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노첸티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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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좀 하나?!“ / “옛, 나리!“- 1972년 광고 중

1 개요

이노센티 미니(Innocenti Mini)이탈리아오토바이 회사였던 인노첸티가 영국의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BMC)으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한 미니 차량의 명칭이자, 1974년부터 같은 차종에 새 차체를 씌워 1993년까지 생산한 경차이다.

2 1965~1975년식


사진은 인노첸티 미니 쿠퍼 1300

본래 인노첸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람브레타(Lambretta) 스쿠터 사업으로 돈을 벌었으나, 1960년대부터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지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오토바이의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업종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인노첸티는 1961년에 BMC로부터 오스틴 A40을 라이센스 생산하는 것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으며, 1965년 11월부터는 미니를 라이센스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850 트림을 판매하다가 점차 1001, 쿠퍼와 1300 쿠퍼, 그리고 인노첸티 버전 미니 유일의 기타 라인업인 T 에스테이트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시켰으며, 원판 대비 인테리어 내장재와 옵션을 고급화한 덕분에 몇몇 국가에서는 영국산 미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모았다. 1975년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3 1974~1993년식

사진은 초기형 인노첸티 미니 90

BMC에서 가져온 미니BMC ADO16 등이 성공함에 따라, 인노첸티에서는 미니를 기반으로 하는 자신들만의 차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때 누치오 베르토네(Nuccio Bertone:1914~1997)가 운영하던 베르토네(Gruppo Bertone)에 차체 디자인을 의뢰했으며, 베르토네에서는 기존의 미니와는 완전히 다른 '쐐기형'의 현대적인 디자인을 제시했다. 또한 현대적인 해치게이트와 접이식 시트도 같이 제공되어 완전한 해치백으로 만들어졌다.[1]

1974년에 공개된 이 차는 외모상으로는 완전히 다른 차였고, 그동안 인노첸티가 만들던 차들이 그랬듯 영국 본토에서 만드는 차들보다 구성도 고급스러웠지만 미니에서 쓰던 998cc 43마력과 1275cc 63마력짜리 A-시리즈 엔진 및 "러버콘(Rubber Cone)" 고무 서스펜션이 그대로 적용되었고, 때문에 뛰어난 핸들링과 덜컹거리는 승차감을 보여주는 등 차량의 특성 역시 미니와 비슷했다. 심지어 미니를 인노첸티에 제공하던 브리티시 레일랜드 역시 미니를 이 차로 대신하려고 했지만 1974년 12월에 브리티시 레일랜드가 파산하면서 무산되었다. 이후 인노첸티는 1976년 5월에 드토마소의 창립자 겸 회장인 알레한드로 드 토마소(Alejandro de Tomaso)가 운영하던 슈퍼카 업체인 드 토마소(De Tomaso)로 팔려나갔다.

이노센티의 주인이 바뀌는 동시에 회사명도 Nuova Innocenti(즉, "뉴 이노센티")로 변경되었지만, 브리티시 레일랜드는 아직 인노첸티의 지분 5%를 가지고 있었으며 라인업도 계속 유지되었다. 한편 드 토마소에서는 인노첸티 미니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했으며, 고성능 버전인 "인노첸티 드 토마소"가 1976년에 토리노에서 공개된 뒤 1977년 초부터 판매되었다. 드토마소 버전은 기존의 미니 90과 120에 적용되었던 크롬장식을 빼고 그 자리에 플라스틱 범퍼와 몰딩을 덧붙였으며, 알로이휠과 이를 위해 넓어진 휠아치, 후드 스쿠프(흡기구), 범퍼와 통합된 안개등을 갖추어 스포티함을 과시하는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엔진 출력은 71마력으로 시작했으며, 1978년에 74마력으로 성능이 소폭 개선되었다.

1980년에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이노센티 미니 밀레(Mini Mille)라는 이름 하에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되었으며, 기존의 미니 120에 플라스틱 범퍼와 몰딩이 적용되어 전장이 5cm 가량 늘어났고, 범퍼 디자인의 변경과 함께 헤드렘프와 후미등의 디자인도 일부 변경되었다. 저배기량 트림이였던 미니 90은 큰 변화없이 1981년에 90LS II가 이듬해에는 90SL이 라인업에 추가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1982년, 브리티시 레일랜드가 인노첸티로부터 손을 때면서 기술적 지원과 수출시장 지원이 끊어졌고, 인노첸티와 드 토마소에서는 그전까지 만들었던 재고를 처리하면서 여러가지 엔진들을 시험해보다가 일본경차 전문업체 다이하츠(Daihatsu)의 3기통 엔진과 부품들을 장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1984년식 인노첸티 미니트레 SE

