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왕후(용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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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의 등장인물이자 히로인. 배우는 최명길.

1 개요

태종 이방원의 정비. 위화도 회군때 온 가족이 동북 면으로 피신하자 일이 잘못되면 비상을 준비해서 자결을 하려 했을 만큼 담대한 여걸이다. 이 때 시어머니인 한씨와 강씨는 놀랐으나 민씨가 의연하게 집안의 어른이 목숨을 내놓으시고 일을 도모하시는데 시아버님이 잘못되면 우리도 살아남지 못한다며 독려하였다.

조선 개국 후에도 일찌감치 남편의 야심에 동조하면서, 스스로는 상궁들과 내시들을 포섭하여 신덕왕후와 세자 이방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당연히 이방원이라면 질색을 하는 신덕왕후는 주도면밀하게 남편을 보좌하는 원경왕후가 눈엣가시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다. 오죽하면 원경왕후가 이성계가 좋아하는 약식을 만들어 가서 중궁전에 바쳤으나 신덕왕후는 싸온 약식에 독이 들어 있을 것이라며 가차 없이 내동댕이칠 정도. 1차 왕자의 난 때는 말까지 타고 정도전의 참수를 남편에게 종용하였고 2차 왕자의 난 때에도 남편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등 이방원의 가장 큰 참모 중 하나였다. 남편 대신 말을 타다가 목인해가 화살에 맞아 애꾸가 되고 남편의 백마가 집 앞으로 달려오자 눈물을 흘리며 내가 싸우다 죽을 것이라 하는 등 괄괄하고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왕비가 되고 태종의 여성 편력이 드러나자 후궁들과 알력을 행사하다 자신이 부리던 상궁들이 고문을 받고 쫓겨나고 권한이 크게 축소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외척 약화 정책이 시작되자 태종에게 끊임없이 반항한다. 태종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태종과 편전에서 입씨름도 하고, 태종이 민무구와 민무질을 국문하는 자리에서 형제를 고문하려 하자 절대로 안 된다며 차라리 나를 먼저 국문하고 죽이라고 윽박지르는 등 남편인 태종에게 맹렬히 맞선다. 결국 자신의 남동생 네 명이 모두 죽자 모든 걸 체념하며 조용히 지낸다. 그런 판에 셋째 아들 충녕이 왕위에 오른 뒤 태종이 며느리인 소헌왕후의 집안을 박살내면서 자신과 똑같은 불행을 겪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그 때문에 거의 파탄 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태종을 찾아가 따지지만 물론 허사였다.

결국 오랜만에 돌아온 양녕이 거지꼴이 된 걸 보고는 실신하여 쓰러지고, 어의로부터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그걸 들은 태종은 자신 때문이라며 오랫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죄책감을 보이고, 피접 나가 있는 도중에 태종이 병문안을 오자 남편과 화해하고 사망. 이 때 태종이 대비는 알아야 한다며 자신도 늘 외로웠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냉혹하고 빈틈없던 철혈군주도 결국 사랑받기를 원하는 한 사람의 인간임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그 후 태종은 그녀의 시신을 끌어안고 서럽게 울었다.

2 캐릭터 묘사

그야말로 여걸 그 자체인 캐릭터이다. 냉철한 성격에 두뇌가 비상한 여인으로 초반에 이방원이 신덕왕후와 정도전의 견제에 시달리던 잠저 시절 남편의 참모 역할을 하며 방원을 죽이려 드는 신덕왕후와 암투를 벌였고 독자적으로 세자빈 유씨 스캔들을 터뜨려 신덕왕후에게 커다란 정신적 타격을 입혔다. 방원의 가장 큰 후원자이기도 해서 두 아우들을 방원의 최측근으로 끌어들여 고려 말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정도전의 사병혁파에 대응해 사병들을 미리 내보내고 유사시에 불러 모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무기들을 은닉했다. 그리고 무인정사 때까지 숨 가쁜 정쟁 속에 남편인 이방원에게도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륜과 이숙번 같은 이방원의 주요 참모들 역시 원경왕후에게 감탄을 했을 정도.

