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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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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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천경자[1]의 그림으로 알려던 '미인도'의 진위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위작시비. 짧게 본론부터 말하자면 천경자 본인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그림에 대해 소장 박물관이 진품이라고 반론한 결과 작가의 절필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자세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천경자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진위시비는 1991년에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원작을 복제해 판매하던 중 복제에 의구심을 가진 작가가 원작을 직접 보고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천경자의 위작 주장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진위를 가리기 위해 X-ray, 적외선, 자외선 촬영등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였고,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2]는 1991년 4월 11일 진품이라고 판정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 위작임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밝혀지면 받아들이겠다"는 단서를 붙인 끝에 진품임을 주장하였다.[3]
이 과정에서 작가는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는 사건 직후 예술원 회원직을 사퇴하고 전시회 출품 등 작품공개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으로 갔다. 이후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적은 있으나 신작은 보기가 어려워졌으며, 1998년 말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3점과 화구 등을 기증하였다.
<미인도>에 대한 논란은 1999년 고서화 위조범 권춘식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증언을 함으로써 논란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입수 시점과 위조했다고 진술한 시점이 불일치하고, 위조자가 수묵화 위조 전문이어서 천경자의 채색화를 위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다. 검찰에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더 이상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4]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했던 권춘식은 "미인도는 내가 그리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며 기존의 주장을 번복했다가 # 다시 자기가 그렸다고 재번복하는 등 #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전개

2.1 1991년

2.1.1 미인도 포스터 제작

언급한 것처럼 사건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아트포스터로 제작해 판매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이에 내막을 적은 기사에 따르면, 천경자의 후배 시인이 천경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대화 중에 "선생님 그림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후배 시인은 현대그룹 사옥 부근에 살면서 현대그룹 사옥 지하 사우나탕에 자주 들리는데 그 안에 천경자의 미인도가 하나 걸려있다고 했다. 그 미인도는 오리지날 작품이 아니고 현대미술관에서 당시에 보기 좋은 그림, 유명 작가의 그림을 선택하여 미술관 아트숍에서 대량 프린트하여 미술문화 대중화 차원에서 한 장당 만원씩 받고 팔고 있었는데, 그 중에 인기작가인 천경자의 그림(프린트)이 잘 팔려 나갔다고 한다. 현대사옥의 헬스클럽도 예외는 아니어서 싸고 좋은 천경자의 미인도 프린트를 사다 장식용으로 걸어 놓았던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 말을 전해 들으신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선생님께서 그냥 넘어가실 분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튿날 아침 일찍 직접 프린트가 걸려 있다는 헬스클럽에 찾아가 확인하신 뒤에 그 그림의 미인도는 진짜가 아니라고 현대미술관 측에 통보했고, 모 신문사에도 정보 제공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그 시인을 통해 들은 바 있다."고 한다.#

2.1.2 작가 반발

당시 천경자는 분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 없습니다.
</br>자기 자식인지 아닌 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br>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br>나는 절대 머릿결을 새카맣게 개칠하듯 그리지 않아요.
</br>머리위의 꽃이나 어깨 위의 나비 모양도 내 것과는 달라요.
</br>작품 사인과 연도 표시도 내 것이 아닙니다.
</br>난 작품 년도를 한자로 적는데, 이 그림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 있어요. [5]
</br>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몰라 보는 일은 없습니다.

2.1.3 위작시비 점화

작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했으니 위작을 발견한 단순한 사건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 되었으나...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작품은 진품이라고 맞서며 국내 미술계 최대의 위작시비가 벌어지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재규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었다가 국가에 환수되어 재무부 문공부를 거쳐 미술관으로 넘어온 소장 경위가 확실하다는 근거와, 전문위원이었던 미술평론가 오광수씨가 이미 진품으로 감정했다는 이유를 들어 진품으로 주장했다.

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1차 감정 실시후 적어도 가짜는 아니다란 결론을 냈고, 2차 감정에서도 진품이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생존 작가이고 정신 상태가 정상이라면 작가 의견에 감정의 우선 순위를 둔다는 화랑협의회 내부의 규정에도 어긋난 결론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재판까지 가게 되었지만 법원에서는 판단 불가를 판정했다.

2.1.4 작가 절필 선언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천경자 화백은 사건 직후인 1991년 4월 7일 아래와 같이 절필을 선언하는 말을 남긴 채, 대한민국예술원에 회원직 사퇴서를 제출하였으며 자신의 작품 90여 점을 서울 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는 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붓을 들기 두렵습니다.
</br>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채 가짜를 진짜로 우기는 풍토에서는
</br>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습니다.

