 염두에 두자. 다만 신라의 삼기산 흑여우신과 비교해 토속 여우신앙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추측해볼 뿐이다.

그런가 하면 임석재 선생이 전국의 설화를 수집, 집필해 펴낸 한국구전설화전집(전12권)에 실린 마이너 버전 단군신화에는 이런 내용이 있는데 간단히 옮기면 이렇다.

  • "옛날 옛적 밥도, 옷도 나무에서 따서 구하던 때 하늘에서 사람이 하나 떨어졌는데 그 거시기가 예순 댓발이나 해서 모든 동물들이 기겁하고 멀리한다. 그러나 곰이 그를 굴 속에 맞이하여 단군을 낳았고, 그 후 여우가 맞이하여 기자(箕子)를 낳았다.[5] - 신문 칼럼 참조.

비록 짧고 단순한 설화이지만 여러 해석이 가능해지는 내용이다. 이렇듯 강감찬 탄생설화의 여우와 중국쪽 오월춘추(吳越春秋), 백호통(白虎通)에 나온 "풍요와 다산"의 구미호 처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여우가 상당히 복잡한 상징을 가진 동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길조의 상징과 대비되는 죽음의 이미지가 언제부터 여우에게 붙어있었는가는 모를 일이다. 국립국어원 자료의 민간 속신에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 “북쪽에서 여우가 울면 그 동네에 초상이 난다”
-북쪽은 공동 묘지가 있는 북망산과 음(陰),암(暗)을 상징한다.
-여우는 무덤을 파서 송장을 먹으니 특히 북쪽의 여우는 죽음을 뜻하며 그 울음은 저승사자의 출현의 징조이다.
  • "앞산에서 여우가 울면 부음(訃音)이 들어오고, 뒷산에서 여우가 울면 사람이 죽는다.”
-밝은 앞산은 여우가 울어도 부음 정도로 그치나, 무덤이 있는 뒷산에서 울면 죽음이 일어난다.
-사신(死神)과 같은 여우 울음소리는 동네의 병자를 죽게 한다.

여기에 더해 어떤 자료에는 "손 있는 날 시체를 매장하면 그 시체는 여우가 된다"[6] 란 무슨 강시좀비, 흡혈귀가 생각나는 속설까지 있다. 이런 상징성에 관해 위에 예로 든 논문에서는 중국의 서왕모(西王母)가 원래는 죽음을 관장하는 여신이었고 전각화 등에서 이 여신을 보좌하는 영물로 나오는 구미호는 저승사자의 역할을 맡는 게 당연하다 서술한다. 물론 이 설은 정작 한국에는 꼬리 아홉의 여우 이야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요호매구의 설화가 전해진단 점에서 약간 숙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고령문화대전의 어느 여우설화에서는 여우가 속한 개과 동물들 특유의 먹이를 땅에 묻었다 꺼내 먹는 습관을 귀신 이미지가 씌이게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공기에 노출된 뼈의 (燐) 성분이 일으킨다는 도깨비불이 옛사람들 공포심을 자극했다는 것. 물론 도깨비불 항목에도 나오지만 이 현상은 그 원인이 확실하지 않으니 그저 참고만 하자.

원불교대사전에서는 구미호라는 단어를 "천 년 묵어 요괴가 된 여우.", "요사한 여자", "잔재주는 있으나 간사하고 망녕되어 법과 스승을 불신하는 부도덕한 사람" 등으로 정의하는데 이 중 마지막 뜻에 대한 인용문이 인상적이다.

“내가 28년간 법을 너무 해석적으로만 설하여준 관계로 상근기는 염려 없으나 중ㆍ하근기는 쉽게 알고 구미호가 되어 참 도를 얻지 못할까 걱정된다."

소태산대종사

대종사가 근심했던 구미호에 부합하는 인물이 고려말의 승려 신돈으로 그는 종종 노호정(老狐精 : 늙은 여우 정령)에 빗대어졌다.

"旽性畏畋犬 惡射獵 且縱淫 常殺烏鷄白馬 以助陽道 時人謂旽 爲老狐精"

신돈은 사냥개를 겁내고 사냥을 싫어했으며 호색 음탕하여 매일 오계(검은 닭. 오골계인지는 불명)와 백마를 잡아먹어 양기를 돋구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노호정으로 불렀다.

(둥략)

"신돈이 죽자 대궐 뒤켠의 숲 속에서 꼬리가 아홉 달린 늙은 여우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고려사》 권 제112, 22장

신돈은 노비 출신인 점과 이미 부패한 고려의 국정, 권문세족들의 적대로 그 한계가 명확했으며 권력 말기에 타락했다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동시에 전민변정도감의 설치 등, 그 개혁정책과 의지는 높이 평가받기에 요승(妖僧)과 개혁가의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다. 결과적으로 신돈은 고려가 망해갈 때 국정을 쥐락펴락한 음탕호색의 요승으로서의 모습만이 강화되어 후세에 알려진다. 그리하여 조선 건국의 정당화와 고려사 매도에 이용되어 남성이면서도 "구미호"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 되었다.

신돈처럼 대중을 홀려 이익을 추구하는 힘을 여우에게서 받으려는 믿음이 전통적인 "여우부작"에서 발견된다. 이는 여우가 무덤에서 시체를 먹고 질병을 퍼뜨린다는 죽음의 속신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지혜와 풍요"의 이미지이다. 물론 이런 부적은 한국만의 것은 아니며 정확히는 동양에 퍼진 "현세발복(現世發福)"을 위한 성근신앙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

여우부작
-여우의 자궁을 부적으로 만들어 몸에 지니면 기생은 남복(男福)이, 노름꾼이 가지면 도박운이 터진다.
-여우는 교활하고 홀리는 능력이 탁월한데 그중에서도 "불여우"의 것이 선호된다.
-음양화합, 소원성취를 의미한다.

재미있게도 "음양화합", "소원성취"와 관련한 구미호의 상징중 하나가 바로 "여우구슬"이라 불리우는 물건이다. 남녀가 구슬을 이용해 정을 통하는 모습은 음양화합이며 학문성취를 통한 입신양명(立身揚名 : 출세하여 자신과 부모의 이름을 세상에 알림)이 소원일터인 학동과 그 스승이 탐을 낼 만한 물건 또한 바로 여우구슬이기 때문이다.[7] 단, 이 "여우 입 속의 보배구슬"은 한국만의 전매특허 아이템은 아니다. 중국 태평광기에도 이 여우구슬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퇴계 이황과 토정 이지함 같은 역사적 위인들의 능력과 업적이 이 여우구슬을 삼켜 얻은 것이란 설정이 한국의 특색이다.

