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미연시 게임소설
1 개요
국내 1세대 판타지 소설가 김상현의 작품. 그의 작품 중 사실상 가장 유명한 소설이다.
명상 출판사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약 2년여에 걸쳐 출간되었다. 오래된 작품이기 때문에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는 조금 어려우며, 지방 도서관이나 대학교 도서관에 가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마법은 마음이다. 마음은 칼이다.
탐그루에서 근본적인 주제이자 철학. 마법과 칼의 정의를 표현한 방식이 새롭다. 마법은 곧 마음이고, 칼은 마음을 변화시킨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왕에게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줬던 세헤라자드의 방식을 가져와 주인공에게 삭제되기 않기 위해 얘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 세헤라자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 전체가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와 주인공의 현실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형식적인 특징. 특히 말하는 것이 곧 마법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반영한 것으로 유명하다.[1] 근미래적 세계와 독특한 판타지 세계도 매력이다.
걸쭉한 한국 사회에 대한 패러디와 세헤라자드의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떡밥을 찾아낸다면 더욱 재밌어진다. 패러디의 경우, 특히 중반부 임프시에 대한 것이 일품.[2] 게다가 그 당시에는 없었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꿈꾸는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미래를 예측한 소설이기도 하다. 빗나간 예측도 있는데 작중에서 PC방은 초고속 인터넷이 가정으로 보급되며 몰락해 성인용으로 변모하여 간신히 연명하나 현실은 모두 아는 바 같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작중의 미래 시점에선 몰락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원인이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 모바일게임의 대약진 속에 온라인게임의 2014년의 –19.6%(게임백서 통계)라는 충격적인 역성장 등에 힘입어 한때 최대 23,548개 PC방에서 약 10,000개 업소가 폐업했다고 한다. 반토막이 난것, 살아남은 PC방들이 성인용이 된건 아니지만, 게임보다는 음식점, 숙박시설로 변모하고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다 좋은데 후반부는 뭔가 후다닥 완결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떡밥 회수는 그럭저럭 했지만 굉장히 불친절한 결말이다.
2 구성
현실 세계 이야기는 도입부에만 잠깐 나오는 게 아니라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와 별도로 진행되다가 결말부에 가서는 두 세계가 묘하게 겹치게 된다.
2.1 현실세계 이야기
근미래의 한국으로 전쟁을 겪은 뒤 통일된 상태. 전반적으로 환경 오염으로 하늘도 칙칙하게 덮인 침울한 분위기로 주인공 비류는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소년으로, 소드 앤 매직 이라는 게임을 매우 좋아하며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 이야기는 비류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된다.
비류는 우연히 한 노인에게서 '안에 있는 프로그램을 지워 준다면 가져도 좋다' 라는 부탁을 받고 낡은 노트북을 얻된다. 노트북 안에는 자신이 사람의 영혼을 에뮬레이트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딸의 영혼을 에뮬레이트한 '세헤라자드'를 만들었지만 결국 해서는 안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후회하는 회고록과 함께 '세헤라자드'의 실행파일이 들어 있었다. 파일을 실행시키자 인공소녀 세헤라자드가 화면에 나타난다. 세헤라자드는 자기를 지우지 말아달라고 애걸하지만 비류는 듣지 않는다. 세헤라자드는 궁여지책으로 비류에게 하루에 한번씩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세헤라자드를 지우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은 후에 정말 소드 앤 매직의 프로 게이머로 데뷔까지 하게 되지만, 테러리스트로 몰리게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비류는 팀원들과 함께 쫓겨다니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2.1.1 주요 등장인물
- 비류
- '소드 앤 매직' 프로게이머 지망생. 아버지는 유명한 반전운동가이지만 가정에는 소홀하였는지 이혼하여 비류는 결국 혼자 살면서 아버지를 은연 중에 싫어하게 된다. 나이로는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도 나가지 않고 게임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처음에는 철저히 프로그램 취급하던 세헤라자드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결국 인간처럼 여기고 의지하게 된다. 아마추어 리그에서 꽤나 이름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으면서 세계관 자체에도 매료된 소드 앤 매직의 진성 매니아. 결국 소원대로 프로게이머가 되지만, 온라인 친구였던 게이머가 죽은 사건에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어 어스폴의 집요한 감시를 받게 된다. 게다가 그 사건의 범인인 테러리스트 '이나바머'로 의심받게 되어 급기야는 어스폴의 추적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처지가 된다.
