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발생설

자연발생설(自然發生說), 혹은 Spontaneous generation theory

1 개요

말그대로 특정 생물이 부모자식도 없이 그냥 환경만 맞으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당연히 현재는 실험을 통해 부정된 이론이고, 과학이 발달한 현대의 사람들이야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당시에만 해도 정설이었다.[1]

2 자연발생설의 주장

자연발생설을 첫 주장한건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인데 주장은 이런 식이었다.

  • 벼룩은 먼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 구더기는 썩은 고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 곤충이나 진드기는 이슬이나 흙탕물 구덩이, 쓰레기, 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 새우장어는 흙탕물 구덩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지금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모든 곳에는 '생명의 씨앗'이 있고 주변 환경에 맞춰서 생장하여 생물의 형태가 된다는 식의 비교적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임으로서 이걸 무마했다.

자연발생설의 근거로 삼았던 가장 유명한 실험중에 벨기에의 연금술사 장 밥티스트 반 헬몬트(Jan Baptist Van Helmont)의 쥐 자연발생 실험(?)이 있는데 이 실험은 다음과 같았다.

  1. 밀가루 낱알과 땀으로 더러워진 셔츠에 기름과 우유를 적셔서
  2. 항아리에 넣어 창고에 방치하면
  3. 쥐가 자연발생한다

현대의 과학도들이나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실험(...). 이 실험의 잘못된 부분은 일단 외부의 교란 요인을 통제하지 않았고, 실험자가 지속적으로 실험실을 관찰하지도 않았다. 즉 실험의 결과물인 쥐가 스스로 생긴 것인지, 아니면 바깥에서 들어온 것인지 증명할 방법이 전혀 없다. 뭐 이런 시대였고 현대적으로 보면 실험의 가치가 없는 뻘짓이므로 그러려니 하자.

3 자연발생설 부정 실험

일단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자연발생설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고, 자연발생설 부정을 위한 대표적인 실험 중 하나로는 1665년에 일어난 프란체스코 레디의 생선을 이용한 실험이 있다.

  1. 2개의 병에 각각 생선을 넣는다
  2. 한쪽 병은 방치하고, 한쪽 병은 천으로 덮어서 막는다
  3. 그냥 놔둔 병은 날벌레가 꼬이지만, 천으로 덮은 병에는 날벌레가 꼬이지 않았다

이것으로 '날벌레가 서식할만한 환경을 뚜껑으로 막으면 날벌레가 알을 낳지 못해서 더이상 생겨나지 않는다' 라는 주장으로 자연발생설이 부정되는 듯 했지만... 문제는 생선의 기생충이었다. 생선 기생충은 이미 생선안에 들어있던 것이므로 뚜껑을 막건 어쩌건 번식 가능했던 것. 이것에 대해 전혀 몰랐던 레다는 결국 "기생충은 자연발생한다" 라고 인정해버리는 삽질을 저질렀다.

1675년에는 레벤후크에 의해 미생물이 발견되었지만, 미생물의 발견이 오히려 자연발생설에 더 가속도를 붙여주게 된다. 애초에 첫 발견 당시 미생물의 생태까지는 별로 연구되지 않았고, 미생물은 어디에나 존재하는데다가 어설프게 천으로 덮어주는 정도로는 막을 수 없었으므로 가열한 고기 국물에서 미생물이 발견되는 것을 보고 "미생물도 자연발생한다" 라면서 자연발생설을 지지하는 근거로 이용된 것.

결국 자연발생설은 200년 뒤인 1861년에야 파스퇴르의 그 유명한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으로 완전히 부정된다.

3.1 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주둥이가 S자로 구부러진 플라스크를 준비하고 안에 고기국물을 넣는다
  2. 열을 가하면서 끓인다
  3. 플라스크에 미생물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 구부러진 주둥이를 제거하면 미생물이 증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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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의 모습

이 실험은 일단 둘다 '똑같은 조건'에서 '공기가 통하는 플라스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파스퇴르 이전에도 자연발생설을 반박하며 '공기 때문에 생물이 번식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한 예로 라차로 스팔란차니[2]란 학자는 유기물 용액을 가열한 뒤 용기를 금속으로 완전히 밀폐하면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연발생을 위해선 공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서 "공기가 없으니 어차피 자연발생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반박을 하였고, 자연발생설을 비판하던 학자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파스퇴르의 플라스크의 원리는 다음과 같은데 일단 고기 국물 안에 있던 미생물은 가열 살균을 통해 없어진다. 그리고 S자로 구부러진 병목 중간에 미생물이 걸려서 공기만 들어올 수 있지 미생물은 플라스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당연히 아무 처리도 하지 않으면 미생물이 들끓게 된다. 이 당시 파스퇴르가 실험한 플라스크는 실험 당시의 고기국물이 담긴 그대로 파스퇴르연구소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물론 고기국물은 부패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실험도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아서 결국 몇가지를 더 거쳐야 했다. 한 예로 파스퇴르의 실험을 반박하기 위해 펠릭스 푸세란 학자는 동일한 실험을 했는데, 이 때 푸세가 선택한 도구는 고기국물이 아닌 건초의 추출물이었다. 그런데 이 건초 추출물에는 열에 강한 바실루스 균이 있었고, 가열 살균 후에도 남아 있는 바실루스 균이 번식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1876년에 공식적으로 열에 강한 바실루스 균을 발견한 뒤에야 끝마치게 되었다. 어쨋든 파스퇴르의 실험은 일단 자연발생설 부정의 근거를 확립했고, 이 실험 이후 자연발생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 이후에 최초의 간단한 생물은 자연발생했고 이것이 진화를 통해 많은 종류의 생물로 변화했다는 신자연발생설이 등장했다. 신자연발생설을 주장한 E. H. 헤켈은 19세기 후반까지의 연구가 모두 유기물질의 분해물을 포함하는 액 속에서의 자연발생을 다루었다고 했으며, 이 자연발생을 'Plasmogonie'라 하고 무기용액 중에서 원시생명의 발생을 'Autogonie'라고 했다.

참고로 이 실험에 쓰여진 것은 고기국물인데 과학 관련 단행본 서적이나 인터넷에는 무슨 근거인지 몰라도 종종 고기국물이 아니고 우유를 가지고 실험했다는 얘기로 조금 바뀌어 나올 때가 있다. 왜 이렇게 실험재료를 놓고 두가지 얘기가 나왔는지는 추가바람
  1. 기원전 4세기에 주장된 것이 르네상스 시기까지 다들 별 의심안하고 그냥 받아들였다고 할 정도니...
  2. 의학 및 생물학의 여러 분야에 관여한 학자로 인체의 소화 작용 원리, 신체 조직의 재생 작용, 혈액 순환 등의 분야를 연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