2.1.2 한국 설화속 구미호만의 특징

두산백과에서는 "구미호"를 비단 꼬리 아홉달린 여우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는 여우라면 다 구미호에 속한다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한국 설화에서는 매구, 백여우,구미호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뜻한다. 아래에 나온 구미호의 특징 역시 한국 설화에 나온 요호들의 전반적인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 여우구슬
여우구슬은 이것을 삼킨뒤 하늘을 보면 하늘의 이치를, 땅을 보면 땅의 이치를, 사람을 보면 사람의 이치를 알게되는 뭔가 마안 마음의 눈천리안내지 투시력 비슷한 힘을 소유자에게 부여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대개는 하늘을 보려다 땅이나 사람을 보는 것으로 그쳐 천기를 아는 것은 좌절되고 "사람들이 땅의 일은 잘 알아도 하늘의 일은 잘 모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로 끝맺는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이 설화는 "인지(人智)의 한계" 또는 "구미호와 여의주", "여우 입 속의 보배 구슬"이라고도 한다.
  • 여우 유형 : 몸이 허해져 골골대는 학동에게 스승이 연유를 물으니 어떤 여자가 산길에서 자신에게 입맞춤을 해댄다 하자 스승이 구슬이 입에 들어왔는가 물어보고 그걸 가져오라 한다. 여자와 구슬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면 싫다는 학동에게 스승은 백여우와 여우구슬에 대해 알려준다. 이를 들은 학동은 다음날 입에 들어온 구슬을 자신이 냅다 삼키고 하늘의 일은 쓸데없다 생각해 땅을 보고 풍수가가 된다.
  • 구미호 유형 : 젊은 학동 100명의 정기를 취하면 하늘에 오른다는 구미호가 여자로 변해 큰 서당에서 공부하다 잠든 99명의 학동을 입맞춤으로 죽인다. 깨어있던 100번째 학동도 결국 들켜 입맞춤을 당하지만 구슬이 입에 들어왔을 때 "여우구슬이 녹기 전에 하늘을 보면 하늘의 모든 지혜를, 땅을 보면 땅의 지혜를 얻게 된다."는 속신을 기억해내어 삼켜버린다. 이때 여우가 목을 눌러 땅에 엎어져 기절했던 학동은 하늘을 못 봐 땅의 지혜만을 깨우치게 된다. 구미호는 다음날 학동과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 당한다.
  • 한국의 여우가 여우구슬을 다루는 방식은 중국의 선호(仙狐)들이 인간 남녀로 변신하는 경우와 아주 흡사하다. 인간의 정기를 신체적 접촉으로 흡수해 도력을 높이는 도교의 방중술과 무협지의 채양보음(採陽補陰)의 여우 버전인 점이 그렇다. 이 때 사람의 모습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 되어 여기에 걸려든 인간은 쇠약해져 죽게 된다. 한국은 여우구슬이 수법의 핵심인 동시에 파훼법으로 설정되었단 점이 특이 요소다. 매구항목의 설명을 빌려와 보자면 "여우구슬은 여우에겐 채양보음을 위한 도구로, 삼킨 인간에겐 USB 메모리가 되어준다."[8]
이밖에도 또다른 유형의 구분이 존재한다.
  • 첫 번째 : 서당에 다니던 학동이 예쁜 처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처자가 입맞춤만은 극구 피하자 학동은 그녀가 구슬을 입에 문 구미호임을 간파한다. 그리고 입맞춤을 허락하지 않으면 헤어지잔 협박을 해 입속의 구슬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땅만 보고 하늘을 못 보아 땅의 것만을 알게 되었다는 먹튀 유형. 이런 도둑놈을 봤나
  • 두 번째 : 위의 구미호 유형과 거의 같다. 100명의 정기를 입맞춤으로 빼앗아 승천(!!)하려던 여우가 마지막 100명째에게 구슬키스를 하다 털리는 점은 같지만 학동의 스승이 도망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력자로 등장하며 결말에서 제자의 뒤를 잡은 여우를 호통으로 내쫓기도 한다는 것이 다르다.
  • 이 설화는 지역에 따라 인물이 얻는 보상에서 여러 변이가 존재한다. 대부분 하늘을 가장 먼저 봐야 천문(天文)을 깨우치는데 그게 좌절되고 풍수지리나 사람에 대한 의술을 얻는 결말로 끝난다. 참고로 옛날의 천문은 점성술에 가까운 학문으로 설화 속에서는 천기(天機 : 만물을 주관하는 하늘이나 대자연의 비밀. 또는 신비.)를 보는 술법을 의미한다. "상통천문하달지리"라는 문장도 현재 점괘를 볼때 축원문의 일부로 쓰인다.검색하면 뜬다 풍수지리 또한 주술적 개념이기에 천문박사와 풍수가를 일종의 마법사 비슷하게 보는 시선이 일반 백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었다.
    • 삼킨 구슬을 토해 내지 않으면 삼 년 안에 죽을 거라고 여우가 쫓아와 협박하지만 버티고 결국 잘 살았다
    • 구슬을 삼킨 후 도망치다 넘어져 땅만 보게 되는 바람에 풍수지리에 도통 : 토정 이지함 설화.
    • 도망치다 구해주러 온 스승님이나 마을 사람을 보게 되어 명의가 된 제주 월계 진좌수 설화 : 여기선 구슬을 삼키고 하늘->->사람, 세 순서로 봐야만 상통천문(上通天文 위로 천문을 통하고=상지천문), 하달지리(下達地理 아래로 지리를 깨닫고=하식지리), 중찰인사(中察人事 사람의 일을 살피다)를 깨닫게 된다는 세부사항이 있다. 이는 동양학문의 최고 경지인 도통(道通)=통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좌수는 하늘과 땅을 못 봐 "상통천문하달지리"는 깨우치지 못하고 대신 사람을 잘 살피는 명의(名醫)가 된다.
  •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결말도 존재하는 모양.
  • 이런 여우구슬 설화는 토정 이지함, 퇴계 이황이나 격암 남사고 같은 실존 인물들의 전설로 남아 전국에 분포하는데 이는 동북아에서 한국만이 가지는 특이성이다. [10]
  • 한국민속백과사전의 여우구슬 설화 분석 : 한반도의 여우는 주로 요사한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여우구슬"이란 신물(神物)이 드러남으로서 여우(매구, 백여우,구미호를 통틀어)가 본래 마성(摩性)과 신성(神性)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 존재임을 제시한다. 즉,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구미호가 오래전엔 긍정적 영물이었을지도 모를 단서를 여우구슬이 제공하는 것이며 구슬을 삼킨 학동이 지식의 힘을 얻어 큰 인물로 대성했다는 결말이 그 근거다.
  • 인간이 되려는 여우
현재에 이르러 각종 미디어에서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클리셰라는 운명의 굴레를 짊어지고 개고생하다 좌절하는 비극적 요괴로 그려지고 있다. 흔히 나오는게 고소영, 정우성 주연의 1994년 개봉작 "구미호"가 보여줬던 발연기 금기와 죽음,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전개로 이젠 아예 사골이 된 수준. 인간 둔갑이야 한중일 여우의 공통요소이지만 한국의 구미호만큼 인간이 되려는데 집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 불교 영향설: 구미호가 인간이 되려는 이유로 "인간만이 깨달음을 얻어 해탈에 들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데 이는 앞뒤가 맞질 않는다. 불교는 살생과 악업을 지옥윤회의 교리를 들어 엄중히 경고하지만 구미호는 살인으로 이어지는 수법이 많기 때문. 결정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여우 관련 설화들은 거의 다 불교와 연관이 없다.
  • 신령이 목표 : 설화에서 요호들은 처럼 승천하거나 득도하여 산신령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들이 있다. 위의 "여우구슬"이 득도를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목표를 가진 구미호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을 하는 것은 신선(산신령)이 되기위한 수단 및 과정에 불과하다.
  • 악행을 위해 : 또는 여우누이와 "여우고개 설화"의 여우들 처럼 사람의 ""이나 "재물"을 목표로 삼아 인간으로 의태해 숨어드는 호러 캐릭터나 사기꾼같은 범죄형 요괴가 정체다, 라는 스토리도 많다. 그리고 이쪽이 가장 메이저한 유형이다. 최근 네이버를 통해서도 볼 수 있게된 문화콘텐츠닷컴이나 민족문화백과사전에서 여우 설화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악행을 위해 인간 흉내를 내는 여우들이다.
  • 인간이 되려는 경우는 극소수 :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여우는 오히려 극히 비주류에 속한다. "구미호의 작난"과 "율곡과 금강산 괴호"를 보면 그냥 판타지에 나오는 최종보스로 "매구"가 내정되었을 정도로 옛 사람들은 구미호 같은 요호들을 아주 요괴다운 요괴로 생각했다. 서양으로 치면 몽마를 비롯한 사악한 요정과 악마들이 인간을 이용하려 접근할 뿐 인어공주처럼 인간이 되려고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
  • 본좌급 여우들 : 위에 나온 신라의 유성신(劉成神)은 인간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러한 고대의 신령급 여우로 신라 진평왕 시대 벼락을 쳐 산사태를 일으키는 등의 신위를 보인 삼기산의 3000년 묶은 흑여우 산신이 대표적이다. 이후 진성여왕 시절 거타지 설화의 여우는 인간의 것이 아닌 서해용왕의 식솔...그러니까 ""을 빼먹다 퇴치를 당한다. 모두 인간이 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여우 신선과 요괴이다.
  • 여우의 몰락 : 삼기산 설화의 결말에 결국 명이 다 한 흑여우의 상징이 불교의 흥성으로 몰락한 토속종교라는 해석이 있다. 본래는 산신도 해먹고 요괴짓을 하더라도 용을 사냥하는 최소 필드 보스급 영물이 서서히 몰락해 조선시기에 와선 쉽게 퇴치 당하는 가련한 요괴로 남게 되었다는 추측을 해 봄직한 전승들이다.
  • 사랑이란 테마 : 1980년대 이후 현대에 와서 인간을 동경하는 모습이 강화된다. 인간이 되고 싶어항목에도 좀 나오지만 동양 고전에서 이부분의 귀감이 되는 캐릭터는 백사전의 "백소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과 출신 차이로 인한 사랑의 좌절은 잘 팔리는 세일즈 포인트. 여기에 환상성을 가미하면 인간요괴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 납량특선 개근 소재인 구미호의 인기 요인도 마찬가지.
  • 고전의 재발견 : 한국은 아래 소개된 "서낭고개 전설"식의 비극적 결말이 미디어에서 유행을 타버렸다. 중국의 경우는 요호가 겉만 사람이어도 마음만 통하면 맺어져 반인반호 자식을 낳아 잘산다는 전승이 많다. 반면 한국은 이런 이물교구설화에서 여우가 해피엔딩을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감찬 설화의 경우 반인반호라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그 모친인 여우가 인간이 되려고 하거나 인간사회에 어울리려 하진 않는다.
  • 해피엔딩 : "팔백이와 여우"의 여우 아가씨는 해피엔딩을 맞이한 극히 희귀한 케이스이다. 팔백이와 결혼해 인간이 된 이 예비 신령님은 진정으로 사랑을 위해 다 잡은 산신령의 지위도 포기하고 인간이 된다!
  • 지네요괴? : 헌데 팔백이 설화는 "지네각시"로 더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인간이 되려는 요괴는 지네쪽이 더 대중적인 셈이다. 남자가 금기를 어겨 헤어지는 새드엔딩도 존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량한 비인간류가 인간을 속이는게 아닌 정말로 사랑하거나 가정을 이루려면 인간 반려가 금기를 철저히 지켜야 한단 룰이 있을 때가 많다. 이걸 잘 지키느냐 아니냐가 엔딩을 좌우한다. 서양의 멜리진, 일본의 대합부인, 여러 문화권의 선녀와 날개옷 전설 등이 그러하다. 지네각시 새드엔딩 버전도 비록 몰랐다지만 지네의 본모습을 보지 말아야 하는 금기를 남자가 어기게 되어 헤어진다.
  • 인간과 짐승의 차이 : "서낭고개 전설"과 "팔백이와 여우"의 경우를 보자면 둔갑을 유지한 채로 인간과 잘 어울리는 일본과 중국의 여우나 다른 요괴들에 비해서 한국의 인간화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인간의 모습을 주술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뼛속까지 사람이 되어 요괴의 힘도 포기하는 클리셰 역시 충족해야 하기 때문. 한국의 서낭고개와 중국, 일본 설화의 여우 각시들은 썩은 고기를 좋아하거나 를 무서워 하거나 꼬리를 들키는 등 짐승 출신의 증거로 인해 인간과의 행복한 관계가 깨진다. 중국과 일본이 이런 부분에 관대해 행복한 결말도 많이 있다면 한국은 인간과 짐승간의 선을 더 뚜렸하게 긋고 있다.
  • 미디어의 영향 : 결국 "인간이 되려는 구미호"는 80년대를 풍미한 전설의 고향등을 통해 관련소재가 발굴되고 끊임없이 재생산 되어 현재의 클리셰로 자리잡은 경우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되고 싶어이물교구설화항목의 설화에 나온 짐승들은 드라마로 알려진 구미호들 이상으로 험하게 구르다 데드엔딩을 맞이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 때 인간화 목표와 결혼이란 관례가 교집합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부분은 현재 구미호의 이미지에 많이 습합되었으며 특히 혼인과 사랑이 파탄나는 전개는 아래의 "화석화(化石化)된 구미호"문단에 나온 "신분제 억압에 대한 기억이 현대의 구미호 관련 창작물에 반영되었다"는 설들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생간(肝)에 대한 집착
서양에서 심장을 먹고 희생자의 힘을 취한다는 전설은 많이 알려져있다. 그런데 동양, 그것도 한국에선 유독 이라는 장기를 심장보다 더 자주 언급한다. 과거 한국에서 심장을 먹는 의식은 식인을 한 호랑이를 잡고 원수를 갚아 창귀들을 해방시키는 의미로 행해진다. 그나마도 자료에 따라서는 심장이 아닌 역시 생간을 씹어 먹는다고도...
  • 에 대한 탐식은 "거타지 설화"에서 ""버전으로 처음 등장한다. 노승으로 변신한 여우(구미호인지 아닌지는 불명)가 서해용왕혈육들 간을 다 빼먹다 거타지의 화살에 퇴치되는 것에서 을 탐닉하는 한국 여우의 오랜 전통이 시작된 것이다.
  • 여우가 아니더라도 "간을 빼먹는" 악당 유형 자체는 제주의 "문전본풀이"에도 나온다. 이 신화의 악역 "노일제대귀일의 딸"은 꾀병을 부리며 남선비에게 일곱아들의 생간을 내어달라 요구한다. 결국 막내아들의 꾀로 노루의 간을 얻게 되지만 먹지않고 숨기려다 들킨다. 비록 입에 대진 않았지만(대신 피를 입에 묻힌다) 사람의 생간을 요구했단 점과 그 간 때문에 본색이 드러났단게 포인트.
  • 별주부전에서도 토끼의 간을 용왕이 탐냈을 만큼 동물의 간이 영약이란 신화는 유명한 것이었다.특히 2010년 여우누이뎐에 나온 사람 간으로 600년을 살아온 만신은 조선시대 유명했던 괴담들을 모티브로 했음이 분명하다. [11] 소의 생간의 경우 옛날은 물론 지금까지도 보양식이란 인식이 퍼져있으며 특히 약과 고기가 귀했던 시절엔 이 이란 작은 부위는 양반 정도나 구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이때문인지 판본에 따라 여우가 식인(특히 무덤의 시체)을 하거나 피를 빨아 연쇄살인을 한다는 전승도 있지만 현재 "간"만 빼먹는다는 것이 구미호의 특성으로 굳어졌다. [12]
  • 사람이 되려는게 아니라 아예 사람으로 태어나 가축과 인간의 (肝)을 축내는 "폭식의 죄"의 여우로 "여우누이"이야기가 유명하다. 보통 간을 빼먹는 타입의 여우는 여우구슬이 보이지 않고 반대로 여우구슬을 쓰는 쪽은 을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단 패턴을 보인다. 물론 이는 설화의 단순함에서 오는 표현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 항목에 의하면 이 장기의 토속이름은 "애간장 태운다"의 이며 육식동물들은 부족한 비타민 등의 영양소 보충을 위해 사냥감의 "간"을 제일 먼저 먹는다고 한다. 결국 야생 동물들에겐 생간이, 인간에겐 익힌 간이 몸에 좋은 것. 생간은 기생충 간염의 위험 외에도 비타민 과다로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해외 늑대 관련 다큐 중엔 막 잡은 먹이의 은 우두머리만이 먹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늑대항목에도 소개된 션 엘리스가 나온 프로그램이다.
  • 동의보감에서는 "간장"(肝臟)"이 생기(生氣)를 발생시키며 혼(魂)이 머무른다 보고 있다. 간은 를 저장하는 기능도 있는데 이 피에 혼이 깃들기 때문이며[13] 음양오행의 목(木)에 대응시킨다. 음양오행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 오행이 뭘까에서는 오행의 "목->화->토->금->수"의 순서와 의미에 맞춰 "간장"에서 "목木=생기"가 솟아나 심장의 "화火=열"의 힘을 통해 전신으로 펌프질 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과 연결된 기관으로 보며 간이 건강해야 눈이 건강하고 눈의 황달은 간의 이상 신호로 본다.[14] 이 실하면 장이 건강하지만 화를 잘내는 성미가 되고 허하면 당뇨와 황달이 잘 생기며 겁도 많아진다고 한다.
  • 뱀발로 지식백과에 나온 동의보감심장을 좀 소개하자면,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생명의 근원처이자 정신이 깃든 곳이며 지혜의 근원...즉 순환계 이외에 의 기능도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심장에는 7개(혹은 9개)의 구멍이 있어 천진(天眞)의 기를 주관하는 정신(精神)이 자리하는데 지혜가 높은 자는 7개의 구멍과 털 3개, 중간 가는 자는 5개와 털 2개, 그 밑은 구멍 3개에 털이 하나가 있다. 보통사람들은 심장 안쪽에 구멍 둘만이 있고 어리석은 자는 구멍이 하나로, 구멍이 없다면 그건 정신이 드나드는 문이 없다는 것이다. 심장의 7개 구멍은 북두칠성에 상응하고 3개의 구멍은 삼태성(三台星)에 상응해 마음이 정성을 다하면 하늘과 통한다. "오행"에서는 화火에 속해 인체에 열을 공급한다.[15] 서양에서도 심장은 영혼의 양심이나 감정을 주관한단 믿음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장 이식 수술에 종종 화자되는 유사과학 이론인 셀룰러 메모리(Cellular Memory)가 있다.
  • 간이 중요하게 나온 서양쪽 신화로 프로메테우스가 있는데 그는 인간에게 불을 준 죄로 카프카스 산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당한다. 불사신인 티탄족이라 날마다 간이 먹히고 재생하는 순환의 연속으로 간이 인체에서 강한 재생력을 가진 장기임을 생각하면 절묘한 부분. 프로메테우스의 이 생명력을 상징한다면 심장...즉, 하트는 사랑, 양심, 영혼 등 정신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 아래 중국 문단의 달기는 충신 비간의 심장을 꺼내게 한 전설이 유명하고 일본의 도지니천도 심장을 좋아한다. 헌데 한국에 전래되는 여우는 유난히 간과 인연이 깊다. 한국에 별주부전으로 많이 알려진 구토지설도 본래 인도에서 악어 부부가 원숭이의 심장을 노리는 것이 중국에 자라나 규룡(虯龍) 부부가 원숭이의 간이나 심장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것이 고대 한국에 용왕과 거북이가 토끼의 간을 노리는 이야기로 전래된 것이다. 같은 동북아권이라도 중국 보다 한국에서 간에 대한 신비도 가치를 높게 쳤다는 의미.
  • 삼족구(三足狗)
글자에서도 보이듯 이 발이 달린 는 소매 안에 들어올만한 자그마한 하얀 삽사리, 혹은 그 비슷하게 생긴 소형견이다. 말티즈?? 누가 봐도 신체가 결손된 이 작은 강아지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구미호천적이기 때문. 본래 여우 요괴들이야 다 개를 무서워 한다지만 이 삼족구는 형태도 그렇거니와 전승도 몇가지 판본이 전해지는 한국만의 영물이다.
  • 봉신연의의 강태공과 달기 이야기를 변형시킨 이야기가 있다. 여기선 강태공이 옷 속에 숨긴 삼족구가 달기와 마주치자마자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 죽였다고 나온다.
  • 이 이야기는 한국 후삼국 시절 궁예 버전으로도 변용된다. 궁예가 광기에 물들어 사람들을 죽인 이유를 바로 왕비를 죽이고 그자리를 차지한 구미호의 농간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구미호는 신하들이 삼족구를 구해와 물어 죽이게 되고 후고구려 역시 몰락하게 된다.
  • 제주도 애월에는 좀 색다른 유형이 전해진다. 과거 한 지관(풍수지리를 보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 명당자리에 집을 짓고 번성한 집에 웬 부부가 하룻밤 묵는데 다음날 부인쪽이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발견된다.(전승에 따라선 여자가 먼저 집에 들어와 목을 매어 자살.) 결국 그 부인의 남편이 집주인을 관아에 고발하고 집주인의 아들은 과거 호의를 베풀었던 지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지관이 알려준대로 찾아간 신당에서 발 셋 달린 작은 강아지를 찾아 관아에 데려간다. 거기서 삼족구는 죽은 여자의 남편을 보자마자 목을 물어뜯고 놀란 남편은 여우로 변해 달아난다. 그러자 시체인줄 알았던 여자도 여우로 변해 달아나지만 삼족구가 꼬리를 물어 떼어버린다. 그리고 집주인은 살인혐의에서 벗어나 풀려난다.
  • 위 이야기의 구미호가 아닌 너구리 버전으로 경주 최부자의 이야기가 있는데 삼족구가 활약해 주인의 누명을 벗겨준다.[16]
  • 아래에 소개된 설화에서는 "여우와 원님", "동래 화지산 산터"에 등장하는데 "이포수와 여우들"의 몇백년 묵은 흰 삽사리도 비슷한 동물에 속한다. 강림도령의 이야기에서도 나오듯 한국에서 품안에 안기는 작은 하얀 강아지는 저승길을 안내하는 영물이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영물이기 때문에 구미호같은 요물들에 한해서 커다란 사냥개들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 강감찬설화의 변이담인 강감철 설화에서도 삼족구가 등장한다. 이 설화는 아래에 소개된 "한시로 구미호 알아낸 처녀" 등의 몇가지 설화가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 재앙災殃을 부르는 여우
아래에 소개된 설화들 중 "마을을 희롱한 여우"와 "무덤가의 여우". 그리고 "여우누이"의 요괴들은 인간에게 질병 및 고통과 불운을 선사하고 가문을 풍비박산 내며 무덤의 시체를 파먹는 몬스터적인 요소를 강하게 보여준다. 이는 중국 "백거이"의 시 고총호(古冢狐)에도 등장하는 둔갑 여우이지만 아래 중국 문단에서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선 한국 설화의 특성으로 작성한다.
  • 시체를 먹는 여우 : "북쪽에서 여우가 울면 그 동네에 초상이 난다"는 속신과 관련된 부분으로 무덤을 훼손해 그 시신을 먹거나 그 해골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몇몇 설화에서는 무덤의 봉분을 갈라 그 안을 드나드는 전승도 전해진다.
  • 환생하는 특성 : "여우누이"야 말로 인간으로 환생해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재앙의 화신이다. 민간 속신의 "손 있는 날 시체를 매장하면 그 시체가 여우가 된다."와도 부합하는 특성. 흔히 매구로 불리우는 이런 부류의 여우들은 시체와 생간을 동시에 탐하며 늦던 빠르던 그 집안의 가솔들을 전멸시킨다.
  • 질병을 퍼뜨리는 저주 : 아래의 "몽둥이에 당한 여우"유형에서 많이 보이는 능력으로 주로 무당으로 변신해 누군가를 급환으로 고통스럽게 해 돈을 착복하려다 작대기(몽둥이)에 맞아 죽는다. "이순풍과 여우"의 꼬리 99개의 여우는 이를 마을 전체로 확산시켰으며 "배극렴과 백여우"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쯤되면 거의 역신(疫神)의 경지이지만 한국 요호의 지역특색인 유리몸 덕에 대부분 쉽게 퇴치 당한다. 삼국유사에는 "밀본법사(密本法師)"가 죽인 승려 법척(法惕)과 늙은 여우선덕여왕의 오랜 병환의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물질적 착복 : 질병을 퍼뜨리는 저주의 연장선으로 여우는 치료 명목으로 부당이득을 취한다. 이렇게 돈을 착복 당함은 곧 패가망신(敗家亡身)의 불행을 의미한다. "여우고개 이야기"에서 어떤 부인을 병이 나게 해 돈을 뜯으려 했으며 강태진을 저주해 물질적 불운에 시달리게 한 여우와 마을 전체에 병을 퍼뜨린 "이순풍과 여우"에 나온 꼬리 99개 여우가 있다.
  • 팜 파탈적 특성 : 위에 나온 물질적 착복은 꽃뱀같은 사기꾼이나 사이비 의료인, 여우구슬의 생기를 빼앗는 부분은 서큐버스의 모습으로 이는 한중일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구미호의 부정적인 면모이다. 이것이 국가적 규모가 되면 달기와 타마모노마에의 구미호가 되며 한국의 "삼족구" 전설에 나온 궁예를 홀려 태봉을 망하게 한 왕비의 모습이기도 하다.
  • 서구할미 : 위의 특성들을 복합적으로 보이는 한국의 요괴가 바로 "서구할미"이다. 귀신들 중 새타니가 자라난 것으로 알려진 새우니가 사실 이 서구할미인데 항목의 내용을 몇 빌려와 보면 이렇다.
    • 여우나 고양이로 둔갑하며 아예 오래 묵은 여우가 그 정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 아무리 단단한 물건도 손으로 주물러 반죽을 하고 돌도 한손에 가루로 만든다.
    • 산발에 매부리코, 길고 앙상한 손톱을 지녔으나 미녀로 둔갑해 자기 뱃속에 든 신력을 준다며 남자들을 유혹해 교간을 일삼았다.
    • 천리안을 지녔으며 사람들이 재물을 바치지 않으면 해를 입혔는데 땅에 움직이지 못하게 붙여놓고 몇 시간 후 죽이는 장난을 일삼았다.
    • 아이들에게 홍역을 퍼뜨려 죽게 하고 어른들도 병을 앓게 한다.
    • 사람의 혼을 꺼냈다 넣었다 하고 또 바꿔 넣기도 했다.
    • 숫처녀에게 자기가 만든 약으로 임신 시키거나 그 임신한 아이를 감쪽같이 떼어내기도 하며. 상상임신?? 남자에게는 정력을 주기도, 빼앗기도 한다.
    • 나라에서도 어쩌질 못하는데 효자인 최아무개가 머리에 쑥뜸을 뜨니 "효자가 벌을 주니 달게 받겠다"하곤 며칠만에 죽는다.
    • 이 서구할미를 마고할미과 연관지어 고대의 여신이 신격을 잃고 마귀할멈으로 타락한 모습이란 해석들은 구미호의 시대적 변천과 맞물려 흥미로운 부분이다.
  • 화석화(化石化)된 구미호
    • 위에 예시된 논문 "한중일 여우 이미지의 유사성과 차이"에서는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의 여우들이 대부분의 설화에서 천편일률적 모습을 가지게 된 이유로 글 좀 쓴다는 지식층이 이 좋은 소재를 방치한 것을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조선왕조 특유의 유교적 권위의식이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적 관념과 특히 여우가 가지는 여성적인 이미지를 용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 게다가 예능과 창작 활동을 천시하던 당시의 인식도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학적인 캐릭터 발전 없이 거의 구전으로만 전해진 결과 한국의 요호들은 길달이나 "삼기산 흑여우신"이 보였던 인간적이고 유능한 면모가 후대로 올수록 점점 마모되어 결국 맹목적으로 간이나 탐하는 짐승의 모습으로 격하된다.[18]
      • 역대 중국 문헌에 언급된 ""자의 경우에만 16,371권에 그 출현 횟수는 수는 총 34,672건. "현중기"에 나온 여우 신선의 분류는 이런 집필 결과물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한다.
      • 한국의 경우 여우(狐)가 언급된 문헌은 ‘한국고전종합DB’ 검색 결과 3,899건. 이중 "구미호九尾狐"로 표기된 것은 11건에 불과하다.
      • 물론 땅의 크기와 인구 수의 차이를 감안해야 겠지만 해당 자료에 보면 일본의 경우도 일본삼대악귀 같은 다양한 고전자료와 현대적인 연구, 그에 기반한 각종 서브컬쳐화가 폭넓게 진행되어 있다. 특히 이쪽은 아직까지 "여우는 이나리의 사자"라는 종교적 믿음이 남아있다.
    • 그리고 시대에 따라 승려무당사제에서 천민으로 추락했듯이 이 여우라는 동물의 신분추락도 확인할 수 있다. 삼기산 흑여우신의 죽음이 토속종교의 쇠락을 상징하고 훗날, 여우들이 무당으로 많이 둔갑한단 점에서 기묘한 연결이 된다.
      • 신라시대 : 원광법사를 도운 삼기산 흑여우신과 용들의 간을 내어 먹은 요호가 전해지며 태평광기에는 여우신앙이 언급된다.
      • 조선시대 : 여우누이, 여우구슬의 여우, 무당으로 둔갑하는 백여우들이 현재 전국에 전해지는 가장 흔한 여우요괴들이다.
      • 현재 : 전설의 고향 등의 드라마 중심으로 구미호가 재발굴 되고 있지만 조선시대의 잡몹 레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웹툰과 라노벨에서 여러 시도가 이루어 지는 중.