- zknight[3]
- 비류에게 세헤라자드가 담긴 노트북을 넘긴 노인. zknight는 그의 소싯적 아이디로 뛰어난 에뮬레이터 프로그래머였다. 이 세계관에서 '에뮬레이터'의 개념은 곧 프로그램의 개념을 대체할 정도로 발전하였는데, 온갖 것을 에뮬레이트하던 프로그래머들은 살아있는 생명을 에뮬레이트하는 것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zknight도 그러한 프로젝트에 진행하던 중, 극렬 도덕주의자들의 테러로 아내를 잃는다. 하지만 zknight는 오히려 복수심에 불타올라, 급기야 사람의 영혼을 에뮬레이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만다. 그 후 암으로 죽어가던 딸의 영혼을 에뮬레이트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과로써 나온 '세헤라자드'를 보고 허망함을 느껴 자신의 일생을 바친 모든 작업물들을 스스로 날려버리고 만다. 하지만 세헤라자드만은 차마 지울 수 없어 비류에게 대신 지워줄 것을 부탁한다.
- 세헤라자드
- zknight의 딸의 영혼을 에뮬레이트한 프로그램.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와 같은 성격으로 미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컴퓨터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경우 자유롭게 어스넷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zknight를 아버지라 불렀는데, 아버지에게 들었는지 아니면 정말 옛기억이 있는 것인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살아 있는 인간과 다름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 또한 가지고 있다.
2.2 세헤라자드의 이야기
중세풍 판타지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검과 마법이 실존하는 세계. 아이들은 목도를, 성인이 되면 진검을 가지고 다니며 명예를 위한 결투도 자주 벌이는 험한 세상이다. 주인공은 상업 도시 탐그루에서 전쟁 고아로 자란 수르카와 그의 단짝 친구로 동네 주점의 아들이자 골목 대장이었던 라이짐. 주로 수르카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수르카는 성년식을 앞둔 어느 날 친구 라이짐과 함께 귀족의 아들과 시비가 붙어 귀족에게 찍혀 버린다. 이로 인해 라이짐의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성년 의식이 치뤄지는 날 라이짐과 함께 마을을 떠나 용병단에 들어가게 된다. 이들은 점차 성장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륙의 운명에 관여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으나, 특히 2부 이후 이 이야기의 무대에 대한 암시가 여러 번 나타난다.[4]
2.2.1 주요 등장인물
- 수르카
- 탐그루에 사는 '삼년전쟁' 때문에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고아. 라이짐의 어머니가 명목상의 대리 부모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점쟁이 사비오 영감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뮤'[5]를 좋아하고, 영리하고 순진한 소년. 칼솜씨는 어른도 이길 정도로 뛰어나며 은근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유명한 마법사였던 예언자 사비오가 운명을 느끼고 제자로써 마법 수련을 시키고 있었다. 열네살 성년식을 앞두고 귀족의 아들과 시비가 붙어 결투하여 이겼지만, 그 일로 찍히게 되어 성년식 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게다가 그의 마법 재능을 노린 성황청에게도 쫓기다가 살기 위해 탐그루에서 도망쳐 라이짐을 따라 아케르 용병단에 들어간다. 칼솜씨로 용병단장 아케르의 눈에 띌 정도로 준수하게 훈련을 마쳤지만, 하잔 반란군 진압 작전에 참가하여 무고한 시민들이 학살 당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를 죽여서 살아간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대의를 위해 무고한 자들을 죽이는 일도 망설이지 않는 아케르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용병단에서 나와 사비오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 라이짐
- 탐그루의 '별빛 주점' 집 아들. 수르카의 친구로 동네에서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고아들의 한 패거리를 이끌고 있었다. 열네살 성년식을 앞두고 수르카와 함께 귀족의 아들에게 찍혀 어머니가 살해당한 후, 복수를 위해 도망쳐 아케르 용병단에 들어간다. 원래부터 냉철한 성격이었지만 어머니를 잃은 후 더욱 냉정한 성격이 된다. 수르카와 같이 반란군 진압에 참전하여 같은 십부 소속 전우들이 모두 전사하고 홀로 살아남아 십부장이 된다. 성황청과의 전투에서 목숨의 위기를 맞았으나 수르카의 마법에 의해 목숨을 건졌지만, 대신 얼굴에 흉터가 생겼으며 머리색이 희게 변한다. '힘 있는 자가 정의'라는 생각과 귀족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있어 수르카와 달리 아케르에 대의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된다.
