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틸

빈란드 사가의 등장인물.

크누트에게 상처를 입힌 죄로 노예로 팔려간 토르핀 카를세프니를 소유하고 있는 대지주. 덥수룩한 수염과 우락부락한 전형적인 노르드 전사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 남성이다.

가족 관계론 늙은 아버지스벨켈과 상당히 쌀쌀한 아내, 그리고 토르길올마르라는 두 아들을 두고 있고 소유하고 있는 여자 노예인 아르네이즈와는 내연의 관계다. 두 아들 중, 큰 아들 토르길은 크누트의 종사단에 속해있는 전사고 둘째 아들 올마르는 전쟁과 전사에 대해 야릇한 환상을 품고 있지만 나약하고 찌질한 농촌 청년이다. 젊은 시절엔 전장에서 자신의 무기가 박살나면 주먹으로 상대방을 박살 내는 철권의 사나이로 이름을 떨쳤다는것을 전장에 나갔던 큰아들이 돌아오면서 동생에게 알려줬다.

보통 '노예'와 '대지주' 캐릭터가 만나면 노예인 주인공이 악덕 대지주에게 사람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대지주에게 착취당하고 보상은 전혀 받지 못하는 관계로 묘사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처음 케틸이 등장했을 땐 그의 험상궂은 외모와 선입견이 겹쳐 그다지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케틸이 보여주는 모습은 악덕 대지주가 아니라 공정하고 관대한 선인이다.

일단 작중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노예' 계급인 토르핀과 에이널을 사람 취급해 주고 자신이 사들인 노예에게 노예 신분을 벗어날 기회를 준다. 만약 이 사람이 악덕한 대지주 캐릭터였다면 신분 세탁을 떡밥으로 삼아 착취만 하다가 마지막에 오리발을 내밀어 주인공을 절망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의 노예들 중 노동으로 노예 신분에서 벗어난 선례가 상당히 많은것으로 보면 이 사람은 정말 착한 사람이 맞다.

자신의 농장에서 식량을 훔친 남매가 잡히고 심문했을 때 그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코 끝을 붉히고 눈물을 글썽하는 모습을 보이고 원래의 규칙대로 팔을 자르자고 주변 인물들이 주장하는 와중에 그 남매의 죄를 용서하고 그 남매를 고용해서 그의 농장에서 일을 시키는 걸로 봐주려고 한다.[1] 케틸 본인은 남매에게 그 외의 형벌을 내리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본보기를 위해 최소한 매질이라도 해야 한다고 완고하게 버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몽둥이로 10대 치는 걸로 넘어가 준다. 이때 마침 집에 와 있던 큰아들이 몽둥이로 애를 끔살낼 기새로 옆구리를 패대는걸 보고 깜짝 놀라며 막게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때리는데, 아무래도 가장으로서의 위상이 있어서 약하게 때리지는 않았겠지만, 최소한 저 아들처럼 급소를 노려서 풀 스윙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 예상된다. 그 아이는 나중에 헛간에서 누이동생에게 간호를 받는데 먹을 것이라든지 일단 치료를 받게했으니 살긴 산 모양이다. 시대 배경만큼이나 텁텁하고 황량한 인물들이 난무하는 이 만화에서는 보기 드는 선인.

사실 이 인물은 위에서 언급한 '철권의 사나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애초에 저 '철권의 사나이'는 사실이 아니고[2], 노르드의 문화에서 약한 남성은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엄하고 강한 모습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본성은 유약하고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는 착한 사람이다. 그의 내면을 아는 것은 아르네이스 뿐이다.

해럴드 왕이 아프다고[3] 해서 문병하러 수도로 가는데, 날짜가 늦어 그만 죽고 나서 1주일 뒤에야 도착하게 된다. 그래서 원래 목적 대신 형의 뒤를 이어 새 이 되기 위해 덴마크에 와 있는 크누트에게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올마르 때문에 망신을 당한다. 문제는 그가 떠나기 전에 토르핀과 에이널이 숲을 전부 개간한 모습을 보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너희들을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는데,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정통파 사망 플래그다. 결국 76화 마지막 장면에서 크누트가 "그가 우리의 첫 타깃이다,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의 국민들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제거되어야 한다"[4]고 말하는 걸 보면….

케틸 가문을 반역죄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려는 크누트의 계획에 따라 크누트의 부하들이 케틸의 둘째 아들을 도발하고, 열받은 둘째 아들 올마르가 결투를 벌여 크누트의 부하를 살해하면서 계획은 성공했다. 다만 실력이 형편없는 올마르의 본 실력으로 이긴게 아니라, 크누트의 직속 부하가 둘째 아들과 싸우던 전사의 눈에 몰래 은화를 던져 순간적으로 그의 자세를 흐트러트린 것.

하지만 케틸의 장남 토르길이 올마르를 죽이려 나선 나머지 병사 4명을 모조리 처치하고, 케틸을 체포하기 위해 달려온 후속부대의 병사들까지 미칠듯이 쩌는 무력으로 다 썰어버리면서 크누트는 케틸 부자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케틸이 크누트를 알현하기 전에 시장에서 토르핀을 찾는 레이프 에이릭손을 만나 자신에게도 토르핀이라는 이름의 상처투성이 노르드 노예가 있다고 말을 해 주었기 때문에 토르핀이 살아 남을 가능성은 있다. 결국 78화에서 케틸 일가는 크누트의 손에서 벗어나 레이프 에이릭손의 배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 탈출시켜주는 조건은 싣고 있는 짐을 시가의 3배로 사주는 것과 토르핀을 넘겨주는 것.

