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준

Cajun

1 프랑스캐나다인의 후손격인 미국인

1620년 경, 지금의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아카디아(Acadia) 지역에 이주해서 정착해 살던 프랑스인들이 1755년 영국인들에 의해 미국 루이지애나 지방에 강제 이주하여 살게 되었고, 아카디아인이라는 뜻의 'Acadian'이 원주민들에 의해 'Cagian'으로 와전, 지금의 'cajun'으로 부르는 식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해당 지방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의 식생활은 프랑스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오히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토속적인 요리를 발전시켰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케이준 스타일'이 탄생.

1.1 케이준 스타일의 요리

본래 영국이 캐나다의 일부(당시에는 아카디아 식민지라 불린, 지금의 노바스코사주)를 점령하고 그곳에 살던 프랑스인들을 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이주당한 프랑스인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한 요리 스타일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강제 이주로 인해 궁핍한 상태에 놓이자, 그들은 구하기 어려운 버터 대신 돼지의 지방을 사용하고 저급의 재료를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기 위해 강한 향신료를 다량으로 사용하여 강한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케이준 요리를 'food for survival'라고 부른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케이준 스파이스에는 마늘, 양파, 칠리, 후추, 겨자, 샐러리 등 강한 맛과 향을 내는 재료가 잔뜩 들어가 있다. 케이준 음식의 대표로는 잠발라야검보 등이 있다.

따지고 본다면 꼭 그 이주자들만이 아니라도 원래 루이지애나주는 프랑스/스페인계의 비중이 큰 지역이고, 루이지애나 뿐 아니라 당시 미국 남부의 카리브해 연안 지역이나 카리브 제도 지역 전체가 프랑스 및 스페인 이주민에 아메리카 원주민,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의 혼혈을 통해 형성된 소위 크레올 문화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케이준 요리를 크레올 요리의 전형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래도 영국 기반의 식문화보다는 프랑스-스페인 기반의 식문화가 더 우월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일단은 가능하다. 영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식량 생산량이 우월한 미국의 식문화가 영국 식문화를 그대로 옮겨 온 건 당연히 아니지만.

여하간, 케이준 요리의 특성은 냄비와 돼지기름을 사용해서 새고기나 물고기를 요리한 것이고, 마늘, 양파, 칠리, 후추, 겨자, 셀러리 등의 양념을 듬뿍 사용해서 매운 맛이나 자극성, 향이 강한 요리이다… 라는 게 사전적 설명인데,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특징은 좌우지간 재료를 안 아끼는 요리법이라는 점이다. 원래 미국이라는 데가 동시대의 다른 지역(특히 유럽)에 비해 식량 생산량이 풍부한 지역이었고, 특히 그중에서도 남부는 기후 덕분에 향신료 재배가 수월했을 뿐 아니라 옥수수, , 등 곡식 생산량 자체가 엄청나고, 그 곡식을 기반으로 가축도 키우기 쉽고, 카리브 해의 해산물도 구하기 쉬운 데다가 당시 인구 밀도도 낮았다는 점[1] 때문에 음식 재료를 전혀 아낄 필요가 없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요리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신선한 재료를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정말 어지간히 재주가 없는 게 아닌 이상은 괜찮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재료, 특히 19세기까지 유럽에서는 비싼 식재료이던 고기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역시 귀하게 치던 각종 향신료도 듬뿍듬뿍 넣어서 기름지고, 맵고, 짜게 요리한 것이 미국 남부풍 요리방식이고, 케이준 요리나 멕시코 요리 등이 그 대표적인 형태인데… 이것이 더운 기후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당시 이민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됨으로써[2] 미국 남부풍 요리 스타일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고, 동시에 양도 많고 칼로리도 높으며, 자극적인 맛이 혀를 자극하는 미국 남부풍 요리의 요리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문화적 전통에 한정한다면) 패스트푸드의 원형에 가까운 요리라고 할 여지가 있기도 하다. 실제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요리에 대한 묘사를 보면 당시 미국에서는 남부풍이나 크레올풍 식문화가 청교도적인 미국풍 식문화보다 더 풍부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이프를 꽂으면 그대로 서 있을 정도로 크림을 듬뿍 넣은 진한 야채 크림소스[3] 같은 묘사에서 당시 미국의 식량 사정이 유럽보다 훨씬 나았다는 것도 추론할 수 있고.

최근에는 그냥 케이준 스파이스를 대충 넣은 음식의 접두어로도 '케이준'이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케이준 버거 등이 그 예군대의 케이준 샐러드라던가

2 나무위키에 등재된 케이준식 음식

대부분 패스트푸드만 보이는 건 기분 탓이다
  1. 17세기경에 스페인인 탐험가가 미시시피 강에서 깽판을 치는 과정에서 전염병이 번지는 바람에 인구가 크게 줄어들었다.
  2. 미각적 측면이나 육체적 노동에 필요한 칼로리의 공급이라는 측면도 있고, 당시 아메리카 이민자의 상당수가 고향에서 못 먹은 한을 품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3.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제대로 만든 크림은 상당히 비싼 식재료였다. 나이프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농도가 진한 소스라는 건 그 비싼 크림을 그만큼 엄청나게 쏟아부었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