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히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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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아, 만 같이 있어주면...

영화 아가씨의 등장인물. 배우김민희.

1 소개

25세.[1]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일본 귀족 아가씨. 어머니는 히데코를 낳을 때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아버지 또한 그녀가 어렸을 때 사망하였기 때문에 이모와 결혼한 친일파 조선인 이모부를 따라 5살에 조선으로 건너왔다. 후견인인 이모부 코우즈키의 명령에 따라 하루의 일과라고는 저택 근처 뒷동산에 산책가거나 매일 서재에서 이모부가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낭독회에서 낭독할 책을 읽으며 연습하는 것이 전부인, 마치 새장 안에 갇힌 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여인.

빼어난 미모에다 본인 소유의 막대한 재산[2]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맹하고 남자라곤 모르는 순진한 구석이 있는 얌전하고 조신한 아가씨. 어렸을 때 어머니처럼 대해주던 이모가 벚꽃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한 트라우마가 있고, 때문에 신경 쇠약으로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

2 극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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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부에서

새로운 직속 하녀인 숙희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숙희에게 자신의 신발을 건네주고, 어머니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도 매초롬하냐고 물어보는 등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숙희에게 퍽 살갑게 대하면서 경계심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빠른 속도로 친밀해진다. 또한 미술 수업을 빙자해 방문한 백작이 못내 마음에 들었는지 이것저것 신경쓰기도 하고 백작의 치근거림에 수줍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숙희에게 묘한 감정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이는데, '아가씨 놀이'를 하면서 서로 옷을 입히고 벗기고 하는 통에 미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욕조 안에서 자신의 이를 갈아주는 숙희를 성적 긴장감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는 등[3] 좀 더 숙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다.

이후 백작에게 청혼받았다며 첫날밤에 남자가 바라는 게 뭐냐고 물으면서 숙희에게서 첫날밤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가르침[4]을 받으면서 숙희와 더욱 가까워지게 되고, 내심 백작의 청혼에 대해 미묘한 반응을 보이던 그녀는 숙희의 백작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말에 상처받은 듯한 반응을 보이더니 이내 백작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이모부가 함경도로 간 사이 백작, 숙희와 함께 일본으로 달아나 한 에서 백작과 결혼을 하고 그 곳에서 은신하게 된다. 그러나 재산을 현금으로 바꾼다는 백작은 일주일이 넘도록 은신처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그녀는 이모부의 손길이 자신을 뒤쫓을까봐 두려운 나머지 조금씩 미쳐간다. 그러다 얼마 후 재산을 현찰로 바꾼 백작이 다시 모습을 보이고, 가벼운 검사 몇 개를 받는다며 숙희와 함께 백작을 따른 어떤 정신병원에서 그녀는 그동안 보여줬던 순진했던 태도를 싹 거둬들이고는 뻔뻔하게 하녀 연기를 하면서 자신의 하녀인 숙희를 그대로 정신병원에 쳐 넣어버린다.

2.2 1부 이후

사실 모든 일은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으며, 그녀는 백작과 모의를 함으로써 자신을 등쳐먹고 정신병원에 쳐넣으려던 숙희를 오히려 역으로 정신병원에 넣을 계획이었다. 숙희가 저택에 오기 전, 이모부의 그늘로부터 자유를 갈망하여 백작과 거래를 한 그녀는 남숙희가 되어서 새 인생을 얻고 진짜 숙희는 백작과 결혼한 후지와라 히데코로 둔갑시켜 정신병원으로 보낼 작정이었던 것. 이때까지 보였던 순진하고 맹한 면모는 결국 다 연기였으며 실제 그녀는 냉정하고 머리 회전이 빠르며, 치밀하고 야무진 성격이었다.[5]

허나 그토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면서까지 숙희를 등쳐먹으려 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는데, 실은 어렸을 때부터 이모부에 의해 음서를 낭독하도록 강요받고, 자칭 신사들이라는 변태들 앞에서 낭독극을 펼치며 성적 학대를 받아왔던 것. 심지어는 목각인형을 통해 음서에 나오는 체위까지 모두의 앞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유일하게 자신을 보살펴주던 이모 역시 이모부에 의해 낭독회를 강요받다 점차 미쳐갔고, 종국에는 자살까지 한 것이 그녀에겐 깊은 트라우마가 되었다.[6]

때문에 그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백작과 거래를 하였고, 숙희를 맞이했던 것이었지만 이내 계획에 생각지도 못 한 차질이 생기게 되는데, 히데코 자신이 숙희에게 마음이 점점 끌리게 된 것이다. 비록 가짜 하녀이긴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보살펴주고 위해주는 숙희에게서 처음으로 타인으로부터 받는 정을 느끼게 되었고[7], 숙희를 향한 묘한 감정들을 자신도 모르게 은근슬쩍 표현하게 된다. 속여야 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되버린 것이다.

