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만화)

1 개요

인권만화집 사이시옷에 실린 최규석 그림, 연상호 글의 단편만화. 군대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구타, 고문관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단순히 모범병사고문관의 갈등, 즉 개인 대 개인의 갈등 뿐 아니라 조직과 개인의 관계도 묘사하고 있다.

2012년에는 원작자인 연상호 감독이 애니메이션화 하여 영화제 등지에서 상영되었고, (트레일러 다음 TV팟) 현재는 인디플러그 등에서 디지털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돼지의 왕 블루레이에 부록으로도 포함되어 있다.

2 등장인물

  • 정철민(병장): 이야기의 주인공. 2중대 2소대 1분대장을 맡고있다. 무엇이든 완벽히 해내고, 대대장이 인정하는 그야말로 모범병사. '빡세게 뛰고 화끈하게 즐긴다'를 좌우명 삼고 있으며, 노력도 하지도 않는 사람이 이득 보는 것을 탐탁찮아 한다.[1] 홍영수가 전입한 후, 홍영수를 '개조'하려고 시도하지만…
  • 홍영수(이병): 극중 시점에서 새로 전입온 신병. 안경, 작은 체구, 구부정한 자세, 자신없는 말투에 작은 목소리. 한마디로 Nerd스럽게 생긴 고문관(…). 신병교육대에서도 문제가 꽤 있었다고 한다. 대대장이 중대장을 통해 정철민의 1분대에 전입시켰다. 맞선임이 상병 창수라서 완전히 풀린 군번이나… 군생활을 잘 해보겠단 의지도 없고, 개념이 없다. '잘 모르겠습니다'가 입버릇.
  • 이창수(상병): 홍영수 전입 이전 1분대의 막내. 계급은 상병. 상병 진급하고도 침상 청소를 하는 부지런한 동시에 꼬인 군번불쌍한 자(…). 맞후임인 홍영수가 상당한 물건이라(…), 그를 교육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는다. 동남방언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아 경상도 출신이다.
  • 김종호(중위): 대위 진급을 앞둔 중대장. 진급 때문에 점수를 따려는 생각인지 준비태세 시범을 자진해서 맡는다.
  • 조영각(중령): 대대장답게 인자하고 넉넉한 분위기. 모범적인 정철민을 상당히 아낀다.과연?
  • 김민수(준장): 사단장의 직위에 있고 그에 걸맞는 성격의 소유자.
  • 이주원(병장): 정철민 예하 부대원 중 한 사람.
  • 김민찬(하사): 정철민을 평소 아껴왔으나 자살미수사건이 일어나자 그를 크게 혼낸다. 당직사관의 모습으로 작중에서 주로 등장한다.
  • 의무병 : 의무병이지만 별다른 진찰도 하지 않은걸로 보아 관련지식이 없거나 다른 의무분야를 공부하던 대학생같다. 말투가 뭔가 어눌하다.[2]
  • 조형기(병장): 군 생활이 32일 남은 말년 병장.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는걸 두려워하며 뭐든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어한다.

3 줄거리

전방 부대의 분대장 정철민. 정석적인 군인을 모토로 대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에게까지 인정받고 선후임병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범병사다.

정철민의 생활관에는 창[3]이 없어, 문을 닫으면 그야말로 그들만의 세상으로 정철민은 이를 이용해 가끔씩은 생활관 병사들 치킨등을 시켜먹고 야간TV시청을 시청하는등 열심히 고생한 분대원들에 보상을 내려주며 군생활을 보낸다..

어느 날, 그의 중대에 신병 홍영수가 전입을 오고, 관심병사인 영수는 중대장을 통해 정철민의 1분대에 배속된다. 개념도 없고 의지도 없는 영수를 보고 철민은 내심 불쾌해한다. 근무 중 다른 분대의 껄렁한 후임이 핑계를 대서 성실히 생활하는 후임을 밀어내고 외박을 나가는 것을 보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분노하고, 내무실에 돌아와 고문관짓을 하는 영수를 보고 직접 그를 개조해내기로 마음먹는다.

이후로 정철민은 늘 홍영수를 직접 엄하게 관리하면서 체력단련과 주특기 교육을 FM으로 지도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아붓게 되며, 눈에 띄게 성장해나가는 홍영수의 모습에 정철민은 내심 흡족해한다. 정철민의 계획이 슬슬 완성을 향해가고 있을 무렵, 중대가 준비태세 시범을 하게 된다. 훈련 상황에서 경계 중 사단장이 시찰을 나오고, 사단장은 그 자리에서 군장을 제대로 쌌는지 점검하겠으니 분대장 정철민에게 두 사람만 추천해보라고 말한다.