신라시대 여우가 신(神)으로 숭상 받았단 기록과 설화를 보자면 천년을 훌쩍 넘긴 조선시대에 와서 어린 학동에게 구슬이나 빼앗기고 길에서 남자를 홀리려다 평범한 몽둥이에 맞아 죽는 결말은 공룡>>>조류의 진화태크가 연상될 정도. 유학자들이 중국의 호선(狐仙)설정과 일본은 물론 고대 한국에도 있었을지 모를 여우 신격화를 철저히 배척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식으로 각종 동물신과 귀신의 숭배가 조선시대에 들어 탄압받은 정황은 묘두사정여우후의 민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설화속 여우요괴의 성격이나 능력은 매구항목에도 작성되어 있으니 참고 바람.

2.1.3 전래 설화

구미호(=매구 )들이 나오는 한국 설화는 "왕실도서관디지털 아카이브"에 채록된 것들이 많다. 아래의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여성이 여우를 지혜로 물리치는 이야기이다.

한시(漢詩)로 구미호(九尾狐)를 알아 낸 처녀: 잘생긴 남자 인간으로 변해 자신과 결혼하려는 구미호를 지혜로운 이진사의 따님이 한시(漢詩)의 운율을 맞추는 시험을 내어 정체를 밝히고 죽이기 까지 한다는 이야기. 따님이 낸 시험은 중국 이태백의 귀신이 도와야 맞출 수 있는 싯구였다고 한다. 여우가 이진사댁에 온 연유로 천년묵은 너구리와 내기를 해 이긴쪽이 서울 삼각산에, 진쪽이 개성 송악산에 살기로 했음이 나오는 판본도 있는데 여기선 여우가 살아 도망가 송악산에서 살게 된다. 민속사전에도 삼각산 설화로 간략히 소개된다.

여우와 원님: 딱 한 명만 더 잡아 먹었더라면 하늘로 승천해 신령이 될 수 있었던 여우가 나라의 왕비로 변신해서 자신을 한 번 잡을뻔한 원님의 간을 내어 먹으려 했지만 귀신들린 절구(원문에는 빗장 쇠걸이로 나온다.)의 도움을 받은 원님에 의해 퇴치된다. 삼족구가 나오는 이야기.

한편 국문학자료사전에 이화전이라는 소설이 소개되는데 여기서는 절구(큰 자물쇠)의 혼령이 임진왜란의 명나라 장수 이여백(李如白)으로 나오며 이를 당시의 사대주의 사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선 수천년 묵은 여우가 중국의 총비가 되어 이부사(이화)를 위협한다. 그런가 하면 원님이 된 소금장수에서는 귀신들린 절구의 절절한 사연이 결말에 나오며 그 정체는 소금을 운반하던 뱃사공으로 여우와 원님에 나온 절구의 정체인 물귀신과도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이포수와 여우들: 위의 설화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형태의 이야기다. 첫번째 여우는 이포수의 사위가 되어 그를 죽이려다 총에 죽고, 두번째는 왕비가 되어 꾀병으로 이포수의 간을 약으로 빼낼려다 역시 개와 사냥용 매에 의해 죽는다. 여기서 나오는 "하얀 개"는 수백년 된 영물이라 한다. 여우의 퇴치와 출세는 모두 이포수의 막내딸 덕분. 까메오로 등장하는 호랑이가 귀엽다.

위의 설화들은 비슷한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여러 지역의 여우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 마을을 희롱한 여우 : 개인이 아닌 마을 전체를 쥐락 펴락한, 제법 큰 스케일이 특징.

이순풍과 여우 : 꼬리 99개의 여우는 해골을 머리에 쓰고 노인으로 변신한 뒤 한 마을에 괴질을 퍼뜨린다. 그리고 비싼 치료비를 받아 마을의 모든 재산을 독차지한다. 이를 지켜본 이순풍은 칼을 휘둘러 여우를 내쫒고 그 재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했지만 여자로 둔갑한 여우의 계략에 걸려 그만 황소가 되고 만다. 여우는 황소를 팔 때 이 소는 배추를 먹으면 죽으니 명심하라 농부에게 일러둔다. 이 말을 들은 이순풍은 기회를 봐서 죽을 작정으로 배추를 먹고 사람으로 돌아간 뒤 사냥개를 사들여 결국 여우를 죽이진 못해도 한 쪽 귀를 찢고 달아나게 만든다. 이 설화의 인물 이순풍은 이채롭게도 당나라 태종때의 천문학자....즉 도사와 비슷한 직업을 가진 인물을 모델로 했다는 해설이 있다.
장안 판곡마을의 여우 : 마을 전체를 가지고 놀던 천년 묵은 여우의 이야기로 냄새에 둔갑이 풀린단 약점이 탄로나 죽게 된다. 자신을 잡으러 마을의 인원 전체가 산으로 죽창을 들고 오자 오히려 텅빈 마을에서 들을 다 잡아먹고 인간으로 둔갑해 죽창을 들고 따라다닌 부분이 유머.
여우 골짜기: 한산한 마을에 어느날 불여우 두 마리가 나타나 온 동네의 들 씨를 말렸다. 분개한 마을 사람들은 골짜기를 샅샅이 뒤져 버려진 당집에서 닭을 뜯는 여우를 발견해 달아나던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잡아 당집과 함께 불태워 버린다. 그 뒤 사람들이 하나, 둘 병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다들 ""이 없어져 죽은 것이다. 사람들이 고사를 지내자 더이상 초상이 나진 않았지만 대신 골짜기의 풀과 나무가 모두 핏빛으로 변하며 말라 죽게 된다. 그 후 어느해 산사태가 나 그 골짜기는 영영 뭍혀버렸다.

  • 여우누이형 : 친근한 가족이 여우의 변신, 혹은 그 영혼의 환생이라는 어찌 보면 영화 바디 스내쳐와 비슷한 부분이 보이는 설화들.

여우 누이 : 부인에게 붉은색 병, 푸른색 병, 나머지 색이 안나온 병을 받아 오랜만에 찾아간 부모집에서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여우누이방법한다는 흔한 설화. 이쪽에선 반대로 매구가 승리해 가족들을 다 잡아먹었단 배드엔딩 버전이 있다.
겸암선생 설화: 실존인물 겸암선생 류운룡의 설화로 배다른 남동생이 구미호의 자식임을 알아보고 촌에서 짚신을 삼던 처자를 여우동생의 신부감으로 데려와 동생을 자기 대신 처치하도록 한 여우누이의 남동생판 버전.
혼쥐 들려 여우가 된 여자: 매구설화와 혼쥐설화가 합쳐진 특이한 이야기로 밤마다 "매구"짓을 하던 아내를 남편이 "혼쥐"를 잡아 고쳐줬다는 설화로 귀신빙의의 요소가 강하다.

  • 무덤가의 여우 유형들 :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를 먹는 일종의 구울 비슷한 특성을 보이며 이는 죽음의 상징이다.

사람을 속이는 여우 : 해골을 써 여자로 변신한 백여우가 농부 서은열을 유혹하다 실패하고 화풀이로 그의 선산(先山)[19]을 파헤치다 들켜 내쫒긴다. 그러자 이번엔 어른들 묘는 놔두면서 애장터(창귀에 소개된 아장살이,애총,아총(兒塚)으로 어린 아기들을 묻은 돌무덤)만 파헤치는 짓을 해 마을사람들의 원성이 서씨에게 몰리게 한다. 이에 서씨는 깨소금 떡으로 여우를 유인해 잡아 죽인다. 위의 한국전래 부분에 인용한 도깨비불과 여우의 식습관 연관설이 이 설화의 개설 부분에 나와있다.
여우바위 전설: 늦게 얻은 자식을 보름만에 잃은 한 아버지가 슬픔을 머금고 아이를 뒷산 바위[20]에 묻는다. 이레 만에 찾아간 무덤은 여우훼손해 시신을 먹고 아기의 옷을 찢어 흩어놓은 상태였다. 격분한 아이 아버지는 밤중에 칼을 들고 여우굴로 찾아간다. 그러나 여우는 기다렸다는듯 아기의 찢어진 옷을 덮어 씌운다. 놀란 아이 아버지는 기절하고 그 틈에 여우는 사라진다. 일이 일어난 시기와 장소가 명확하고 뭣보다 사실성이 강한 전설이다. 여우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된 것은 이런 무덤 훼손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다. 단, 여우의 땅굴 파는 능력은 많이 부족해 오소리의 굴을 빼앗아 사는 처지라고 하니 정확하지는 않다.
공동묘지의 여우할멈: 경기도 안산시의 설화인데 "밤이면 여우가 할멈으로 변신하여 특히 어린아이나 아녀자를 홀려 깊은 산속으로 끌고 들어가 옷을 홀딱 벗기고 갖은 희롱을 다하다 사라진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내용에서 강원도 서구할미와의 유사성이 떠오른다. 내용 자체는 이 여우할멈에 불안해 하던 아이들이 석유로 공동묘지에 불을 질러 누런 짐승을 내쫓았다는 결말. 석유가 나오는 것을 보면 좀 최근의 전설 같다. 무덤가에 살며 시체를 파먹는다는 특성에 배경으로 아이들의 "장티푸스=역병"이 강조되어 죽음의 암시를 강하게 보여준다.
동래 화지산 산터 : 여우 보다는 풍수지리에 대한 신이담에 가깝다. 나오는 여우요괴들도 고양이여우의 형태가 혼합된 특이한 모습으로 무리를 지어 무덤터에 집착하는 지박령의 특성을 보인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땅의 원 주인이라며 주인공 아버지의 시신을 무덤에서 들어내어 버리는 "텃세"행동을 반복하다 "삼족구"에게 쫓겨난다.

  • 여우의 보은 : 한국에선 보기 드문 유형에 속한다. 아래의 설화들은 납치혼과 여우의 조력이라는 공통요소가 있다.