천경자의 둘째 딸 김정희는 이에 대해 감정위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2.2 1999년

2.2.1 위작범 자백

그리고 그로부터 8년 후인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춘식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위작시비는 재연됐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당시 "'미인도'는 진짜이며 현대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면서 "한국화 위조범과 현대 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반문했다.하지만 그 미술관이 진품이라면 직접 그렸어야 할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는 것. 원작자 말을 씹은 너네가 할말이 아니잖아

2.3 2002년

2.3.1 작품 감정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은 후속 조치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다시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재수사는 없었으며 수많은 의혹을 간직한 채 이 그림은 여전히 진품으로 소장되고 있다.# 2014년 12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공식사이트에서 소장품 검색을 해 보면 이 작품은 검색되지 않는 상태이다. 참고로 2010년 즈음 공식사이트 개편 이전까지는 검색이 됐다.

2.4 2015년

2.4.1 작가 사망으로 논란 재점화

2015년 천경자가 사망한 이후 유족들을 중심으로 재감정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측에서는 재감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2.4.2 2002년 작품 감정에 대한 문제 폭로

그런데 이런 와중에 그동안 미술관 측이 진작 근거로 제시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미인도 정밀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아마도 2002년에 감정했다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주장에 대해) 두 기관 모두 감정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로 인해 과학적 증거가 있다던 당초 주장과 달리 감정위원들이 분위기와 색채 등 안목으로만 진품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사실 미술관측의 몇몇 주장에는 신빙성 문제가 있었다. 김재규가 소장했다고 그것이 진작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위조범으로 지목된 권춘식의 자백이 오락가락 하는 문제 또한 위조범의 기억이 불확실한 것일 탓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근대회화선집에 수록된 사진도 컬러가 아닌 흑백이라는 점에서 원작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회화선집에 실린 작품이 작가의 동의를 거친 바로 그 작품이라는 근거도 사실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진작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의 감정 결과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이 위작 사건은 더 점입가경의 상황이 된다.

2.5 2016년

2.5.1 SBS스페셜 보도

이 상황에서 2016년 2월 14일자 'SBS스페셜'(423회)에서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에 대해 다루었다.# 이로 인해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2.5.2 위작범의 진술 번복

그런데 자신이 위조했다고 자백했던 권춘식이 2016년 3월, 17년만에 자신이 미인도를 그리지 않았다고 밝히며 기존의 주장을 번복했다.이건 또 뭔 짓거리여? # 권춘식은 “당시 수사검사였던 최순용 검사에게 조사받으며 혹시 감형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로 미인도 복사본을 보여주며 확인을 요청했을 때 우물쭈물했고, 그래서 사건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가뜩이나 오리무중인 진위논란이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됐다.

2.5.3 위작범의 진술 재번복

위작범으로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했다가 2015년 말을 번복한 권춘식이란 자가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자신이 그린, 위작품이라는 사실을 자필로 다시 고백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되었다. # . 화랑협 임원의 회유로 진술을 번복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2.5.4 유족 측의 고소

2016년 4월 27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를 대리하고 있는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사태 추이는 지리한 법정공방이 끝나야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미인도’ 검찰에 제출

2.5.5 천경자 미인도 검찰 제출

2016년 6월 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인도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미인도는 위작 논란이 제기된 1991년 이후 25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서 나온 것이다. 작품을 받은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등에 감정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62)씨는 국내 기관이 아니라 해외 기관에 감정을 의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5.6 천경자 1주기 추모전

이런 가운데 6월 14일 부터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가 열렸다.# 참고로 고 천경자 화백은 과거에 서울시에 작품들을 기증한 적이 있다.

2.5.7 프랑스 감정팀 감정 착수

유족측이 원하던대로 프랑스의 한 감정팀이 감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3 주장과 반응

3.1 천경자 유족 측의 주장

1. 미인도는 가짜이다.

2. 미인도 위작 행위를 벌인 주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 감정 관계자들이다.

3. 작가가 그린 작품은 작가가 제일 잘 안다. 작가는 미인도를 그린 기억이 없다.

4. 검은 머리, 꽃과 나비 장식, 작품 사인과 연도 표시 등이 그 근거이다.

5. 권춘식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작했다고 자백했다.

3.2 미술관 측의 주장

1. 천경자 작가는 본인이 작품년도를 한자로 적는다고 하였으나, 천경자 화백의 1973년 작 길례언니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있다

2. 미인도는 김재규중앙정보부장 소장품이었다는 확실한 소장 기록이 남아있어 신빙성이 높다.

3. 해당 작품을 위조했다고 자백한 권춘식은 정선의 금강전도를 위작한 혐의로 수사 중 스스로 천경자의 미인도를 3점 위작하였다고 자백하였다. 자백 당시 위작 의뢰를 84년에 받았다고 말하였으나 현대미술관의 미인도 입수는 80년으로 시기가 맞지 않는다. 이에 권춘식의 위작이 해당 미인도일 가능성은 없다고 검찰은 판단하였다.