홍영수의 성장에 제법 자신이 있었던 정철민은 FM대로 싸둔 자신의 것과 홍영수의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동석했던 중대장이 홍영수의 군장을 열어보자 나온 것은 깔깔이 두벌과 건빵, 바람을 넣어 부풀린 비닐봉지. 결국 그날 밤, 중대장에게 정철민의 분대는 단체로 혹독한 얼차려와 내리갈굼을 당하고 만다.

막사로 복귀한 정철민은 분노가 폭발하여 분대원들 앞에서 홍영수를 무참하게 구타하고 폭언을 퍼붓는다. 그리고 바로 그 날 밤, 홍영수는 자살을 기도하고 중대는 다시 발칵 뒤집어진다. 하지만 손목을 그은 상처가 얕았기 때문에 쇼크로 기절만 했을 뿐 죽지는 않았다.[4]

사건을 보고받은 대대장과 중대장이 달려와 정철민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추궁한다. 사정을 대충 알고 있었던 중대장은 대대장에게 정철민을 옹호했지만, 대대장은 중대장의 말을 끊은 후에 특유의 인심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홍영수 때문에 네가 고생하는구나, 말을 듣지 않으면 꿀밤이라도 때려주지 그랬냐"는 말을 하는데, 이에 안심해버린 정철민은 무심결에 "가끔 너무 말을 듣지 않아서 꿀밤 정도는 때렸다"고 대답해버린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대장은 바로 안면을 바꿔 중대장에게 '야, 2중대장. 이 새끼(정철민) 당장 구속시켜!'라고 명령하고, 정철민 이하 분대원은 전원 헌병대 신세를 진다(…).[5]

헌병대에서 수십시간에 걸쳐 지리한 조사를 받고, 이에 홍영수에게 가해진 여러 구타나 폭언이 드러난다. 그리고 사건이 결론지어지는데 이 결론이 또 가관.

홍영수는 전입 후 부적응으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배속된 1분대는 구타와 가혹행위가 남아있었다. 그 원인이란 내무실 문에 창문이 없어 간부들의 감시를 피하기 쉬웠기 때문이며, 여타 일탈 행위도 많이 일어났다. 직접적 자살의 원인은 정철민의 구타와 근무시에 상습적으로 있었던 맞선임 이창수의 구타로 결론지어진다. 결국 정철민은 만창, 이창수는 입창 10일, 이외는 군기교육대 처분을 받고 1분대는 해체 후 재편성된다.

영창을 나와 1분대로 돌아온 정철민. 내무실 문에는 창문이 새로 생겨나있었고, 분대가 재편된 덕에 분대원은 전부 낯선 사람들이었고, 시체처럼 누워 지내며 남은 군생활을 채우고 정철민은 전역을 하게 된다.[6]

전역 날, 정철민은 대대장과의 면담을 하고, 대대장은 이상한 놈 하나 때문에 네가 고생했구나, 홍영수를 당번병으로 두고 있는데 골치가 아프다는 둥 얘기하면서 뻔뻔하게 웃는다.

대대장실을 나서 밖으로 나온 정철민 앞에는 화단에서 풀을 뽑고 있는 홍영수가 있었고, 정철민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나, 제대한다. …하나만 묻자. 너, 지금 편하냐?'고.

여기서 원작과 애니메이션 판의 사소한 차이가 있어 따로 서술한다.

3.1 원작

홍영수는 정철민을 빤히 쳐다보다, '저… 정철민 병장님하고 있을 때보단…'이라며 말을 흐리고, 원작은 그렇게 끝난다(…).

보통의 독자, 특히 정철민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던 사람은 '햐 이새퀴 이거 끝까지 개념없네' …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나…

3.2 애니메이션

홍영수는 얼마간 답이 없고, 정철민도 대답이 없을 거라 생각해 '간다. 잘 지내라.'는 말만 남기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홍영수가 '저기…' 라며 그를 불러세우고, 정철민이 돌아보자 홍영수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다 이런 말을 뱉는다.

'저기… 편합니다!!!!!!!!편하다고요!!!!!!!

정철민 병장님과 함께 있었을 때보다, 훨씬 더 편합니다!!!!!! 예?!!!!!!!'

악에 받쳐 독기어린 말을 뱉으며 정철민을 원한 섞인 눈으로 노려보던 홍영수는 이내 울음을 터트리고, 정철민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쇳소리를 내며 발을 돌려 떠난다.

결국 정철민 또한 FM으로 포장된 강요와 폭력의 주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장면이자, 원작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

물론 정철민이 폭력의 주체이긴 하지만, 홍영수가 작중에서 한번도 강하게 나온 모습을 보이지 않아 성격 더러운대대장 밑에서 생활하는 게 더 힘든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4 기타

사실 이 이야기는 연상호 감독의 실제 경험담에 기반했다고 한다. 영화 상영 당시 GV 등에서 영창 체험담을 얘기하더니, 언론 보도로 확인(…). 영창을 다녀온 것으로 보아 정철민 혹은 이창수처럼 가해자의 포지션이었던 듯.[7] 사족으로, 부대가 실제로 해체되지는 않고 가해자 입창 정도의 선에서 끝났다는 것 같다.