하지만 크누트는 직속 부대인 종사단 32명과 종사단 대장 울프, 플로키가 지휘하는 욤 전사단 70명 등 백 명이 넘는 병력으로 케틸의 농장을 공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사망 플래그는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케틸 쪽에서 맞서 싸울 수 있는 병력은 뱀이 이끄는 용병 14~5명에 큰아들 토르길 정도. 토르길은 크누트가 보낸 정규 근위대를 상대로 그야말로 가츠같이 무섭게 베어버렸고 거기에다가 산전수전 다 겪고 눈치빠른 터라 크누트 부하 하나를 죽이지 않고 고문하면서 자초지종을 다 털어놓게 했다. 즉각에서 케틸의 재산을 노리고 한 짓이라고 한 걸 알아차리자 케틸은 멘붕했지만 토르길은 흉폭한 미소와 같이 웃으면서 왕을 상대로 싸우게 됐다는 사실에 전혀 겁먹지 않고 강한 상대와 싸우게 됐다고 진심으로 좋아했다. 토르길이야 엄청 강하고 전형적인 노르드 전사지만, 문제는 그런 급의 상대가 100명 넘게 온다는 것. 게다가 가르잘이 일으킨 탈출소동으로 뱀의 부하들 5명이 죽어버려 전력이 격감했다. 토르핀이 작정하고 싸우면 도움이 되겠지만, 다시는 검을 잡고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한 상태이다. 아니, 방어를 위한 싸움조차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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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누트에게 죽을뻔한덕에 완전히 멘붕을 해버렸는대, 집에 돌아오자 자신이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아르네이스가 자신을 배신하고 도망가려 했다는 소식을 듣고 흑화 했다. 그리고 아주 맛이 간 얼굴로 몽둥이를 들고 아르네이스를 죽어라 두들겨 팬다. 그녀가 뱃속에 주인님의 아기가 있다고 간청할때도 "그걸 어떻게 믿지? 날 배신하고 달아난 주제에! 죄다 나를 버리고 가는 주제에 믿으라구!" 미치도록 두들겨 패던 걸 뱀이 몽둥이를 잡으며 막았지만 결국 아르네이스는 그 후유증으로 나중에 죽고 만다. [5] 창고에서 옛날에 쓰던것으로 예상되는 검을 꺼내들곤 아무리 왕이라도 자신에게서 훔치려드는 도적놈은 스스로 벌을 주겠다는 독백을 하며 끝난다.

하지만 흑화를 하며 보여주던 패기가 무색하게 케틸과 농부 민병대는 머릿수에서의 유리함(300명)에도 불구하고 전열의 욤 전사단(70명)에게 탈탈 털리며[6], 농사짓던 이들에게 무장시키고 수만 많아봐야 별 상대가 되지 못하는걸 증명했다. 크누트 측 8명이 죽는 동안 122명이 사망. 생환한 부상자를 제외한 숫자다.

결국 전투 중에 병력은 도망쳐버리고 케틸은 그들 중 한 명을 붙잡고는 그런 추태를 보이면 빚을 탕감해주지 않겠다고 협박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케틸에게 붙잡힌 남자는 왕의 명령이 부당해도 따를 수 밖에 없고 힘이 곧 정의다라면서 세상 사람들은 댁보다 더 강한 사람을 따를 것이라 하자, 케틸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를 놔준 뒤 곧 적의 공격을 받는다.

참고로 크누트 자신은 케틸의 생포를 명하였기에 옆에 있던 울프가 저희놈들중 하나가 케틸의 목을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생포하라고 하지 않았나 하고 책망한 뒤 전투종료를 명령한다.

근데 이 아저씨 명줄이 의외로 질긴지 몇 화 뒤에 부상을 입고 마차에 드러누운 채로 등장한다. 결국 토르핀이 크누트와 협상을 잘 해준 덕에 목숨을 건졌고 자신의 농장 역시 잃지 않았다. 하지만 크누트와의 전투에서 죽은 소작농들의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주느라 자신의 농장 절반을 팔아야 했고, 케틸 본인 역시 아르네이스를 잃은 슬픔과 크누트와의 전투에서 받은 멘탈 붕괴가 겹쳐서 왕성한 노동 의욕을 잃고 반 은거하며 지낸다. 다행인 점은 일단 목숨은 건졌고 철부지 같던 바보 둘째아들 올마르가 정신을 차려서 바람직하고 건실한 농장주로 성장해서 농장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갈듯 하다.

  1. 농장의 경리를 맡고 있는 파텔이 팔을 자르자는 의견에 반대하며 일을 시키자는 의견을 내놓는 데 파텔의 의견에 반색하는 모습을 보면 파텔이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입장을 잘 이해해 그런 의견을 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2. 사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철권의 사나이 케틸은 실존하는 인물이었고, 나이든 노르드 전사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이야기 역시 (조금은 과장이 섞였겠지만) 사실이다. 문제는 그게 이 아저씨 자신이 아닌 동명이인이었고, 케틸은 그의 위명을 이용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거.
  3. 실은 크누트의 독살이다.
  4. 정발판의 대사는 "안됐지만 희생양이 되어줘야겠어. 모든 건… 만백성의 평화를 위해서다"로 번역되었다.
  5. 다행히 완전히 이성이 날아가버린건 아니라 자신들의 자유를 노동으로 산 토르핀과 에이널은 예정대로 레이프 에이릭손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자신을 배신한 아르네이스는 얀데레같은 집착을 보여주며 넘겨주길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토르핀과 에이널은 그녀를 두고 갈 수 없었고 전투 도중에 레이프가 그녀를 살 만한 돈을 두고 몰래 그녀를 데리고 나왔으나 결국 죽고 만다. 그녀를 좋아했던 에이널은 전투 뒤에 부상을 입고 뱀에게 업혀 돌아온 케틸을 죽이려 덤벼들었으나 토르핀이 막았다.
  6. 후열의 종사단은 나설 기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