4. 사용된 안료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의 여러 감정 결과 기존 천경자 화백이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감정은 애초에 없었다는 폭로가 나온 상태)

5. 해당 작품은 논란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90년 1월 출간된 '한국근대회화선집'의 '장우성/천경자'편에 흑백사진으로 수록되었다. 주요작을 엄선한 화집에 작품 이미지가 실린 것은 작가의 동의를 거쳤다는 것, 즉 작가가 인정한 작품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

6. 작가는 이미 이전에 인도의 무희라는 작품을 위작이라고 주장했었지만 출처가 분명해서 진품으로 밝혀졌던 적이 있다.

7. 절필, 탈퇴 선언을 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후에도 작업을 계속했다.

8. 자신이 그렸다고 말했다가 안그렸다고 말하는 권춘식의 진술은 오락가락해 신빙성이 없다.

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었던 미술평론가 정준모는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는 내용의 의견을 기사를 통해 밝혔다.# 정준모의 의견대로 본다면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팔려나가는그것도 싸게 것에 분노해서 사태가 이렇게 흘러왔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3.3 대중의 반응

2016년 2월 기준으로 대다수 대중의 반응은 '천경자 작가 본인이 아니라는데 당연히 위작이지 무슨 가타부타 말이 많냐'는 식이다. 만약 대중이 의심하는 것처럼 미술관측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문화관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에 금이 갈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미술계에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허나 대중의 반응에도 문제가 있는데, 객관적으로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기 보다는 감정에 휘말려 충동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6] 애초에 전문가들도 문제작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대중도 합리적인 사리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게 우스운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4 결론

4.1 가능한 시나리오는?

황당한건 아직도 천경자 미인도 위작사건은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위작일 가능성도 높지만, 천경자가 자기 작품이 마음대로 상품화돼서 팔리는 것에 기분 상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을 철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존심이 강했던 천경자의 성격상 아예 상종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국립현대미술관 측을 대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천경자처럼 석채화를 구사하는 화가가 적었다는 주장도 있어 권춘식의 자백이 의심을 받기도 하였고 말이다.# 즉 다음과 같이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1) 권춘식이 위조->김재규->국가 환수->국립현대미술관 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
2) 김재규가 위조에 관여->국가 환수->국립현대미술관 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
3)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감정위원회 측에서 작정하고 위조했을 가능성.이게 사실이면 대막장 수준
4) 권춘식, 김재규, 국립현대미술관, 화랑협회 외의 다른 인물(천경자의 자녀나, 혹은 완전히 제 3의 인물 등)이 위조하고 개입했을 가능성.
5) 천경자가 직접 그린 것이지만 작품을 위작이라고 선언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측을 '엿먹였을' 가능성.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진실밝히기도 뭐해져서, 말 그대로 '진실은 저너머에'가 되어버렸다. 만약 사건이 5번일 경우, 이는 예술가의 '변덕'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이 혈세를 낭비한 꼴이 된다. 작품 관리에 드는 시설비나 인건비 등도 엄연히 세금에서 충당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그러나 설령 진작이라 해도 작가가 위작이라 했다면, 현대미술에서 작품의 가치는 1차적으로 작가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작품의 가치는 위작과 다를바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7]

4.2 해결 방안은?

가장 확실한 방안은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 작품을 공개하고 공개적으로 미술 감정과 과학 감정을 받는 것이다. 작품 안료를 작가가 직접 만들어 썼는지 싸구려 물감을 써서 위조됐는지, 재료로 사용된 캔버스가 작품이 제작된 붓질로 보아 사용한 붓이나 기법이 작가의 그것과 같은지 등을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작품을 공개해야 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정을 할 수 있는 전문가팀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의 공개 문제의 경우 2016년 4월 현재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며, 뒤의 전문가팀 구성 문제의 경우 국내 전문가들로 진상규명팀을 꾸리면 인맥 문제상 객관성이 담보되기 어렵고, 해외 전문가들로 구성할 경우 한국내 상황을 잘 몰라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해외 전문가들이 포함되는 것이 더 객관적일 듯 하다. 특히 심각한건 앞의 문제인데, 제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도 문제의 시발점인 작품을 보지 않고 그 작품이 진짜인지 위작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인도 원본은 2016년 6월 8일 기준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검찰에 반출되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연구기관에서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의 분석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나 고소, 고발장을 제출한 유족 측은 국내 기관에서 조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여 외국기관에 의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5 교훈