여우 등에 올라탄 어부 : 여우에게 납치되었다 되찾은 고창의 군수 부인이 쌍둥이를 낳았는데 반인반호였다. 군수는 아이들을 강변에 버렸고 한 어부가 이를 가엾게 여겨 거둔다. 3개월 뒤 여우가 나타나 쌍둥이를 키운 어부를 등에 태우고 한양까지 달린다. 이 소문을 들은 군수는 어부를 찾아가 자신도 여우 등에 태워달라 부탁하고 어부는 이를 승낙한다. 군수가 여우를 타고 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여우가 어부에게 군수 옆 방석에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군수가 이 뜻을 어부에게 물으니 어부는 자신에게 벼슬을 내리란 뜻이라 대답하고 결국 벼슬을 얻게 된다. 이 이야기는 문화콘텐츠닷컴에서 팽나무 여우 설화로 소개하고 있다.
공 갚은 여우 : 옛날 이인(異人)으로 소문난 노인의 젊은 제자가 스승의 충고데로 자신에게 맞화살(!?)을 날린 여우를 살려줘 그 보답으로 옷과 음식. 살 거처를 얻고 나중엔 남의 집예쁜 부인도 얻게 된다는 이야기. 방법이 좀 그렇긴 해도 위 어부 이야기 처럼 얼마 없는 긍정적(?)여우 설화.

여우굴: 누구든 접근하면 홀려서 스스로 머리 깎게 된다는 여우굴로 불리우는 오랜 절터가 있는데 사람들 경고를 무시한 젊은이가 여우의 환상에 놀아난다는 설화다. 다음 웹툰 트레저 헌터이선생 능력의 모델로 보이는 설화이다.
육미호(六尾狐) : 아래 나온 육미호의 이야기와 동일하다. 본래의 제목이 "여우굴"이고 역시 여우가 자신의 거처에서 사람을 환각으로 홀린다는 점이 같다. 차이점이라면 여우 자신이 동굴에 갇혀 죽게된다는 것.
사냥꾼과 여우: 사냥 좋아하는 김석간이란 사람이 나무에 걸린 새끼 곰을 보고 근처에 있을 어미곰도 잡을 요량으로 굴을 찾는다. 그런데 찾은 굴은 안쪽에 무릉도원이 펼쳐진 별세계였다. 그곳의 아름다운 처녀와 정을 통한 김석간은 그곳을 나와 다시 사냥을 하다 눈에 띈 여우를 활로 쏘아 죽이게 된다. 죽어가는 여우의 "원수를 갚겠다"란 중얼거림에 놀란 김석간은 예전의 동굴을 다시 찾아가 그곳이 그 여우의 굴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자신과 여우의 자식을 데려와 키우게 된다. 아이가 아홉살 되던 해 김석간은 죽고 아이는 이 되어 여우굴로 돌아간다. 용은 여우굴에서 마을의 처녀들이 다 없어지도록 매일 한 명씩 잡아먹고는 황새가 되어 날아갔다.

  • 몽둥이에 당한 여우 : 여우누이 다음으로 널리 퍼진 설화. 여우가 무당으로 변신해 저주질병을 일으켜 을 부당하게 모으다 "소금장수"에게 지게용 작대기로 죽는 경우가 많다. 위의 "이순풍과 여우"도 비슷한 종류이나 몽둥이에 맞아 죽지는 않는다.

여우잡는 몽둥이 : 어떤 소금장수가 백발노인으로 둔갑한 여우를 따라가 혼삿집(잔치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여우가 요술로 사람을 앓게하자 몽둥이로 쳐 죽인다. 소금장수는 가보로 내려온 몽둥이 덕이라 떠벌리고 이를 믿은 한 사람이 큰 돈을 주고 몽둥이를 산다. 그리고 어느 잔칫집에서 평범한 노인을 몽둥이로 죽이고 망한다. 같은 유형의 불여우 버전, 백여우버전이 있다.
여우고개 이야기: 강태진이란 사람이 고개를 넘다 가 여자로 둔갑한 백여우와 마주쳐 그 귀를 칼로 잘라 내쫓는다. 헌데 그 이후로 강태진은 하는 일마다 망하는 불운이 따르고 장돌뱅이로 떠돌게 된다. 그러다 민박집의 부인이 갑자기 병을 앓게 되어 무당을 부르는데 "전라도 김제 땅 강태진이란 놈 하는 일마다 망하고 염병이나 앓다가 죽어라."며 저주의 주문을 외운다. 그걸 듣던 강태진이 방으로 들어가 몽둥이로 치니 그자리엔 귀 잘린 백여우가 쓰러져 있었다.

  • 여우구슬 설화 : 귀한 여의보주가 이렇게 함부로 다뤄지기도 흔치 않은 한국 특유의 실존인물 신이담에 속한 여우 전설.

제주도 월계 진좌수의 여우구슬: 어느 학동이 서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처녀로 변한 여우에게 홀려 오색구슬을 서로 입에서 입으로 받아 굴리길 1여년을 반복. 결국 수척해져 서당 훈장에게 들키게 된다. 훈장은 구슬을 삼킨 뒤 여우가 덤벼도 꾹 참고 하늘,,사람 순으로 보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학동은 구슬을 삼키고 여우가 쫓아오자 겁에 질려 뛰었고 하늘이 아닌 사람을 먼저 보게 된다. 훈장은 이를 듣고 "상통천문하달리(上通天文下達地理)"를 못했담서 안타까워 했다. 이 후 학동은 자라나 진좌수가 되었는데 삼킨 여의주 덕분에 환자의 뱃속이 훤히 보이고, 손만 만져도 병이 나으며, 약초를 척척 찾아주는 명의(名醫)가 되었다고 한다. 이쪽에서는 그냥 여우가 아니라 꼬리가 아흔아홉 달린 여우로 나온다.
구미호의 호주: 위와 거의 흡사한 내용으로 인조(혹은 선조) 때의 명풍수가 이의신(李懿信)이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와 만난 설화가 있다. 이의신에 대해 나온 좀 더 긴 내용으로는 하늘의 뜻으로 왕터를 잃은 이의신이 있는데 여기선 젊은 여자로 변한 늙은 여우로 표현된다. 이 이야기도 구미호가 나오는 설화이다. 생사가 애매하게 끝난 매구와 달리 구미호의 경우 구슬을 빼앗기면 그자리에서 즉사하거나, 다음날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결국 이의신은 하늘이 아닌 땅을 보게 되어 풍수지리로 대성해 여러 신이담을 남겼고 이는 여우구슬의 힘으로 전해진다.

  • 용과 여우 : 여우라는 요물과 용이라는 영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특이한 유형의 설화들.

용천강 황룡: 승천하던 황룡이 매구의 조롱을 못 참고 도로 내려와 싸운다. 결국 매구는 죽였지만 마을에 강을 범람시킨데다 여의주도 잃어버린 것을 마을 사람들이 되찾아줘 다시 승천한다. 다른 영물도 아니고 여우가 용에게 정면도전을 한 시점에서 "매구(구미호)"라는 환상종의 격이 올라간다.
거타지 설화: 위의 황룡과 붙은 매구보다 몇 술 더 뜬 여우도 있다. 이 설화는 신라 진성여왕 때의 인물 "거타지"가 서해신의 "매일 해뜰 때마다 하늘에서 한 이 내려와 다라니(진언眞言)를 외우면 나와 가족들이 모두 물 위에 둥둥 뜨게 되고 그 요승에게 (肝)을 빼먹힌다네. 결국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이 남게 되었으니, 부디 우리를 도와 내일 아침 그 중을 로 쏘아주시게."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내용이다. 화살로 쏴 죽인 중은 늙은 여우였고 이 보답으로 거타지는 서해신, 즉 용왕 딸인 용녀를 아내로 맞이한다.[22]
사냥꾼과 여우 : 위에 나온 "여우굴"유형의 설화와 동일하다. 인간여우의 자식이 ""이 된다는 점 때문에 이쪽에도 추가했다.

  • 상서로운 징조의 여우 : 좀 널리 알려져야할 귀중한 컨텐츠 자산이다.

원광법사삼기산(三岐山)의 산신: 정체는 3000년 된 검은 여우.[23] 옛 한국 설화가 그렇듯 스펙은 신령급이지만 딱히 꼬리가 아홉이란 설명없다. 능력으로 낙뢰, 혹은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고 원광법사가 산신의 실체를 보고 싶어하자 동쪽 하늘에 팔뚝이 구름을 뚫고 하늘 끝에 닿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뭣보다 지혜가 깊어 원광법사가 중국 유학길에 오르도록 돕고 이후에는 자신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법사에게 죽어가는 흑여우의 본모습을 보여줘 작별을 고한다. 이 설화를 다룬 여러 칼럼에선 이를 불교의 발흥과 그와 반대로 몰락하는 토속 종교의 설화로 해석한다. 이 이야기는 동화책으로도 나왔다.
배극렴과 여우 : 조선 건국 공신 배극렴이 한양으로 올라오는 길에 여자로 둔갑한 백여우를 만난다. 그 여우는 사람들의 재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이 일로 배극렴이 누명을 쓰게 된다. 하지만 배극렴은 어찌어찌 풀려나고 다시 만난 백여우는 자신이 모아둔 재물을 그에게 바치며 조선건국에 보태라 말한다. 판본에 따라선 이성계가 재물을 모으는 백여우를 잡았다가 큰 일을 도모하기 위한 일이다란 말을 듣고 풀어주는 이야기도 있다.
강감찬 여우 설화 : 고려의 영웅 강감찬이 인간 아버지와 여인으로 변신한 여우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다. 강감찬의 아버지가 주막집 여인의 유혹에 하룻밤을 함께 하였고 몇달 뒤 여우 울음소리에 밖에 나가니 여우가 인간의 아기를 낳아주고 사라져 그 아이를 데려와 강감찬으로 키우게 되었다는 영웅 탄생설화. 이밖에 강감찬에 대한 여러 설화는 해당항목에 소개되어 있다.
팔백이와 여우: 곤궁한 처지에 비관해 자살하려는 팔백이를 한 여자가 나타나 말리며 계속 도와준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노인이 남자에게 그 여자는 천 년 묵은 여우라며 퇴치할 방법과 도구를 쥐어준다. 그러나 남자는 은혜를 베푼 여우를 못 죽이고 사실 여자와 노인은 산신령 자리를 두고 다투는 여우와 지네였음이 밝혀진다. 여우는 남자의 의리에 감동해 결국 인간이 되어 남자와 맺어진다. 여우가 인간과 행복하게 맺어지는 아주 보기 드문 설화로 판본에 따라 팔백이가 여우의 도움으로 "정승"에 오르는 결말도 있는 모양.

여기서 배극렴과 팔백이의 여우는 재물을 주인공에게 안겨주는, 마치 일본의 이나리 처럼 "풍요"와 "성공"의 능력을 보여준다. 이는 백과사전에서 강감찬의 설화를 예로 들어 여우의 상징중에 지혜와 풍요가 포함되어 있다는 해석과도 부합한다. 또한 강감찬은 여요전쟁의 명장이며, 원광법사는 당시의 최신 불교이론과 세속오계를 설파했단 점에서 이 인물들의 비범함을 상징하는 여우는 지혜의 요소가 강하게 드러난다. 위의 주인공들이 여우로 인해 "풍요(=돈, 다산)", "지혜", "성공"을 손에 넣는단 점에서 "여우구슬"하고도 일맥상통하는 설화들이다. 특히 강감찬, 배극렴, 원광법사는 국운(國運 : 나라의 운명)에 연관된 인물들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다른 논문, 한중일 고전문학의 여우와 여성에 언급된 정읍의 강감찬 설화 채록본은 여우의 정체가 지상에 귀양선녀로 나오며 100년을 여우로 지낸 뒤 인간과 맺어져야만 하늘에 돌아간다는 설정이 있다고 한다. 즉, 여우에게는 여신의 속성도 있다는 것이다.[24]

  • 인간과의 혼인이 사망플래그 : 위쪽에 소개된 한시에 정체를 들킨 여우와 이포수에 나온 여우와 같이 인간의 자리를 넘보는 것 자체가 사망플래그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목적이 불순한 경우가 많아 인간이 되고 싶어와 꼭 부합하지만은 않는다.

여우골 이야기: 사냥을 좋아하는 김진사는 어느날 닭을 물어가던 여우를 화살로 잡았는데 그 후 오래도록 자식이 없던 차에 외동아들을 얻게된다. 그 아들은 다섯살 때부너 뱀과 개구리를 산채로 잡아먹는 습관이 생긴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15살 이후론 그런 습관이 없어져 늠름하게 자라난다. 그러다 혼담이 오가고 신부가 김진사댁에 오는데 괴이하게도 두개의 가마에서 똑같은 모습의 여성이 둘 나온것이다. 이 소란에 지나가던 스님이 비방을 알려주는데 그건 사람은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대를 맨몸으로 넘은 쪽을 신부로 삼는다 말하는 것. 당연히 이는 함정이었고 정말로 뛰어넘은 여자는 김진사의 낫에 명을 달리한다. 정체는 김진사가 예전에 죽인 숫여우의 아내.
육미호(六尾狐) : 링크에 나온 제목은 "여우굴"이지만 편의상 바꿨다. 내용에 나오는 여우가 불여우이긴 하되, 수천년 묵은 꼬리 여섯의 요호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반야"로 금대마을 박진사의 열여섯살 딸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반야가 사모한 대상은 자신을 딸로 거둬준 박진사였고 그가 다른 집으로 시집을 보내려 하자 찾아온 청혼자들을 다 죽게해 집안 평판까지 떨어지게 만들어 버렸던 것. 결국 청혼을 하러 온 김공이란 사람에게 정체를 들켜 바위굴에 갇혀 죽게 된다. "수천년" 내력이란 점에서 위의 흑여우(神)과 비견되는 영물임에도 너무 허망하게 가버려 유학자들에 의한 윤색이 의심되는 설화. 어차피 이는 한국 요호들의 공통적인 최후이기도 하지만
서낭고개의 여우각시: 현대에 각종 컨텐츠를 통해 알려진 "인간이 되고 싶어"클리셰의 대표격 여우일 것이다. 가난하지만 착한 남편 덕칠의 간을 보름달인 그날 새벽까지 먹어야 인간이 되고 못하면 죽는 운명에서 결국 죽음을 택하는 이 여우는 어떤면에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연상되기도 한다. 비록 을 탐하는 요괴의 성격을 지녔지만 "덕칠"에 대한 연정으로 스스로 목표를 포기하고 죽음을 택하는 부분에서 근본까지 악하진 않음을 보인다. 또한 하룻밤만에 가난한 덕칠의 집을 고래등 같은 기와집으로 바꾸고 곳간을 가득 채우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똑같이 사랑 때문에 죽은 "붉은 육미호"가 불길한 죽음의 재앙신적 요소가 강하다면 반대로 서낭고개의 "백년여우"는 "팔백이"의 신령 성격의 여우 처럼 "재복(財福)"의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백년여우는 "간 때문에" 죽음으로 이어진 부분만 제외하면 가난한 사람을 도운점도 그렇고 상서로운 징조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사례는 대다수의 여우설화에서는 보이지 않으며 그만큼 알려지지도 않았다.

사실 한국의 전래설화를 찾아보면 요괴=짐승이 인간과 결혼하는 "인수혼인담"[25]에서 여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별로 많지 않다. 오히려 다른 동물들 - 지네, 용, 곰이나 우렁이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 여우는 로맨스 장르 보다는 여우누이여동생으로 태어나거나 산고개에서 만난 낯선 여자같은 호러물 내지는 스릴러에 캐스팅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뭣보다 인간의 집에 들어온 여우들의 경우 그 자체로 집안을 망하게 하는 재앙의 성격을 보일때가 많은데 위에 소개된 "육미호"와 "여우누이"가 그렇다. 외부에서 만난 여우의 경우는 흔히 사기꾼으로 분류될 범죄자의 행동을 하며 이때문에 인간에게 징치당한다. 인간을 돕는 "삼기산 흑여우신"의 후예라 할 행운을 주는 여우들은 위에 예시된 설화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나마도 "공 갚은 여우"와 "배극렴과 백여우"의 경우 방식이 어긋나 있다. 이렇듯 편법이라도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식의 트릭스터적인 성격은 서양에서도 통하는 여우의 아이덴티티이다.

