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펨바 효과

1 개요

뜨거운 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어는 현상.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엄연히 관측되는 현상이며, 동시에 오래도록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물리학의 난제 중 하나이다. 겨울날 지붕같은 곳에 눈이 얼었다고 뜨거운 물 끼얹어서 없애려고 했다간 이 효과 때문에... 가끔 군 복무중 제설 작업에서 그런 짓을 하는 부대도 있다. 망했어요

당연히 모든 조건에서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어는 것은 아니며, 그릇 모양이나 불순물의 유무 등 각종 변수에 따라서 이 효과가 관측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덕분에 실험을 하더라도 효과를 재현하기가 일단 쉽지 않은 것도 하나의 난점인데, 일단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섭씨 35도와 5도의 물을 각각 비교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모양. 또한 음펨바 효과를 엄밀하게 정의하려면 "언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1]를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일견 쉬워 보이는 과학 문제가 그렇듯이, 파고들자면 전혀 쉬운 문제가 아니다(...)

2 역사와 발견

음펨바 효과라는 현상 자체는 상당히 옛날부터 알려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 안 끼는 데가 없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현상을 "어떤 성질이 그 상반되는 성질을 더욱 강하게 하는" 안티페리스타시스(antiperistasis)라는 법칙의 예로 보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과학 이론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 역시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설명. 근대에 들어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이나 르네 데카르트 등이 이 현상을 기록한 바 있지만, 역시 적절한 설명은 내놓지 못했다.

이렇게 잠깐잠깐 언급되다가 잊히기를 반복하던 현상을 현대 물리학의 난제로 되살려 놓은 사람이 탄자니아의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Mpemba). 음펨바는 1963년 중학교 요리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덜 식은 채로 냉장고에 집어넣은 아이스크림이 식혀서 집어넣은 것보다 더 빨리 어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게 된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한 음펨바는 학교에 강연을 온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Dr. Denis G. Osborne)에게 질문을 하는데, 교사와 친구들은 비웃었지만 오스본은 이를 직접 실험해 보고 1969년에 음펨바와 함께 논문을 발표한다! [2]

3 원인

음펨바의 발견 이후 음펨바 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했지만, 오래도록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어린이용 과학책 등에는 으레 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3]이라는 식으로 쉽게 설명하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였으면 애초에 난제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설명들이 제기되어 왔다.

  • 뜨거운 물은 대류현상이 더욱 활발해, 물 안쪽까지 고르게 냉각이 시작되게 만든다.
  • 차가운 물 표면에는 서리가 끼어 단열 효과를 일으킨다.
  • 차가운 물은 과냉각[4] 현상을 더욱 쉽게 일으킨다.
  • 녹아 있는 이온의 영향
  • 뜨거운 물이 담긴 용기 표면에는 서리가 잘 끼지 않아, 냉기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 차가운 물에는 기체가 더욱 잘 녹는데, 이 때문에 대류의 경향이 바뀐다.
  • 물 분자의 수소결합과 공유결합에 관련된 설명.

2012년 영국 왕립학회에서는 이 음펨바 효과를 설명하는 논문 경연대회를 열고 1000파운드의 상금을 걸었는데물리학의 난제라면서 180만원 밖에 안된다. 쪼잔한 영국 여기서는 과냉각과 대류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한 니콜라 브레고비치(Nikola Bregović)가 우승했지만 정확한 입증이 된 것은 아니었다.

#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의 순장칭 교수와 장시 박사팀은 2013년 11월 발표한 논문에서, 저온에서는 물 분자들 사이의 수소결합이 척력을 발생하여 이로 인해 물 분자 내에서 산소 원자-수소 원자의 공유결합은 길어지면서 에너지를 축적하지만 고온에서는 물 분자들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수소결합은 길어지고 산소원자와 수소원자 사이의 공유결합 길이는 짧아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뜨거운 물은 축적된 에너지 양이 많아 냉각시 더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각각의 물 초기 온도를 다르게 한 뒤 냉각시 에너지 방출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음펨바 효과를 입증했다. 순장칭 교수는 "물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과 그 (에너지방출)비율은 본질적으로 각각의 물이 지닌 초기 에너지 상태(온도에 따른 분자 간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1. 섭씨 0도에 도달한다는 것인지, 얼음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물 전체가 고체로 얼어붙는다는 것인지
  2. 이후 음펨바는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의 아프리카 삼림 및 야생 동물 위원회에서 일하게 된다.
  3. 때로는 여기에 "물이 증발하며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쉽게 어는 것"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4. 어는점 아래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 상태에서 충격을 받으면 즉시 냉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