1982년 4월, 다이하츠 샤레이드(Charade)의 993cc 52마력 엔진과 독립식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그리고 리프 서스펜션이 장착된 "Tre Cilinere(3기통)", 줄여서 Minitre(미니트레)를 출시했다. 외관상으로는 벳지와 앞범퍼에 추가된 스포일러 외에는 밀레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다이하츠가 5단 수동변속기에 토크 컨버터와 유성 기어를 장착한 다이매틱(Daimatic)2단 반자동변속기를 미니매틱(Minimatic)이라는 이름 하에 옵션으로 제공했다. 한편, 기존 모델의 재고처리가 계속되면서 판매량은 1981년에 23,187대였던 것이 다음 해에는 21,646대, 재고를 다 떨어낸 1983년까지 13,688대로 감소했는데, 1984년부터는 다이하츠 엔진의 높은 신뢰성과 인노첸티와 드토마소의 재개 노력 덕분에 판매량이 다시 증가했다. 그리고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라는 제한된 곳에서나마 수출도 다시 재개되었으며 독일에서는 다이하츠의 독일 수입처에서 인노첸티의 차를 1983년부터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다. 한편, 다이하츠 엔진은 영국에서 가져왔던 이전의 A-시리즈 엔진보다 비싼 값을 치렀는데, 알레한드로 드 토마소 회장에 의하면 비싸진 엔진 값은 보증수리 요구가 감소하면서 어느 정도 충당되었다고 하며 다이하쓰 엔진의 품질이 훨씬 좋았기때문에 보증수리 수가 무려 70%나 감소했다고 한다. 그 대신 품질 항상으로 줄어든 보증수리 수가 서서히 줄어드는 판매량과 엮이면서 인노첸티의 서비스망이 과잉고용 상태에 빠지는 문제가 새로 발생했다.

1983년 12월에 공개되어 1984년 1월에 판매가 시작된 인노첸티 드 토마소의 업데이트 버전은 "드 토마소 터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72마력을 내는 2밸브식 엔진을 얹고 새로운 범퍼 디자인과 스커트, 새로 변경된 알로이휠을 위해 또 변경된 펜더 디자인, 가죽 스티어링이 같이 적용되었다. 처음에는 드토마소가 직접 설계한 기존의 자연흡기식 엔진에다가 IHI제 터보를 장착했는데, 1984년 중반쯤에는 드토마소 버전도 다이하츠의 엔진을 받아들였고, 이 엔진에는 휠씬 작은 터보차져가 장착되었는데 터보 바가 0.37에서 0.5로 증가하였으며 최고출력을 내는 RPM수도 6200rpm에서 5700rpm으로 낮아져 엔진 회전수가 낮은 구간에서의 견인력도 개선되었다. 1988년 7월에는 엔진 업데이트(CB61) 때는 이전의 빨간색 엔진 캐스팅을 회색으로 바꾸었다. 1984년~1987년에는 Incacars라는 회사에 의해 캐나다 수출도 이루어졌다. 캐나다 사양은 스위스 사양의 그것과 같은 카뷰레터 구조의 68마력짜리 CB60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캐나다 규정에 맞추어 직사각형 반사등이 장착되었는데, 당시 이탈리아 차가 가지고 있었던 심각한 품질문제 관련 우려로 판매량이 첫해의 2000대에서 1986년의 반년 동안의 고작 196대로 추락하는 대참사를 겪어야만 했다. 여담으로 인노첸티 드 토마소 터보는 스티어링과 가벼운 중량, 외모가 장점으로 평가되었던 반면 운전 자세와 편의성, 언더브레이킹 등이 단점으로 지목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줄어드는 판매량을 만회하기 위해, 드토마소에서는 인노첸티 미니의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하기 시작했으며, 그 시발점이 된 것이 1984년 4월에 공개된 디젤 버전이였다. 디젤 버전인 '미니디젤(Minidiesel)'은 외관상으론 기존의 미니트레와 별 다를것이 없었지만 당시에는 가장 작은 승용차용 디젤엔진인 동시에, 자연흡기식 디젤 중에서 가장 성능이 좋았던 차로 평가되었다. 엔진 성능과 작은 덩치가 결합되면서 디젤차치고는 달리기 성능이 출중했고, 당시에는 실질적인 경쟁차종이 없다시피했던 덕분에 출시 후에는 휘발유 버전의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예상하고 있었던 전체 판매량의 20%를 뛰어넘는 약 30%(1984년 판매량은 약 2만대)를 기록했다.

또한 'Minidue(2기통)'로 알려진 새로운 저배기량 버전의 프로젝트도 진행되었는데, 당시 드토마소가 소유한 모토구찌(Moto Gucci) 모터사이클의 650cc짜리 V Twin(V2)형 엔진을 개량해서 장착할 것으로 예측했고 실제로 그런 시험차들도 일부 돌아다녔지만, 오토바이 엔진을 승용차에 맞게 손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다이하츠 큐오레(Cuore, 다이하츠 미라의 전신)의 616cc 엔진을 대신 도입해 650을 만들었다.인노첸티 650은 기본형과 SE의 2개 트림으로 구성되었는데, 2개 트림은 모두 비대칭형 은색 그릴과 후미등 중앙의 반사등을 대체하는 검은색 플라스틱 부품이 장착되었으며 SE 트림에는 전용 허브캡이 장착되었다. 인테리어 역시 대시보드 수납장 뚜껑을 제거하는 등의 조치로 인해 많이 소박했으며, 위에서 말한 612cc 다이하츠 엔진은 겨우 31마력밖에 안되는 '약골' 수준의 최고출력을 지녔지만, 쇼트 스트로크로 설계되었고 이중 밸런스축을 갖춘 덕분에 엔진이 부드럽게 작동했다.