구전이 아닌 기록문학으로는 최근 문화원형백과사전에 소개된 작품이 몇 있다.
구미호의 작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구미호가 신령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어느 명가의 부인으로 둔갑해 맑은 정기를 지닌 외동 아들을 잡아먹으려다 뛰어난 도술을 가진 "무진대사"의 활약으로 퇴치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의 중간부터 등장하는데 야망은 크게 표현되지만 성격과 능력이 단순하게만 표현되어 아쉬움을 남긴다.[26] 내용이 꽤 기니까 축약본을 보는것도 한 방법. 거의 같은 이야기가 옥난기연에서도 보인다.

기문둔갑 설화: 한 무인이 용왕의 아들이 변신한 거북을 구해줘 그 보은으로 천 년 묵은 여우를 물리칠 때 도움을 받는다. 여기의 여우는 산신령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만치 강한 도력을 지녀 용왕이 보낸 무사들도 물리치지만 천신의 장군들은 당해내지 못하고 죽는다. 힘은 최종보스급이지만 무작정 주인공을 교태로 유혹하다 그게 화근이 되어 죽는다는 유교의 가부장제적 시선이 잘 드러났다. 이 이야기는 정확히는 기록문학은 아니고 한 동화책을 참조한 출처 미상의 구전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과 아주 유사한 작품으로 "율곡과 금강산 괴호"가 있다. "임석재 전집 12권"에 수록된 이야기라 한다.

"율곡과 금강산 괴호"의 원문이 아닌 몬스터의 특성을 소개한 개인 게시물로 은여우가 있다. 내용 보면 나오지만 여기의 은여우아홉개의 꼬리 같은건 없다. 그럼에도 스펙이 절륜해 환영술과 둔갑술은 기본에 청룡, 주작, 백호, 현무를 소환해 용왕의 군대를 물리치고 옥황상제에겐 비록 패했을 망정 목숨은 지켜낸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 금강산 신령을 꺾고 산 주인 행세를 해왔다. 뿐만 아니라 힘을 잃고 여우로 돌아갔음에도 자신을 만진 인간의 몸에 혼으로 깃들어 그 자식으로 태어나 복수를 해내는 근성도 겸비했다. 본격 여우누이비긴즈 천호, 매구, 구미호의 설정 논쟁은 다 의미없고 결국 창작 결과물이 중요함을 알려주는 자료이다. 헌데 "한국 구비문학대계"의 아카이브에 율곡선생의 여우퇴치"라는 채록본이 있는데 내용이 기문둔갑 설화와 판박이다. "율곡과 금강산 괴호"와 "기문둔갑" 원전은 이쪽일지도 모른다.

신라시대의 산신령 흑여우, 그리고 용을 잡는 여우가 나오는 거타지 설화와 비교하자면 늦어도 조선왕조 시기에 성립되어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의 여우 - 흉조로 배척받는 구미호매구들은 그 특성을 서양의 늑대인간비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인간과 개과 동물 사이를 변신으로 오가는 점이 흡사하다. 그리고 고대 지배계급 전사들과 그 혈족의 토테미즘적 상징에서 유일신 전파 이후 마녀사냥을 피해 일반인 속에 숨은 식인괴물로 타락한 그들의 모습은 "구미호"(매구)의 역사와도 닮은 점이 있다. 실제 현대에 체계화된 판타지 종족이 아닌 유럽 민담 속의 늑대인간을 보면 평범한 마을의 일원이 사실은 가축과 사람을 해치는 반인반수의 괴물이었으며 마을의 친지들에 의해 사냥당하는 최후를 맞이한다. 이런 늑대인간의 정체에 대해 공수병, 가축 피해의 원망을 마을의 희생양에게 덮어 씌웠다는 마녀사냥 설, 연쇄살인마 설 등이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서양문학 중에 라이칸스로프가 소재이지만 늑대가 아닌 여우로 변신하는 아내, 즉 "매구"가 등장하는 작품도 있다. 이름은 여우가 된 부인.

이처럼 유럽의 악마론이 씌어진 늑대인간과 같이 한국의 구미호는 현대까지 살아남은 대부분의 설화에서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퇴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인간과 맺어져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창쟁이"팔백이와 여우 설화"는 몹시도 귀중한 케이스이다. 이 유형에 속한 설화들은 설령 여우와 남자가 헤어지더라도 비극이 아닌 다 좋게 되었단 결말을 맺는다.

여담으로, 여우는 원래부터 사냥꾼을 역으로 속이기도 하는 동서양에서 공통으로 인정하는 영특한 동물이다. 이런 영특함이 고대에는 삼기산의 흑여우와 같은 산신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농사의 발달과 인구 증가로 인한 인간들의 자연 영역 침범은 점차 여우와 멧돼지들의 밭과 무덤 훼손으로 이어지고 이는 여우를 그 훼손된 무덤의 해골로 둔갑을 부려 사람을 해하는 요물로 만드는데 일조 했을 것이다. 이는 마치 유럽의 토속신들이 유일신 교리에 밀려 악마, 더 심하게는 마녀나 별볼일 없는 요정, 몬스터 따위로 추락한 것과도 비슷하다.

2.2 중국

“狐五十歲, 能變化爲婦人; 百歲爲美女, 爲神巫, 或爲丈夫與女人交接, 能知千
里外事, 善蠱魅, 使人迷惑失智, 千歲卽與天通, 爲天狐.”

"여우는 50년을 넘기면 여인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1백 세가 되면 미녀나 신묘한 무당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한다.
또는 남자로 변신하여 여성과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능히 천리 밖의 일을 알 수 있으며 독충과 귀신을 부리고 사람을 미혹한다.
1천 세가 되면 하늘과 통하게 되어 천호(天狐)가 된다."
-현중기(玄中記)[27]

중국에서 여우는 음(陰)에 속하는 동물로 주로 밤에 활동하며 수련을 하지 않은 보통의 여우도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을 가진 특별한 동물로 여겨졌다. 이는 유럽에서 고양이들 중에 요정 캐트시가 섞여있다는 믿음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아래의 내용들은 문화원형백과의 원전보기 등의 자료에 나와있다.

  • 청구산(靑丘山)의 어떤 짐승은 꼬리 아홉의 여우 모습이며 어린애 같은 울음소리를 내고 사람을 잘 잡아 먹는다. 이것을 잡아 먹으면 요사스러운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 - 산해경(山海經)·남산경(南山經)
  • 청구국이 그 북쪽에 있어 그 곳의 여우는 네 개의 발과 9개의 꼬리를 지녔다. - 산해경(山海經)·해외동경(海外東經)
  • 청구국에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가 산다. - 산해경(山海經)·대황동경(大荒東經)
  • 중화민국시대의 학자 원가(袁珂)가 주석을 달기를, 청구국(靑丘國)의 구미호(九尾狐)는 후대에 자손 번창과 풍요의 상징이 되었으며 태평성대에 출현하는 상서(祥瑞)로운 동물로 설명한다.
  • 백호통(白虎通)에서 구미호의 9개 꼬리는 자손이 늘어나는 상징이며 오월춘추(吳越春秋)의 우(禹)는 나이 서른이 넘어 구미호를 보고 도산씨(塗山氏)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으니 이는 혼인과 다산(多産) 등 생명력에 관한 구미호의 상서(祥瑞)의 관념을 뜻한다.
  • 고본죽서기년(古本竹書紀年)에서도 하(夏)나라의 백서자(伯杼子)가 동정(東征. 동쪽을 정벌하다)하여 꼬리 아홉의 여우를 얻었다 나온다.
  • 한대(漢代)의 화상석(畵像石)에서 구미호는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 달을 상징하는 두꺼비, 토끼와 같이 서왕모 옆에 그려지는 서조(瑞兆)였다.
  • 사천성에서 출토된 서왕모 화상에서도 삼족오와 구미호가 서왕모의 좌,우에 배치되어 있다. 서왕모의 권위는 용과 호랑이가 새겨진 의자 "용호좌"에서 나타난다.
  • 육조(六朝)에 이르러 은(殷)나라 주왕의 애첩 달기가 구미호였다는 전설로 인해 후대로 올수록 남산경에 나온 식인(食人)괴물의 성격과 나라를 멸망시키는 흉조(凶兆)의 이미지가 풍요와 다산의 이미지를 덮어버린다.

중국의 여우 요괴들 중에서도 구미호에 대해 언급하자면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봉신연의에 나오는 달기(妲己)일 것이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동북아의 구미호...서큐버스+팜 파탈+식인마녀의 이미지는 이 이야기가 워낙 유명세를 탄 결과라 볼 수 있겠다. 달기는 해당항목에도 나오지만 주지육림과 포락지형(炮烙之刑)을 발명(?)한 희대의 악녀(惡女)로 나온다. 이것들은 말희가 먼저 발명했단 이야기도 있지만 인지도는 달기가 앞선다. 중국 은나라의 마지막 황제 주왕과 그 총비인 달기가 전횡을 벌여 나라를 말아먹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에게 죽은 것은 사마천사기(역사책)에도 나오는 유명한 내용이며 이를 소재로 한 "무왕벌주평화(武王伐紂平話)[28]"와 뒤에 나온 "봉신연의" 같은 문학작품에서 "달기 구미호설"이 큰 인기를 얻게 된다.

구미호 달기는 재색(才色)이 출중하나 바토리 에르제베트 처럼 피에 굶주린 성품으로 도술을 부리는 영물의 면모 보다는 왕을 홀려 백성과 신하들을 재료 삼아 스너프 필름을 찍은 악마성이 부각된다. 그 중 유명한 이야기가 충신이자 재상인 비간(比干)이 주왕에게 "규범을 무시하시고 아녀자 말만 들으시니 재앙이 올 것입니다."라 간언하자 "성인(聖人)은 심장에 구멍이 7개 라죠?"라 응수해 그자리에서 주왕이 비간의 심장을 꺼내게 한 것. 자료에 따라 달기 자신이 심장에 병이 있어 비간의 것을 약으로 달라 했다는 내용도 있다. 봉신연의에 이르면 여와가 은(상나라)을 멸망시키고 주나라의 시대를 열기 위해 구미호를 파견했다는 비하인드가 추가되지만 결국 무왕에게 처형당하긴 마찬가지. 이렇듯 구미호는 어느 이야기에서건 =하늘의 선택을 받은 천자(天子)를 미치게 해 나라를 멸망시킨 흑막으로 지목되며 인간, 특히 남성을 미혹하는 능력이 많이 강조된다. 아래에 나올 논문 인용글을 빌리자면 "해와 달의 정화를 받고, 천지의 신령한 기운을 훔쳐 사람을 쉽게 조종한다."

현대에 이르러 달기의 악행은 군자는 여색(女色)을 멀리한다는 논지로 은나라를 폄훼하기 위한 후대의 기록이란 의견에 더해 말희와 너무 판박이의 스토리 등, 전해지는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이다 하여 동정론을 얻고 있다. 갑골문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달기와 함께 나라를 말아드셨다 전해지던 주왕도 이 동정론에 한다리 걸치게 된 상황. 더 나아가 아예 달기란 인물의 진위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는 듯.

이와는 별개로 여우라는 동물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우 처럼 무덤에 살며 사람 홀리는 요괴란 인식도 있었던 모양이다.

  • 고총호(古冢狐) : 중국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의 작품. "고총의 여우는 요사스럽고 늙었다. 부인으로 변하니 안색이 좋고 머리는 구름 같고 얼굴은 화장하였다. … 날이 저물어 저녁 때, 사람의 통행이 뜸해지면 혹은 구르고 혹은 춤을 추면서 슬피 운다. 파란 눈썹 치켜뜨지 않고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 수그리며, 홀연 한번 웃어 온갖 모습을 보인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열 명 중 아홉은 홀린다."

그러나 달기가 유명세를 탄 이후의 중국에서도 여우들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봤던 것만은 아니다. 민간에서는 ‘호선(狐仙)’을 재신(財神)[29]인 ‘오대선(五大仙)’의 하나로 숭배하였다. 오대선은 오가지신( 五家之神)이라고도 불리우는데 호선(胡仙=여우)' '황선(黃仙=족제비)' '백선(白仙=고슴도치)' '유선(柳仙=뱀)' '회선(灰仙=쥐)'을 일컫는다. 작명을 본래의 동물과 상관 없는 한자로 한 것은 신에 대한 예우이며 이런 것을 피휘라 한다. 천진지방을 중심으로 모셔진 이 동물신들은 숭배하면 복(福)을, 소홀히 하면 화(禍 : 불행이나 재난, 근심)를 불러오는 전형적인 원시신앙이다. 이중 여우와 관련된 설화는 아래와 같다.

안휘성에 사는 하후조라는 사람이 어머니의 병환에 근심하던 중 여우 한 마리가
자신의 집을 보고 우는 것에 놀라 점을 잘 치는 학자 순우지(淳于智)에게 찾아가 상담한다.
이를 듣고 순우지는 말한다.
" 화가 닥칠 징조요.
당장 돌아가 여우가 울던 장소에서 통곡을 해 가족들은 물론 하인, 하녀들도 모두 밖으로 나오게 하시오."
하후조가 시키는 데로 하니 병중이던 노모를 비롯한 가솔들이 모두 나와보게 된다.
그리고 그때 집이 우루루 무너져 내렸다.

이 오대선 외에도 중국의 여러 지역, 특히 (唐) 시대에 여우를 신으로 모신 흔적이 보인다고 한다.

  • 당나라 초기부터 백성들은 여우신을 많이 섬겼다.
  • 집안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복을 빌었으며 사람에게 올리는 것과 같은 음식을 바치는데 섬기는 여우신은 제각기 달랐다.
  • 당시 "여우요물이 없으면 마을이 생길 수 없다."는 속담이 있었다.

호선(狐仙)의 인기는 각별해서 거의 만능의 신으로 여겨졌다는데 특히 상가(商家)와 술집, 도박장에서 재신(財神)으로서의 위상이 높아 반드시 모셔졌다. 지역에 따라 호선의 아버지와 조부를 포함한 3대를 모시기도 해 "호삼태야(胡三太爺)"나 "노태야(老太爺)"라 부르기도 했다. 심지어 민간 뿐 아니라 궁정과 관청의 금고 옆에도 모셔져 금전과 공문서를 지키거나 도성을 둘러싼 성벽의 수호신 역할도 일부 맡은 것으로 보인다. 호선의 상(像)은 의관을 갖춘 모습이라고 하며 구미호와 달리 꼬리가 아홉이라는 얘기는 없다. 밑에 나온 선호(仙狐)와 천호(天狐)의 관계와 관련이 있는지는 불명.

이처럼 여우를 좋게 본 또다른 자료로 태평광기 서왕모편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王母遣使者,被玄狐之裘,以符授帝曰
: 서왕모는 사자를 보내어서 검은 여우 가죽옷을 입게 하며 부적을 황제에게 주면서 말했다.
“太一在前,天一在後,得之者勝,戰則克矣。”
: "태일을 앞에 두고 천일을 뒤에 두어 얻으면 승리하고 싸우면 이기게 됩니다."

이는 중국 신화에서 황제와 치우의 전쟁인 탁록전의 일부분을 다룬 내용이다

국내에도 정식 번역 출간된 (그리고 네이버가 라이센스를 딴...)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의 "중국환상세계"에는 여우요괴와 호선에 대해 제법 상세히 설명한다.