또한 숙희를 사랑하게 되면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성적인 욕망에도 눈을 뜨게 되고,[8] 분위기에 휩쓸려 숙희와 잠자리까지 가지게 된다.[9] 숙희와 정을 통한 이후에는 완전히 맘을 열고 숙희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확실하게 자각해서, 백작에게 계획을 관두고 싶다고 말을 하거나 숙희에게 (성적으로 학대받는 이런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너만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고백까지 하게되지만 자신이 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그 순간까지도 저에게 거짓말을 하려는 숙희에게서 상처와 배신감을 느끼고 그대로 자살하려 한다.[10] 그러나 정말 목을 매달기 직전에 나타난 숙희가 울며불며 고해성사를 한 덕분에 결국 히데코 자신도 모든 계획을 털어놓게 되고 이때부터 숙희와는 본격적인 연인관계이자 협력관계가 된다. 또한 저택을 도망치기 직전 숙희에게 자신의 치부, 가장 보이고 싶지 않았던 곳인 이모부의 서재를 보여주면서 자신이 이때까지 어떠한 학대를 받아왔는지 다 보여주는데, 여기서 그동안 분노하고 싶어도 두려움에 분노할 수조차 없었던 자신 대신에 크게 분노한 숙희가 서재에 있던 책을 모조리 찢고 이모부가 말했던 무지의 경계선인 뱀[11] 모형을 부숴버리자 그 모습을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던 그녀는 숙희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라고 칭하며 영화의 최고 명대사를 독백한다.

이후 저택을 도망쳐나와 최종적으로는 백작을 등쳐먹기 위해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척 백작과 위장결혼을 하지만, 계획의 진척이 느려지면서 일이 틀어질까봐 미칠 듯이 불안해하고,[12][13] 숙희를 어쩔 수 없이 정신병원에 넣는 등 마냥 순탄치만은 않은 행보를 보였지만 백작을 유혹해 아편을 먹여[14] 잠재운 다음 백작에게서 유유히 탈출하고, 정신병원에서 빠져나온 숙희와도 재회하면서 계획을 성사시키기에 이른다. 이후 자신을 쫓을 이모부의 손길로부터 숙희와 도망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고판돌로 위장하고 원래 블라디보스톡 행이었던 배편을 상하이 행으로 바꿔 숙희와 상하이로 떠나면서 그토록 고통스럽던 학대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고, 사랑하는 연인까지 함께하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엔딩 크레딧에서 달이 차올랐다가 사라졌다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상하이로 떠나고 난 이후에 어떻게 살아갔을까, 혹시나 싸우지는 않았을까 하면서 상상하게끔 하기 위한 감독의 장치인데,[15] 제작진이 히데코와 숙희를 두고 '평생의 연인', '임자들끼리 만난 것' 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둘은 떠난 이후에 비록 가끔은 다투거나 했을지언정 쭉 행복하게 잘 지낸 듯하다.

3 기타

  • 한 사람을 향한 일편단심, 빼어난 미모, 막대한 재산, 영리한 두뇌, 처연한 사연까지 그야말로 눈이 갈만한 요소는 모조리 집어넣은 박찬욱로맨스 소설[16]의 주인공에 걸맞는 캐릭터. 여러모로 감정이입하기 좋은 캐릭터로, 실제로 영화 개봉 이후 히데코를 앓는 덕후들이 많이 생겨났으며, 히데코 역을 연기한 김민희는 17년 연기 인생에서 가히 정점에 달했다고 말할 인기를 누리며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또한 영화 내용이 불호에 가까운 사람들도 캐릭터성만은 인정한다는 평이 많은 것으로 보아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은 확실한 듯.
  • 원작인 소설 핑거스미스에서의 대입 인물은 '모드 릴리'. 남숙희와는 달리 원작의 인물에서 이름을 따오진 않은 모양이다. 히데코의 이름은 일본 배우 다카미네 히데코에게서 따왔다. 나루세 미키오 팬이였던 박찬욱 감독이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 캐릭터'라는 공통점 때문에 붙였다고.
  • 숙희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이 은근히 보여진다. 대표적인 것이 첫 베드씬에서 키스를 가르쳐주는 숙희에게 어디서 배웠냐고 은근슬쩍 추궁하는 것이나, 두 번째 베드씬에서 자길 안 버리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냐는 부분.
  • 독서와 낭독을 수없이 많이 했던 히데코는 작 중에서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을 인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이런 부분들은 히데코의 냉소적인 성격을 부각시켜 줌과 동시에 어느 정도 남에게 의존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4 명대사

어림없는 소리. 난 뉘하고도 결혼 안 해요.
얘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쿵쾅거리면서 제가 화났다는 걸 표시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한숨쉬고. 백작하고 마주칠 때마다 숙희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이 싫어요.'