사진은 인노첸티 990 매틱(Matic) SE. 더 경사진 앞창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상급 라인업으로는, 휠베이스를 16cm 연장한 인노첸티 990을 1986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하였다. 인노첸티 990은 커진 차체에 맞추어 기존 모델들보다 안락함을 추구하고자 했는데 트렁크 용량이 기존의 280리터에서 296리터로 살짝 늘어났으며, 이전보다 훨씬 유용한 뒷좌석이 적용되었다. 스타일링상으로는 A필러를 뒤로 눕히면서 쪽창을 제거하고 백미러를 휠씬 앞으로 빼낸 동시에 휠씬 큰 범퍼와 새로운 디자인의 그릴이 적용되었고, 뒤에 장착되는 번호판의 위치 역시 뒷범퍼에서 후미등 사이로 올라갔다. SL과 SE의 2개 트림이 준비되었고, 휘발유나 디젤 1리터 엔진을 고를 수 있었으며, 여전히 뒷좌석에 어른 둘이 타기도 어려웠는데도 '5인승'으로 분류되었다. 한편, 프랑스에서 기존의 미니트레 디젤 기반의 Minidiesel Société를 판매한 경력을 바탕으로, 상용차 라인업인 ​990C(Commerciale)을 휘발유와 디젤 양쪽으로 준비했는데, 이미 3미터 초반급의 작은 덩치와 10년이 넘은 낙후한 설계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화물칸 용량은 작을 수밖에 없었다. 1987년 7월에는 990 트림을 밀어주기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드토마소 버전을 제외한 모든 1리터 트림을 단종시켰다.

한편, 인노첸티는 650의 성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저배기량 라인업을 투입했다. 다이하츠가 기존의 612cc 2기통 엔진을 단종시키자 훨씬 작은 550cc 엔진을 가져다가 장착한 미니 550을 1987년 12월에 공개했다. 1988년 1월에 L과 LS 트림으로 출시된 이 차는 990에서 적용된 프론트와 계기판 디자인이 이식되었고, 뒤에 장착되는 번호판도 후미등 사이로 이동하였으며 500LS에는 분할식 뒷좌석이 적용되었다. 이전의 650처럼 550cc 엔진 역시 '고작' 31마력에 최고시속 116km/h라는 빈약한 성능을 보여준 한편, 프랑스에서는 저렴한 자동차세를 이유로 나름대로의 인기를 구사할 수 있었다. 당시 프랑스에서도 이 차의 실질적인 경쟁차는 기껏해야 오래된 구성의 뒷바퀴굴림 소형차인 피아트 126 정도였다고.


사진은 인노첸티 스몰 550

그리고 1990년. 드 토마소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피아트가 인노첸티를 인수했다. 피아트에서는 디젤과 반자동, 터보 드토마소를 모두 단종시킨 뒤 이름도 스몰(Small)로 개명했다.[2] 1990년 11월에는 페이스리프트가 이루어졌고, 500의 엔진이 1990년 3월 일본 경차규정 변화에 맞추어 659cc 엔진으로 대체되었는데 연료효율도 개선되었고 같은 출력으로도 최고시속이 120km/h로 빨라졌다. 1992년에는 (비록 성능은 떨어졌지만)연료분사 엔진을 라인업에 추가했고 , 1991년 7월에 990을 기반으로 캔버스탑 옵션과 의류업체인 미쏘니(Missoni)에서 디자인한 알칸타라 인테리어, 투톤 루프가 적용된 "Serie Speciale"라는 고급형 트림을 제공했으며, 1993년에는 990의 차체와 500의 엔진을 결한한 스몰 500SE를 출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출시 19년만인 1993년 3월 31일에 단종되었으며, 남은 재고는 1994년까지 판매되었다. 그 이후, 인노첸티에서는 브라질에서 생산된 피아트 우노 2종[3]다이하츠 하이젯[4]을 1997년까지 판매한 뒤 폐쇄되었다.

여담으로 오스틴 스프라이트를 현지화한 인노첸티 스파이더에 이어 등장한 인노첸티의 몇 안되는 고유모델이라는 의의가 있으며, 자동차 업체로서의 인노첸티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1. 기존의 미니는 해치백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탑승공간과 딱 분리되어있는 트렁크가 차체 내부에 설치되어 있고, 뒷좌석 역시 고정되어 있는 2도어 세단이다.
  2. 하지만 피아트의 인노첸티 인수는 다이하츠 브랜드가 유럽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을 막기 위한 피아트의 '꼼수'가 아니냐는 음모론도 있었다. 나온 지 10년이 넘은 경차 하나를 가지치기해서 판매하던 인노첸티로부터 피아트가 얻어갈만한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
  3. 해치백인 인노첸티 밀레와 왜건 및 승용밴인 인노첸티 엘바. 밀레의 경우는 유럽형 우노를 기반으로 하는 밀레 클립도 존재했다.
  4. 인노첸티 포터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 판매되었고, 이후 피아지오가 이 차의 생산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