  • 천호(天狐) : 금색털에 아홉 꼬리를 가진 이 영수는 여우가 수행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이다. 천계의 일궁(日宮)과 월궁(月宮)[30]근무한다. 하늘의 궁전에 사니 인간에게 해를 끼칠일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최소한 하급신급의 힘이 있기에 큰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 중 호조사(狐祖師)는 여우들 중 최초로 득도해 승천한 천호로 상급신에 필적하는 힘을 지녔다.
  • 선호(仙狐) : 모든 여우가 다 여우신선이 되는게 아니다. 1년에 한 번 실시되는 태산낭랑(泰山娘娘)이 감독하는 필기시험에 합격해 생원(生員)이 되어야 한다. 이 시험에 떨어지면 평범한 야호(野狐)로 머문다. 동물세계의 흔한 양극화 생원이 된 여우는 세상 모든 새의 말을 익혀야 하는데 이는 인간의 말을 배우는 과정이며 여기에 둔갑술을 더 익혀 사람으로 변신하게 된다. 사람의 모습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동물들이 1천년 수행해야 선(仙)이 되는 반면 인간은 그 반절인 500년으로 단축이 되어서다. 그리고 문장력이 좋은 여우는 다시 300년이 단축되기에 시험을 필기로 본다는것......[31]
  • 여우가 유혹하는 이유 : 남녀관계를 통해 인간의 정기를 빼앗는 것이 상급여우로 레벨업 하는 가장 빠른길이어서다. 당연하게도 이런 여우는 남, 녀 모두 있고 이들에게 홀리면 정체를 안다해도 본인의 욕구를 못이겨 도력이 높은 도사가 막으려 해도 결국 정기를 다 빼앗겨 죽을 수 있다. 이는 바로 무협소설에 종종 나오는 채음보양의 수법이다. 아주 드물게는 전생의 인연을 기억해 진심어린 사랑을 갈구하는 순애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몽마짓을 하려고 접근한다. 이 외에 단순히 인간 생활을 하기 위해 남의 집에 밀고 들어오는 민폐형도 있는 모양. 이 경우는 큰 집을 가진 부자에게 일어난다.
  • 여우와의 공존 : 예의 있는 여우와 성격 좋은 집주인이 만나면 제법 괜찮은 공존이 이루어지는 듯. 여우가 해를 깨칠 생각이 없어도 집주인 쪽이 여우 입주자는 안 된다며 도사를 불러 난리를 치면 당연히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물론 무조건 밀고 들어와 살겠다는 여우쪽도 문제이긴 하다. 어찌어찌 사이좋은 입주자와 집주인으로 살게 된다면 여우는 주인에게 말동무는 물론 신통력을 가진 조언자 역할을 하므로 인간쪽에게 손해는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부부의 연을 맺는 전승도 전해진다. 이때 태어나는 혼혈아이여우 꼬리가 있는데 잘라주지 않으면 얼마안가 여우로 변해버린다. 무사히 사람으로 자라난 혼혈아는 유능한 인물이 된다고 한다. 한국의 강감찬, 일본의 아베노 세이메이가 생각나는 부분.
  • 여우의 변신 : 남자로 변하려면 남자의 해골을, 여자가 되려면 여자의 해골을 머리에 얹고 북두칠성(혹은 )을 향해 기도한다. 해골이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인간으로 변신이 되는데 당연히 나신이 되므로 미리 꽃이나 나뭇잎을 준비해 이를 옷으로 변신시켜야만 한다.
  • 여우의 약점 : 도력이 높아 도사나 고승을 두려워 하지 않는 여우라도 사냥꾼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은 떨칠 수 없다고 한다. 이때문에 사냥견, 사냥용 매를 두려워 한다. 특히 사냥꾼이 쏘는 조총(鳥銃)[32] 소리는 요호든, 야호든 가리지 않고 달아나게 만든다.

중국에서 여우는 일반 미물이 아닌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진 영물이고 때문에 노력해서 도력을 쌓은 여우일 경우 귀신과 달리 쫓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여겨졌다.[33] 때문에 곤경을 당한 집주인과 도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창(海昌, 절강성)의 원화진(元化鎭)이란 마을에 한 부자의 집 이층에 여우 일가(!)가 밀고 들어와 살게 된다.
여우들은 술을 요구하는 것 외의 해를 끼치진 않았지만 주인은 도사를 부르기로 한다.
천리밖을 내다보는 여우들은 당연히 이를 알고 있었고 다음날 찾아온 도사를 채찍으로 때리며 농락하고 도사는
법구도 팽개치며 달아난다.
집주인은 더 높은 도력을 가진 장천사(張天師)의 법관(法官)[34]을 불렀으나 역시 여우를 못 당하고 달아난다.
다시 더 높은 도력의 사법관(謝法官)을 불렀으나 여우들이 하늘에서 어떤 신을 불러내어 결국 이 사법관도 달아나고 만다.

그리고 여우들은 그 집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고 한다.........

헌데 한국 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중국에도 "여우구슬" 설화가 전해지는 모양이다.

  • “狐狸嘴裡有顆媚珠,如果能得到珠子,就能被天下的人所愛慕.” : 여우의 입 안에는 아름다운 구슬이 있어 만약 이를 얻게 된다면 천하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 - 태평광기의 "유중애(劉衆愛)"편
  • 서생 공설립이 몸에 종기가 나 고통을 당하니 여우 여인 "교나"가 입에서 붉은 구슬을 꺼내 그를 치료해준다. 살 위에 살살 한 바퀴 굴리니 화끈 거리고, 세 바뀌 째에 온몸의 후련함이 뼛속에 베어들었다. 교나는 "다 나으셨습니다."하곤 구슬을 다시 삼켜 총총히 사라졌다. 훗날 공설립이 낙뢰로 죽자 다시 한 번 구슬을 통해 살려낸다. -요재지이(聊齋志異) 교나(嬌娜)편.

이 설화를 다룬 논문은 위의 여우구슬을 영물의 공력이 쌓여 생긴 "내단(內丹)"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여우구슬이 실존인물에게 지식을 준다면 중국의 것은 치유의 기능을 보여 이제 돈만 나오면 되겠군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가 있다. 아래에 나올 일본의 이나리 신사에 있다는 호슈노타마는 불교의 여의보주에 가까운 의미가 있는듯 싶다.[35]

이외에도 중국에 전해지는 인간과 여우의 이물교구설화(=이류교혼담, 인수혼인담)가 간략하게나마 소개되어 있다.

  • 악녀(惡女) 유형 : 달기, 포사와 같이 의도적으로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범죄형 요괴가 인간과 결혼한 설화.
    • 아자(阿紫) : 왕영효라는 남자가 실종되었다 빈 무덤에서 발견되었는데 형상이 여우와 닮게 되어 사람과 말이 통하질 않고 아자라는 이름만 외쳐댔다. 결국 그가 정신을 차려 설명하니 "아자"라는 이름의 여우를 닭장 근처에서 맞닥뜨렸고 그 여우가 여성으로 변해 지속적으로 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설화가 실린 수신기(搜神記)는 이 여우를 먼 옛날 음부(淫婦=요부)가 변한 요괴로 규정한다.
    • 호보옥(胡宝玉) : 요괴는 아니고 그냥 창기(娼妓) 출신의 여성이지만 오랜 습관을 못 버리고 자신을 기적에서 빼내준 남자를 다시 배신한 채 창기로 돌아간다는 내용. 청조 말기에 쓰여졌다는 소설 평화주인(評花主人)의 "九尾狐"에 나온 이 인물은 “기생은 모두 여우이다.”라는 오랜 관념을 잘 보여준다.
    • 낙양가람기(洛陽伽藍記)의 손암(孫巖)편 : 결혼한지 3년임에도 처가 옷을 껴입고 자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부인이 잘 때 몰래 옷을 들추니 3척이나 되는 긴 꼬리가 보여 내쫓게 된다. 여우 부인은 떠날 때 남편 손암을 칼로 죽이고 사라진다.
    • 달기(妲己) : 무왕벌주평화의 그 구미호로 "해와 달의 정화를 받고, 천지의 신령한 기운을 훔쳐" 사람을 쉽게 조종한다. 나중에 잡혀 처형 받을 때에 조차 병사들을 나무나 진흙 인형처럼 꼼짝을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원대의 화본소설에 나온 이 구미호는 이후 봉신연의로 이어져 요호의 전형으로 굳어지게 된다.
  • 선녀(善女) 유형 : 달기로 대표되는 악녀와 반대로 흔히 현모양처로 불리우는 성격의 여우 여성들도 보인다.
    • 임씨전(任氏傳) : 가난한 정육(鄭六)이 우연히 아름다운 "임씨"를 만나게 되는데 정체가 여우임을 알고도 동거를 시작한다. 임씨는 정육의 친척이 자신을 욕보이려는 것을 오히려 지혜로 설복시고 정육의 재산을 신통력으로 늘리는 활약을 하지만 관리로 파견 나가는 정육을 따르다 그만 사냥개에게 죽음을 당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중국문학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작품.
    • 태평광기 계진(計眞)편 : 어느 농부와 잘 살던 부인이 어느날 자신이 여우임을 밝히고 남편에게 요괴의 기운을 남길 수 없어 떠난다며 자식들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내용이다.
    • 요재지이 연향(蓮香)편 : 연인 이생이 귀신에게 홀려 숨이 넘어가게 된 것을 미리 예지한 여우 여인 연향이 삼개월간 미리 약을 준비해 놓아 그를 살려낸다.
    • 신십사랑(辛十四娘)편 : 남편이 친하게 지내는 이웃집 남자가 그에게 살인죄를 씌울 것임을 미리 알고 여우 부인 신십사랑이 교재를 만류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남편은 누명을 써 옥에 갇힌다. 부인은 그를 보며 애통해 한다.
    • 요재지이의 청매(靑梅)와 홍옥(紅玉) : 두 여우 모두 가난한 집안에 시집가 신통력이 아닌 근면함으로 가문을 일으켜 세운다. 청매는 유교에서 말하는 현모양처형 사회성으로, 홍옥은 억척스런 노동력으로(...) 집안을 풍족하게 한다.

본래 중국에서 구미호는 인격과 상관이 없는 그저 고대의 상징이었으나 어느순간 부터 인간성, 특히 여성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남자를 유혹해 파멸시키는 요물과 복을 주는 영물의 이중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인간화의 결과가 바로 인간과 혼인하는 이류(異類) 혼인담을 소재로 한 설화들이다. 중국에서 보이는 여우와 인간의 교류담이 한국에서 보다 희망적인 형태로 많이 나타나는 이유를 유교보다 더 깊게 뿌리내린 도교의 영향으로 보는 분석이 있다.

2.3 일본

현재 서구에도 많이 알려진 구미호 하면 이 일본의 "타마모노마에(玉藻前)". 또는 "하쿠멘콘모우큐비노 키츠네(白面金毛九尾の狐, 백면금모구미호)"가 절대적 지명도를 자랑한다. 이때문에 일어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아리 항목 10.4에 나온 "재팬 엑스포 사건"은 웃지 못할 유명한 일화.

일본의 구미호는 에도 시대(江戸時代)에 본격적으로 정립되고 유행한 "일본 3대 요괴"의 하나로 여러 소설에서 악역으로 활약하였는데 그중 에도 후기의 설화집 "회본삼국요부전(繪本三國妖婦傳)"이 유명하다고 한다. 타마모노마에의 "구미호"로서의 설정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히 드러나는게 특징이며 이때문에 "삼국전래(三國傳來)백면금모구미호"로 불리운다. 이에 관해 위키백과의 타마모노마에와 나무위키의 일본삼대악귀에 작성된 내용이 약간씩 차이가 난다. 정확한 자료를 가지신 분은 추가바람

일단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삼국전래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 구미호는 BC. 2000년 경 인도 남천축의 마가다국(耶竭陀國)에서 처음 나타나 태자비를 잡아먹고 그 모습을 훔쳐 태자에게 기근을 이유로 매일 10명 씩 총 1000명의 인신공양을 할 것을 부추기다 반란으로 도망. ㅡ> BC. 1100년 경 중국 은나라의 달기로 나타나 봉신연의의 내용으로 이어져 강태공(태공망)에게 몸이 셋으로 잘려 도망. ㅡ> BC. 780년 경 주나라의 포사(褒姒)가 되어 나라의 기둥뿌리를 휘청이게 함. ㅡ> AD. 753년, 17세의 와카모(若藻)로 변한 구미호는 제10차 견당사선을 타고 당에서 일본으로 바다를 건너 도래, 훗날 토바 덴노(後鳥羽天皇)의 시녀로 입궁해 타마모노마에가 된다.
  • 구미호의 시작은 은나라의 달기로 주무왕에게 잡혀 처형을 당할 때에 조차 사람들을 홀리자 태공망(太公望)이 조마경(照魔鏡)으로 정체를 비춘 뒤 달아나는 요괴를 칼로 베어 셋으로 나눈다. ㅡ> 세 조각 중 하나는 마가다국에서 태자비로 변해 인신공양을 비롯한 폭정을, 또 하나는 주나라의 12대 유왕(幽王)의 비 포사가 되어 왕권과 국력을 쇠락시켜 망국을 초래. 마지막 하나는 16살 소녀 와카모(若藻)로 변해 견당사선에 올라 일본으로 들어온다.

은나라를 구미호의 출생지로 보는 두 번째 전래는 판타지라이브러리 시리즈의 환상동물사전에도 비슷하게나마 실려있지만 뭔가 번역의 차이인지 달기를 저비(姐妃)로, 은나라에서의 행적을 구미호 최후의 악행이라 한다.(...??) 아무튼, 일본에 들어온 이후의 행적은 어디서건 대동소이하게 그려지는 듯 하다. 와카모가 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하고 360년 정도가 흐른 뒤 미즈쿠메(藻女)라는 고아 소녀가 어느 무사 집안의 양녀로 자라나 18세에 궁녀로 입궁해 이름을 타마모노마에로 바꾸게 된다. 그리고 나라 제일의 현녀(賢女)로 칭송받으며 상황의 총애를 독차지하게 된다. 이후는 일본삼대악귀 항목으로.... 아베노 야스나리(安倍泰成)와 백면금모구미호의 싸움은 파타지라이브러리의 몬스터 퇴치에도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타마모노마에의 정체가 구미호가 아닌 꼬리 두 개의 케쇼우노마에(化生の前)라는 설이 삼대악귀 항목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 채택해서 케쇼우노마에를 단역으로 출연시킨 작품이 귀참십장이다. 여기서의 캐릭터는 악녀라기 보담 사랑을 갈구하는 성격으로 나오며 한 승려를 따라 일본에서 천축국으로 떠나는 모습이 그 딸(!)인 요호 오사키의 회상에 잠깐 등장한다. 이밖에 위키백과에서는 타마모노마에를 일본에 실존했던 도바 상황의 총비(寵妃), 황후 비후쿠몬인(美福門院) 후지와라노 나리코(藤原得子)를 모델로 삼았다는 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설의 하나일 뿐이며 확실하지는 않다.

또한 단신으로 거의 내전에 가까운 전투를 성립[36]시켰으며, 죽은 뒤 그 사후 증거인(....) 살생석이 유종의 미(?)를 간직한 채 지금도 나스 고원에 있단 점, 그리고 삼대악귀들 중에서도 해외파라는 큰 스케일과 절색의 팜 파탈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로 그 인기는 현재 최고가를 달리는 요괴이기도 하다. 이때문인지 만화 지옥선생 누베에서는 지옥의 귀신도 능가하는 신적인 존재로 띄워주며 전승에서 설정만 차용한 요괴소년 호야에 이르면 아예 한국 양판소의 드래곤급 크기와 신위를 자랑하는 대마왕이 된다. 그리고 동물귀(키츠네미미)에 아홉 꼬리의 요괴라는 추가 요소가 있으므로 모에 캐릭터로도 많이 쓰인다. 오래 살고 능글맞거나 신비하고 차분한 캐릭터로 나뉜다.