동생들이 죽고 친정이 몰락하기 전까진 냉혹하기로는 방원보다 한술 더 떴던 사람으로 신덕왕후의 임종이 다가오자 옛정이 생각난 이방원은 문병을 가려 하였으나 원경왕후가 굳이 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차갑게 말하고 정종 내외에게 은근슬쩍 돌려 말하긴 하지만 왕위에 욕심내지 말라며 협박하기도 한다.

더하여 남편에 대한 독점욕과 질투심이 굉장히 강해서 남편이 다른 여자 가까이하는 걸 용납 못한다. 이것 때문에 태종과 끊임없이 언쟁을 벌였고 여차하면 태종이 가까이한 여인들을 고문하고, 태종의 자식을 죽이는 것도 불사했다. 효빈 김씨는 잠저 시절 수차례 본인과 아들의 목숨을 위협받았고, 선빈 안씨도 고문당할 뻔 했으며, 소인 노씨는 물고를 내는 걸 양녕이 말렸다.

그러나 그렇게 갈망했던 중전 자리에 오르면서 그녀 인생의 전성기도 끝나 버린다. 자신이 그렇게 아득바득 애써서 왕으로 만든 남편에 멸문당하는 친정을 구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남동생 4명을 모두 남편 손에 잃자 모든 걸 체념하고 아들들인 양녕, 효령, 충녕, 성녕 4형제만 바라보고 사는 박복한 여인이 된다. 그마저도 양녕대군은 엇나가면서 자신의 기대를 그르치고, 효령은 불교에 심취하여 산천을 떠돌고, 막내인 성녕대군은 병약한 몸으로 요절한데다, 충녕은 임금이 되었지만 외척을 경계한 태종이 며느리인 소헌왕후의 집안을 박살내면서 자신과 똑같은 불행을 겪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에 더욱 말년이 괴로웠다.

태종 이방원의 냉혹한 외척배격에서 비록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드라마내에서 보면 원경왕후 자신의 실책도 상당하다. 투기야 자꾸 바깥주인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문제는 그게 갓 건국해 왕권을 강화해가는 왕실에서 국왕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는 것. 게다가 태종에게 대고 쏟아내는 막말이나 행동의 수위 역시 어마어마해서, 태종이 이 여자가 자기 친정을 믿고 이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게 만들 정도. 또한 태종이 왕위에 오르는데 처가 민씨 가문의 공헌이 크다보니 매사에 대고 어찌 내게 이럴 수 있는가, 우리 가문과 내가 아니었다면 어찌 왕위에 오르셨겠는가. 어찌 자신을 이리도 무시하는가. 이런식의 발언을 수도 없이 내뱉는데 이런 태도 자체가 외척이라면 칼날을 세우고보는 태종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어그로에 가까웠다. 여기에 더해 또 한가지 실책은, 어머니로써 왕자들을 앉혀놓고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의 신세 한탄에 그치지 않고 국왕이자 아버지인 태종을 줄기차게 까대고 비난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꺼냈다간 불충죄, 역적으로 몰릴만한 말들도 아무렇지 않게 왕자들에게 쏟아내는데 이건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 심지어 태종과 엄청난 불화를 일으켰고 외가인 민씨 일족과 매우 가까웠던 양녕조차 '어머니도 똑같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

3 기타

훗날 같은 배우인 최명길이 다시 한 번 맡은 대왕 세종의 원경왕후와는 차이가 있는데, 대왕 세종에서의 원경왕후는 세종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강조했고 왠지 모르게 민무구, 민무질의 죽음으로 이미 힘을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단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오히려 숨을 죽이고 조용히 지내게 되는 것은 세종이 즉위하고 대비가 된 후부터.

여담으로 용의 눈물 당시 이방원과 거칠게 말다툼을 하던 장면을 찍을 때 최명길은 만삭이었음에도 땅을 기거나 상을 뒤엎는 거친 몸짓 연기까지 소화했다. 이방원을 연기한 유동근은 엄청 무서웠다고 엄살을 부렸을 정도.

2001년 같은 방송사에서 만든 사극 명성황후에서도 유동근과의 악연(?)을 이어 나갔다. 유동근은 흥선 대원군으로, 최명길은 명성황후로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