5.1 대중의 입장에서 : 충동적인 판단은 금물

분명한건 대중은 이 사건을 예술계의 높으신 분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망치고 싶지 않은 나머지 여러명이서 원작자를 바보로 몰아간 희대의 병크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감정위원회 입장에서는 대중이 감정적 선입견에 기반해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결국 결과만 놓고 보면 이러한 비리 의혹에서 벗어나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또한 국내 미술시장에 위작이 범람할 개연성을 만들어 줬다는데 문제가 있다.저래도 되는거야? 나도 끼어야지! 물론 이미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가들(박수근, 이중섭, 이우환 등)은 위작이 많이 나돌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위작 사건을 가벼운 가십거리 정도로만 여기는 대중의 태도도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는 없다. 단순히 '작가가 아니라는데 가짜인거지' 식의 추정은 진실을 가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감정전문가들조차 위작과 관련 자료에 접근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대중이 어떻게 할 방법이 있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체 뭐가 논란이 되고 있는지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한국 미술계가 작가 전작도록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소홀했고, 2) 그 결과 미술시장에 위작이 나도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 정도의 사실은 숙지하는게 좋다. 천경자 사건에만 국한해서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위에서 말한 5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일 것이라는 점만 알아두자.

5.2 작가들의 입장에서 : 체계적인 작품 관리 필요

예술창작자들, 특히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자기 작품 관리는 자기가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에 워터마크 꼼꼼히 넣고 글이나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 남기고 아카이빙,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등의 작업에 소홀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다 나중에 반드시 피본다. 예술가 지망생들이라면 이런 일에 철저하게 공을 들이길 바란다. 자기 작품이 마음에 안든다고 파기하지 말고, 설령 파기하더라도 '나는 x년 x월 x일에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은 무슨무슨 재료를 썼고 무슨 기법을 썼으며 이를 통해 이러이러한 것을 의도한 작업이었는데, 마음에 안들어서 x년 x월 x일에 이 작품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파기한다' 같은 기록을 남겨라. 아예 캔버스에다 머리카락, 침, 피 같이 DNA가 검출되는 것들을 집어넣는 편집증을 보이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상당수 예술가 지망생들이 생계 유지에 쫒겨 작업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당장 만든 작업을 전시하긴 커녕 보관할 장소조차 마땅치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지금도 상당수 작품이 먼지 맞고 곰팡이 핀 상태로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을 거라고 말한다. 당연히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나 유럽 같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다른 국가들과 '문화 자본'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5.3 한국 미술계 관계자 입장에서 : 부실한 작품 감정 시스템 개선 필요

더 근본적인 대책은 한국 미술계의 부실한 작품 감정 시스템을 개선할 신뢰성 있는 미술 작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태가 이지경이 된건 기본적으로 90년대까지도 한국에 이렇다할 감정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감정보다는 전문가들의 식견과 기억에 의존하는 안목감정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객관적인 감정이 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미술품 감정의 특수성 상 단순히 시료분석만 해서는 작품의 진위를 판별하는데 한계가 있다. 분석기계는 그 작품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지를 말해줄 뿐, 누가 그 그림을 그렸는지를 말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위조범이 대상 작품에 사용했던 재료가 뭐였는지를 알아내서 그 재료를 구해다가 사용하든 아니면 우연히 같은 재료를 쓰든 원작가가 사용한 재료와 같은 재료로 위작을 만든다면 과학분석은 힘을 쓰지 못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건 미술작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그 자료를 가지고 감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화풍이나 제작습관 등을 면밀히 아는 감정전문가나 연구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전쟁을 거친데다, 산업성장에 치중해 문화 연구 지원이 미비한 한국에서 이런 자료 구축이 제대로 되었을리가 없다. 게다가 화랑이나 콜렉터들은 작품 가격에만 관심이 있지, 이런 감정이나 데이터베이스화에는 무관심하다. 도리어 작품 가격 떨어질까봐 괜히 감정 받았다가 위작 판정 받을까봐 작품 감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1. 천경자에 대해서는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 참조.#
  2. 화랑협회장 김창실
  3. 그런데 2015년에 이 과학 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전개 항목 참고.
  4. 김기리, 한국 미술품 감정에 관한 연구 : 미술품 진위시비 사례를 중심으로, 학위논문(석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 예술기획전공, 2005년 8월. 56-57쪽.
  5. 그러나 73년도 작품인 '길례언니'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6. 물론 여기에는 작가가 그렸어도 작가가 그린게 아니라고 하면 그건 위작이라는 식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쪽도 합리적인 논리는 아니지만.
  7. 해외에서는 이때문에 법정소송까지 가기도 했다.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란 작가는 자기가 이전에 만든 <연도(litanies)>라는 작품을 산 컬렉터와 마찰이 생기자, <미학적 철회에 대한 진술서(statement of aesthetic withdrawal)>(1963)란 작품을 만들어 <연도>의 가치를 무효화 시키기도 했다.내가 낸 작품의 효력을 무효화한다! 물론 현실은 돈많은 콜렉터>아트 딜러>미술기관장들>큐레이터>예술가 순으로 권력이 짜여지는지라 이렇게 자기 소신껏 안하겠다 했다간 찍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