성역할과 미덕에 대한 관념이 많이 바뀐 지금에 와서는 중국의 달기와 포사가 동정론을 얻었듯이 이 타마모노마에도 해석에 있어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작품이 많아졌다. 이는 고스트 스위퍼의 등장인물(?) 타마모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에서도 확인 가능한 부분. 확실히 일본 고전의 구미호는 인도와 중국에서 나라를 망하게 한 악마란 설정 답지 않게 정작 열도 내에서는 폭정이 아닌 토바 상황의 열병의 원인과 토벌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 인명피해. 그리고 그 범인이 불확실한 부녀자들의 실종 등, 악랄함 보다는 상황이 나빴다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건들에 연루되어 있다. 오히려 죽은 뒤에 생긴 살생석의 악명이 더 유명할 지경.

일본삼대악귀의 "타마모노마에"가 중국에서 수입되어 토착화한 여우 요괴라면 여우불을 피우고 여우비를 내리는 토속적인 여우에 대한 여러 믿음도 꽤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다고 한다.

  • 여우불: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전역의 도깨비불에 대한 믿음으로 여우들이 뼈를 부싯돌 삼아 피운다고 전해진다. 한국에도 봄 불은 여우불이라는 속담이 있다.
  • 여우비: 한국에도 있는 단어로 흔히 해가 뜬 상태로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를 의미한다. 일본에는 요호와 관련해 산 기슭에 사는 여우들이 자신들이 이동하는걸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지나가는 길에 비를 뿌린다는 설이 있다.
  • 야마구치 유다온천의 여우: 800년 전 상처입은 백여우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한 승려가 땅을 파보니 온천이 터졌다는 전설.[37]

그리고 신령한 여우로 "이나리의 사자"가 있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 항목에서는 이 신을 고대 한반도 계열의 이주민들과 연관이 있지 않은가 하는 설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는데 물론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고 가능성일 뿐이다. 이 신사는 여우를 신(神)은 아니고 신의 사자로 여기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추수 후 먹을 것을 찾아 논밭을 헤매는 여우를 보고 농부들이 ‘농토를 지키는신의 사자’
또는 ‘끝까지 농사를 돌보는 신의 사자’로 인식하면서, 해마다 오곡의 신 우카노미타 마노카미(倉稻魂神)에게
제사하는 ‘이나리(稻荷)’의 사자 또는 그 신체로 여기고, 음력 2월초 오일(午日)에 ‘이나리 마쓰리(稻荷祭)’라고
하여 사찰의 뒤쪽에 있는 작은 여우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한중일 여우 이미지의 유사성과 차이"에서 발췌

이밖에 다른 특성은 아래와 같다.

  • 쌀, 농업, 번영과 성공의 신으로 이나리 오미카미(稲荷大神), 이나리님(お稲荷様 오이나리사마), 이나리신(稲荷神)으로 불리운다.
  • 대장장이의 수호자이자 광대게이샤와도 연관이 있다고 하며 특히 상인과 직인(職工 : 주로 수공업자를 의미)계층이 숭배한다.
  • 신도전설에 따르면 폭풍의 신 스사노오의 아들 우카노미타마노카미(宇迦之御魂神)와 동일시 하기도 하며 어떤 신사에서는 식량의 여신인 우케모치노카미[保食神]와 연관짓기도 한다.
  • 이나리는 장발을 늘어뜨리고 벼이삭을 손에 든 여성의 모습, 흰 여우의 등에 탄 남성의 모습 등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다양한 형태로 묘사된다.
  • 자줏빛 건물과 연속된 도리이(鳥居:기둥문), 호슈노타마(寶珠の玉:여의주)를 상징으로 하는 이나리 신사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후시미이나리타이샤다. 이 신사에 소원을 이뤄주는 돌 장식이 있다고 하니 이게 호슈노타마로 보인다. 잘 아시는 분은 확인바람.
  • 여우는 이나리의 사자로 여겨지며 자비심과 사악함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인 동물로, 자료에 따라 여우 그 자체가 신체(神體)로 여겨진다는 내용도 있다.
  • 유부를 좋아하는 여우 하면 이 이나리의 여우를 의미한다. 공물로 유부와 함께 바쳐지는 유부초밥이 일본어로 "이나리즈시"이다.[38]

그리고 인도의 힌두교 여신 다키니가 일본으로 건너가 자리잡은 "도지니천(=다지니천茶枳尼天)"이 부리는 여우로 야칸(野干:야간)이 있다.

  • 다키니 여신: 본래 인간의 심장을 먹는 식인귀였지만 대흑천에게 제압된 뒤 불교에 귀의하여 곧 죽을 인간의 심장을 먹게 되었다. 명이 다 한 사람을 6개월 전 예지력으로 알아보고 그의 심장을 가짜와 교체해 진짜를 먹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6개월 뒤 가짜심장이 깨질때 까지 그를 보호하고 따른다. 티벳 밀교에서는 칼리의 종속신으로 보며 탄트라를 전수해 주고 수행자들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여겨진다.
  • 도지니천 : 힌두교 전승에 맞춰 사후 심장을 바친다는 조건으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일본에는 표범을 타고 하늘을 나는 여신으로 전해져 표범 대신 흰 여우를 타고 다니게 되었으며 오른손에 검을, 왼손에 여의보주를 든 호법신으로 숭배 받는다. 여우를 타고다닌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이 도지니천과 이나리신을 동일시 하기도 한다.
  • 야칸(野干) : 불교 경전에 종종 '야간(野干)'이라는 짐승이 나온다.
    • 어떤 자료에는 여우, 이리와 더불어 시체를 뜯어먹는 흉물스런 요괴의 일종으로 해석한다.
    • 다른 자료에서는 규환지옥(大叫喚地獄])에서도 성인(聖人)을 비방하면 사후에 떨어진다는 야간후(野干吼)에서 죄인을 고문하는 야차 처럼 묘사된다. 여기의 야간은 쇠주둥이에 불꽃 이빨을 지녀 죄인의 여러 부위를 먹어치운다.
    •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이 야칸이 사실 산스크리트어 스리가라의 음차라는 학설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시츠카라(悉伽羅)로 음역되기도 한다.
      • 스리가라(शृगाल :śṛgāla)는 인도의 자칼을 뜻하며 중국 문헌에도 야간을 "여우와 닮았고 몸집은 그보다 작으며 떼를 지어 다니거나 우는 것은 늑대와 비슷하다.", "몸집이 작고 꼬리는 크며 자주 나무에 오르는데 여우와 비슷하다.", "호견이다. 여우와 닮았고 검으며 자주 범과 표범을 먹어 사냥꾼이 두려워 한다."라 적혀 있음을 근거로 든다.[39]
      • 이 스리가라가 중국에 불경으로 들어오면서 담비나 승냥이, 특히 여우로 혼동되어 일본으로까지 전해졌다는 것이 이 학설의 요지. 이 자료에 의하면 자칼은 인도에서 시체와 공물을 약탈하는 불길한 동물로 힌두교의 파괴와 유혈 여신 칼리와 병마와 죽음의 여신 차문다 등, 시체를 버리는 숲을 관장하는 신의 상징이 되었으며 인도 불교에서도 염마칠모천의 권속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이것이 일본에 야칸으로 전해져 불교 시대 여우의 이명이나 여우요괴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는 것.
      • 또한 헤이안 시대 초기의 불교설화집 일본영이기(日本霊異記)에도 야칸이 나오는데 인간 여자로 변해 인간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도 생겼지만 정체를 들켰을 때 남편에게 "와서 자라(来つ寝よ 키츠네요)"라는 말을 들어 야칸을 여우로 부르게 되었다는 유래담도 존재한다.
      • 한국의 자료에는 야간을 실가라(悉伽羅)라고도 하며 여우의 일종, 사자(獅子)의 대칭이 되는 내용으로 주로 쓰이는 동물로서 수행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망령스럽게 진리를 말하는 경우에 비유로 설명 한다. 혹은 야우(野牛)로 쓰기도했던 듯.
      • 링크의 도지니천 자료 처럼 이 야칸을 표범으로 보기도 하는 등, 일본내에서도 여러 이설이 존재하는 듯 하며 현재의 야칸은 이미 오래전 여우 정령의 이명으로 정착된 모양이다.[40]

힌두교에서 각종 동물들이 신의 탈것이 되어 그 신성을 나눠 받듯이, 이나리와 도지니천의 여우도 신성수(神聖獸) 성격을 부여받게 된다. 이런 여우들은 쿠즈노하와 타마모노마에와는 또다른 유형의 영물들이라 볼 수 있다.

신의 사자가 아닌 요괴로서의 일본 여우에 대한 분석은 이렇다.

  • 첫 번째는 여우가 여성으로 둔갑하여 남자와 결혼하는 인수혼인담 유형 : 위에 나온 한국의"서낭고개 전설"이 연상된다.
  • 두 번째는 여우가 남성으로 둔갑하는 경우 : 역시 이 유형도 한국 전승에 몇 소개 되었다.
  • 세 번째는 여우가 도력이나 영력으로 인간을 돕는 경우 : 한국의 여우구슬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팔백이와 여우", "공 갚은 여우", "원광법사와 삼기산신"의 경우에 더 부합한다.
  • 네 번째로는 여우가 사람에게 빙의된 경우로 이때 빙의는 인간에 의해 고쳐짐 : 한국의 경우 "여우누이"와 "혼쥐가 들려 여우가 된 여자"에서 나오는 형태이다. 일본에서는 이런식으로 빙의돼 홀린 증상을 "키츠네츠키"(きつねつき: 여우에게 홀린 정신병. 혹은 정신병자)라 부르며 무척 심각하고 고치기 힘든 병으로 여겼다고 한다. 키츠네는 여우를 의미한다.
  • 아주 드물게 일본에도 "여우구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 콘쟈쿠모노가타리슈우(今昔物語集) 27권 제40화 「狐託人被取玉乞返報語」를 보면, 구슬을 빼앗긴 여우가 인간을 보호해주는 내용이 있다고 링크된 논문 각주에 소개된다. 위에 언급된 호슈노타마(寶珠の玉:여의주)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흔히 인수혼인담, 혹은 이물교구설화로 불리우는 이야기는 일본에도 금석물어집(今昔物語集) 등에 많이 실려있다고 한다. - 한중일 고전문학 속의 여성과 여우 참고.

  • 방탕한 요시후리가 요염한 여우에게 홀려 사라지자 그가 죽은 줄로 안 가족들이 관음보살상을 만들고 경문을 읽는다. 그러자 관음보살의 은덕으로 요시후리가 비록 새까맣게 야위고 얼이 빠진 상태로나마 여우굴을 빠져나와 가족들과 재회한다.
  • 어느 집에 진짜 부인과 똑같이 생긴 가짜 부인이 함께 들어오자 남편이 이를 구별해 내어 여우가 변한 가짜를 내쫒는다.
  • 아이가 심하게 울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보니 똑같이 생긴 유모 둘이 아이를 잡아당기며 다투고 있었다. 아버지가 칼을 들고 덤비니 한쪽이 여우로 변해 악취[41] 나는 오줌을 뿌리고 달아났다.

그런가 하면 위의 부정적인 요녀에 대한 것이 아닌 인간 남성과 여우 여인이 애틋한 사랑을 나눈 신이담도 전해진다.

  • 아이도 낳고 잘 살던 부부가 개로 인해 부인의 정체가 여우임이 발각나 떠나게 된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인간 남편과 여우 부인은 다시 합치진 못해도 가끔 만남으로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일본영이기(日本霊異記)
  • 위와 비슷한 이야기로 어느 암여우가 한 남자에게 반해 여인이 되어 그와 부부의 연을 맺고 아들까지 얻게 된다. 그러나 아들이 3살 되던 해 선물받은 개로 인해 정체를 들켜 더이상 집에 머물 수 없었던 여우는 혼자 고향으로 돌아가 비구승이 된다. - 고와타기쓰네(木幡狐)
  •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한 여우가 어느 무사와의 하룻밤 사랑을 잊지 못해 무사 대신 목숨을 내놓게 된다. 그리고 무사는 7일마다 법화경 한 부를 절에 공양했고 그 덕에 여우는 극락왕생 한다. - 금석물어집(今昔物語集)
  • 어떤 남자가 우연히 하얀 여우 한 마리를 돕게 된다. 이 여우는 쿠즈노하라는 여인으로 화해 남자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은 뒤 정체를 밝히고 떠난다. 여우는 떠나기 전 강한 주술력을 아이에게 물려주는데 이 아이가 바로 일본의 전설적인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이다.

타마모노마에를 위시한 악녀형 여우들이 있는가 하면 그 구미호를 퇴치한 "아베노 야스나리"(혹은 그를 도와준 아베노 세이메이)의 혈통에 백여우 쿠즈노하의 피가 이어진 것에서 자비심과 사악함을 동시에 지녔다는 일본 여우의 특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 역시 토속종교의 명맥이 많이 남아있고 도교가 일본식 음양도로 번성한 영향으로 인간과 여우의 교류에 대해 꽤 유연한 모습들을 보인다.

3 구미호가 등장한 작품

3.1 드라마

3.2 영화

  • 천년호 (1969)[42][43]
  • 천년백랑 (1983)
  • 구미호 (1994)
  • 구미호 가족 (2006)[44]

3.3 애니메이션

4 구미호를 모티브로 한, 또는 구미호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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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캐릭터만을 빌리는 것이 아닌 전승 자체를 차용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요괴소년 호야(우시오와 토라)의 최종 보스 하쿠멘노모노도 바로 구미호이며, 위에서 말한 "중국에서 도망쳐와서 일본에 눌러앉았다." 는 전승도 요괴소년 호야의 중요 소재 중 하나이다.

또한 고스트 스위퍼에서는 "아베노 세이메이의 할머니가 되었다." 는 전승을 차용하여 구미호를 마족으로 바꾸고 전체 이야기의 키 포인트로 만들어 버렸다. 그 외에 타마모(한국명 수초)라는 다른 구미호도 나온다.

웹툰 트레저 헌터에서는 한 사이비 종교의 여인이 등장한다. 신도들은 대부분이 아줌마나 할머니라 불리는 평범한 이들이었는데, 가족은 그들을 집안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며 무시했다. 그러나 여인은 그들의 마음에 화답하고 소통하며 사랑을 보여주었으므로, 그들 스스로 굴복해 신도가 되었다. 여인은 "세상에 지쳐 주저앉은 모든 자들에게 계속 누워 있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조건도 한계도 없는 사랑을 나누어 주겠다."고 역설했지만, 듣던 이는 "쓰러진 자에게 다시 일어나서 걷자고 말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걷다 다시 실패하고 또 극복하고 다시 함께 나아가게 하는 게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 상처입은 자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누워 쉬라고 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기만이다. 제자리에 누워 사랑만을 받는 것은 죽은 자가 하는 짓이다."라고 반박했다. 여기서 여인의 정체가 밝혀진다. 신도들을 죽은 자로 만들어 믿음의 힘을 빨아먹는 구미호, 그것이 바로 그녀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옛날 고전소설이나 설화에선 거의 사악한 요괴나 악귀로 취급했지만 요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선 그저 인간으로 변해 주인공을 유혹하거나 또는 주인공에게 성희롱 당하는 개그 캐릭터 혹은 색기담당 캐릭터 내지는 정말 신화 속 요괴에 걸맞게 강력한 존재로 묘사하며 주인공을 돕거나 아내가 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서양에선 드래곤과 취급이 비슷하다 아니 요즘은 동양에서도 그렇다(...)