이런 경험담을 연상호 감독이 친한 사이인 최규석 작가에게 들려주어 만화 '창'으로 각색된 것이고, 그것을 다시 영상화한 것이다.

감독은 홍영수라는 인물을 일부러 짜증나고 개념없게 그렸다고 한다. 개념없고 짜증나면 인권 유린의 희생자가 되어도 좋은가 하는 질문을 던지기 위한 의도였다고. 또한, 절망적이고 괴로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자살시도) 그에 성공한 사람이며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정철민이 홍영수에게 가하는 폭력도 그렇지만, 군대가 어떻게 사건을 묻고 정리해버리는지를[8] 보여줌으로서 조직이 개인을 희생양 삼는 폭력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보통 독자들(군필이 아니라도)은 정철민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만화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옳고 좋은 가치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애니메이션판과 만화판의 결말이 이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만화판에서 정철민은 군대의 부조리와 무개념 신병 사이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의 포지션이 강조되었다면 애니메이션판에서는 그 또한 폭력의 주체임을 결말을 통해 강조한다. 홍영수가 아무리 무개념이었어도, 정철민은 지켜야 할 선을 넘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의 제작의도와는 무관하게 이 작품을 보고 역시 어리버리한 새끼는 패죽여야한다, 구타는 필요악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때문에 가혹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품이라는 오해까지 받는데 그냥 무미건조한 시점에서 사건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에서도 정철민이 짧게 카메오 출연했다. 2-11화에서 송곳의 주인공 이수인이 소위 시절을 회상하는데, 그 때 정철민이 잠시 등장. 후임병들을 늦은 시간에 집합시키다 걸리는 장면으로(…). 송곳이 스핀오프였다니

애니메이션 버전을 기준으로 중대장은 중위이고, 사단장은 준장인 것을 미루어보아서 배경 부대는 일반적인 상비사단은 아닌, 동원사단인 것으로 보인다.

5 관련 항목

  1. 그러나 그도 딱히 군생활을 좋아하는 건 아닌 듯, 시간을 빨리 가게 하기위해서라는 독백이 있다. 아무렴, 군대가 체질이면 부사관이든 장교로 지원했겠지.
  2. 실제로 군대에선 이런 경우가 많다. 방사선과 같은 응급 처치와 하등 관계없는 사람도 X-ray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이유로 의무병으로 데려가서 정작 사회에서 자신이 원래 하던일과 많이 동떨어진 임상병리나 약제 주특기에 배치받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런게 현 국군의 문제이기도 하다.
  3. 창문이 아니라 방문에 뚫려 병사들 상태를 간략히 확인할수 있는 창
  4. 이때의 상황이 상당히 모호하다. 정철민은 홍영수가 페인트를 깐 것으로 의심하고, 깨어있는 것 안다는 식으로 누워있는 홍영수에게 말을 걸지만 대답은 없었다.
  5. 즉, 유도신문이었던 것이다. '정철민이 홍영수를 때렸다'는 말을 하게 해서 그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운 것. 구속명령을 한 후 일벌백계, 구타 근절 따위의 말을 내뱉지만, 실상은 치졸한 꼬리 자르기, 희생양 삼기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대대장 입장에서는 일단 병사가 다쳤고, 그게 구타라는 이유가 밝혀진 이상 가장 의심가는 사람을 심문해서 범인을 잡아낸것이다. 즉 홍영수가 만악의 근원이지만 어쨌든 정철민은 그를 폭행했고 그가 그것으로 자살시도까지 했을때 대대장은 모범적으로 대처한것이다. 어이 없지만 나쁘게 볼것이 없다는 소리다(...)
  6. 마치 창밖에 새가 날아가는걸 본양 쳐다보고 아는체도 안하고 본체만체한다. 아무리 분대가 재편성 되었다지만 재편성한 분대원 역시 같은 중대 내 소속인 만큼 정철민은 그들에게 선임은 선임이다. 하지만 어느 부대나 전역이 얼마 안남은 말년병장 자체를 반쯤 사회인 취급하는 문화가 어느정도 있고, 가혹 행위로 영창을 다녀왔다는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한 선임이라면 더 말할것도 없다. 작중 정철민이 어떻게 남은 군생활을 보냈는지 자세한 묘사는 안 나와있지만 생활관 내에서도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을 가능성이크다.
  7. 참고로 그가 체험한 영창은 '그 때 그 시절'의 그 영창이라는 듯.
  8. 구타와 가혹행위의 원인이 창 없는 내무실 때문이었다니, 실소를 금치 못할만한 변명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