숙희야, 내가 걱정돼? 난 네가 걱정돼.
겨울이면 훔친 가죽 지갑들을 엮어 외투를 만들었다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 저 자신도 도둑, 소매치기, 사기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1. 시나리오 상의 나이이다.
  2. 백작의 말에 따르면, 히데코의 재산은 현금 150만원에 국채 30만원. 현대의 가치로 따지자면 200억은 가뿐하게 넘는 액수이다.
  3. 원작에서도 존재했던 유명한 이 갈아주는 장면. 영화의 명장면이기도 하다.
  4. 처음엔 단순한 입맞춤이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조금(이라기에는 너무 많이) 더 멀리갔다.
  5. 새 하녀를 저택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전에 있던 하녀인 준코는 백작을 이용해 추문을 만들어 쥐도새도 모르게 쫓아내버리기도 하고, 처음 저택에 온 숙희의 신발을 다른 하녀들이 숨기자 하녀들의 텃세에 숙희가 질려서 행여나 도망칠까봐 몰래 하녀들을 불러모아 뺨을 갈기며 겁을 주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걸 방지하려 했다.
  6. 여기서 이모가 자살이 아니라는 암시가 나오는데, 어린 히데코가 코우즈키에게 '목매달아 죽은 사람의 시신은 혀를 길게 빼물고 괄약근이 풀려 용변이 흘러나온 채로 죽어있다고 나와있었는데 이모는 왜 목 매달고 죽었어도 혀도 나와있지 않고 아랫도리도 깨끗했냐'라고 묻자 코우즈키는 대답 대신 히데코를 자신의 지하실로 데려가서 자신이 이모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도록 만들어 준다. 사실 히데코의 트라우마와 마음 속 깊이 박힌 두려움은 이 지하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7.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어버린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숙희를 바라보며 난생 처음 동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이 씬 이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히데코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장면은 숙희에게서 느낀 따뜻함, 위로에 대한 고마움,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대한 낯설음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8. 숙희가 저택에 오기 전에는 음서를 낭독하면서도 표정변화 하나없던 히데코가 숙희를 만나고 난 후에는 여자와 여자의 성행위가 쓰여진 음서를 낭독하면서 그 행위에 숙희와 저를 대입하면서 처음으로 홍조를 띄우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9. 그런데 이 부분이 분위기에 휩쓸린 것만이 아닌 것 같은 게, 히데코의 행동을 하나하나 보고 있으면 일부러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명 오죠사마의 빅픽쳐이자 양같은 숙희를 잡아먹으려는 늑대같은 아가씨의개수작(...).
  10.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때 히데코가 독백한 이 대사는 믿고 의지할 사람 하나 없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믿고 사랑할 사람을 겨우 찾았음에도 그 기대감이 배신당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허탈감과 절망감을 잘 나타내주는 대목.
  11. 남성의 억압을 상징하는 의미이자 코우즈키를 상징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12. 20년 가까이 살던 저택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밖으로 나왔고, 언제라도 이모부가 쫓아올까봐 두려운데 숙희는 곧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 와중에 백작은 료칸 주인을 시켜서 숙희와 저를 감시까지 하고 있으니 가뜩이나 애정결핍인 히데코의 입장에서는 숙희에게 마음껏 사랑을 받을 수도, 그렇다고 자신이 표현할 수도 없었으니 미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
  13. 이러한 상황에서 백작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히데코가 문틈으로 숙희에게 몰래 퍼부은 격렬한 입맞춤은 이러한 불안한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14. 히데코의 영리함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자신의 어설픈 연기로 인해 백작이 유혹을 거절하려 하자 백작이 좋아하는 '채찍은 말한다' 의 등장인물인 '공작부인 줄리에트'의 대사를 읊어 백작을 흥분시키는 재치를 보여준다.
  15. 구름이나 다른 방해물이 없는 휘영청 밝은 깨끗한 보름달은 히데코와 숙희의 관계가 완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 때문에 작 중 내내 수 많은 형태의 달이 나온다.
  16. 아가씨를 두고 각종 커뮤니티에선 '박찬욱식 로맨틱 코미디' 혹은 '박찬욱식 로맨스 소설' 이라는 평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