관련 클리셰로는 인간이 되고 싶어가 있다.
  1. 현대에 와서 이말년 서유기에 등장해 그래도 보스몹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였다.
  2.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여우 반려동물화 실험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 여우 항목에....사실 이 동물은 고양이보다 약간 더 큰 크기로 인간에겐 위협이 되지 못하는 소형 동물이다. 설치류가 주식이며 호기심이 많아 민가에 자주 접근해 인간을 관찰한다고 한다. 물론 가금류(닭)를 훔치고 포도밭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는데 이때의 행동들이 영악해서 교활함의 상징으로 꼽히는 동물이 되었다고. 영국 같이 여우가 많은 곳에선 이 동물이 사람을 별로 두려워 하지 않고 마을에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급격한 산업화 등으로 수가 줄었으며 한국에서 멸종한 이유로는 1)일제강점기 시절 해외 모피 열풍에 의한 남획. 2)1950년대 말 전국적인 쥐잡기 운동 때의 쥐약 살포-가 꼽힌다.
  3. 북송의 송태종 때 편찬된 설화집으로 역사서로서의 가치는 낮지만 각종 소설과 여러 시대의 문헌의 내용및 야담을 통한 시대적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해준다.
  4. 노승(혹은 젊은 사미승)으로 변한 여우란 점에서 고려 말기에 노호정(老狐精)으로 불리운 신돈(辛旽)이 생각나는 부분.
  5. 이 설화의 여우는 좋은 의미가 크겠지만 메타적으로 볼때 "기자(箕子)조선"은 현 사학계에서 허구로 보고 있으니 "속임수"를 잘 쓰는 여우의 상징으로도 읽힌단 점이 재미있다. 이런식의 단군신화 마이너 버전 중에는 곰이 아닌 호랑이가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6. "손"은 '악귀'나 '악신'을 의미한다. "손 없는 날"을 검색하면 뜨는 정보.
  7. 여우구슬의 연원은 흔히 이나 이무기가 가지고 있다는 "여의보주(여의주)"로 추정 되는 경우가 있는데 불교에서 마니주(摩尼珠)라고도 하며 가진자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의 구슬다툼설화에 나오는 "보배구슬"도 여의주의 하나다. 물론 여우구슬과 용의 여의주가 완전히 동일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이 여의주의 유래는 "척목(尺木)"이라고 하는데 당(唐) 시대의 설화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의하면 이 척목이 없으면 용은 하늘에 오를 수 없다고 한다. 척목은 공작 꼬리 무늬가 있는 보물(공작석?)로 박산(博山: 바다 가운데 있는 신선들의 산으로 이를 본따 만들어진 향로를 박산로(博山爐)라 한다. 백제금동대향로도 이런 박산향로 종류이다.)처럼 생겼다고도 한다. 또한 실제의 한해살이 식물로 "여우구슬"과 "여우주머니"라는 것이 있다. 한방에서 여우구슬은 눈을 밝게 해주는 약효가 있다고 한다.
  8. 이런 19금적 요소가 있는 또다른 구슬에 대한 자료로 음란한 구슬 면령이 있다. 역시 같은 블로그에 부와 행운을 안겨주는 구슬인 "정통주"와 "경주부"도 올라와 있다.
  9. 민속사전에 나온 문맥으로 해석한 부분인데 주어가 생략되어 약간 불확실한 점이 있다. 하지만 내용상 천문지리의 지식을 직접 전해줄 주체가 여우 외에는 없다....
  10. 안동 지방에서는 조목(趙穆). 전라남도 장성 지방의 박상의(朴象義). 전라북도 군산 지방에서는 권삼득(權三得). 충청남도 대덕 지방에서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충청북도 영동 지방에서는 도선(道詵). 강원도 영월 지방에서는 퇴계(退溪)이황(李滉). 경기도 양평 지방에서는 이식(李植). 그리고 격암유록으로 유명한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가 여우구슬 덕에 위인이 되었다는 지역설화가 전해진다. 여기에 묻어가는 전우치는 덤.
  11. 사람이 사람 간을 빼먹는 것이 도시전설이라곤 하지만 링크와 어린아이 간 빼먹기, 인육항목과 야마다 아사에몬이 만들어 판매했다는 사형수의 간, 뇌, 쓸개, 담즙으로 만든 아사에몬 환(浅右衛門丸)의 내용을 보면 이게 꼭 도시전설이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12. 대구, 명태에서 뽑아내는 생선간유는 비타민A와 D가 많아 지금도 약으로 쓰인다. 특히 넙치·돛돔·다랑어·가다랭이·고래류의 간에서 얻은 간유를 강간유?!라 하며 여기에는 상어의 스쿠알렌도 포함된다.
  13. 그리고 간은 "왼쪽"에서 생기며...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주석에서는 "기"(氣)가 왼쪽에서 발생해 오른쪽으로 내려와 간이 된다로 읽어야 한다 설명한다. 동양 한의학사에서 해부학에 대한 인식은 기원전 부터 있었으니 심장과 간을 헷갈려서 이렇게 쓴게 아니라는 뜻. 그리고 실제로 간에는 많은 혈액이 모여든다.
  14. 황달증세 관련은 서양의학과도 겹치는 의견. 그런데 눈을 조종하는 건 또 심장이라고 한다(...). 심장에 정신이 머무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 동의보감에서 은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이는 곳이자 혼백(魂魄)이 늘상 드나들며 신(神)과 기(氣)가 생겨나는 기관이다. "여우구슬"이 정기를 모아 에 일종의 투시력을 부여하고 여우가 생명력의 상징 을 탐하는 구석을 생각해보면 재미난 부분들. 오장과 오행의 대응은 이렇다. 목木=간. 화火=심장. 토土=비장(脾臟). 금金=폐. 수水=신장. 다른 장기인 쓸개, 위, 대장, 소장, 방광, 삼초(三焦 : 한의학에서만 말하는 기관으로 딱히 정설이 없는 부위.)는 "육부"로 나뉘며 뇌, 뼈, 맥, 담, 자궁, 골수는 기항지부(奇恒之腑)로 분류된다.
  15. 그럼 동양의학에서 ""는 무시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백회혈(百會穴)을 중요시 하는 도교의 영향을 받아 두뇌가 인체를 주관한다는 "뇌주설(腦主設)"이 심장을 인간의 근원으로 보는 한의학의 "심주설(心主設)"과 대립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머리의 둥근 모습은 하늘을 의미하며 여기에 "원신"(元神, 정신의 근본)이 깃들었다고 본다. 또한 동의보감은 도교 양생법 영향을 받아 머리의 "뇌"를 골수의 바다로 보았으며 머리(神)이 간직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봤다.
  16. 원래 이 내용이 실린 문화원형콘텐츠닷컴에는 제주의 구미호 이야기가 실려있었는데 어쩐일인지 경주의 너구리 이야기로 교체되었다.(...)
  17. 이 칼럼은 설화보다는 최근의 드라마에서 보이는 구미호에 대한 사설이지만 그 신분제에 대한 정서는 과거의 설화와 현대의 드라마가 공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8. 반면 구미호와 달리 인간들은 한국 고전 문학에서 홍길동전, 구운몽, 옥루몽같은 소설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성을 발전시킨다.
  19. 조상의 무덤, 또는 그것이 있는 산. 산을 가리킬 때는 일가의 뫼를 한데 쓴 산으로서 종산(宗山)·족산(族山)이라고도 하며, 그 위에 묘각(墓閣) 등이 세워져 있고, 공지(空地)는 자손들이 계장(繼葬)할 땅이 된다. -사전 발췌
  20. 창귀항목에 설명된 "아장살이(아총兒塚)"무덤으로 추정.
  21. 남성을 유혹해 정기를 빨거나 잡아먹고 환각을 주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가 유래인 라미아와 좀 비슷하다.
  22. 동양에서 명궁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최상급 영웅을 상징한다. 중국의 예(신화)와 한국 천지왕본풀이의 대별왕이 태양화살로 떨어뜨린 신화가 그렇고 고주몽을 비롯해 아시아의 많은 영웅들이 명궁의 자격을 갖췄다. 거타지 화살 한 방에 죽은 여우가 약한게 아니라는 뜻
  23. 3000년을 살았으니 19세기 일본 기담집에 등장한다는 공호(空狐)의 경지이다.
  24. 귀자모신, 길상천같은 불교 여신은 물론 천선낭랑서왕모 등의 도교 여선들도 일단은 선녀의 한 갈래에 속한다.
  25. 사전에 오른 명칭은 이물교구설화.
  26. 요괴가 주요인물의 어머니로 둔갑해 며느리를 학대한단 점에서 한국 고전영화 여곡성의 "월아 귀신"과 닮기도 했다. 물론 월아의 경우는 억울하게 살해되어 복수귀가 될만한 이유가 있었다.
  27. 헌데 이 천호에 대한 원문이 서진(西晋) 시대에 써진 "현중기"에는 없고 18세기 청 건륭(乾隆) 시대의 문인 "원매"가 지은 자불어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28. 무왕벌주평화는 원나라 때 간행된 "원간전상평화5종元刊全相平話五種"의 하나이다. 이 5종에는 "삼국지평화"도 있는데 시대에 나온 "삼국지연의"의 프로토타입. 봉신연도 명 때에 나왔다.
  29. 을 잘 벌게 해주는 부(富)의 신. 여기에는 본래 군신인 관운장도 포함된다.
  30. 일궁은 태양의 궁전, 월궁은 달의 궁전.
  31. 이러한 선호의 고충은 헌티드 스쿨시리즈의 창량이 토로한 바 있다.
  32. 이 전승은 당연히 유럽에서 화승총이 전래된 이후에 추가된 부분일듯.
  33. 동물들에 대한 이런 믿음은 범위가 넓게 퍼져있다. 거북이나 잉어는 용궁에서는 사람모습으로 산다거나 제비도 자신들의 나라에선 사람 행세를 한다는 믿음은 비단 중국만의 것은 아니었다.
  34. 천사도(天師道)의 창시자인 장릉(張陵)과 그 자손이라 칭하는 도교(道敎)의 유력한 일파인 정일교(正一敎)의 교주들을 말한다. 정일교는 원왕조(元王朝) 이후의 왕조에 의해 우대되어 남중국에 큰 세력을 갖고 있었다. 그 근거지는 강서성의 용호산(龍虎山)에 있고, 용호산의 도사들은 요괴, 악귀, 악호(惡狐)의 퇴치로 유명하다. 법관(法官)은 도교의 직분중 하나로 천둥신의 술법을 부린다.
  35. 동양의 과 서양의 루비에 무병장수와 부귀영화의 힘이 깃들었다는 식의 보석에 대한 믿음은 여러 문화권에 퍼져있다. 국내에도 출간된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El libro de los seres imaginarios, 1967)"에 나온 카벙클도 이런 보석류 크립티드. 그 유명한 현자의 돌도 붉은 보석으로 많이 알려졌으며 여의주나 여우구슬도 보석의 형태를 하고 있다.
  36. 아베노 야스나리 VS 구미호에서 토벌전을 그저 대규모 여우사냥에 가깝게 묘사한 것을 보면 일본 내의 구미호 관련 고전마다 전투의 스케일을 다르게 묘사한 듯.
  37. 여우가 아닌 두루미 덕에 발견되었다는 우레시노 온천이 있는데 이런 온천 유래담은 한국에도 온양온천, 도고온천, 등 여러 지역에 내려온다.
  38. 한국의 여우는 곶감을 먹으려다 사냥당하는 민담이 곶감항목 각주와 매구항목에 소개되어 있다. 실제로 곰, 늑대와 같은 개과의 여우는 단맛을 즐긴다고 한다. 웹툰 호랑이형님의 미호와 시호도 곶감을 먹는 모습이 한 번 나왔다.
  39. 이런 부분들은 승냥이와도 비슷하다. 옛날에는 분류학이 없었으니 늑대와 자칼, 승냥이와 여우를 많이 혼동했을 것이다. 결국 이 메이지 시대의 학설도 정확하다 볼 수는 없는 셈.
  40. 호오즈키의 냉철의 등장인물 '미키'가 이런 여우 요괴 '야칸'으로 등장한다. 등장인물에 보면 요괴문단에서 "구미호 달기"와 "야간 미키"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페이트 시리즈의 캐스여우는 아예 구미호와 야칸을 동일시하기 까지 한다.
  41. 여우는 항문선의 체취가 지독하기로 유명하다.
  42. 사실 매체 구미호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설의 고향이 사실상 원조 취급을 받는다.
  43. 2003년 리메이크작은 여우 호가 아닌 호수 호를 사용하며 여우가 등장하지 않는다. 신라 건국과정에서 박혁거세에게 제거당한 아우타라는 주술사의 원혼이 등장한다.
  44. 뮤지컬로 선보였다.
  45. 설정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구미호와는 다르게 요괴가 아닌 수호정령같은 존재이며, 꼬리 9개는 환영이 보이는 것이다.
  46. 구월령이 친부인 반인반수이다.
  47. 얘는 능글맞지도 차분하지도 않다. 전체 수명 514년중 500여 년을 동면으로 때워서
  48. 박선주는 완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때의 이름이다. 구미호가 본명이다.
  49. 도사에게 꼬리를 하나 빼앗겨서 현재는 팔미호(...)이다. 빼길이라는 이름도 빼기 일이라는 뜻.
  50. 국내판에서는 보라눈
  51. 몬스터 구미호가 변신한 모습이다.
  52. 다른 구미호들과 달리 남자라는 점이 특이하다.
  53. 겨울의 눈덮힌 산에서 유키나고와 만나 마음에 들은 것들은 유키나고에게 매료되어 그대로 눈보라 속에서 동사한다고 한다. 하는 짓은 완전히 설녀인데 생김새의 모티브는 일단 구미호쪽. 단 꼬리수가 좀 적긴 하다.
  54. 각성형 기준
  55.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소의 위장인 천엽과, 생간이라고 한다. 심지어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직접 먹기도 했다. 덕분에 구미호로 등극.
  56. 본래 신수가 될 몸이였지만, 태어난 별의 상태가 영 좋지 못해서 인간을 좋아하는 요괴가 되었다.
  57. 레나몬을 닮은 외모에 여자같은 말투를 쓰는지라 헷갈리기 쉽지만 남자다.
  58. 한국어로는 그냥 '구미'이디.
  59. 이미라 만화에 자주 나오는 구미호 캐릭터. 의외로 일반인에게 길러지기도 한다! (늘 푸른 나무)
  60. 이쪽도 미호이야기 처럼 남자 구미호인데, 정확히는 구미호의 격세유전이라서 완전한 구미호라고 하기에는 미묘.
  61. 미호이야기에 등장하는 구미호와 마찬가지로 남자다.
  62. 다만 아직 완전하게 성장하지 못한채라 오(五)미호이다.
  63. 아직 어려서 삼(三)미호이다.
  64. 이쪽은 뚱뚱해서 개 또는 돼지 등으로 오해받기 일쑤. 다만 여우는 개과 동물이긴 하다. 54권에서 메르세데스, 아타르, 팬텀과 함께 코메2트랙이였으나 보물섬 잡지에 연재되는 신들의 계보로 가버려서 지금은 등장하지 않음.
  65. 프로토 아크 상태 최종형 한정. 그 전엔 여러 마리의 다양한 패턴의 보스들이 연이어 나오고 분신도 쓴다. 마지막엔 기어이 합쳐지며 크고 아름다운 흰 구미호로 나타난다. 또한 하쿠멘이라는 이름 자체도 백면금모구미호에서 온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