- 아자닌
- 반지의 정령. 예언자 사비오가 수르카의 마법 수련을 위해 건네주었다. 한 때는 사람이었다고 하며 반지를 가졌던 이전 주인들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어 훌륭한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 미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인격이 남아있어 수르카의 말에 삐지기도 한다. 수르카가 마법의 말을 깨달으면 그 효과를 알려주지만 수르카가 알지 못하는 마법을 먼저 말해주지는 않는다. 나미트와는 사이가 나빠 동시에 소환될 경우 끈임없이 말다툼을 벌인다.
- 나미트
- 사비오가 남겨준 수르카의 검에 깃들어 있던 할아버지 정령. 스파일의 유명한 장군이었으며 큰 체구와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생전에는 대장군 카를로스의 휘하에서 많은 공을 세웠었다. 수르카는 나미트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우연히 정령사와 만나게 되어 자신의 검에 정령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검의 정령은 반지의 정령과 사이가 몹시 나빠 아자닌은 그의 존재를 수르카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수르카의 마법에 의해 수르카에게 빙의되어 싸울 수 있는데 이 때 수르카는 자신의 실력 이상의 검술을 발휘하게 되지만 사용 후에는 기절할 정도로 체력 소모가 심하다. 나미트가 빙의되면 살의의 충동이 들끓게 되기 때문에 수르카는 빙의 마법의 사용을 꺼린다.
- 아케르
- '위대한 복수자'라는 별명을 가진 검사. 산적들에게 억울하게 죽은 형의 복수로 산적단을 홀로 몰살시킨 일로 널리 알려졌다. 자신의 이름으로 용병단을 만들어 여러 개의 지부를 운영할 정도로 큰 세력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평등하게 대우 받는 세상', '귀족 없는 세상'을 자신의 대의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용병단을 만들고 세력을 키우고 있다. 검술 뿐만이 아니라 전략·전술에도 능하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민간인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 스칼렛
- 자이벌인 세스타 가문의 여성.[6] 마법학교에 다녀 마법을 쓸 수 있는데, 그만큼 수르카보다 체계적인 면이 많다. 그런데 자이벌 가문의 정체가 실은 뱀파이어 같은 일족이었고 스칼렛은 그래서 영원한 생명을 산다지만 오히려 거기에 회의를 가지고 죽을 수 있는 인간이 되길 바란다.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뱀파이어의 힘을 쓰고 본모습을 드러낸 후, 뱀파이어를 죽인다는 마늘의 전설이 오히려 생명의 열쇠가 될 거라고 믿고 그걸 찾기 위해 일행과 헤어지고, 결말에선 탐그루로 찾아와 재회한다. 수르카와 서로 마음이 있는 묘사가 나오는 등 커플 플래그가 서있는데, 확실히 결론나진 않았지만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